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260)

잘록한 허리의 말랑말랑한 감촉이 얇은 천 너머로 느껴졌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그녀의 옆구리를 만지작거렸다.

어느새 가까워진 마리안의 얼굴에서는 좋은 향기가 풍겨왔다.

마리안의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었지만 나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저 상냥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 행동으로 확신이 섰다. 마리안은 지금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목숨을 구해준 것 때문인지, 아니면 빚을 졌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른다.

성기사들이 눈치채기 전에 나는 손을 회수했다.

마침 아이들이 놀고 있는 정원에 거의 다 도착한 참이었다.

"그, 그리고 여기가 보육원이에요. 정원이랑 뒤의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어요."

마리안도 방금 전의 일을 의식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와아! 성녀님!"

"성녀님이다!"

해맑게 뛰어놀던 애들이 성녀를 보고는 곧바로 달려왔다. 순식간에 아이들에게 둘러쌓인 마리안은 모성애 가득한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들 즐겁게 놀고 있었나요?"

"성녀님! 마틴이 제 공을 터뜨렸어요!"

"케인이 여자애들 치마를 들췄어요!"

"성녀님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에요?"

한꺼번에 떠들어대는 애들에게도 마리안은 하나하나 상냥하게 대답해주었다.

잘못한 아이들에게는 조금 엄하게 혼내기도 했지만 아이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금세 상냥한 표정으로 돌아와 그 애의 머리르 쓰다듬어 달래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아이들의 시선도 내게 향했다. 마리안도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나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이 분은 루디 씨에요. 신전에 찾아온 손님이랍니다."

"저 알아요! 포션 가게 하시는 아저씨죠?"

나를 알아본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나를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생각보다 나를 아는 애들이 많은 것 같았다.

웅성거리던 아이들 중 누군가가 툭 내뱉은 말이 들려왔다.

"그럼 성녀님은 루디 씨랑 사귀는거에요?"

그 말과 함께 아이들이 어딘가 흥미진진한 눈으로 나와 마리안을 쳐다봤다. 마리안은 갑작스런 말에 나를 쳐다봤다. 왜 날 쳐다보는건데.

결국 입을 꾹 다물고 나를 쳐다보는 마리안을 대신해 내가 해명했다.

"성녀님과 그런 관계 아닙니다. 그냥 성녀님이 초대해주셔서 신전을 안내받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성녀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건 조심하세요."

당장 내 뒤에만 봐도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는 성기사들이 있었다.

순결과 고귀함의 상징인 성녀가 누군가와 사귄다는 소문이 퍼졌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내 말에 그제서야 아이들이 성기사들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뒤에 마리안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잘 수습해준 덕분에 다시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그렇게 마리안과 함께 정원의 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디 씨도 아이들을 좋아하시나요?"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린처럼 예의바르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면 열 명이라도 키울 생각이 있지만 일반적인 어린애들은 고집도 심하고 쓸데없이 시끄러운 경우도 많다.

멀리서 지켜보면 귀엽지만 가까이에서 돌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인 법이다.

"저는 어릴때부터 신전에서 교육을 받아서 또래 애들과 놀아본 경험이 없어요. 신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늘 성경을 외우면서 수녀님들과 함께 보냈거든요."

"상당히 힘드셨겠습니다."

"후후. 그래도 다들 친절한 분들이라 괜찮았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며 희망을 품으니까요."

그렇게 웃음짓는 마리안은 어딘가 슬퍼보였다. 성녀라는 자리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줬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앗아갔다.

마음대로 여행을 다닐 수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도 없다.

성녀는 교회의 하나의 '재산'과 같기에.

"사실 남자와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처음이에요."

마리안은 양손으로 내 오른손을 맞잡았다.

"헤헷. 그래서 그런지 루디 씨와 함께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다른 사람들은 다들 나를 지키고, 숭배하려고만 하지만 루디 씨는 저를 평범한 여자로 봐주는 것 같아서요."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부끄러웠는지 마리안은 자신의 볼을 가볍게 긁적였다. 마리안의 그런 귀여운 행동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다행스럽게도 성기사들은 테라스 밖에 서서 경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노는데 정신이 팔려 이쪽을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자에 앉은 엉덩이를 뒤로 빼고 얼굴을 마리안쪽으로 내밀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마리안과 점차 얼굴이 가까워지자 마리안의 붉어진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그녀가 뒤집어 쓰고 있던 로브의 모자를 벗겼다.

모자가 벗겨지며 마리안의 예쁜 주황빛 머리칼이 드러났다.

부드러운 눈매, 오똑한 코, 첫 경험을 하는 숫처녀처럼 달아오른 뺨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마리안은 지금부터 내가 할 행동을 알았는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마리안의 앙증맞은 핑크빛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술에서는 풋사과처럼 은은한 향기가 났다.

잠깐의 입맞춤이 끝나고 입술을 떼자 마리안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고는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방금 전에 내가 성녀의 첫 키스를 받아갔다는게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기분 좋으셨습니까?"

마리안의 반응이 궁금해 짓궂게 물었더니 마리안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좀 더 기분 좋은 일을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내가 마리안의 귓가에 속삭이자 마리안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아, 안 돼요! 아무리 그래도 이 이상은..."

흠. 망설이는건가.

하긴 어릴때부터 수녀들 사이에서 지내며 이성과의 접촉이 전무했으니까.

아마 이런 '연인간의 행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교육받았겠지.

지금 하는 행동이 성녀라면 금기시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마리안은 지금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마리안의 젖가슴에 슬쩍 손을 갖다댔다.

천 너머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마리안이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마리안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결국 내 손을 쳐내지는 못하고 입을 꾹 다문채 앉아 있었다.

몰캉몰캉한 가슴의 감촉은 얇은 로브 너머로도 확실히 전해져왔다.

손가락으로 가슴을 더듬으며 착실하게 자극해줬더니 마리안의 작게 벌려진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성기사와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손가락으로 젖꼭지 부분을 쿡쿡 찌를 때마다 귀여운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으응...흐으..."

어느새 풀어진 입꼬리에서 조금씩 침이 흘러나왔다. 성녀님이 칠칠지 못하게 침을 흘리는 광경을 볼 수 없었기에 나는 마리안의 입을 내 입술로 틀어막았다.

부드러운 젖가슴을 주무르며 다시금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농밀한 키스였다. 서로의 입술을 비벼대는 것 뿐만 아니라 천천히 혀까지 밀어넣었다.

마리안은 풋풋한 처녀답게 내가 자신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자 어색하게 눈을 깜박거렸지만 천천히 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결국 포기했는지 눈을 감고 받아들였다.

머리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나를 밀어내지 못하는 마리안은 무척 귀여웠다.

"츄우...우웅...츄릅..."

마리안의 입 안 구석구석까지 혀로 훑으며 간지럽히자 마리안도 어설프게나마 혀를 움직여 내 혀를 핥기 시작했다.

그렇게 키스를하며 나는 은근슬쩍 로브 너머로 가슴을 만지던 손을 마리안의 가슴골 안으로 집어넣었다.

차가운 손이 가슴에 닿자 마리안은 조금 몸을 움찔거렸지만 내가 부드럽게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니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아응...흐응..."

성녀의 생가슴을 신전 안에서 만진다고 생각하니 더욱 흥분됐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젖가슴을 조물거리며 마리안의 혀를 끈적하게 탐했다.

어느새 물건이 빳빳하게 서고 마리안도 완전히 몸이 달아올랐을 때, 들려오는 발소리에 황급히 행위를 멈추고 몸을 떼어냈다.

자리에 앉고 마리안의 타액이 묻은 입술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손등으로 입을 닦는 순간 신전 안쪽에서 한 사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성녀님. 예배 시간입니다."

"아, 알겠어요."

조금 더 가까이 왔다면 마리안의 옷차림이 흐트러져 속옷이 바깥으로 삐져나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겠지만 사제는 용건만을 전하고 가버렸다.

방금 전까지 그런 짓을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해진 분위기에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전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내 말에 마리안은 얼빠진 소리를 내며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마리안이 말하기를 망설이자 나는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며 귀에 작게 속삭였다.

"이 뒤의 일은...다음에 찾아와서 마저 하도록 하죠."

내 말에 마리안의 얼굴이 다시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숫처녀에게만 볼 수 있는 귀여운 반응이었다. 마리안은 성기사들과 함께 기도관으로 향했고, 나도 신전을 나와 가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린이 좋아하는 닭튀김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가게에 돌아왔더니 평소처럼 아이린이 달려와 내게 안겼다. 어리광 부리는 아이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아이린은 방긋웃으며 내 가슴팍에 뺨을 비벼댔다.

마치 아기 고양이가 마킹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또다시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아이린은 어딘가 화난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금세 웃음을 되찾은 아이린은 내가 사온 닭튀김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뭐였지?'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아이린이 내게 달라붙는 것은 내가 외출하러 갔다왔을 때만 그랬다.

설마 내 몸에 베인 관계한 여자들의 냄새를 맡은 것일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이린이 화를 낼 이유는 없는데. 설마하니 이 나이에 그녀들을 상대로 질투할리도 없고.

'애초에 나같은 아저씨를 좋아할리가.'

결국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나는 아이린이 자기 입으로 설명해주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성물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못했네.'

원래는 대화중에 슬쩍 성물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런 짓(?)을 하느라고 묻지 못했다. 다음에 가서 좀 더 진도를 빼면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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