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9화 (189/260)

"... 생각해보니 조금 억울하네요. 저는 이제 당신만을 바라보게 됐는데, 제가 떠나도 당신은 계속해서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닐거잖아요."

맞닿은 등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심장 고동소리가 더욱 빨라졌다. 장난스레 중얼거렸지만, 에디스가 내 대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

사실 에디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에도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것을 청산할 생각은 지금도 없다.

어쩌면 앞으로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에디스가 그런 내게 기다려 달라고, 더 이상 다른 여자들과 엮이지 말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도 자신이 떠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무척 이기적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결국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돌려 말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빌고 있을테니 지금만큼은 나도 진지하게 대답해줘야겠지.

"확실히 그렇군요. 적어도 에디스님이 순례를 도시는 동안은 만날 수 없을테니까요."

굳이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에디스도 이미 내 여성 편력을 아니 아까 다른 여자들이 있어도 상관없지만 첫 번째는 자신을 골라달라는 소리를 했겠지.

"...역시 그렇겠죠?"

반쯤 낙담한 에디스의 질문에 나는 진심을 털어놓았다. 나 역시 에디스와 마찬가지로 솔직하지 못하지만, 에디스라면 분명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저는 함께했던 여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집니다. 만약 에디스님이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나 제 곁에 한 자리를 비워놓을테니 오고 싶을때 돌아오십시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에디스가 내게 되물었다.

".......정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고만 사셨습니까."

"믿기지가 않아서 그래요. 당신은 늘 제가 황녀라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에디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사실 그녀의 존재보다는 그녀가 내 곁에 머무르며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싫을 뿐이었지만.

이미 수많은 귀족 영애들을 만나고 다닌 내게 있어서는 황녀라고 해도 별 차이 없었다.

오히려 어지간한 귀족보다도 소탈한 에디스는 까탈스러운 아가씨들보다 훨씬 나았다. 물론 자존심이 세서 솔직하지 못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받아줄 수 있었다.

"하아... 긴장이 풀리니까 온 몸에 힘이 안 들어가요."

"모든 일이 마무리되면 조용히 돌아오십시오."

"꼭 그럴게요. 기왕이면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자리로 비워놔줘요. 저는 무적 질투심이 강해서 당신에게도 최고가 아니면 못 참을 것 같거든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어느새 서로 마주보고 있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키스했다.

어쩐지 방금 전보다 그녀의 입술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나는 정말로 에디스를 사랑하는구나.

사실 나는 지금까지도 에디스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사랑 없는 섹스만을 해왔고, 제대로 된 연인을 사귈 생각도,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비즈니스였다.

에디스가 자살했다가는 나도 귀찮아지니 그녀를 도와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사정을 듣고난 다음에는 예전의 나와 어딘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필요없다고, 늘 홀로 방에 틀어박혀 있다는 점이 말이다.

다른게 있다면 내게는 동료들이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동료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그런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내가 동료들에게 구원받았던 것처럼, 적어도 에디스가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다른 손쉬운 방법을 두고 내가 직접 수도까지 올라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에디스가 정말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랬기에 번거롭지만 후환이 없는 방법을 택했다.

결국 지금은 에디스가 나를 갈망하는만큼 나도 에디스를 원했다. 속으로는 그녀가 떠나지 않기를 바랬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했다.

내가 망설이면 그녀는 결국 내게 묶여서 스스로 나아가지 못할테니까. 그녀가 내 곁으로 돌아오는 것은 좀 더 많은 경험과 사건을 겪고 나서면 충분했다.

"어머. 제가 안 좋은 타이밍에 들어온건가요?"

진득한 딥키스를 끝내고 서로의 입술의 감촉을 즐기고 있던 도중 들려온 마리안의 목소리에 우리는 깜짝 놀라 서로의 몸을 밀어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마리안이 쿡쿡 웃으며 에디스의 반대편에 와서 앉았다.

이런걸 보고 양손의 꽃이라고 부르던가.

"에디스 양한테 선수를 뺏기긴 했지만 저도 루디 씨와 계속 함께하고 싶은건 마찬가지에요."

황녀에 이어 이번에는 성녀인가. 대충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에디스는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이미 황위 계승권을 포기했으니 순례만 끝나면 자취를 감춰도 잠시 소란이 일어날 뿐이고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안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황녀라는 지위와 다르게 성녀는 마음대로 자신의 직위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신전에서 결코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마리안은 내게 설명해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비록 수는 적지만 성녀로서의 힘을 잃는대신 평범한 여자로 돌아가신 전대 성녀분들도 있었거든요. 저도 이십 년 가까이 성녀로서 살아왔으니 교황님께 말씀드리면 아마 허락해주실거에요."

늘 성녀들이 젊은 처녀들인 것은 그런 이유였나. 그렇게되면 에디스와 마리안가 같이 돌아온다는 소리였다.

에디스 역시 마리안의 말을 이해하고는 황급히 내 팔을 끌어당겼다.

"처, 첫 번째는 저에요!"

"그렇게 견제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루디 씨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마리안은 평소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마리안의 정실 포기 선언에 에디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꼭 붙잡은 내 팔을 놓지는 않았다.

"저렇게 여유롭게 웃고 있으니까 이렇게 집착하는 저만 바보 같잖아요."

그렇게 중얼대는 에디스를 본 마리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는 루디 씨가 그런걸로 차별하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으니까요. 딱히 순서가 중요하진 않은걸요."

마리안의 말에 조금 감동받은 나는 그녀를 안아주려 했지만 나를 잡아당기는 에디스 때문에 내 시도는 무산됐다. 이놈의 애정 결핍 공주님께서는 왜 이리 독점욕이 심한지.

어쩐지 에디스에게 아이린의 모습이 엿보였다.

내게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과 더불어 썩 좋지 않은 과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물론 우리 아이린은 이 삐죽이 공주님과 다르게 무척 예의바르고 착하지만.

"그럼 이렇게 하죠. 어차피 두 분 모두 일 년 동안은 같이 다니셔야할텐데, 이번 기회로 더 친해지시는게 어떻습니까?"

두 사람은 일 년 동안 대륙 곳곳을 순례하며 함께 돌아다녀야 할텐데 벌써부터 기싸움을 해대면 서로 피곤해질 뿐이었다. 내 중재에 마리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에디스는 내가 또 무슨 짓을 시킬지 고민하면서도 조심스레 수락했다.

나는 마리안의 옷도 모두 벗긴 다음 마리안과 에디스 둘 다 내 침대 위로 올라오게 했다. 내 지시를 따르는 두 사람이 무릎을 꿇은 채 마주보며 앉았다.

에디스와 마리안은 서로의 몸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에디스는 마리안의 풍만한 가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고, 마리안은 에디스의 가느다란 허리를 부럽다는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 한 침대에서 뒹굴어서 그런지 어색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 사라져 있었고, 두 사람 다 함께 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어 보였다.

수도의 고급진 기루에서 델론즈와 함께 미녀를 쫘르륵 앉혀놓고 봉사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들은 테크닉이 죽여줬지만 지금처럼 크게 흥분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그녀들처럼 짙은 화장을 하지 않고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서로 가슴을 맞대고, 손을 잡아 보십시오."

내 말에 에디스는 난색을 표했지만 마리안은 내 의도를 대충 알아차렸는지 거리낌없이 에디스의 손을 맞잡았다.

마지못해 손을 잡은 에디스는 조심스레 몸을 숙여 아까 내게 파이즈리를 해줄 때처럼 가슴을 내밀었고, 마리안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흥분해 있던 두 사람의 핑크빛 유두는 빳빳하게 서 있었다.

양 옆으로 출렁거리며 흔들리던 두 봉우리가 아슬아슬하게 서로의 젖꼭지를 스쳤고, 에디스가 야릇한 신음을 내뱉었다.

"...아흣!"

마리안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발갛게 물든 볼을 보니 꽤나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는 내가 별다른 명령을 하지 않아도 두 사람은 서로의 가슴을 맞댄채 문지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젖가슴이 서로의 것을 짓누르는 모습을 보니 내 물건에도 다시 힘이 돌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성향의 미인 두 명이라 그런지 더욱 흥분됐다.

"...읏...응..."

"아응...흐읏..."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서로의 젖꼭지를 비벼대던 에디스와 마리안은 어느새 흥분한 눈길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원래는 이런 것까지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이라면 두 사람 다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번에는 두 분이 키스하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망설여졌는지 에디스는 당황하며 나를 흘겨봤지만, 이미 흥분한 마리안은 에디스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양 손을 꼭 잡은 채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두 미녀가 알몸으로 나뒹굴며 키스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최고의 눈요깃거리였다. 예전에 모험가로 활동할 때는 저렇게 여자들끼리 동성의 애정행각을 보는 경우도 꽤나 있었다.

성적인 일에 대해 개방적인 모험가들이었기에 오히려 재밌어하는 경우도 많았었는데, 이제야 그들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여자들끼리의 키스는 일반적인 남녀의 키스와는 다른 보는 맛이 있었다.

처음에는 입을 꾹 다문채 마리안의 키스를 거부하는 에디스였지만 계속해서 출렁이며 맞닿는 가슴의 감촉에 결국에는 백기를 들었다.

꽉 쥐고 있던 손에 서서히 힘이 빠지고, 입술을 벌려 마리안의 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타액을 듬뿍 묻힌 끈적한 혀로 서로의 것을 탐하던 그녀들을 보고 흥분한 나는 그녀들을 그대로 침대 위에 넘어뜨렸다.

이번에는 마치 에디스가 마리안의 위에 올라타게 된 자세였다.

에디스의 가슴이 마리안의 가슴을 완전히 짓누르며 두 사람의 음부가 내쪽으로 훤히 드러났다.

위에 올라탄 에디스의 음부는 털 하나 없이 깨끗했고, 마리안 쪽은 자신의 머리카락색과 같은 주홍빛 털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핑크빛 균열이 이미 축축하게 젖어 내 물건이 삽입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에디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내게 어필까지 하고 있었다.

저러면 더 이상 참을 수 없지. 나는 에디스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잡고 내 물건을 그녀의 입구에 맞췄다.

전희 따위는 필요 없을 정도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질 안으로 천천히 물건을 밀어넣기 시작했고, 마리안과 키스하고 있던 에디스가 콧소리로 신음을 흘리며 내 물건을 조여왔다.

"아앙...흐읏..."

내가 움직이기 쉽도록 에디스가 허벅지를 벌리자 마리안도 그녀에게 맞춰 다리를 벌려주었다. 나는 에디스의 엉덩이를 잡은 채 앞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썩,철썩하고 에디스의 엉덩이가 내 허벅지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음부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이미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절정에 이르자 계속해서 조수를 내뿜는 것이었다.

"하앙! ...으응...미칠 것만 같아...마, 마리안?! 흐읏!"

내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타이밍 맞춰 신음을 내뱉던 에디스가 당황해서 몸을 틀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내게 억눌려 고정되어 있었다.

슬쩍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 밑에 깔린 마리안이 에디스의 젖가슴을 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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