소설리스트

〈 118화 〉아이의 반항 (13) (118/140)



〈 118화 〉아이의 반항 (13)

아이의 반항 (13)



역삼에 있는 대형 마트로 간 세 사람.

린코는 아이의 도움을 받아 카트 하나 가득 국산 식재료들을 구매했다.

“(일본어) 아라...? 이거 400g에 한국돈 2만원? 2만원이면 일본돈으로 2천엔이 조금 안될 같은데... 나는 한국 생필품이나 식자재 물가가 일본보다 조금 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은 거 같구나? 여기가 시장이 아니라 마트여서, 아니면 서울 강남이라 비싼 거니?”

“(일본어) 저도 한국에서 몇 년 살아보니까느끼는 건데 진짜 한국 생필품 물가는 일본보다 조금더 비싼 거 같아요. 특히 고기나 채소 식료품 가격은 일본보다 훨씬 비싼 편이죠. 하지만 수도, 전기 요금이나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비용은 한국이 훨씬 싸요. 두 나라가 이런 면에서 조금씩 다른 거 같아요.”

장을 다 보고 계산대로 갔을 때,

민재가 구입 비용은 내겠다고 했지만 린코는 한사코 자신의 자녀들에게 해 먹이려는 것이니 자신이 계산해야 한다며, 본인 카드로 비용을 결재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린코는 삼성동 A아파트로 돌아오자 마자 아이와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머님, 정말 이렇게 안 해주셔도 되는데...”

“(일본어) 괜찮으니 오늘 저녁은 내가 만들어주는 음식   먹어본다 생각하고 편히 있어도 되요.”

린코는 민재를 거실 소파에 앉힌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역시, 린코가 식재료를 다듬는 솜씨하며 요리를 하는 모습은 너무나 능숙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얼핏보면 아이가 주방에 있을 때의 모습과 흡사하게 보일 정도였다,

‘요리하는 모습마저도 아이가 어머니를 쏙 빼닮은 거였구나... 역시 자녀는 부모의 작은 모습까지 닮는다더니...’

린코는 마트에서 사온 것들과 집에 있던 식재료들을 이용해서 금방금방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일본어) 강군~! 식사 다 되었으니 와서 들어요~!”

벌써  되었는지 린코가 그를 불렀다.

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민재가 식탁으로가보니, 무 새싹에 싸먹는 일본식 양념 장어구인 ‘가바야키, 굴튀김 ’카키라이스‘가 맛있는 간장 양념 냄새와 고소한 빵가루 튀긴 냄새를 모락모락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트에서 사온 일본산 사케도  병 있었다.

여기서 잠깐,

일본 원전 사고와 한일 무역 갈등 이후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등 일본 여러 개 현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시킨  있다. 해당 농수산물로 만든 가공품 역시 생산지 증명서 및 방사능 검사증명서 등을 첨부해야 하는 등, 통관 절차가 무척 까다로워진 상태이고.

그래서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 사케 중에 후쿠시마 등 문제가 되는 지역의 쌀을 원료로 제작된 사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일 후쿠시마와 관계된 사케나 먹거리가 국내로들어온게 발각되었다가는 어떤 기업도 그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감당할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민재는 술이나 맥주만큼은 일본 것들을 안마시고 있다. A0K 나 최근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는 광0문 같은 국산 IPA를 주로 마시거나 아니면 네덜란드에서 만든 하00캔, 독일산 파00너를 마시지, 일본 맥주나 일본 술은 입에  안대는 편이다.

뭐, 콘돔도 일본 꺼는 안 쓰고 있고...

아, 그거는 민재한테 너무 작아서, 거시기에 들어가지않아서  쓰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어쨋든 사랑은 일본 사람이랑 하는...???

장인 어른, 장모님  분들도 모두 일본 사람인...???

살짝 역설적이면서도 이율배반적이지만 이것이 현실.

민재는 냉장고에서 자주색의 동그랗고 예쁜 술병 하나를 꺼내오며 말했다.

“어머님, 너무 맛있어 보여요! 장어구이도 굴튀김도 모두 다!”

“(일본어) 호호, 고마워요, 강군. 어서 앉아 마음껏 들어요.”

“어머님, 한국에서는 장어를 먹을 때면 이 복분자주를 같이 마시는데요,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린코는 호리병처럼 생긴 예쁜 술병에 든 포도주처럼 붉은빛에 달짝지근한 향기가 나는 술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일본어) 복분자주? 빛깔이 포도주처럼 예쁜 술이네요. 향기도 너무 달콤하고... 이건 무엇으로 만든 술인가요?”

“복분자라는 산딸기로 만든 술입니다.”

“(일본어) 오오, 산딸기술? 무언가 야생적인 느낌의 술인데요?”

민재는 작고 예쁜 크리스탈 잔을 가져와 린코에게 빠알간 복분자주를  손으로 공손하게 따라주고, 이어서 아이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다.

그러자 린코가 술병을 받아 민재에게도 한  따라준다.

민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술잔을 잡고 린코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어머님, 맛있는 저녁 식사 분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어) 호호, 고마워요.그저 그동안 못해준 어미의 역할을 이제서야 딱 한  한 것 뿐인데. 내가 한국에 오거나 강군이 일본에 오면, 언제든 이렇게 내가 밥을 차려줄게요. 원래 식구는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잖아요? 이제 우리 모두 한 식구가 되었으니 모이면  함께 밥을  먹어요.”

세 사람은 복분자주로 건배를 하고 린코가 만들어준 음식을 함께 나누었다.

* * *


역시 한  술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흥이 오르게 되는가 보다.

린코는 장어구이와 함께 마시는 복분자주가 너무 맛있다며 홀짝 홀짝 계속 마시다가 기어이 한  다 비우게 되고,

결국  사람은 아파트 가까이 봉은사로에 있는 장어 전문 집으로 이동해 장어 간장구이, 양념구이, 소금구이를 배불리 먹고 복분자주도 거의 각 1병(...) 마시고.

근처 노래방에서 1시간 동안 신나게 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니 벌써 12시가 지난 시간,

어제처럼 린코와 아이가 마스터룸으로 들어가 잠이 들고,

오늘도 민재는 거실 소파 카우치에서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럴거면 아이 공부방에 침대 괜히 들여놨나? 뭐, 나중에 아버님, 어머님    오실 수도 있고 유키나도  놀러올지 모르니 그냥 그  대비해서 사 놓은거라고 생각하지 뭐.’

어차피 침대 가격이래봐야 민재가 가끔 들르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 1박 숙박비랑 비슷한 수준(그런데 그게 수 백만원이라는 게 함정).

 천억대 부자인 민재한테는 그리  돈  것도 아니니 별로 신경쓰일 만한 일도 아니다.

민재는 내일 또 린코를 모시고 어느 부동산 매물을 보러 갈까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 * *

며칠간 민재는 린코, 아이와 함께 서울 일대 부동산 매물들은 물론, 일산, 인천, 성남의 매물들도 보러 다니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수 십여 곳의 매물들을 둘러본 린코가 매입을 결심한 곳은 성수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연예인과 소위 영앤 리치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린코는 이곳의 50평대 아파트를 매입하고, 전세 또는 월세 등을 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린코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일본어) 헤에~! 확실히 한국 서울 부동산 시세가 생각보다 비싸긴 하군요...! 준비한 예산에서 한국 돈으로 10억원 정도가 모자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일본에 있는 다른 부동산을 일부 처분한 다음에 다시 매입하는 걸로 해야겠어요...”

린코가 매입하고자 했던 매물의 거래가는 56억원 정도,

약 46억원 정도의 예산이면 되겠지, 하고 왔지만 생각보다 한국 부동산 가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투자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매물임에 틀림없는 물건이라 그녀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때, 민재가 그녀에게 말했다.

“어머님, 그럼 먼저 선금만 납부하시고예산이 준비되시면 그  대금 완납하는 걸로 하시죠?”

“(일본어) 그래도... 내 소유의 부동산이 언제 팔릴지도 모르는데 선금만 걸어놓고 하염없이 기다려 달라는 것도 염치없는 일일텐데...”

민재가 환하게 웃으며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이 매물에 대한 대금  부족한 금액은 제가 대신 드리겠습니다. 어머님은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죠.”

“(일본어) 네? 강군이 돈을 빌려주겠다구요?”

“제가 봤을 때도 이 정도 매물이면 투자가치가 충분한데 놓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저희 때문에 일부러 한국까지 먼  오셨는데 다음을 기약하면서 맨손으로 돌아가게 해드리면 안되죠. 10억원이 부족하다고 하셨죠? 제가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일본어) 세상에, 강군...! 정말로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머님! 이제 식구가 되었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지요!”

민재는 린코의 일본 은행으로 돈을 송금하기위해 곧장 가까운 은행으로 향했다.


* *


이로써 한국에서의 부동산 매입을 마친 린코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민재, 아이와 함께 한복을 입고 경복궁도 놀러가고, 백화점에서 쇼핑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본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쯤, 린코는 문득 유키나가 한국에 갔을 때 사왔던 호두과자가 생각났다.

“(일본어) 전에 유키나가 한국에서 사온 오반야키(풀빵) 참 맛있었는데, 그건 어디서 파나요?”

“아, 호두과자 말씀이군요! 그건 이 근처에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그래요? 그럼 나도 그걸 좀 사가고 싶어요. 유키나도  좋아하고 그 양반(요시노부)도 엄청 맛있다고 하더군요.”

“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호두과자 파는 곳이 있습니다. 그건 제가 선물로 사드리겠습니다!”

민재는 냉큼 포스코 빌딩 맞은편에 있는 호두과자 가게로 달려가 세관을 통과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양만큼의 호두과자 선물 세트를 한 아름 사들고 왔다.

이렇게 린코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이 돌아오고,

민재와 아이는 공항까지 그녀를 배웅하러 나갔다.

“(일본어) 두 사람 결혼은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아버님께서도 결국 마음을 돌리시겠지요?”

“(일본어) 벌써 어느 정도 누그러진 건 확실해요. 강군이 매입 자금을 10억원이나 빌려줬다는얘기를 듣고 나서는 더 이상 아이를 잡아서 일본으로 데리고 돌아오라느니, 다시는 한국으로 가지 못하게 하겠다느니 그런 성화는 일절 안하고 있으니 말이니까요.”

실제로 린코는 한국에  후 매일 하루에 한  이상은 남편 요시노부와 통화를 하곤 했다.

처음에 요시노부는 핸드폰 너머로 곁에 있는 민재와아이에게까지 다 들릴 정도로 뭐라뭐라 소리를 지르며 열을 내곤 했지만,

린코로부터 민재의 집에 대해, 그가 가진 재력에 대해, 그가 얼마나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해 듣고,

성수 아파트 구입비용 중 모자란 10억원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턱, 빌려줬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는 상당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걸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 가는 김에 아이 붙잡아서 데리고 오라는 말도 더 이상 안하고 있다는 걸로 봐서는, 어느 정도 사람의 사이에 대해그리고 민재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신호로 보였다.

“아버님의 마음이 풀어지게 되어 다행입니다. 조만간 저희가 일본으로 아버님과 어머님을 뵈러 함께 찾아가겠습니다.”

“(일본어) 네, 그렇게 해요. 양반도 강군을 보면 필시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그 양반이 가지고 있던 편견만 덜어내고 보면 강군이 얼마 멋진 사람이었다는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겠죠.”

“아버님께도, 어머님께 해드린 것처럼 최선을 다해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는 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아하시실까요?”

“(일본어)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제는 건강 때문에 그런 건 자제해야겠죠. 전에 강군이 선물해준 산삼을 보고 엄청 좋아했는데, 다음번에도 건강식품 같은 걸 선물해 주면 좋아할 거 같아요.”

역시 그 때 산삼을 좋아하셨단 말이지?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짜리 자연삼 산삼을 구해 아버님께 선물해드려야겠다!

그 정도라면 첫째 사위로 완벽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린코는 민재와 아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일본어) 지금  사람, 절대 마음 변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사랑해요. 이제 강군은  아들이기도 하니까, 종종 나한테 연락도 하고. 아직 말이 안 통해서 힘들면 아이한테 번역해 달라고 해서 문자 보내도 좋고, 아이랑 같이 요즘 애들 하는 영상 통화 같은 거 해도 좋아요. 언제든지 받을 테니까 꼭 연락해요, 알았죠?”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린코가 출국 게이트`로 들어가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늘 공항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마다 무언가 잃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오늘은 도리어 무언가를 얻은 느낌이네.”

“무엇을 얻은 것 같은데요?”

“...가족.”

민재는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제... 우리도 집으로 돌아갈까, 여보...?”

“네?! 여보...요?!”

아이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웃었다.

“네...! 집으로 가요! 집에 가서 내가 맛있는  만들어 줄께요!”

두 사람은 서로의 팔짱을 꼭 끼고, 함께 공항 주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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