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화 (36/260)

"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아가씨를 돕겠습니다."

내 소중한 암캐가 될 여자인데 당연히 잘 돌봐줘야지.

그걸 위한 방금의 포션이었다.

흥분제. 그것도 꽤나 강력한 놈이었다.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온 몸이 달아오른 채 성교를 갈구하게 만드는 정도는 됐다.

아마 앨리스는 오늘 밤에 잠조차 이루지 못하고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몸부림치겠지.

'어릴때부터 집 안에서만 갇혀서 지냈다면 처녀려나?'

어쩌면 성관계나 성욕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내가 천천히 가르쳐 주면 되니 말이다.

나중에는 내 앞에서 자위를 하도록 시켜볼까.

귀족 영애의 자위쇼라. 괜찮을 것 같았다.

앨리스의 새하얀 피부와 머리카락을 내 백탁액으로 더럽히는걸 생각하니 꽤나 흥분됐다.

던전도 사라졌고, 영지가 넘어갈 일도 없다.

당분간은 푹 쉬면서 느긋하게 앨리스를 조교하도록 하자.

점심 시간이 끝날 때 즈음 아슬아슬하게 가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린은 이미 자신이 먹은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선반에 올려둔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막 설거지를 끝낸 것처럼 보이는 냄비와 그릇은 반질반질하게 닦여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직 마법은 사용할 줄 모를테니 욕실에 있는 물과 놓여 있던 비누로 식기를 씻어 헹군 것이겠지.

내 칭찬을 기다리는 것인지 어딘가 기대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린에게 잘 했다고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이런 삶을 위해서 나는 굳이 그런 귀찮은 일에 수고를 들인 것이었다.

더 이상 모험가로 활동하며 아무렇지 않게 몬스터를 죽이거나 인간을 쳐죽이다간 정말로 망가져 버릴 것 같아서.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기에 이런 곳까지 와서 틀어박힌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스스로의 생활에 회의에 느끼던 찰나에 아이린을 만났다.

무미건조하게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내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좀 더 다가가게 되었다. 과거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문득 아이린을 만나고 나서부터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변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난 성격이 둥글어지고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아르웬이 가게에 찾아왔을 때 역시 평소라면 담담하게 받아넘겼을 아르웬의 유혹에 그대로 넘어가 관계를 맺어버리고 말았다.

분명 그 때의 나는 '본능적'으로 아르웬의 유혹을 수락하고 관계를 맺었다.

방금 전의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앨리스를 망가뜨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포션으로 목숨을 구해준 것도 모자라 나를 귀찮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루게 하고 싶은 마음 역시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조교'라는 것은 나 답지 않았다.

모험가 시절의 나였다면 그녀를 그런 상대로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장 소름돋는 것은 평소에 성욕이라고는 없던 내가 앨리스의 몸을 보고 곧바로 '성노예'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점이었다.

델론즈나 할 법한 귀축같은 발상이었다.

"주인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멈추자 의아하게 여긴 아이린이 나를 불렀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둘러대고는 찬장에 남은 빵을 꺼내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아냐. 단순히 기분탓이겠지.

아이린은 아직 서큐버스로서 제대로 성장하지도 않았다.

성인식을 치르지도 않았고, 마법을 사용할 줄도 모른다.

아이린과의 동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변해버렸다고 비약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했다.

나는 서큐버스와 함께 지낸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 때의 나는 분명 평소처럼 냉정을 유지했었다.

잃어버렸던 성욕이 돌아왔을 수도 있고, 숨겨져 있던 내 욕망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아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린의 시선이 따가웠다.

결국 나는 그날 하루 동안 아이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머리를 쓰다듬지도, 안아서 침대에 눕혀주지도 않았다.

물론 너무 거리를 벌리는 것도 그러니 대화는 평소처럼 나누었지만 스킨쉽을 최대한 줄였다.

아이린이 존재 자체만으로 내 성욕을 자극하는게 아니라 하더라도 당분간은 혼자 있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다.

최근에는 거의 하루 종일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기에 이번 기회에 거리를 두고도 생활하는 법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법을 익힐 수 있다면 더 좋고.

다음 날 아이린과 점심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을 때, 창 밖으로 달려온 마차에 타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마차가 가게 바로 앞에 멈추자 지난번처럼 집사장이나 고든이 양산을 씌워 주는게 아닌 스스로 양산을 펼치고는 마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꽤나 급하게 왔는지 마차를 몰던 두 마리의 말들은 숨을 헐떡이며 푸르르 거리고 있었다. 마부는 그런 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의 갈기를 다듬으며 진정시켰다.

들어온 앨리스에게 내 맞은편의 자리를 권했고 앨리스는 대답 없이 자리에 앉았다.

얼굴이 불그스름한걸 보니 약발이 잘 먹힌 모양이다. 늘 새하얀 피부로 창백해 보이던 앨리스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살짝 붉어진 채 묘하게 색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탁자 아래에서 다리를 움찔거리며 조금씩 떨어대는 것도 느껴졌다.

"아이린, 시장에 가서 저녁 찬거리 좀 사오겠니? 메모지에 사와야할 것을 적어놨으니 천천히 둘러보며 사오렴. 남은 돈으로는 군것질 해도 된단다."

준비해 놓은 메모지와 은화가 담긴 주머니를 아이린에게 쥐여주자 아이린은 나와 앨리스를 번갈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했다.

"네. 주인님."

어차피 앨리스에게는 이미 정체를 들켰으니 그녀 앞에서는 주인님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고 말해뒀다.

가게를 나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며 나와 앨리스를 보는게 신경쓰이긴 했지만 꽤 멀리에 있는 시장에서 저기 적힌 재료를 모두 사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넘게 걸릴 것이었다.

어차피 앨리스를 오래 붙잡아둘 생각은 없었다. 당장 밖에서 마차와 마부가 대기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시간을 끌었다간 이상한 소문이 퍼질 수도 있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다 알면서 묻는거죠?"

앨리스는 어딘가 물기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나는 가볍게 손을 튕겨 환각 마법을 발동시켰다. 탁한 회색 마법진이 생겨났다.

아침에 마셨던 포션 때문에 살짝 마나 제어가 불안정했지만 구성이 워낙 단순한 마법이라 별 문제 없이 작동했다.

"이걸로 밖에서는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럼, 일어나서 치마를 걷어 보여주시지요."

앨리스는 어제 입고 있던 복장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프릴이 달려 있는 새하얀 원피스 드레스였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땀 때문에 젖은 드레스의 안쪽 살결이 비쳤다.

내 말에 앨리스가 입술을 짓씹었지만 마나의 계약으로 맺어진 나의 명령이었기에 결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치맛자락을 걷어올렸다.

그리고 나는 질척하게 젖은 순백의 팬티를 보며 조금 감탄했다.

꽤나 강한놈이라고는 해도 이미 하루가 지난 이상 자위를 두세 번 정도 하면 몸이 조금 가라앉아 저렇게 홍수가 날 정도는 아닐텐데. 앨리스의 아랫도리는 실시간으로 젖어가고 있었다.

"혹시 자...아니, 수음(手淫)을 안 하신겁니까?

"그, 그런 걸 했을리가 없잖아요! 해본 적도 없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앨리스의 나이가 몇 살이더라? 플로라보다 한 살 더 많으니 이제 막 성인이 된 나이였다. 많지는 않지만 자위 한 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어린 나이도 아니었다.

남자와 관계를 맺는 것도 아니고 자위 한 번 해본 적 없는 천년기념물이었을 줄이야.

아르웬도 처녀였지만 그 쪽은 시청에서 근무하며 기본적인 '성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아르웬은 경험하는 것이 처음이지 그런 쪽에 대한 상식은 풍부했다.

때문에 처음 할 때도 나름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쪽은 이야기가 달랐다.

태어나서 자위 한 번 해본 적 없는 소녀라니. 도화지로 치면 완전히 새하얀 백지나 다름 없었다.

남자에 비해 성욕이 적은 여성이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자위를 하기 마련이었다.

"이것 참... 밤에 참기 힘드셨을텐데요. 어떻게 참으신 겁니까?"

자위 한 번 안 하고 흥분제의 효과를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정신력이라는 말 밖에 나오질 않는다.

나는 적당히 한 말이었는데 내 질문에 강제력이 작용한 것인지 앨리스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사실 근질거려서 손으로 만져보기는 했지만... 그, 손가락을 집어넣는 건 무서워서 못했어요."

사실을 고한 앨리스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랬군. 확실히 이때까지 그런 이야기에 전혀 내성이 없다가 몸이 갑자기 달아오르면 그럴 수도 있겠지.

적어도 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천천히 길들여가면 될 문제니 말이다.

솔직히 지금도 앨리스를 '조교'하는 것에 대해서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차피 계약으로 맺어져 있는 이상 앨리스는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물론 앨리스 때문에 귀찮은 일에 엮인 것은 짜증이 났지만 그 뿐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창관에 가서 관계는 맺지 않고 여자의 살내음만 맡고 돌아오던 내가 자연스레 앨리스의 가슴골과 팬티를 보며 흥분했다.

거세되어 있는 욕구에 갑자기 리미터가 풀린 것처럼 본능이 내키는대로 몸이 움직였다.

결국 나는 앨리스를 '조교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조교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기에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치맛자락을 걷어올린 채 눈을 감고 서 있는 앨리스의 허벅지를 살살 어루만지며 근육을 풀어주었다. 조금 갑작스러웠는지 앨리스의 다리가 덜덜 떨렸지만 나는 그런 앨리스의 허벅지를 천천히 더듬으며 점점 손의 위치를 올려갔다.

그리고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는 순백의 팬티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앨리스의 무릎까지 팬티를 끌어내리자 하얀색 음모와 함께 끈적거리는 음부가 드러났다.

여러 여성과 관계를 맺으며 여러 음모 색을 봤지만 새하얀 음모는 처음봤다.

가끔씩 주점에 가면 음담패설로 '머리가 금발인 여자는 거기 털도 금색이냐?' 같은 소리를 들은 적도 있는데, 실제로 보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으으...보지 마세요."

앨리스는 내가 빤히 쳐다보는게 수치스러운지 눈을 질끈감은 채 내게 애원했다. 하지만 나는 이 정도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게 남아있었다.

원래 쾌락은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해서 천천히 몸에 익혀가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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