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술, 담배, 마약 (21/66)



〈 21화 〉술, 담배, 마약

Chapter.3-5 술, 담배, 마약(5)

니코는 점액을 찍어 맛을 보더니 말했다. 꼭 맛을 봐야만 아는 것일까?

“확실히, 이번 점액에는 알코올이랑 담배 속 성분이 들어있네.”

레이나는 나를 양팔로 껴안은 채 말했다.

“들었지? 앞으로 능력을 키울 방향성 중 하나야.”

“네?”

“점액에 들어있는 성분을 조절하는 것. 필요할 때 필요한 성분만 내뿜을 것.  번도 해본 적 없었지?”

“어...네... 그렇죠? 근데, 여기에서요?”

굳이 욕실이어야 했을까?

“응, 뭐 상관있어?”

“아니... 아니에요...”

능력의 문제가 아닌, 인지 여부의 차이였던 것일까. 점액 속의 것들을 파악하려고 하자, 무언가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선명하게 느껴진다.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차이를 느끼고 나눌 수는 있었다.

욕조의 점액에 잠긴 채, 점액을 크게 둘로 구분했다. 니코가 번갈아 맛을 보더니 말했다.

“한쪽은 알코올이고 한쪽은 담배 속 유해물질이네.”

“그... 담배쪽은 너무 많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뭐, 타르나 일산화탄소 같은 것들이겠지. 그건 따로 먹으면서 차차 구분하면 돼. 오늘은 이까지만 하는 거로 하자. 내일은 마약류에 대해서 익혀야 하니까.”

“네에...”

“어디가니?”

점액들을 다 흡수한 후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는데 딱 붙들렸다.

“네?”

레이나가손으로 무언가를 들었다. 달랑달랑. 꼬리가 마치 방울뱀처럼 요사스럽게 요동쳤다.

“이거다시 착용하고 씻고 가야지.”

“히이...”

***

삐빅거리는 알람에맞추어 일어났다. 침대 옆이 비어있어 슬리퍼를 신고 거실로 나갔더니 레이나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무언가 고소하면서 기름진 냄새.

“일어났니?”

“네에.”

“식탁에 앉아.”

그러고 보니 여기 와서 식탁을 사용한 것은 처음인가?

잠시 기다리자, 레이나가 그릇에 음식을 담아왔다.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제거한 바삭한 베이컨과 노른자를 익히지 않고 써니사이드업으로 예쁘게 부친 계란후라이, 토스터에서 막 올라온 식빵까지. 무난한 아침 구성이었다. 그녀의 뒤로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는 니코가 보였다.

쪼르르. 우유를 유리컵에 각자 따랐다.

속옷 위에 서로 색과 치수만 다른 반투명한 캐미솔을 입고 있는걸 보자니 괜히 부끄러워져 먹는  집중했다.

“아침 먹고, 사무실로 가자. 거기 모인 다음 출발할 거야.”

난 식빵에 잼을 한가득 바른 후 입에 물고 있었던 터라 고개만 끄덕여 응답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베이지색 원피스에 갈색 카디건을 걸치고, 흰색 양말과 검은 단화를 신은 후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머리띠는 제외되었으나, 이내4칸으로 늘어난 꼬리와 빨간색 초커는 착용한 채였다.

속옷은... 검은색 스포츠 브라만 찼다. 이럴 거면 팬티는 왜 같이  거야? 팬티도 좀 입게 꼬리는 이제 좀 빼줬으면 좋겠는데...

“드라이나 고데기가 안 먹히는 게 아쉽네.”

레이나가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능력 때문에 어떠한 반응을 가해도 머리가 변하지 않아서, 스타일을 바꾸려면 묶거나 틀어 올리는 방법 정도밖에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적응을 풀고 시도해 보았지만, 이번엔 복구능력이 발을 잡아버렸다.

“어쩔  없죠. 필요하면가발이라도 쓰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게, 다음에 해봐야지.”

“네?”

항상 내 입이 문제다.

사무실까지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혜지는 거실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다가 우리를 돌아보며 인사했다.

“오셨어요?”

“제때 일어났네, 유연이는 자고?”

“네 아마 자고 있을 거예요. 아니면 게임을 하고 있던가.”

“뭐  나갈 일 없으니까 상관없지. 시간이…. 충분하겠네. 머리만 말리고 가자.”

레이나는 탁자 위에 올라와 있는 신문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재미없는 신문은 접어두고, 핸드폰을 켠 채 이것저것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아, 담배도 피워야 하는데….

내가 담뱃갑을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자, 레이나가 말했다.

“그건 이따 가서 피고, 이제 나가자.”

“뭐 타고 나가요?”

“그야 물론 협회 차로. 따라와.”

레이나를 따라 우리가 간 곳은 능력자 협회 건물 뒤편이었다. 2층에 있는 내부용 전용 통로를 따라서 간 곳에는 협회의 업무용차들이 주르륵 있는 주차장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차들의 생김새가….

“와아….”

도로 위를 다니던 차들과는 다르게 마치 장갑차 마냥 모든 차가 각종 장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차들은 짙게 선텐이 되어 있어 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일부 차들은 위쪽에 중기관총들이 달린 곳도 있었다.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긴 하지만, 튀어나오는 괴물들이 있어서 그런 녀석들은 뭉개고 가야 해. 그래서 장갑으로 떡칠 되어 있지.”

“아하….”

“보자... 예약한 차량이... A12구역... 여기다.”

그녀는 해당 구역에 주차돼있는 차량 앞쪽으로 가서 창문을 두드렸다. 조수석 위쪽에 기관총이 달려있고, 12인승 승합차를 개조한 듯 꽤 길었다.

똑똑

창문이 내려가며, 창문 너머로 머리가 내밀어졌다.

“오셨어요? 서류 보여주세요.”

그는 서류를 받아 조수석에 있는 인영에게로 넘긴 후, 확인이 완료되자 전자식 개폐 장치가 달린 옆문을 열었다.

“레이나님 외 2명 확인되었습니다. 타세요.”

그렇게 탄 내부는 장갑 덕분인지 크기에 비해 좁았고, 대신 의자의 개수가 4개밖에 되지 않았다. 운전석 부분과 뒷부분은 벽으로 쳐져 작은 창문을 제외하면 완전히 구분되어 있었다. 안에서는 쿰쿰한 담배 냄새가 났다. 킁킁, 시트에 깊숙이 담배 냄새가 배 있었다. 레이나가 앞쪽에, 뒤쪽에 나와 혜지가 앉았다.

“9시 되면 출발하겠습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그렇게 말한 후 운전석과 연결된 작은 덧창을 닫았다. 닫힌 이후에야 레이나가 입을 열었다.

“공식 출장이라 협회에서 차량 지원이 나와. 물론 나 혼자 갈 때는 보통 날아가지.”

“아하….”

“그리고 안에선 담배 피워도 되니까 피고 싶으면 펴도 돼. 나야 냄새 차단하면 되니까.”

그래서 앞에 따로 앉고 나랑 혜지를 뒤로 보냈구나.

“넹.”

“나도 같이 피자.”

둘이서 나란히 담뱃불에 불을 붙인 후, 깊게 빨아들였다.

차는 어느새 출발해, 짙은 창 너머로 도시 경관이 보였다.

“어라?”

“왜?”

“차 소음이 적어서요.”

“전기차라서 그래. 기름이 없으니까 대부분 전기차로 대체되었거든. 어차피 이동 거리가 짧기도 하고. ”

“아하. 근데 저희 인천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나는 담배를 다시 물면서 물었다.

“인천항, 압류구획.”

“압류요?”

“응, 밀반입된 마약류가 거기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거든. 버리지도 못하고 태우기도 뭣하고 처치 곤란인 걸 대신 처리해주러가는 거야.”

“혜지 언니는요?”

“난 마약류 검사 및 샘플 채취. 괜찮은 거 있으면 신께 바칠 거야.”

“헤에….”

“난  잔다. 너희들도 잘 거라면 알아서 자.”

“네.”

“알겠어요.”

나와 혜지는 조용히 담배만 계속피웠다. 그녀는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면서 담배를 피웠고, 나는 창밖을 쳐다봤다. 비가  듯 흐린 구름 사이로 저 멀리 커다란 비행선이 낮게 날고 있었다.

도로 사정은 아주 원활해서 차는 막힘없이  달려갔고 어느새 시 외곽으로 접어들었다. 외곽의 건물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페인트칠이 떨어져 나갔고, 군데군데 부서진 부분도 보였다. 건물 옥상에는 드문드문 정체를 알 수 없는 깃발들이 올라가 있었고, 천막들이 쳐있어 누가 있는지 알  없었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는 시내와 다르게 다른 차들을 보기 힘들었고, 보이는 차들조차 중무장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참을 막힘없이 간 후, 차가 도로를 가로막은건물 앞에서 멈췄다. 전기차라 그런지 소음이 거의 없어, 배경과 진동을 통해서  수 있었다.

건물의 1층과 2층을 다 뚫어 놓고 도로를 깔아놓아 마치 성문처럼 보였다. 8차선 도로였던 지라 중앙에서도 창문을 통해 좌우 및 천장을 볼  있었다. 천장에는 정체불명의 기물들이 다닥다닥 설치되어 있었고, 앞쪽으로 톨게이트 부스처럼 보이는 것들이 나란히 보였다. 건물 주위에는 다른 장애물이나 건물들이 없이 너른 공터에 꽤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오직 이 차만이 톨게이트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운전석 쪽에서 무언가 대화 소리가 들리더니,차량이출발했다.

이제야 도시 밖으로 나가는 거구나.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안에서보지 못한 높이가 일정하지 않은 거대한 방벽이 있었다. 기존에 지어져 있던 아파트 단지를 활용한듯, 콘크리트 건물들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방벽은 콘크리트 건물들을 활용하여 건물 사이를 메꾸면서 건설되어 있었다. 저래서 협회 건물 안에서 봤을 때 방벽 같은 게 쳐져 있는 티가 안 났구나... 안쪽은 건물들을 그대로 활용한  반해, 바깥쪽은 건물을 전부 밀어버려 넓은 회색빛 평야 지대로 만들었다.

본래 있었을 다른 건물들은 다들 사라지고 울창한 숲 사이로 거대한 고속도로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중간중간 첨탑처럼 부서질 듯   한 건물  개가 남아 있었다.

“다른 차들은 이동 시간이 정해져 있어.”

“네?”

가만히 있던 혜지가 말을 꺼냈다.

“운송과정의 안전을 위해서 한 번에 나갈  있는 차량을 정해놓고 그 시간대에 한꺼번에 움직이게 하거든, 이런 업무용 차량만 비정기적으로 통행할 수 있어. 사냥꾼들  입구는 또 다른 곳에 있고.”

그러니까 여기는 원래 무역용 도로고, 괴물 사냥을 위해선 다른 입구로 나가야 한다는 거구나. 하긴, 서로 다루는 것이 다를 테니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구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문득 차의 시트를 확인해봤다. 담배 냄새로 가려져서 잘 몰랐으나, 군데군데 짙게 물든 핏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또한 괴물이나 사람들의 피일까?

“그리고... 담배 좀 줄래?  개비 남았어?”

“어... 여덟 갑이요.”

“...”

핸드백에 딱히 넣을 게 없어서, 핸드폰과 카드를 뺀 여유 공간을 담배로 적당히 채워뒀다. 예쁜 지갑을 하나 사둬야 하는데….

“이걸로 드릴게요.”

포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밀수 담배가 아닌, 일반 담배를 건넸다.

“아, 고마워.”

“괜찮아요.”

어차피 담배는 많았으니까.

자욱하게 찬 연기를 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치마를 올려 치마가 점액에 닿지 않게끔   하체로부터 점액을 내보냈다. 어차피 여자들끼리니까 상관없겠지? 완전히 열린 음부 아래로 보이는 꼬리가 거슬렸다.

점액을 길게 늘여 촉수처럼 세웠다. 두 개를 만들어 하나는 핸드폰을 거치하기 위한 거치대로 쓰고, 하나는 촉수에 입을 만들었다. 생각대로라면 될 것이다. 무언가를 흡입하기 위해 입이 나 있는 촉수는 길게 관이  음부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대로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하자, 담배 연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옆에서 신기한 듯 혜지가 쳐다봤다.

“오, 이거 편하겠다.”

비록 진공청소기처럼 공기를 빨아들이는 단순한 기능만 있긴 해도, 조금 더 숙달된다면 점액을 조절해 좀 더 세세하게 조정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차의 속도가 점차 줄어갔다. 창밖으로 여태껏 보지 못했던 거대한콘크리트 성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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