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방에서 들려오는 주인님의 목소리에 저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잠깐 침대에 앉아 계세요."
잠시 후, 은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루, 루디 씨...?"
그 말과 함께 여자의 작은 비명과 함께 침대가 들썩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직후, 저는 목덜미가 간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내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혀로 핥는 것 같은 야릇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옆 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인님의 애무를 받는 것인지 여자는 색기 어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목덜미와 쇄골을 핥는 듯한 애무를 받은 직후, 그녀와 제 신음이 겹쳤습니다.
혹시 성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 몸이 이렇게 달아오를 리가 없습니다. 저는 계속 펄럭이며 춤을 추고 있는 날개를 잠시 보다가 이번에는 입 안을 휘젓는 듯한 따스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옆방에서는 키스 중인 걸까요.
주인님은 부드럽게 혀를 핥더니 천천히 제 입 안을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농밀하고도 부드러운 키스가 끝났을 때, 저는 완전히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분명 제가 키스를 한 것도 아니고, 그 감각을 공유했을 뿐인데도 이 정도라니. 저도 모르게 몸을 떨며 막대한 쾌감에 전율했습니다. 게다가 묘하게 아랫도리가 축축해져서 살짝 바지를 벗어보니 음부가 끈적거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연인이 없는 사람들은 '자위'를 통해 성욕을 해소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심스레 음부에 손을 뻗어 바깥 부분을 살살 문지르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붕 뜨는 것 같기도 한 어색한 기분에 저는 좀 더 음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습니다.
그렇게 자위를 하는 법을 상상 하던 도중 갑작스레 젖꼭지를 간질이는 감각에 신음이 터져나왔습니다.
"하응..."
키스를 지나 이번에는 가슴인 걸까요. 역시 주인님은 빈유를 좋아하는게 분명합니다. 젖꼭지에 느껴지는 간지러움을 참으려는 순간 다시금 입 안을 부드럽게 핥는 감각이 겹쳐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은발 여자의 젖가슴을 손으로 간질이며 입을 맞추는 주인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기분이 갑자기 확 나빠졌습니다.
주인님이 다른 여자의 몸을 탐하는 상상을 할수록 달아오른 기분이 식었습니다. 무엇 때문인 걸까요.
결국 기분이 나빠진 저는 자위 시도를 그만두고 다시 바지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감각이 공유되는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슴 다음은 음부였습니다.
음부를 비벼대고, 혀로 핥아대는 짜릿한 감각에 저는 눈을 감은 채 이불로 입을 막았습니다. 제 신음이 옆방에 흘러갔다간 주인님이 제 정체를 눈치채실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읍...으응"
주인님과 다른 여자가 섹스하는 것이 기분 나쁜 것과는 별개로 제 몸은 착실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끈적거리는 액체가 계속 흘러나와 바지를 적셨습니다.
그러던 순간, 제 음부 안으로 뭐가 파고드는 감각에 입술을 질끈 씹었습니다. 질 안을 파고든 손가락은 몇 번 안을 휘젓더니 잠시 후 좀 더 굵어졌습니다. 손가락을 하나 더 넣기라도 한 걸까요.
이대로 가다간 바지에 실례를 해버릴 것 같았습니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자극을 받았다간 그대로 소변을 지려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니, 소변과는 다른 무언가 같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후아..."
계속되는 쾌감은 잠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잠시 쉬고 있는 걸까요. 안심하며 바지를 벗으려는 순간, 입 안에 무언가가 들어오는 감각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딱딱하고, 두꺼운 무언가가 제 입 안을 가득채웠습니다. 이건... 아마도, 주인님의 물건이겠죠. 몇 번인가 입 안에서 팽창하며 제 입 안을 왔다갔다하는 감각에 조금 몸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입 안을 넘어 목구멍까지 갑작스레 물건이 관통하자 저는 꺽꺽대며 가슴팍을 두드렸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감각에 그대로 질식하는 줄 알았습니다.
목 안을 타고 내려가는 액체의 감각이 찝찝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삼킨 것은 아니지만 그 불쾌한 감각은 그대로 공유되었습니다.
느껴지지 않는 정액의 맛을 상상하며 침을 꿀꺽 삼킨 저는 이윽고 제 음부를 간질이던 무언가가 파고드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금 전 주인님의 손가락보다도 훨씬 두껍고 굵은게 제 질 안을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끔찍한 고통에 곧바로 베개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음부가 대못으로 관통되는 듯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다만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내지른 덕분인지 소리가 크게 울리지는 않았습니다. 질 안이 터질 것처럼 가득차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치 생 살을 찢어내는 듯한 끔찍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몸을 뒤척이다 벽에 머리를 박고 말았습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울리자 저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이불을 끌어당겼습니다. 혹시 방금 전의 일로 주인님이 눈치채신 것은 아닐까요.
다행히 주인님이 제 방으로 들어오시는 일은 없었습니다.
지금 제 모습을 보셨다간 경멸하실게 분명했으니까요. 바지를 완전히 벗고 몸을 웅크린 채 음란하게 음부를 만져대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주인님에게 들킨다고 상상하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윽..."
주인님의 물건이 안쪽까지 파고 들어오는 감각에 음부가 얼얼 했지만 입술을 꾹 다문 채 어떻게든 참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 주인님의 물건이 제 음부를 찌르고 빠져나가는 것을 왕복하자 고통이 천천히 줄어들었습니다.
고통은 서서히 사라지고 쾌감만이 남았습니다. 가슴을 만져지고 젖꼭지를 간지럽혀지는 감각과,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는 듯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머리가 새하얗게 되버렸습니다.
더 이상 쾌감을 견뎌내지 못한 아랫도리가 물을 뿜어댔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누던 소변처럼 노란색이 아닌 투명한 색의 물이었습니다. 냄새도 소변과는 달리, 조금 야한 냄새가 났습니다. 이불보를 흠뻑 적셔버린 저는 황급히 정리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지만 이어지는 쾌감에 다시 엎드렸습니다.
"읍...으응...하응"
질 안을 관통당할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몰려와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베개에 얼굴을 비벼대며 주인님의 얼굴을 떠올리자 더욱 흥분됐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쾌락에 빠져 한 번 더 이불을 아랫도리에서 뿜어진 물로 적시고도 쾌락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발가락을 핥아지고, 엉덩이를 맞는 감각에 저는 필사적으로 신음을 억눌렀습니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났을 때, 저는 완전히 웃옷과 바지를 모두 벗은 채 알몸으로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압도적인 쾌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쾌락을 느끼고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같은 생각도 들고, 주인님을 생각하니 다시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주인님과 그 여자는 잠들었는지 더 이상의 감각과 신음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금방이라도 풀려버릴 것 같은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 이불을 들고 욕실로 갔습니다.
대야에 받아져 있는 물과 비누를 사용해 몰래 이불을 빤 뒤, 제 방으로 들고 왔습니다. 축축하고 차가웠지만 이불에서 이상한 냄새를 풍기다 주인님에게 들키는 것보다는 나았습니다.
이불을 빠는 김에 세수와 함께 몸도 씻었습니다. 끈적거리는 아랫도리를 물로 씻으니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외면하며 깨끗이 씻었습니다.
간신히 빨래를 끝내고 돌아온 저는 이불을 바닥에 깔고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방금 전의 일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가 심했는지 저는 그대로 곯아떨어졌습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밖에서 들려오는 주인님의 목소리에 문을 열려다 이어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를 듣고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았습니다.
어제 주인님과 섹스를 했던 여자는 아직 가지 않았는지 주인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벽에 귀를 붙인 채 엿들어 보니 주인님이 만든 아침이 맛있다는 칭찬이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먹은 스프와 빵을 생각하니 입 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확실히 어제 아침을 먹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꽤나 고팠습니다. 점심은 못 먹더라도, 저녁까지 굶었으니 하루를 내리 굶은 셈입니다.
하지만 주인님의 명령을 기다리기 위해 저는 허기를 꾹 참으며 다시 이불을 덮었습니다. 지금 멋대로 나갔다간 주인님에게 폐가 되니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주인님이 제 방을 찾아오셨을 때 저는 자고 있는 척을 하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실눈을 떴다가 그대로 주인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하자 주인님은 고기가 놓인 접시와 빵이 담긴 가죽 주머니를 보여주셨습니다.
무슨 고기인지는 몰라도 노예에게 고기를 주는 주인님은 제 주인님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미안하게 됐다. 배 많이 고팠니?"
주인님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빵을 잘게 찢은 접시를 제 앞에 놓아주셨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타이밍 나쁘게도 공복을 참고 있던 배가 사실을 고했습니다.
"......괜한 말을 했구나. 어서 먹으렴."
......죽고 싶은 생각과 고기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붙었지만 늘 그렇듯이 이긴 것은 고기를 먹고 싶다는 쪽이었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고기에 저는 고기를 손으로 집었다가 너무 뜨거워 놓쳐버렸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곧바로 포크로 찍고, 후후 불어 먼지를 털어낸 다음 삼키자 신세계가 보였습니다.
한 입 베어먹을 때마다 기름기가 흘러나오며 입 안에서 고기를 살살 녹이고 있었습니다. 고기란 건 모두 이렇게 맛있는걸까요? 저는 황급히 고기를 다시 포크로 찍어 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고기 한 점을 먹고, 빵 한 조각 먹고 번갈아가며 먹었습니다.
그렇게 고기를 먹어치우다보니 금세 접시는 동이 났습니다. 중간에 목이 메일 때는 주인님이 주신 사과 주스를 마셨습니다. 달콤한 사과 주스가 고기와 빵을 먹으며 입 안에 남아 있던 텁텁함을 모두 지워주었습니다.
식사를 모두 끝내고 주인님을 쳐다봤을 때, 주인님은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슬퍼 보여 저는 저도 모르게 주인님을 불렀습니다.
"주인님?"
제 말에 그제서야 초점을 찾은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주인님은 저를 멍하니 보다가 무릎을 털고 일어나셨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슬슬 정리하자."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주인님은 어째서인지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은 금세 평소처럼 담담한 태도로 제게 물이 담긴 양동이와 걸레를 주시면 제 방을 깨끗이 청소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명령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약간 찔렸습니다.
혹시 어제 이불을 적셨던 것을 아신게 아닐까 싶었지만 주인님의 표정에는 딱히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속으로 안도했습니다.
"네가 쓸 방이니 깨끗하게 닦아야한다. 나중에 확인할거야."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명령에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주인님은 가볍게 웃어주시며 제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시고 가게를 나가셨습니다.
이상하게도 어제부터 계속해서 주인님에게 명령을 받고, 칭찬 받는게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님이 입술을 떼어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주인님이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으실 때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어제의 일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인님이 다른 여자와 교합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 질투하고, 동시에 흥분했습니다.
노예 상인들과 있을 때는 한심하다고 여겼던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 앞으로는 주인님 없는 삶은 상상 할 수도 없었습니다.
맛있는 음식, 편안한 잠자리, 상냥한 주인님까지. 노예가 아니라 어지간한 평민 여자애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저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제게 너무 과분한 행복이 갑자기 주어지자 두렵기도 했습니다. 한 번 행복에 맛을 들이면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 실망도 더욱 커지는 법이니까요.
당장 이 집에서 산 지 사흘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시 빈민가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주인님이 절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주인님의 따스한 말과, 상냥한 행동이 저를 주인님에 빠지게 만듭니다.
"...정작 주인님은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요"
아무도 없는 가게 안에서 그렇게 작게 투덜거리며 걸레를 양동이에 넣어 물로 적셨다가 다시 짜냈습니다. 축축해진 걸레로 제 방을 먼저 닦았습니다.
우선 제 방을 깨끗하게 닦은 다음, 주인님이 돌아오실 기미가 안 보이면 가게 안까지 닦을 생각이었습니다. 창고는 잠겨 있어서 청소할 수 없겠지만요.
제 방은 주인님의 방보다도 조금 작았기에 고작 10분만에 청소가 끝났습니다. 주인님은 적어도 저녁 때는 되야 돌아온다고 하셨으니 가게 안을 깨끗하게 해야겠습니다.
절대 주인님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서 이러는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