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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이 가게를 맡기고 가시자 저는 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포션병들의 재고를 확인한 다음 가게를 다시 한 번 청소했습니다.
주인님은 다른 것은 몰라도 청결에 대해서는 무척 민감하셨습니다. 포션은 음식과 같다며 더러운 곳에서 만들어지고, 보관되는 포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청소를 끝내고 평소처럼 가게 안쪽의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물론 제 머릿속에는 주인님뿐이었습니다.
주인님은 누굴 만나러 가셨을지, 혹시 다른 여자들이 주인님께 꼬리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지만 저는 주인님을 믿기로 했습니다.
주인님 걱정을 하던 저는 어느새 아랫도리가 젖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난번에 주인님과의 키스로 몸이 성장한 것은 좋지만 그 부작용인지 더욱 쉽게 흥분하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조금만 주인님에 대해 생각해도 금세 음란한 망상으로 바뀌어버리곤 했습니다.
서큐버스들은 다 이런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결국 저는 흥건하게 젖어버린 아랫도리를 달래기 위해 조심스레 원피스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이미 제 구실을 못하게 된 속옷을 벗어서 옆에 두고, 음부에 손을 뻗어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망상의 소재는 주인님입니다. 전에는 제게 부드럽게 사랑을 속삭이는 주인님과 섹스하는 것을 망상으로 자위를 했지만, 최근에는 술에 취한 주인님이 저를 거칠게 덮치는 망상이 메인이었습니다.
제가 안 된다고 소리치는데도 술에 취한 주인님은 다른 여자와 저를 착각해서는 거칠게 범하는 것입니다. 주인님의 우람한 물건이 자비 없이 제 음부를 관통하고...
거기까지 생각하자 저는 짜릿한 감각과 함께 약하게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절정에 이르렀는데도 한껏 달궈진 몸은 쉽사리 사그라들 줄 모르고 욕망을 더욱 키워나갔습니다.
어서 주인님이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도에 올라갔다 온 이후로 아이린에게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먼저 잠을 자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전에는 내가 깨우지 않으면 늦잠을 자던 아이린은 이제 나보다도 일찍 일어났다. 먼저 일어나서는 가게 앞 청소를 하고는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나는 무리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아이린은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먹고 싶은 아침 메뉴를 말해주면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 말대로 아이린은 뛰어난 요리 솜씨로 매일같이 아침을 차려주었다. 요리를 몇 번 해본적도 없을텐데도 아이린은 능숙하게 아침을 차렸다.
고소한 풍미가 살아있는 스프나, 지난번에 내게 배웠던 스튜 역시도 담백한게 내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두 번째로는 아이린이 씻고 나올 때의 모습이 달라졌다.
예전의 아이린은 자신의 맨몸을 드러내는 것을 무척 부끄러워해서 늘 옷을 챙겨 들어가서 욕실 안에서 머리를 털고,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곤 했다.
반면 지금의 아이린은 욕실에서 몸을 씻고는 수건을 허리에 감고 나왔다.
걸친 옷 하나 없었기에 몸의 곡선이 유려하게 드러났다. 마땅히 눈 둘 곳도 없고, 밖의 사람들이 보면 어쩌나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자신의 머리를 빗으며 거울을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어보였다. 아이린의 순수한 미소는 심장에 좋지 않았다.
사실상 매일매일이 인내심 수련이나 다름없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가게에 있는 동안 늘 내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
전에는 내가 방에 들어가서 쉬라고 하면 자신의 방에 있는 책을 읽거나, 혼자서 마법을 연습하거나 했었는데 최근에는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단골 손님들은 갑자기 성장한 아이린과 내가 천생연분이라고 놀려먹기도 했다.
물론 그들은 나와 아이린을 친척 관계라고 알고 있으니 농담으로 한 소리겠지만, 그게 거짓이란 것을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심장이 철렁거리는 농담들이었다.
하필이면 아이린이 그런 농담을 싫은 기색없이 웃으며 받아들인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불과 며칠만에 내 일상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겨버렸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고, 성장한 아이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쉽사리 적응하기는 힘들었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연인의 동거 같았다.
심지어 아침 식사를 차려놓고 나를 깨우는 그녀를 보면 정말 내가 알던 아이린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주인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당장 내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붙어있는 아이린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내게 달라붙었다.
"아무것도 아니란다. 내가 가르쳐준 마법은 모두 익혔니?"
조금 거리를 두기 위해 그녀에게는 조금 어려울 마법도 가르쳐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네. 주인님의 말씀대로 체내의 마나를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아이린은 내가 숙제로 내준 마법 술식 역시 손쉽게 풀어버렸고, 응용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부터 마법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린이었지만 최근에는 완전히 물이 올랐다.
내 조언 없이도 책에 적혀있는 마법 술식을 이해하고, 발현하는 것에 능숙해졌다.
만약 아이린이 반마족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능히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었을 것이다.
'마족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이상하지만.'
나도 예전에 다른 서큐버스들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법적 성취는 썩 높지 않았다.
일반적인 몬스터들과 다르게 아름다운 미녀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과, 정신 계열 마법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강력한 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꿈을 다루는 것과 정신 조종 계열의 일부 마법 뿐, 나머지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그에 반해 아이린은 정신 지배 마법 뿐만 아니라 원소 마법에도 대단한 성취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상대의 정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것과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는 것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었다.
지난번에는 아이린에게 낮잠을 자고 있는 '워드'를 정신 지배 마법으로 조종해보라고 했는데, 아이린이 마법을 사용하자 눈을 감고 있던 워드 녀석의 눈이 번쩍 떠지더니 빙그르르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워드는 눈을 꿈벅꿈벅거렸지만 그 날은 아이린의 마법 실험체가 되어 한참동안 춤을 춰야했다. 대신 보상으로 그날 저녁에는 녀석이 좋아하는 생선을 세 마리 정도 던져주었다.
이제 아이린은 어디가서 중견 마법사라고 자랑해도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반쪽짜리 마족이라 그런지 신성력을 사용하는 치유 마법은 배우지 못했지만 순간적으로 신체 회복 능력과 고통을 멎게하는 '광폭화'같은 마법을 배웠다.
이대로 5년. 아니, 3년만 더 가르치면 아이린은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체내 마나량 역시 상당히 늘어나 있었고, 마족의 피를 물려받은 덕분에 인간처럼 체내의 마나에 불순물이 쌓이는 일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나 역시 아이린을 가르치는 것에 재미가 들었고, 최대한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아이린에게 전수해주려했지만 아이린은 마법을 배우는 것보다도 내 옆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지만 며칠째 저렇게 노골적인 시선으로 쳐다보니 알기 싫어도 알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저게 아이린의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린은 아직 누군가와 제대로 된 사랑을 나눠본 적이 없다. 때문에 친애의 감정과 사랑의 감정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나에 대한 집착까지 더욱 커져서는 안젤리카, 제시카 자매가 찾아왔을 때도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안젤리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제시카는 자신을 노려보는 아이린을 보며 조금 당황했었다.
물론 미래에 자신 또래의 남자애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 지금의 자신이 했던 짓을 떠올리며 잔뜩 이불을 걷어찰 것이 분명했다. 소위 말하는 흑역사라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팔아치운 포션의 수와 매출을 장부에 기록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황실 기사단의 갑옷을 확인하고는 장부를 덮었다.
요 사흘 동안 안 찾아온다 싶었는데, 드디어 만나러 올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황녀의 방에서 키스를하고 나서, 에디스는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다음날 찾아올줄 알았던 나로서는 조금 의외였다.
황궁에서 지내며 한 번도 남녀 간의 교제를 겪어본 적이 없는 에디스였기에 지난번의 키스가 기폭제가 되어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올 줄 알았는데, 사흘 동안 참은 것은 정말로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었다.
기사들은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내 가게 문 앞에 각각 좌우로 나뉘어 서서 입구를 지켰고, 에디스는 평소처럼 기품이 흘러넘치는 드레스를 입고 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오십시오. 황녀님."
"오랜만이네요."
내 인사에 화답한 에디스가 내 옆에 있는 아이린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이린은 그런 에디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직접 아이린에게 부탁을 해야했다.
"아이린. 황녀님과 둘이서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오늘 저녁 찬거리라도 사서 돌아오렴."
명백한 축객령에 아이린이 눈물까지 글썽거렸지만 나는 엄한 표정을 짓고 그녀를 재촉했다.
다른 사람 앞이라면 어리광을 받아줬겠지만 황녀인 에디스 앞에서까지 그런 태도는 곤란했다. 아이린을 쫓아내듯이 내보낸 내 마음도 결코 편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 아이는..."
그러고보니 에디스는 아이린을 보는 것이 처음이던가. 지난번에도 황녀가 찾아오기 전에 내가 심부름을 보낸 바람에 마주칠 일이 없었다.
"제 친척입니다. 사정이 있어 지금은 제가 돌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둘이 별로 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에디스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를 응시했지만 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영지의 다른 사람들도 아이린이 내 친척이라고 했을 때는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으니 적응된 것도 있었다.
나는 에디스에게 탁자 옆의 의자를 하나 빼서 자리를 권했다.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지난번의 그 차를 말하는거에요?"
"그게 좋으시다면 그걸로 끓여드리겠습니다."
에디스는 지난번에 마셨던 차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안이 나눠줬던 찻잎은 아직도 절반 가량 남아있었다.
그러고보니 마리안도 조만간 한 번 얼굴을 봐야하는데.
보름 정도 후면 에디스와 함께 순례를 떠날테니 그 전까지는 챙겨줄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니까.
마리안도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할지 고민하며 차를 끓였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 같은 은은한 향기가 가게 안에 가득 퍼졌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정말 향이 좋네요."
에디스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아무래도 저 차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는 창 밖에 서있는 기사들을 확인하고는 은밀하게 마나를 흘려보냈다.
가게 문을 기점으로 방음 마법과 환각 마법이 만들어졌다. 이걸로 가게 밖에 있는 기사들은 내가 에디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환상만을 보게 될 것이다.
방음 마법까지 펼쳐놨으니 가게 안에서 무슨 짓을 하던 창 밖의 기사들이 알아챌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게 좋아해주시니 다행이네요."
내 잔에도 차를 반쯤 채운 나는 주전자를 부엌에 갖다놓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