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녀석의 입에 맞았는지 녀석은 몸을 빙그르르 굴리며 경계하던 방금 전의 행동이 거짓말인 것처럼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릴리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과일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아이린이 내게 달려와 사과를 달라고 한 것은 웃지 못할 헤프닝이었다.
그렇게 놀면서도 워드는 중간중간 강가에 들어가 몸을 물로 적셨다.
워터 드레이크는 몸의 가죽이 바싹 마르게 되면 호흡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는데, 거기서 나는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곳에서 집까지 돌아가려면 한 시간이 넘게 걸어 이동해야 하는데, 이 녀석이 그걸 버틸 수 있을리가 없었다.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야 하나 싶었는데 집에 가봤자 욕조를 제외하고는 마땅히 놈이 지낼 곳이 없었기에 이 곳에서 녀석의 집을 만들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가죽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도끼도 아니고 검으로 나무를 벴다간 날이 잔뜩 상할 수 밖에 없지만 지금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마나를 불어넣어 푸르게 변한 검을 들고 숲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적당히 큰 나무를 발견하자 나무 밑동에 검을 갖다대고 천천히 톱질을 하기 시작했다.
검에 닿은 나무의 껍질이 바스라졌다.
나무를 반쯤 파고든 검을 고정시킨 채 방향을 가늠했다. 이쪽으로 넘어뜨렸다간 다른 나무들도 함께 넘어갈 위험이 있었다.
위치를 옮겨 강가 쪽으로 나무가 쓰러지도록 조절한 다음 다시 톱질을 하기 시작했고, 절반 이상 베인 나무는 잠시 후 기우뚱거리더니 육중한 몸을 무너뜨렸다.
발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굉음과 함께 나무가 완전히 넘어갔다. 검으로 중간중간 뻗어있던 잔가지들을 쳐냈다.
그 다음에는 대충 내 키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길이를 재고 윗부분을 잘라냈다.
원통형의 나무를 직사각형 형태로 천천히 다듬었다. 완전히 직사각형으로 다듬고 나니 어느새 슬슬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워드와 장난치고 있던 아이린과 릴리스도 이쪽이 하고 있는 일이 궁금했는지 워드를 데리고 쫄래쫄래 따라왔다.
"지금 뭐 하고 있는거야. 오빠?"
릴리스의 말에 나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팔등으로 닦아내며 대답했다.
"워드의 임시 집을 만드는 중이지. 이 녀석은 물 밖에서 오래 있으면 호흡을 못 하거든. 그래서 녀석이 지낼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려고."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 할 생각에 다시 칼을 쥐었다. 방금 전에 쓰던 검이 아닌 작은 나이프에 마나를 불어넣고 직사각형의 나무를 파냈다.
마치 욕조를 만드는 것처럼 안쪽 부분을 서서히 파내자 얼추 형태가 나왔다. 나무의 결을 적당히 다듬은 다음에는 그 안에 물을 가득 담았다.
울퉁불퉁한 자갈밭 위에 놓인 나무가 흔들렸지만 워드는 군소리 없이 안에 들어갔고, 마치 제 집인것마냥 헤엄을 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다.
'그래봤자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철도 아니고 나무로 만든 집인만큼 금세 썩어버릴 것이다. 며칠 안에 대장간에 수조를 의뢰하거나 내가 직접 만드는 수 밖에.
자신의 집에 썩 만족스러워하는 워드와 아이린, 릴리스를 한 자리에 모은 나는 주변에 원형의 마법진을 그리고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영창이 끝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우리는 가게 안으로 이동해 있었다.
릴리스와 아이린을 먼저 욕실에 보낸 다음 나는 포션 진열장에 올려져 있던 포션들을 일부 치우고 그 자리 밑에 워드와 나무 집을 옮겨놓았다.
녀석은 새 집이 어떤 곳인지 고개를 내밀어 잠시 확인하고는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평생을 물 속에서 살던 녀석인만큼 물 속이 더 편한 듯 했다.
'강아지도 아니고, 워터 드레이크를 키운다니.'
녀석의 먹이로 줄 물고기도 사야하고, 물도 계속 깨끗하게 갈아줘야하고, 여러모로 신경쓸게 많은 귀찮은 놈이었다.
쯧. 혀를 짧게 차고는 창고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뒤적여 찾던 물건을 꺼냈다.
'인어의 소라'
인어가 동족을 불러낼 때 사용하는 소라로 주변의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효과가 있는 물건이었다.
소라를 워드의 집 안에 대충 던져넣었다. 워드는 갑자기 날라온 물건에 호기심을 가졌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흥미를 잃고는 몸을 둥둥 띄우며 헤엄치는 것에 열중했다.
나 역시 서재에 있던 책들중 생물대백과를 찾아 워터드레이크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유명한 몬스터였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물 밖에 나와 있으면 가죽이 바싹 말라 호흡을 할 수 없다는 이미 알고 있는 정보 말고도 물고기가 아닌 다른 고기나 과일도 잘 먹는 잡식성이라는 정보.
워터 드레이크 중에서도 일부는 물의 정령의 가호를 받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물론 그런 영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없는 사례라고.
슬쩍 고개를 돌려 워드를 쳐다보자 놈은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멍청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눈을 마주쳤다.
'...저 놈한테 그런 건 기대할 수 없겠네.'
마법은커녕 진열장에 있는 포션들이나 잘못 먹고 탈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영지의 신전을 찾았다.
이미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못 들어간다면 숨어들어가려 했지만, 신전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경비병들은 나를 알아보고는 들여보내 주었다.
대신, 지금은 예배 중이니 예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마리안이 예배를 주도하고 있을테니 그 정도 기다리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에 남아있는 아이린과 릴리스는 지난번에 만들고 남겨뒀던 스튜를 데워 주었더니 의자를 옮겨 워드를 보며 밥을 먹었다.
올바른 식사 예절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처음 생긴 애완동물이니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싶었다.
예배 중의 신전은 기도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가끔 순찰을 도는 병사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도실 안에 모여있는 듯 했다.
기도실에서 조금 떨어진 벽에 몸을 기댄 채 얌전히 예배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걸어나왔다.
나온 사람들 중 일부는 나를 보고 아는체를 하기도 했고, 나를 모르는 누군가는 경계하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나온 마리안이 밝은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거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루디 씨! 여긴 어쩐 일로 찾아 오셨어요?"
"마리안 씨랑 할 이야기도 있고, 부탁드릴 것도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할게 있다는 말에 마리안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혹시 부담스러우시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마리안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이유가 아니었는지 마리안은 손을 저으며 황급히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그냥 루디 씨는 워낙 대단하시니까... 저한테 부탁을 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저도 이렇게 루디 씨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네요. 뭐든지 부탁해주세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할 만한 부탁은 아니었기에 나는 마리안과 함께 신전의 정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정원에는 달빛에 비친 식물들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정원의 벽을 따라 걸으며 내가 먼저 용건을 꺼냈다.
"신전의 '성수'를 구매하고 싶습니다."
"성수요? 그야 문제될 것은 없지만..."
사제가 신성력을 부여한 물은 '성수'가 된다.
신성력이 담겨 있는 성수에는 악을 퇴치하는 용도도 있고, 미모나 용모를 가꾸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내가 사용할 곳은 워드의 집에 넣는 물에 성수를 조금 탈 생각이었다. 완전히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녀석이다보니 인어의 소라 하나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성수를 넣어준다면 적어도 몇 시간마다 물을 갈아줄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택한 방법이었다.
다만 성수는 아무나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전과 친분이 있는 모험가, 혹은 신분이 보증된 1,2급 시민들에게만 판매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의 힘이 담긴 것이니만큼 신전에서도 조심스럽게 취급하는 물건이었다.
"기왕이면 마리안 씨가 직접 만든 성수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찾아왔습니다."
사제의 신성력 수준에 따라 만들어진 성수의 등급도 천차만별이었다.
마리안 정도로 신성력이 강력한 사제라면 그녀가 만들어낸 성수 역시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었다.
물론, 공짜로 이런 부탁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필요한게 있으시다면 구해다 드리고, 그런게 마땅히 없다면 골드로 대가를 치루겠습니다. 그러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부탁을 마리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수락했다.
"물론이죠. 오히려 제가 루디 씨에게 빚진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릴게요. 보답은 딱히 필요 없어요."
마리안이 그래도, 마땅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내 쪽의 마음이 불편했다.
"정 그렇게 보답을 하고 싶으시다면...음..."
마리안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갑작스레 얼굴을 들이밀고,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평소 얌전하고 순진하게 굴던 마리안의 적극적인 모습에 당황한 쪽은 나였다.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 마리안이 요염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보답은... 오늘 하루 루디 씨의 밤을 빌리는거로 어때요?"
신전 안에서,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창문 밖으로 훤히 볼 수도 있는 정원에서 마리안과 하는 키스는 배덕감이 장난 아니었다.
마리안과 나는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입을 맞추고 있는 시간이 길었다. 느긋하게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며 몸을 더듬었다.
릴리스를 데려온 이후로 다른 여자를 한 번도 안지 못했던 나였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끓어오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마리안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은 채 벽으로 밀어붙였다.
벽의 그림자에 몸을 가린 마리안과 나는 방금 전보다 더욱 농밀한 키스를 했다.
끈적거리는 타액, 몽롱하게 풀린 눈빛, 옆의 꽃들에게서 은은하게 퍼져 오는 향기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리안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마리안의 매력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성녀복의 가슴팍에 손을 뻗었다.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얇은 천 너머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에 내 손은 멈추지 않고 더욱 과감하게 움직였다.
주물주물, 거칠 것 없이 가슴을 마구 주무르는 내 행동에 마리안이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으응.."
마리안의 말랑말랑한 가슴을 만질수록 내 물건은 더욱 성을 내기 시작했고, 키스가 끝날 때 즈음에는 겉으로 봐도 확 티가 날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마리안도 그런 내 물건의 변화를 눈치채고는 바지의 앞섬을 풀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