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겨울에는 집에서 꽁냥꽁냥 (1)
겨울에는 집에서 꽁냥꽁냥 (1)
어제는 올해 처음으로 하얀 눈이 내렸다.
쌓인 눈은 금세 녹아버렸을 만큼 많은 눈은 아니었지만,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싶은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테헤란로에 있는 H백화점 앞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모형이 설치되었고, 거리는 성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민재와 아이도 백화점에서 모형 트리와 트리 장식을 사서 거실에 설치를 해 놓았다.
거기에 하나 더,
민재는 아이를 위해 커다란 이불 하나를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그 위에 맞춤 유리를 올려 일본의 코타츠 (일본 특유의 온열 기구) 비슷하게 만들어 보았다.
원래 코타츠 안에 전기 난로 등 온열 기구등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민재 집은 보일러 난방만 틀면 온돌 바닥이 알아서 뜨끈뜨끈해지니 그건 생략.
코타츠가 완성되자마자 두 사람은 소파 앞에커다란 등받이 베개를 갖다 놓고 바닥으로 내려와 코타츠 이불을 덮고 안으로 들어가 함께 귤을 까먹으며 TV 드라마를 보았다.
뜨근뜨끈하게 데워진 거실 바닥 위에 코타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니 온몸이 노골노골 해지는 게, 제법 기분이 좋았다.
“코타츠, 이것도 상당히 좋은데요?”
“네, 따뜻한 온돌 바닥 위에 코타츠 놓으니 더 좋은 거 같아요,오빠~♡”
아이가 귤 하나를 까서 민재의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
“오빠, 내일 우리 바00콘스탄틴 행사 가기로 했잖아요?”
“아, 맞다. 그게 내일이었죠?”
얼마 전, 이태원에있는 H카드 라이브러리라는 곳에서 바00콘스탄틴의 새 모델 론칭 이벤트가 열린다는 모바일 초대장이 날아왔다.
리0몬트사 VIP 고객이자 바00콘스탄틴 시계만 여러 개 소장하고 있는 민재가 이 행사에 초대받는 건 당연한 일.
“내일 배우들도 오고, 모델들도 많이 오고 스포츠 스타들도 오고... 재미있는 행사가 될 거 같아요.”
“오빠 시계 좋아하시는데 잘 되었어요. 이번에 새 시계 하나 구입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
“음...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러고 보니 진짜 오빠, 함께 쇼핑 나가도 전부 제꺼만 사고 오빠꺼는 하나도 안 사셨잖아요? 이번에는 오빠를 위해서도 무언가 하나 구입하세요.”
“어? 나를 위해 산 거 있는데요?”
“뭐 사셨는데요?”
“얼마전에 Steam 에서 풋볼매니저 최신판이랑 토탈워 게임 질렀는데...”
“아니, 게임 같은 거 말구요~!”
민재의 게임 취향은 은근히 매니악한 부분이 있었다.
남들은 축구 게임하면 피파 시리즈를 떠올릴 때, 얘는 축구 감독이 되어 팀을 운영하는 풋볼 매니저 같은 게임을 더 좋아했다. 이 게임은 영국에서 ‘이혼 제조기’ 소리를 들을 만큼 중독성 쩌는 게임으로 유명하긴 했다. 게임을 켜고 한 시즌 한 시즌 계속 플레이하다보면 어느새 밥 먹고 잠자는 것마저 잊어버리고 며칠 밤낮을 셀 정도로, 문명 시리즈에 버금갈 정도의 몰입감을 가진 게임이었다.
토탈워 시리즈는 스타크래프트 이후 조금씩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 있는 게임으로, 민재는이 시리즈의 오랜 열혈 팬이기도 했다. 그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중세 유럽 시대를 다룬 미디블 시리즈와 고대 로마를 다룬 시리즈. 마법이나 무쌍이 난무하는 판타지스러운 게임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전쟁을 제대로 고증 한 게임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건, 이런 엄청난 중독성의 게임을 두고도하루 2시간 이상 컴퓨터에 앉아 있지 않을 수 있는 자제력이 있다는 것.
그것도 아이가 유튜브 촬영하거나 영상 편집 (어지간한 편집은 덕환의 스튜디오 직원들이 다 하지만, 중요한 틀은 아이가 스스로 잡아서 편집을 해서 보내는 편이다)으로 하거나 공부할 때, 그 때만 잠깐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가 밖에서,
“오빠~!”
하고 부르면 금방 게임 끄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쪼르르 달려가곤 했다.
아무튼 아이는 민재가 자기한테만 돈을 쓰는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민재는 아이를 달래려는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 게임 말고도... 얼마 전에 운동화도 한 켤레 샀어요. 에어 조던 Why not 농구화!”
“그거 15만원밖에 안하던데... 나한테는 1,500만원 넘게 쓰시는데 오빠는 15만원 짜리 신발 하나...?”
“어... 그래도 그 신발 에어 조던, 명품인데...”
진짜 수중에 몇 천억원이 있는데도 쓸데없는 데 돈 안쓰는 것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녀식이다.
아이는 코타츠 이불 속에 있는 발을 장난스럽게 민재의 다리 위로 올렸다.
그녀는 평상시 자주 입는 돌핀 팬츠가 아닌 털이 보송보송한 잠옷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닥이 너무 따뜻해서 돌핀 팬츠 입고 맨 다리로 바닥에 오래 앉아 있으면 살이 너무 뜨거워져서 긴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위에는 헐렁한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다.
물론 집에 있어서 안에 브레지어나 속옷은 안 입고...
...
므훗...!
“진짜 오빠, 이번 겨울옷 살 때도 내 옷만 사고 오빠 옷은 하나도 안 사셨잖아요?”
“보다시피 드레싱룸에 옷들이 가득하게 있어서 더 사고 싶은 옷이 없어요. 내 옷들 모두 유행 안타는 기본템들이어서 딱히 못 입을 것도 없고.”
“오빠가 워낙 기본템들로 잘 코디해서 입으시기는 한데... 겨울이니까 코트 한 벌 정도 사는 건 어떠세요?”
“겨울 코트? 검은색, 회색, 베이지색 이렇게 세 가지 있으면 됐지, 겨울 코트는 더 없어도 될 거 같은데... 그럼 내일 이태원 행사 갔다가 돌아오면서 백화점이나 들렸다 올까요?”
“네, 그래요! 내일은 내 옷 하나도 보지 말고 오빠꺼만 봐요!”
아이가 다리 하나를 그의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채,
몸을 틀어 그의 몸을 꼬옥 끌어 안았다.
그와 함께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부드럽게 눌려오는데...
아아아....
코타츠 속에 들어가 있는 민재의 아랫도리가 또 한번화산 폭발을 일으키듯 불끈불끈 솟아오르고 있었다.
* **
이태원 H카드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바00콘스탄틴 행사는 저녁 6시부터 시작되었다.
간만에 셀럽이 되어 나가는 나들이인 만큼, 민재와 아이는 ‘라리’, 빨간색 페라리 F8 트리뷰토를 타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행사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안전요원들에게 핸드폰으로 받은 모바일 초대장을 보여주자,
“어서오십시오, VIP 고객님. 차는 저희가 발렛파킹해 드리겠습니다. 이따가 나가실 때 미리 말씀만 해 주시면 바로 차를 준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며 차키를 받아갔다.
H카드 라이브러리에는 따로주차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초대를 받은 고객들의 차는 이곳에서 조금떨어져 있는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았다가 고객들이 나갈 때 다시 가지고 오는 모양이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먼저 와 있는 셀럽들과 고객들, 기자들과 행사 진행요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차에서내리는 곳에서부터 건물 입구까지 빨간레드 카펫이 주욱 펼쳐져 있었고,
민재와 아이도 팔짱을 끼고 레드 카펫을 걸어갔다.
오늘 민재의 의상은 포멀한 회색 수트와 회색 타이.
역시 옷걸이가 살아있어서 그런가, 수트를 입은 모습이 슈퍼맨의 배우 헨리 카빌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아이의 의상은 무릎 아래까지 살짝 내려오는 민트색드레스.
몇 주동안 열심히 다이어트 식단을 먹으며 운동 한 덕에 드레스를 입은 몸의 라인이 정말 예쁘게 보였다.
“앗, 유튜버아이짱 아니야?”
“맞다!나루사와 아이 맞아! 나루사와 씨~! 여기 보고 손 좀 흔들어 주세요~!”
역시 셀럽 답게 아이를 알아보는 기자들이 제법 있었다.
아이는 민재의 팔짱을 낀 채 여유롭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민재의 표정은 살짝 굳어 있었다. 이런 기자들의 플레시 세례가 낯설고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이니만큼, 어금니 꼭 깨물고 그녀와 함께 발걸음을 맞추어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잠깐만요~! 바로 들어가시지 마시고 좀 더 포즈 좀 취해주세요~!”
“나루사와 씨와 남자 분(역시 민재의 이름은 잘 모르는 듯... 하긴, 유튜브에 나오긴 했어도 패널로 잠깐 잠깐 나오기만 했으니... 존재감 안습... ㅠㅠ)~! 포토월에 서 주세요! 자, 여기 봐주시고~!”
기자들은 아이와 민재의 사진을 더 찍기 위해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바00콘스탄틴 로고가 찍혀있는 포토월에 서달라고 요청했다.
역시 전직 일본 아이돌이자 모델 출신답게, 아이는 기자들의 요구에 부드럽게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임했다.
이런 촬영이 익숙치 않은 민재는 플레시세례에 눈이 부셔 살짝 양미간을 찌푸려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십여 분 가까이 기자들의 촬영에 응한 후,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아휴~ 눈 부셔서 혼났네요. 아직도 눈앞에서 불빛이 깜박거리네...”
민재는 눈을 깜빡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번에는 압구정 G 백화정 바00콘스탄틴 매장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에게로 달려왔다.
“고객니이이임~! 어서오세요~! 오늘 정말 멋있으시네요~! 함께 오신 여성분도 너무 아름다우시구요~!”
민재와 아이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내부로 들어갔다.
라이브러리의 1층은 칵테일 등 가벼운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바로 되어 있었고,
2층과 3층이 복층 구조로 된 메인 행사장이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2층으로 안내되었다.
오늘은 바00콘스탄틴 행사이니만큼 민재는 손목에 바00콘스탄틴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트루비용(Tourbillon, 프랑스어로 ‘회오리 바람’이란 뜻. 기계식 시계에 발생하는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시계의 기계적 결함이나 시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장착되는 기계 장치. 현대에는 시계 기술의 발달로 트루비용이 장착되는 기계식 시계가 필요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심미적인 이유와 각 브랜드별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 담긴 페트리머니 급 (각 브랜드 별 최고의 가치와 희귀성을 가진 라인)이었다.
이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이 트루비용이 하나 들어간 시계의 가격은최소 1억원이 넘어간다.
테00이어 같이 하이엔드 급보다 티어가 한참 낮은 브랜드에서는 트루비용이 있는 시계가 몇 천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 시계들의 트루비용 기술 수준과 무빙의 예술성은 감히 바00콘스탄틴과 같은 하이엔드 급에 비견될 바 못되었다. (다른 브랜드 시계가 못났다는 게 아니라 바00콘스탄틴 등 하이엔드 시계들의 수준이 넘사벽이란 뜻!)
2층에 도착해보니 한 편에는 첼로와 섹스폰을 연주하는 재즈 연주가들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 안에도 칵테일이나 샴페인잔을 손에 든 사람들이 공연을 구경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 이쪽으로...”
직원들은 두 사람을 복층 계단 위에 있는 3층의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그 곳 계단 위와 방의 입구 앞에는 건강한 체격에 검은색 타이를 맨 경호원들이 손을 앞으로 모으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출입증을 보여주자 길을 터주고 방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방 안에는 이번에 새로 론칭했다는 시계 4개가 화려한 케이스 위에 진열되어 있었다.
“고객님,이게 이번에 새로 론칭된 트레디셔널 울트라씬 라인입니다...”
직원은 손에 장갑을 끼고 시계를 민재의 눈앞에 들어 보이며 새로 나온 시계에 대해 열정적으로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민재도 이번에 새로 나온 시계에 관심이 가는 듯 상당히 주의 깊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계는 역시 같은 리치0트 사 예하에 있는 예00쿨트르 마스터 울트라씬 퍼페츄얼.
여기서 울트라씬 이라는 건 기계식 시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얇은 두께의 시계를 말하는데,
바00콘스탄틴에서도 이번에 예00쿨트르 못지 않은 얇은 두께의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민재의 시선이 꽂힌 시계는 퍼페츄얼 캘린더가 있는 제품,
퍼페츄얼 캘린더란 시계 안에 월, 일, 요일 등의 달력 기능을 표시할 수 있는 기계식 장치를 말하는데,
민재가 가진 하이엔드 급 시계들 중 이런 퍼페츄얼 캘린더 기능이 있는 시계가 여럿 있을 만큼 그가 애정하는 디자인이었다.
그의 앞에 진열된 4개의 시계 얇으면서도 퍼페츄얼 캘린더가있는 실버 계통의 시계가 하나 있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시계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고객님, 한번 착용해 보시겠어요?”
“네, 부탁드려요.”
민재는 시계를 차지 않은 오른손을 내밀었다.
직원이 장갑을 낀 손으로 그에게 신상 시계를 채워주었다.
1cm 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얇은 두께, 그리고 왼손에 차고 있는 트루비용 시계에 비해 훨씬 가벼운 무게,
그리고 깨끗한 은백색 바탕에 가독성 있게 표현된 시게 바늘들과 캘린더,
아름다운 예술 그림 같은 낮과 밤을 표시해주는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태양과 달 그림이 그려진 문페이즈...
게다가 검은색 가죽 스트랩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보통 명품 시계 스트랩으로 스틸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민재는 왠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스틸 스트랩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손목을 감싸주는 가죽 스트랩을 훨씬 더 선호했다.
악어가죽 스트랩도 착용하긴 하지만 그것도 살짝 차가운 느낌을 주어서 살짝 호불호가 갈리는 느낌.
아무튼,
간만에 민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시계를만나게 되었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오늘이론칭 이벤트니 바로 구매는 안 될 것 같고, 구매 예약을 하면 언제쯤 받아볼 수 있을까요?”
이미 여러 번 민재에게 시계를 판매해 본 백화점 직원은 그가 이 시계를 확실히 구매할 것이란 걸 단박에 알아차리고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고객니임~♡ 오늘 이벤트는 고객님처럼 우리 바00콘스탄틴 VVIP 고객님들께서 다른 분들보다 먼저 이 제품들을 예약 후 선구매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지금 예약을 하시면 바로 스위스의 장인들이 고객님을 위한 시계 제작을 시작해서, 약 두 달 뒤에 제품을 받아보실 수 있게 되실 예정입니다.”
두 달.
바00콘스탄틴 정도의 명품을 위해서라면 두 달정도의 기다림도 값어치가 있는 법이지.
민재가 구매를 결정하고 예약 주문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아이가 민재의 시계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물었다.
“오빠, 드디어 마음에 드는 시계를 찾으셨군요? 축하드려요!”
“네, 진짜 오랜만에 나를 위해서도 좀 크게 쓰게 되었네요.”
아직 직원으로부터 이 제품의 가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민재는 이 시계의 금액을 대략 1억원 정도로 짐작했다.
그는 어지간한 명품 시계 라인들과 가격들은 모두 꿰뚫고 있었는데,
바00콘스탄틴에서 나온 퍼페츄얼 캘린더 제품의 가격이 대략 8,9천만원 정도이고 이 제품은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이고 하니, 트루비용이 달려있지 않아도 1억원은 넘어갈 거라 본 것이다.
‘그동안 아이를 위해 해준 것도 많으니, 이거 산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민재가 조심스레 그녀의 눈치를 살피려고 할 때,
그녀가 해맑은 표정으로 직원에게 물었다.
“그런데요, 오빠가 찬 거랑 똑같은 제품으로 여성용 시계는 없을까요?”
“이거랑 똑같은 여성용 시계요???”
직원은 크게 당황한 표정을지었다.
일반적인 예물시계들과 달리,바00콘스탄틴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서는 남녀 커플로 매칭시킬만한 라인들은 잘 내놓지 않는다.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보면 있을 수도 있지만 상당히 희소한 편.
더욱이 이번에 새로 론칭한 제품이니만큼 남녀 커플 제품이 구분되어 출시되지도 않았으려니와,
여성용 시계 중 퍼페츄얼 캘린더가 있는 제품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런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 기계식 시계들이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해서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민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시계와 똑같은 걸로 커플 시계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민재도 직원을 향해
‘아이가 말한 대로, 이거 여성용 시계 있어요?’
라고 묻는 듯 직원을 바라보고 있었고,
당황한 직원은 이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두뇌를 풀가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