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260)

"전 주인님께서 저희를 만드신 것 역시 자신이 죽었을 때, 릴리스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릴리스를 돌보기 위해 저를 만드셨지만, 갑자기 언니가 생긴 릴리스가 워낙 좋아하는 바람에 다른 자매들도 잔뜩 생겨나게 됐습니다."

비록 자신을 만든 주인님이 사실 가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릴리스지만, 트라다 쿠스만은 그런 릴리스를 위해 최대한 많은 자매들을 만들어주었다.

자신이 사라져도 외롭지 않도록. 자신의 마지막 생명을 태워가면서까지 말이다.

존경하는 위인이 유언으로 남긴 말을 무시할 정도로 나는 모진 인간이 아니었다.

"릴리스에게는 비밀로 하겠습니다. 괜히 억지로 기억을 찾으려다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트라다 쿠스만. 당신의 동생은 내가 잘 돌봐드릴테니 부디 편히 쉬십시오.

나는 처음에 연금술과 마도학에 새로운 경지를 제시한 그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호문쿨루스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영혼을 이식하는 것마저 성공한 그에게 존경심을 품었다.

마지막으로 지금, 동생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연구에 매진하고, 기어이 동생을 구해내는 것에 성공한 그의 강인한 정신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어릴때 있었던 일에 쫓기듯이 마법을 배우고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왔는데, 오로지 타인을 위해 살아온 그의 삶은 나 같은 놈이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위인에 비하면 범재나 다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동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정도 뿐이겠지.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눈을 감고 잠시 묵념한 나는 조금 화를 누그러뜨린 모네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나왔다. 저택에 남아있는 재물들과 서고에 남아있는 책들에 대해 설명을 들은 다음 나는 직접 둘러보기 위해 복도를 천천히 거닐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모네는 복도를 걸으며 지나가는 방마다 용도를 알려주었다.

저택 안에 있는 방의 갯수만 해도 200개가 넘는다는 말에 나는 오늘 안에 모든 방을 돌아본다는 계획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사흘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가게를 비웠으니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경비병들도 고생 좀 하고 있겠네.'

남쪽 숲에 들어간 사람이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으니 이미 숲 주변을 둘러보며 나를 찾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대한 빨리 일을 마무리짓고 영지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고보니 다른 자매들은 무사히 일어났어?"

"네. 다 주인님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공손히 허리를 숙이는 모네의 행동에 조금 쑥스러웠지만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네는 나를 창고로 데려갔다. 지난번에 제대로 보지 못한 수백년 전의 유물들과 트라다 쿠스만이 만들었던 마도구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이었다.

물론 그 뿐만 아니라 상자 가득 담겨 있는 금괴와 보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트라다 쿠스만이 직접 만든 마도구들은 그런 것보다도 훨씬 큰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몬스터의 마력양을 색으로 분간할 수 있는 안경같은 것부터 마력이나 힘을 대폭 올려주는 포션도 있었다. 버릴 것 하나 없이 하나같이 대단한 명품들이었다.

장인의 손길이 닿아있는 마도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나는 한 가지 물건을 발견하고 뒤적거리는 것을 멈췄다. 내가 발견한 것은 다름아닌 책이었다.

그것도 트라다 쿠스만이 직접 저술한 '몬스터 대백과'라는 이름의 책이었다. 처음에는 왜 책이 서고가 아니라 창고에 있는가 싶었지만 책에 손을 얹은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이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어 책을 넘길 때마다 책을 구성하는 마나의 감옥 안에 가둬져 있는 몬스터가 나타나는 방식이었다.

책 안에 마나를 흘려넣자 굳게 닫혀있던 책의 봉인이 풀렸다. 표지를 넘기자 책 안에 기록되어 있는 몬스터들의 목록과 함께 분류가 되어 있었다.

목록에 있는 몬스터들 중에는 '서큐버스'도 있었기에 나는 약간의 기대를 품은 채 페이지를 넘겼다.

첫 번째 페이지는 고블린이었다. 가장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몬스터인만큼, 평범한 고블린이었다. 녀석은 성격이 더러운 편인지 푸른색으로 빛나는 마나 감옥의 창살을 흔들며 고함을 질러댔다.

다음 페이지로 책을 넘기자 이번에는 오크가 나타났다.

놈 역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트윈헤드 오우거가 나왔을 때는 나도 조금 놀랐지만 놈조차도 마나 감옥을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그렇게 책을 넘기다보니 나는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이 책이라고 해도 모든 몬스터들이 들어있는 아니라는 것.

예를 들어 레비아탄의 경우에는 책에 이름이 올려져 있지만 짤막한 설명과 함께 비어있는 책 한구석에 '포획 실패'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잡기 힘든 희귀 몬스터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책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와이번, 워터 드레이크 등 레비아탄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보기 힘든 몬스터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서큐버스'의 경우에는 아쉽게도 공란이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였다.

만약 서큐버스가 정말로 있었다면 성인식에 대해 물어봤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서큐버스에 대해 기록된 페이지를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책을 덮었다.

대신 다른 물건들처럼 다시 창고에 넣어두는게 아닌 내가 들고왔던 가죽 주머니에 넣었다.

비록 서큐버스를 포획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책들보다는 훨씬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었기에 나중에 참고할 생각이었다.

혹시나 흔들리며 책이 열려 몬스터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매듭으로 책의 옆을 단단히 묶었다.

몇 번이나 책을 감아 묶은 다음 아공간 마법 처리가 된 가죽 주머니 안에 던져 넣었다.

창고에서의 볼 일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닥 한 켠에 깔려있던 마도구가 흔들렸다. 그리고 직후,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마도구와 보석들이 흔들거리더니 이쪽으로 넘어왔다.

거대한 파도처럼 내 몸을 덮치는 잡동사니들을 멈추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마타 역류 상태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마법이 제대로 발동되질 않았다.

희미한 빛을 내다 사라져버린 마법진과 함께 나는 그대로 잡동사니들에 파묻혀버렸다.

다행인 점은 평소 메이드들이 창고를 꾸준히 관리한 덕에 먼지가 많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푸하."

잡동사니에 몸이 파묻힌 채 얼굴만 내밀고 있는 나와 달리 모네는 위기를 진작에 감지했는지 일찌감찌 창고의 입구로 이동해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무표정한하게 대응하는 모네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안 괜찮으니까, 좀 구해줘."

평소 같았으면 마법을 사용해서 혼자서라도 빠져나왔겠지만, 지금의 나는 허약한 일반인일 뿐이었다.

내 부탁에 모네는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내 몸을 둘러싸고 있는 잡동사니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십여 분이 지나자 나는 비로소 잡동사니더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후."

오래된 마도구들 사이에서 파묻혀 있어서 그런지 퀘퀘한 냄새가 났다. 희미하게 묻어나는 녹슨 철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마도구들을 치우다보니 자연스레 먼지가 났는데, 그 때문인지 목이 텁텁했다.

몇 번 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자 그런 나를 불쌍히 여긴 모네가 물잔을 들고왔다.

마침 입 안을 헹구고 싶었기에 그녀가 내민 잔을 낚아채듯이 잡은 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 바로 입에 털어넣었다.

"고마워."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시원한 청량감.

그런데 물이라고 생각했던 음료에서는 묘하게 단맛이났다. 물이 아니라 음료수인가? 혀에 남은 단맛을 되새기며 나는 모네에게 음료의 이름을 물었다.

"물치고는 조금 단 것 같은데. 음료 이름이 뭐야?"

"미약입니다."

"아~ 미약...어?"

미약. 다른 말로는 춘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욕을 일으키는 것을 유도하는 약이다.

그걸 방금 전에 나한테 먹인거라고?

그것도 한 모금도 아니고 물잔 가득?

"물잔에 담긴 것을 멋대로 마신 것은 주인님입니다만."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선 당연히 물이라고 생각하지!"

그런 상황을 틈타서 미약을 먹일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모네에게 다시 화를 내려는 순간 아랫도리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감각에 몸을 떨었다.

"...윽!"

"전 주인님이 남기신 기록대로 만들어봤는데, 아무래도 효과는 좋은 것 같군요."

모네의 시선이 내 아랫도리로 향했다.

헐렁한 잠옷 차림이라 바지춤 위로 곧게 솟은 내 물건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엉거주춤하게 다리를 벌리며 최대한 감춰보려 했지만 모네는 그런 내 바지를 잡더니 그대로 확 내려버렸다.

서늘한 공기가 하반신에 닿았다.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온 모네가 한 손으로 내 물건을 움켜쥐었다.

나는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됐다.

차라리 독약을 먹였다면 모를까, 늘 차가운 모습만을 보이던 모네가 내게 미약을 먹이고 이러고 있다니.

"대체...왜 이러는거야?"

껍질이 반쯤 벗겨진 내 물건을 조물거리는 모네의 손길에 나는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쾌락을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재계약을 하며 뭔가 잘못된건가 싶었지만, 모네의 입에서 들려온 대답은 내 짐작과는 상당히 달랐다.

"그야 500년이 넘도록 남자와 몸 한 번 섞어보지 못했으니까요. 릴리스를 제외한 저희 자매들 모두 성숙한 여자의 정신을 가지고 있는데 저택에 남자라고는 없으니 자연스레 발정이 날 수 밖에요."

노골적인 대답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생각이 말이 되어 나오질 못했다. 내가 정신을 되찾는 동안 모네는 이미 내 물건을 입에 머금고 반쯤 벗겨져 있던 껍질을 완전히 벗겨냈다.

귀두에 모네의 끈적한 혀가 닿자 선명하게 느껴지는 쾌감에 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네가 내게 먹인 미약은 효과가 상당해서, 필사적으로 욕구를 억눌렀음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푸른 실핏줄이 드러날 정도로 팽팽하게 발기해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니 호흡도 거칠어지고, 눈 앞의 모네를 덮치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그런 내 시선을 알아차린 모네는 음란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고는 내 물건을 머금었다.

츄릅, 쮸읍, 츄르릅, 마치 맛있는 사탕을 빨기라도 하는 것처럼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며 내 물건을 빨아대는 모네였다.

모네의 끈적한 혀가 내 귀두와 기둥의 윗부분을 핥으며 침으로 적셨다.

양 볼이 홀쭉하게 들어갈 정도로 내 물건을 강하게 빨아들이는 모네의 입은 소위 말하는 입보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전혀 없었다.

처녀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테크닉에 나는 금방이라도 싸버릴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모네는 그렇게 앞뒤로 몇 번 머리를 움직이며 내 물건을 앞뒤로 머금었다 내뱉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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