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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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정적이 된 것도 오랜만이었다. 누군가에게 목숨을 노려진 것도, 이렇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도 몇 년 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겁에 질려서 도망치려드는 제니아를 보니 짜증이 확 치밀었다. 어차피 지금은 보는 사람 하나 없으니 망설이지 않는다. 들고 있??장검을 제니아의 허벅지에 찔러넣었다.
"꺄아아아악!!"
처절하기 짝이 없는 비명소리였다. 제니아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기었다.
조금만 더 찔러넣었다면 근육이 완전히 끊어져 평생 한 쪽 다리를 못 쓰게 됐겠지만, 이 정도는 포션을 뿌리고 치료를 받으며 몇 달 요양하면 괜찮아진다.
물론 그녀의 입장에서는 몇달 동안은 꼼짝없이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는 소리지만, 죽지 않은게 어딘가?
검붉은 피가 그녀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질러댔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워커 바닥으로 짓밟았다.
안 죽어. 이런걸로 사람이 죽을거였으면 나는 옛날 옛적에 오크 반찬거리가 됐겠지. 고작해야 칼에 살짝 찔렸다고 고통스러워하는 제니아의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남을 죽인다는 말을 지껄이는 주제에 정작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네가 약한거겠지. 정말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안하니까, 그런 헛점투성이의 공격을 하는 것일테고. 손에 쥐고있던 검에 힘을주고 비틀었다. 그렇게 상처를 헤집어주자 제니아는 몸을 비틀며 억눌린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갈라진 비명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내가 마법으로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조용해지니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제니아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지도 대충 구상이 끝났다. 그녀의 입에 걸었던 마법을 해제하자마자 제니아가 울부짖었다.
"끄으윽!! 제, 제발 그만해에!!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상처를 계속 헤집는 고통을 참지 못하겠는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야 좀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니 만족스러웠다. 역시 짐승은 패야 말을 듣는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허벅지에 박혀있던 검을 단숨에 빼냈다. 검에 묻은 붉은 피를 바닥에 가볍게 털어냈다.
그래도 이미 검날에 스며든 피는 제대로 닦아내지 않는 이상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제니아의 허벅지에서는 계속해서 시뻘건 핏물이 흘러나왔다. 설령 나중에 영지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흉터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포션을 부어서 상처를 치료한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녀의 수중에는 포션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야 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네."
역시 폭력은 가장 훌륭한 대화 수단이었다. 진작에 이랬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자비를 베풀어 대화를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폭력으로 길들여진 제니아는 더 이상 반항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으니까 빠르게 가자고."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린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이런 년을 상대하는데 시간을 쓰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또 이런 짓을 할지도 모르니 확실하게 일을 매듭짓기 위해서 내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었다.
기술은 잊지 않았다.
어떻게 그걸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유일하게 타고난건데.
손을 털며 가볍게 몸을 풀고, 울고있는 제니아의 머리를 다시 워커로 짓밟았다. 제니아의 얼굴이 땅바닥에 쳐박히고, 발을 옆으로 움직이며 땅바닥에 그녀의 얼굴을 문질러댔다.
순서대로 가야지.
머리를 짓밟던 발을 치우고, 이번에는 그녀의 어깻죽지를 찍어눌렀다.
우득하고 뼈가 박살나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그녀의 팔이 뒤로 꺾였다.
"끄아아아악!"
그녀의 입을 다시 틀어막아야하나 고민했지만 이번에는 냅두기로 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반대쪽 팔도 마찬가지로 단숨에 박살내자 그녀는 몸을 꿈틀대지도 못하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옆구리에 차고있던 수통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자 정신이 돌아온 제니아가 고함을 질러댔다.
"씨발! 차라리 죽여!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무래도 지나친 고통으로 이성을 상실한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대들던 그녀였지만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목덜미에 들이밀자 금세 입을 다물었다.
"그냥 가만히 있는게 좋을거야. 어차피 네가 죽고 싶어도 그렇게 내버려둘 생각은 없으니까, 얌전히 기도나 하라고."
이건 진심이었다. 그녀가 쓸데없이 반항을 하면, 나도 모르게 힘을 조금 더 줘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불행한 일이었다. 그제서야 입을 다문 제니아를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나는 그녀에게 약속했다.
"걱정 마. 남은 상처는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테고, 절대 죽지 않게 할테니까."
내 솔직한 진심이 전해졌는지 제니아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이런 상황에서 사용했던 도구가 없었던 것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설마 오늘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뒤로 꺾인 제니아의 팔을 잡고, 그녀의 손을 폈다. 수인족답게 날카롭게 벼려진 손톱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궁수들이라면 으레 박혀있는 굳은살이 거의 없었다.
궁수들은 화살을 몇백 번씩 활시위를 당기는 연습을 하면 손가락과 바닥에 굳은살이 박힐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시위를 당길 때마다 손이 쓸리기 때문이다.
그녀가 평소에 체력 단련도, 궁술 연습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화살이 그렇게 형편없는 명중률을 보인 것이겠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
고문은 단순히 상대에게 큰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결코 그녀에게 잊혀지지 않을 폭력을 체험시켜 줘야만 했다.
손을 맞잡고 가만히 있자 제니아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흘겨봤다. 그런 제니아에게 빙긋 웃어주며 손을 놓고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붙잡았다.
팔이 박살나며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제니아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손쉽게 제니아의 손가락을 꺾어버릴 수 있었다. 고작해야 조금 힘을 줬을 뿐인데 그녀의 새끼손가락은 결코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뒤틀려버렸다.
"끄윽?!"
제니아는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할지 알아차렸다. 눈을 크게 치켜뜨고 나를 쳐다보는 그녀에게 나도 빙긋 웃어주었다.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도 빠짐없이 뒤로 꺾었다.
손가락이 마디마다 박살나는 고통에 제니아는 미친듯이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다리가 마비되고, 양 팔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버둥거려봤자 애벌레마냥 꿈틀대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제발 그만두라는 그녀의 애원을 들으면서도 나는 손가락을 꺾어버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뿌득.
"제발! 죽을 것 같아아아아악!!"
뿌득. 뿌드득.
"그마아아아아아안!!"
작업이 모두 끝나고, 제니아의 손가락은 하나도 빠짐없이 피멍이 든 채로 처참하게 뒤틀려 있었다.
제니아의 팔을 틀어 그녀의 눈 앞에 직접 그 모습을 보여주자 그녀는 결국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흐윽......"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손톱까지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러기엔 시간도, 장비도 부족했다.
"미안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제대로 장비를 챙겨오는건데."
제니아는 더 이상 말할 기력도 없어보였다. 예전에 나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던 범죄자놈들과 똑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공포에 질려서는 차라리 죽여줬으면 하는 갈망의 시선을 말이다.
내가 이런 기술을 배웠던건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할 때였다.
그 때 사람같지도 않은 놈들을 참 여럿 잡았었는데, 막상 잡고보면 놈들도 평범한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놈들이었다.
그 녀석들은 그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범하고, 죽이는 것에 취해 있었을 뿐이다. 그런 아마추어 새끼들이 나같은 프로들의 손에 걸리면 그대로 인생이 좆 되는거였고.
내가 족쳤던 놈들과 나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재미와 희열을 위해 사람을 괴롭혔지만 나는 이걸 일종의 의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행한다.
고문이라는 행위에 내 사적인 감정은 일절 섞여있지 않았다.
그때 다른 현상금 사냥꾼 중 하나가 내가 했던 일을 듣고는 미쳤다고, 정신적으로 망가져 있는게 틀림없다고 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건 이미 옛날부터 알고 있었어.'
내가 미쳤다는 그의 말과 다르게 나는 현상금 사냥꾼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실적을 올렸다. 단순히 범죄자 놈들의 목을 많이 베어왔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놈들을 숨이 붙은 채로 제압해서 데려온 것으로도 모자라, 죄다 폐인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다시는 전에 저질렀던 범죄를 생각도 못하도록 놈들의 자존심을 부쉈다.
늘 그랬듯이,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은 자신의 목숨 앞에서 비굴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니아도 목숨이 아까웠는지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고 있었다. 시끄럽게 하면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는 협박이 그녀에게는 유효했다.
그렇게 나는 제니아의 몸을 순서대로 망가뜨렸다. 손가락을 박살낸 다음에는 다리의 힘줄을 하나씩 끊었다.
매끈한 다리에 칼자국이 나며 피가 흘러나오자 냄새를 맡은 몬스터와 들짐승들이 꼬였다.
제니아가 쓰러지기만을 기다리며 군침을 흘리는 놈들을 단숨에 검으로 베어버렸다.
고블린 다섯 마리와 늑대 두 마리를 죽이고나니 주변을 맴돌던 다른녀석들도 슬금슬금 물러났다.
쓸데없는 놈들한테 낭비할 시간은 없다.
나는 멈추지 않고 정해놓은 순서를 따라 작업을 계속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니아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손, 팔, 다리, 얼굴, 배까지 어느 한 군데 멀쩡한 곳이 없었다. 곳곳에 피멍이 들고, 생채기가 나서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몰골이었다.
저대로 한 시간 정도만 방치한다면 싸늘한 시체가 되겠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내가 제니아를 이 꼴로 만든 것은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오늘의 기억을 품고, 두려워하면서 악몽을 꾸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말이다.
완전히 작업을 끝내고나자 어느새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어두워진 하늘에서는 한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가 내 손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
그렇게 제니아의 머리채를 질질 끌며 동굴에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비에 쫄딱 젖어버리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1. 건강은 무사히 회복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글쓸 일 밖에 안남았네요. 마침 오늘은 휴강이니 주말까지 열심히 비축분도 쌓고, 연참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원래는 좀 더 잔인하고 루디의 광기를 드러내는 묘사를 했었으나, 본래의 잔잔한 힐링물이라는 취지를 고려해서 적당한 선으로 다시 고쳐적었습니다. 이번 서큐버스 키우기는 어디까지나 메이저한 장르로, 많은 분들이 편하게 즐기실 수 있는 글이 목표이기에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3.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