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파라다이스에서의 크리스마스 (1)
파라다이스에서의 크리스마스 (1)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
두 사람은 여행용 가방(이것도 둘 다 똑같이 루이0통 케이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원래 민재가 가지고 있던 루이0통 여행용 가방을 마음에 들어 하며 자주 애용하던 아이를 위해 민재가 신상 케이스를 선물해 주었다.)에 짐을 챙겨 인천으로 향했다.
“이번에 가는 곳이 인천이면, 저번에 갔었던 차이나타운과 가까운 곳인가요?”
민재와 아이는 지난 여름 부산을 다녀오고 나서 인천 차이나타운과 월미도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백년짜장이며 월병, 성젠바오(육즙만두) 등 차이나타운에 있는 먹거리들을 두루두루 뿌시고(?) 다녔었는데,
아직 한국 지리가 익숙하지 않은아이는 목적지가 인천이라고 하자 먼저 그곳부터 떠올랐던 모양이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메르세데스 벤츠에 짐을 싣고 출발 준비를 하는 두 사람,
민재가 조수석에 앉은 아이에게 안전벨트를 매어주며 말했다.
“같은 인천이긴 하지만 거기서 조금더 가야 되요. 영종도라고, 국제공항 있는 곳이죠.”
“아, 영종도 알아요! 거기 공항 주변이라 호텔 되게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 오늘 갈 곳은 거기 있는 호텔 중에 P-C 호텔이에요.”
“P-C 호텔이면... 아, 거기...! 예전에 연예인들이 광고했던 그 호텔 맞죠?”
두 사람을 태운 메르세데스 벤츠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출발하고 있었다.
“네, 맞아요. 요즘에는 광고안하는 거 같던데... 처음에 오픈할 때는 K-pop 톱스타들 동원해서 광고도 찍고 홍보도 많이 했던 곳이죠.”
“거기 호텔 안에 클럽도 있고 쇼핑몰도 있고, 수영장하고 스파도 있다고 들었는데! 오빠 그래서 거기 예약하신 거예요? 저를 위해서?”
민재는 아이에게 이번 여행 동안 입을 비키니 수영복도 챙기라 했었는데, 사실 그 외에 이번 크리스마스 여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일절 말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가보면 무척이나 놀랄만한 곳이라고, 일부러 안알랴줌을 시전하고 있는 것.
아이는 민재가 물놀이를 좋아하는 자신을 위해 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가득한 풀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는가보다, 생각하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민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 호텔 안에 수영장이랑 스파 있는건 맞지만, 그 안에 보다 근사한 곳이 있어요. 우린 거기서 놀 거예요.”
“더 근사한 곳이요? 어떤 곳인데요, 오빠?”
“보다 럭셔리하고... 보다 프라이빗한... 그런 공간?”
아이가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오빠, 그럼 또 스위트룸 같이 비싼 곳을... 저 때문에 돈 많이 쓰신 거 아니에요?”
“우리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인데, 우리 둘을 위해 필요한 만큼 썼어요.”
“필요한 만큼요?”
“네, 절대 내 수준을 오버해서 과소비하는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민재는 아이를안심시키듯 말했다.
근데,
네 수준을 오버해서 과소비할 수 있는 사람은 만수르나 빌게이츠, 아니면 적어도 국내 재벌은 되야 가능한 거 아닌가...?
“어떤 곳인지 무지무지 궁금해요~! 오빠가 이렇게 우리 어디 가는지 말씀 안 해주시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그렇죠? 미리 말해주면 도착했을 때 서프라이즈한 느낌이 반감될까봐 이러는 거니까 조금만 이해해줘요. 알았죠?”
“네, 오빠~!”
아이는 민재의 근육 가득한 팔뚝을 살포시 잡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 * *
강남구 삼성동에서 인천 영종도 P-C 호텔까지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1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량이나 해외로 나가기 위해 인천 국제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10시 쯤 일찍 출발했는데, 의외로 교통 혼잡으로 정체되는 곳이 별로 없었다.
영종도의 P-C 호텔에 도착하니 11시 반,
아직 체크인이 가능한 시간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차를 지하 주차장에 발렛을 맡기고 짐을 챙겨 호텔 로비로 향했다.
“어떡하죠, 오빠? 너무 일찍 와서 우리 객실로 못 들어가는 거 아니에요?”
“뭐, 지금 체크인이 안 되면 컨시어지에게 짐 맡기고 쇼핑몰에서 밥 먹고 올라가도록 하죠.”
“네, 그게 좋을 거 같아요!”
P-C 호텔의 지하주차장은 상당히 넓었다.
그냥 넓기만 한 게 아니라 호텔은 물론 호텔에서 관리하는 부대시설들과도 모두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지하주차장에 있는 통로를 따라가면 호텔은 물론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 카지노로 건너갈 수도 있었고,
지상으로 나오면 클럽과 수영장 / 스파, 테마파크, 미술관 및 전시장으로도 갈 수 있었다.
이 호텔에 투숙하기로 한 날 3박 4일,
이 기간 동안 밖에 안 나가고 실내에서만 지내며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호텔로 들어가는 지하 입구 반대쪽에고급스러운 조각들이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는 카지노의 출입구가 보였다.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빠, 여기 카지노가 있네요? 원래 한국은 카지노 도박이 불법이지 않나요?”
“국내에도 합법적인 카지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곳들이죠. 여기도 마찬가지로 외국인들만 출입 가능한 곳일 거예요.”
“그럼 한국 사람들은 아예 카지노 같은데 못 가요?”
“강원도에 국내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가 있다고 해요. 거기말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도박장은 불법 도박장 밖에 없지요.”
“그럼 여기 나는 들어갈 수 있는데, 오빠는 못들어가겠네요? 흐흐흥~♡”
“왜, 아이, 카지노에 가 보고 싶어요?”
“아니요, 저 카지노나 빠칭코 엄청 싫어해요. 그런데 가서 도박하는 사람도 모두요! 원래 제가 아이돌 할 때 있던 일본 연예기획사가 어떤 곳인지 아시잖아요? 그 사람들 빠칭코 도박판 사업도 했어서 그런 데 가는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부류의 사람들인지 저도 들어 잘 알고 있어요.”
아이가 민재의 팔을 꼬옥 잡으며 물었다.
“오빠는 도박 해보셨어요?”
“고스톱이나 화투 같은 것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어려서 형제, 친척들이랑 원카드 해본 게 다에요.”
“오~ 남자들 중에 은근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오빠는 그런 거 안 해서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도박 비슷한 것도 하면 안 돼요, 알았죠?”
“도박 비슷한 거라면... 이미 하고 있는 게 있는데 어쩌죠?”
“헤에~? 뭐요? 어떤 거 하고 계신데요?”
“....주식이요.”
하긴, 주식도 도박이나 뭐 크게 다르지 않은 판이긴 하지.
그래도 민재 얘는 주식해서 몇 십억씩 돈 버는 애니까 뭐...
호텔 입구에 다다르자 컨시어지(호텔에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그들의 짐을 받아 로비로 안내해 주었다.
민재가 컨시어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 오늘부터 투숙하기로 예약을 했는데요, 지금 체크인이 가능할까요?”
“원래 체크인은 오후 2시부터 가능하지만 고객님이 묵으실 객실의 하우스키핑(객실 정비)이 끝났다면 체크인이 가능하신데요, 로비 직원에게 물어보시면 더 자세한 설명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민재는 로비까지 짐을 들어준 컨시어지에게 만원 짜리 지폐를 한 장 건넸다.
원래 지갑이나 현금은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이렇게 호텔에서 팁 줄 것 생각해서 미리 현금을 찾아 놓은 것.
팁을 받은 컨시어지는 정중하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원래 있던 지하 출입구 쪽으로 유유히 돌아갔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예약 확인 도와드릴까요?”
로비 데스크 직원이 두 사람에게 환하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네, 강민재 이름으로 예약했습니다.”
“강민재 고객님이요... 저희가 아직 체크인 가능 시간은 아니지만 하우스키핑이 끝나고 예약하신 객실에 입실 가능하지부터 먼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업무용 컴퓨터를 통해 예약자이름을 확인하던 로비 데스크 직원은, 화면에 뜬 예약 내용을 보고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 저... 그,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 예약하신 거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역시 입실 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까요?”
“아, 아닙니다, 고객님! 자,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그랜드 디럭스 전속 버틀러를 바로 호출하겠습니다. 버틀러가 도착하는 대로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상냥하고 친절하긴 했지만 민재가 예약한 객실이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라는 것을 안 그녀는 아까보다 훨씬 깍듯한 말투와 태도로 그들을 안내했다.
두 사람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로비 데스크 옆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잠시 대기하게 되었다.
“오빠, 객실 이름에 그랜드 디럭스 같은 말이 붙었으면 일단 펜트하우스나 스위트급으로 좋은 객실일 거 같긴 한데... 저 직원분 반응이 상당히 깜놀하신 거 같은데요? 그 방이 대체 어떤 방이길래 그러는 거죠? 게다가 버틀러면... 집사 아니에요?”
아이의 물음에 민재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냥 여기서 가장 좋은 방이에요. 버틀러 서비스는 우리가 투숙하는 동안 직원 한 명이 우리에게 고정적으로 붙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구요. 그냥 다른 호텔 서비스보다 더 편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그리고 아까 풀빌라라고 했잖아요? 풀빌라면, 객실 안에 수영할 수 있는 풀이 있는 건가요? 지난번에 갔었던 B호텔 풀 스위트처럼?"
“음... 이따가 가보면 알겠지만 거기보다 훨씬 규모도 더 크고 시설도 훌륭할 거예요.”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오빠... 여기 하룻밤 자는데 얼마인데요?”
“1박에 2천만원이요.”
“헤에에에에~?!?! 2천만원이요?!?!?!”
원래부터 컸던 아이의 두 눈이 토끼눈마냥 땡그랗게 떠졌다.
“아니, 아니... 오빠, 아니 그래도, 아니... 1박에 2천만원이면 3박 4일에 6천만원인데, 어떻게 이렇게 비싼데에...”
“그래도 조식이랑 룸안에 음료나 식품들이랑 여러 서비스도 모두 무료고, 거기 객실의 수준까지 고려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인거 같은데요?”
“합리적이요...? 1박에 2천만원이면 조식에 점심, 저녁까지 다 갖다 줘도 모자랄 거 같은데. 그래도 하룻밤 자는데 2천만원이면 너무 큰 돈이잖아요?”
민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이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이, 그동안 아이가 내게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한 달에 돈은 얼마나 버는지 등에 대해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내 경제력에 대해 정확한 설명해 주지 못한 것도 미안하구요.”
“아니, 그건 오빠가 미안해하실 필요가... 그리고 오빠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 한 달에 얼마나 많이 버는지는 제가 굳이 알 필요 없는 일이니까... 오빠가 지금처럼 돈이 많이 않았어도 난 오빠를 좋아했을거고 사귀었을 거니까... 그래서 안 물어봤던 건데...”
민재가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아무튼 당신 남친, 이제 조만간 당신 남편 될 사람, 당신을 1박에 2천만원 하는 이런 데에 데려와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충분히 여유 있을 만큼 능력 괜찮은 사람이란 것만 알아주세요. 여기서 1박 하는데 드는 비용? 그 정도 돈은 주식에 투자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나 내가 가지고 있는 건물들에서 받는 임대료, 기타 수익들 고려하면 24시간도 안 되서 벌 수 있는 돈이에요. 그냥 내가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을 몽땅 투자해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주는 거다, 이렇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당신은 나에게, 내가 가진 전부를 다 바쳐서 행복하게 해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아... 오빠...”
“돈 많다고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고, 과소비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최고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고로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는 거... 내 마음 알죠?”
“네...네, 알아요... 고마워요, 오빠...”
아이의 눈가에 이슬이 방울방울지고,
민재는 웃는 얼굴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마에 살짝 키스해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투숙하시는 동안 고객님을 모실 전담 버틀러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고객님을저희 호텔의 자랑, 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말쑥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 버틀러 직원이 두 명의 컨시어지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민재는 손으로 그녀의 눈가에 아롱거리는 눈물을 살짝 닦아준 후,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이제 갈까요?”
“네, 오빠...”
민재가 살짝 그녀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달콤하게 속삭였다.
“아직 아이는 내 노예니까... 내 말 잘 들어야죠? 여기서 지내는 동안 절대 부담 갖거나 하지말고, 나와 함께 즐겁게 보내야 해요. 이게 아이의 주인님이 내리는 명령이에요. 알았죠?”
아이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수줍게 웃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틀러와 컨시어지 직원들이 그들의 짐을 들고 그랜드 디럭스 풀빌라로 안내하는 동안,
아이는 민재의 팔짱을 꼭 끼고, 행복이 넘치는 표정으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