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260)

"정말요?"

"물론입니다. 그 대신..."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아르웬처럼 스타킹을 신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기에 하지 못했었다.

아르웬의 엉덩이를 살짝 주물거리다가 아래쪽으로 손을 뻗었다.

오크의 가죽으로 만들어진데다 마법적인 처리까지 되어 있어 쉽사리 찢어지지 않는 스타킹이었지만 손에 마나를 두르고 힘을 주자 '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타킹이 찢어졌다.

검은 스타킹이 찢어진 틈 사이로 아르웬의 새하얀 허벅지와 다리의 살결이 드러났다.

"으으...왠지 알몸보다 더 부끄러운 것 같아요."

실제로 나는 전에 봤던 아르웬의 알몸보다 지금의 모습에 더욱 흥분하고 있었다.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비치는 아르웬의 속살은 완전히 알몸이 된 것보다도 강력한 파괴력이 있었다.

그렇게 방금 전까지 풋잡을 받는 동안이 여왕님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노예의 하극상이었다.

아르웬을 침대 위에 엎드리게 한 나는 거칠게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내 물건을 그녀의 음부에 비벼댔다.

작은 침대 위에 아르웬과 내가 올라타서 움직이자 연신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가 부서질 것처럼 흔들려왔지만 나는 요령 좋게 자세를 잡으며 행위를 계속했다.

당장이라도 물건을 넣을듯 말듯 아르웬을 애태우던 나는 지난번에 찾아냈던 아르웬의 성감대 중 하나인 귀를 살짝 깨물었다.

"하읏!"

여전히 귀를 자극하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르웬이었다. 아르웬의 반응에 침대가 또 한 번 들썩거렸다.

나는 아르웬의 옆구리를 간지럽히며 그녀의 귓바퀴를 혀로 살살 훑었다.

집요하게 귀를 자극하며 몸을 민감하게 만들자 결국 또 다시 흥분한 아르웬의 아랫도리가 질척하게 젖어갔다.

금방이라도 갈 수 있을 것처럼 아르웬의 온 몸을 자극시키던 나는 그녀가 아슬아슬하게 절정에 이르지 못할 선에서 애무를 멈췄다.

결국 온 몸에 계속해서 아른거리는 쾌감을 이겨내지 못한 아르웬이 훤히 드러난 자신의 음부를 양 손으로 벌리며 부탁했다.

"빨리...넣어줘요...아흑!"

아르웬이 주도하던 방금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유감이지만 여왕님의 집권시대는 끝났다.

혁명이 일어난 제국의 여왕의 운명은 노예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것 뿐.

그런 아르웬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비틀자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그제서야 순종적이 된 아르웬은 '제대로 된 부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제발...넣어주세요...루디 씨의 물건으로 칠칠맞지 못한 제 구멍을 가득 채워주세요..."

나는 아르웬의 간절한 부탁을 기꺼운 마음으로 들어주었다.

그렇게 아르웬과 나의 교접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섹스를 한 번 하고 나서는 체력을 채울 겸 남아 있던 술을 홀짝거리며 안주를 먹고, 체력이 회복되면 다시 몸을 섞었다.

서로의 입으로 맥주를 먹여주기도 하고, 나중에는 취기에 휩쓸려 내 물건에 녹아 흘러내리는 초콜릿을 바른 다음 펠라치오를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이제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의심스러웠다.

결국 아르웬과 나는 밤을 꼴딱 샜다. 아르웬에게 사정한 횟수도 여덟 번을 넘어간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광란의 밤을 보내고 일어난 나는 옆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아르웬이 깨지 않도록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방 안에는 술 냄새와 정액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우욱."

그야 새벽까지 섹스하고, 술 마시는 것을 반복했으니 이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몸 안의 마나를 움직여 남아있던 취기를 몰아냈다.

팔을 몇 번 돌리며 어깨를 풀며 몸의 감각을 되찾자 그제서야 슬슬 제정신이 돌아왔다.

'아이린은 벌써 일어났으려나.'

생각해보면 어제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못했다.

평소에 늦잠을 자주 자는 아이린이니 지금 돌아가면 들키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르웬이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바닥을 굴러다니던 맥주 잔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맥주잔을 부엌에 갖다놓은 다음 정화 마법으로 방 안에 가득차 있는 술과 정액 냄새를 지웠다. 그제서야 간신히 숨통이 트였다.

심호흡을 몇 번 하며 정신을 다잡은 나는 맥주잔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마법으로 말렸다. 그 다음으로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초콜릿의 포장지를 접어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보니 어제 분명.'

아르웬이 자신의 입 안에 넣고 녹인 초콜릿을 내 물건에 바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먹을 것을 갖고 대체 무슨 짓인지...

그래도 아르웬이 정말 맛있다는 듯이 내 물건을 빨아대던 모습은 아주 조금 흥분되긴 했다. 아주 조금 말이다.

...

......뭐. 왜.

.........그래. 솔직히 말해서 엄청 흥분했었다.

그것 때문에 나중에는 나도 아르웬의 머리를 잡고 목구멍 깊숙히까지 내 물건을 찔러넣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어제 아르웬에게 선물했던 초콜릿은 상당량이 남아 있었기에 녹지 않도록 온도 조절 마법을 걸어 두었다.

다음에 아르웬에게 찾아갈 때는 지난번에 갔었던 디저트 가게의 것들을 사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아르웬의 집에서 씻고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나는 옷을 갈아입은 다음, 아르웬의 머리맡에 먼저 간다는 메모를 남겨두고 나왔다.

공교롭게도 방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옆 방에서 나오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딘가 낯이 익은 그녀는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와 있었다.

혹시 어젯밤 아르웬과 내가 낸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잔 것일까.

'사과를 해야하나. 아니면 모르는 척?'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아침이라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뇌가 눈 앞의 여자가 단순히 낯이 익은 것 뿐만이 아닌,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떠올려냈다.

"루...루디 씨?!"

상대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는지 나를 알아본 그녀는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

공교롭게도 옆 방에 묵고 있던 사람은 제시카였다.

평소에 입고 있던 갑옷이 아니라 가벼운 평상복 차림이던 그녀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럼 어제 아르웬 씨 방에서 들려왔던 신음도 혹시...?"

그녀는 무척 놀랐는지 검지로 나를 가리키며 마구 삿대질했다. 심지어 아르웬과 안면도 있는 모양이었다.

젠장, 아무래도 일이 복잡하게 꼬인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타이밍 한 번 죽여주는군.'

짜고 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하필이면 아르웬과 같은 여관에 묵고 있을 줄이야.

귀찮게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정을 유지했다.

여기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최악이다. 나 뿐만 아니라 아르웬마저 추문에 휘말릴 수 있으니 신중하게 대답해야 했다.

심지어 제시카는 아르웬과도 아는 사이인것 같으니 여기서 어설프게 둘러댔다간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문제는 지금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제시카였다.

차라리 안젤리카 였으면 사실대로 말하고 적당히 구슬리거나 입막음을 시키는건데, 천연 기질이 넘치는 제시카에게는 그런 수작도 통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아르웬과 나의 관계를 의심하는 제시카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우선은 모르는 척.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뻔뻔하게 나왔다.

그러자 제시카는 얼굴을 붉힐 정도로 부끄러워하면서도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야 아르웬 씨랑 밤새도록 그... 그런 짓을 한 거 아니에요! 저도 다 알거든요!"

쳇. 그래도 일단 기본적인 성관계에 대한 지식은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기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아르웬과 관계를 맺은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아르웬과의 관계를 제시카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세 가지 떠올랐다.

하나는 내가 사실 아르웬과 몰래 사귀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제시카가 그 말을 믿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거나 하는 순간 좁은 영지 안에 소문이 쫙 퍼지게 될텐데, 그랬다간 플로라가 나를 죽이려 들겠지.

그러니 이 방법은 불가.

두 번째 방법은 아르웬과 내가 섹프. 즉, 섹스 프렌드였다고 말하는 것인데...

이 방법은 제시카의 아르웬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 먹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섹프가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니까. 완전히 숫처녀나 다름 없는 제시카의 경우 이런 관계를 난잡하게 즐기는 변태들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

제시카가 나를 벌레보듯 하는 것이야 상관없지만 바로 옆 방에 묵는 아르웬까지 그렇게 대하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어제 아르웬 씨와 함께 술을 늦게까지 기울이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담담히 말하다가 말끝을 흐리자 내게 달려들어 더 캐물으려 하던 제시카도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야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남녀가 술을 마시다가 선을 넘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이런 것은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이었기에 쉽게 캐묻지 못할 것이다.

예상대로 제시카는 잠시 망설이며 머뭇거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