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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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입고 있던 네글리제가 흐트러져 한쪽 어깨가 고스란히 노출됐고,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뿔, 꼬리, 날개가 드러나 있었다.
영락없는 음마의 모습에 내 아랫도리도 반쯤은 발기했고, 아이린에게 키스까지 할 뻔 했지만 아슬아슬한 순간 멈추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는게 문제지만.'
아이린의 마법 실력이 뛰어나서 그런건지 몰라도 그녀의 유혹 마법을 파훼하는 것만으로 마나를 대부분 소진했다.
예전에 던전에서 서큐버스 무리를 만났을 때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아니. 지금은 이런걸 생각할 때가 아닌가.
다행히 아이린은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상태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마법이 파훼되고, 나를 덮치려 하다 들킨 것에 당황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입을 열었다가 다물기를 반복하며, 애꿎은 그녀의 꼬리만 격렬하게 흔들리며 지금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이린."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녀의 몸이 흠칫 떨렸다. 꼭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아이 같아서 신선한 반응이었다. 이때까지 아이린은 내게 착한 아이로서의 모습만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아이린이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 오해에요. 주인님. 딱히 주인님을 어떻게 하려는게 아니라..."
사실 나는 딱히 화나지 않았다. 만약 아이린이 내게 해코지를 하려 했다면 유혹 마법이 아니라 세뇌 마법이나 최면 마법을 걸었겠지. 그편이 훨씬 다루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유혹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아이린이 정말로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던거겠지.
오히려 마음 한 구석에서는 기뻐하고 있었다. 아이린이 나를 남자로 보고 있었다는 뜻이니까.
아이린은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화났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풀죽은 아이린도 귀여웠만, 지금은 내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는게 좋겠지.
그녀의 턱을 한 손으로 잡고 들어올렸다. 혼나거나 버려질 것이라 생각했는지 아이린의 눈가에는 눈물이 방울져 있었다.
살짝 벌어져 있는 아이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눈을 감았던 아이린이 눈을 떴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반면 나는 느긋하게 아이린의 입술을 맛봤다. 고작해야 입을 맞추는 것만으로 그녀에게서는 음란한 냄새가 잔뜩 풍겨왔다.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선을 넘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루는게 좋겠지.
혀를 밀어넣지 않고, 가볍게 입술이 맞닿은 키스만으로도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아이린. 네가 그런 마법을 쓰지 않아도 나도 널 좋아해."
내 말에 아이린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손을 그녀의 뺨에 갖다대자 익어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아오른게 느껴졌다.
이건 곤란한데. 이런 날씨에 감기에 걸렸다간 며칠은 고생할지도 모른다.
"저, 저도 주인님이 좋아요! 정말 사랑하고 있어요!"
이제는 꼬리에 이어서 날개까지 파닥이고 있었다. 분명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뿔도 더 커지고, 날개도 더 커진 것 같은데.
한때 뿔의 크기가 마족의 강함을 증명한다는 낭설이 돌았던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마족이 성장하면서 뿔이 더 커진다는 사실은 진실인 모양이다.
충격에 빠진 아이린은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다물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진정시켰다. 품에 안긴 아이린은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평소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그런데 용케도 유혹 마법을 사용할 생각을 했구나."
아이린에게 마법을 가르친 것은 나다. 당연히 그녀도 내 마법실력을 알고있는만큼 이런 정신 계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터였다.
'오히려 정말로 먹힐 뻔 했다는게 무섭지만.'
아슬아슬하게 정신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이린의 유혹에 빠져서 완전히 선을 넘어버렸겠지. 내 말을 들은 아이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게 아니에요. 주인님 주변에는 이미 성숙한 여자가 많으니까 저같은 어린애는 상대해주지 않으실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사용했는걸요."
확실히 앨리스, 마리안, 에디스같은 여자들은 하나같이 거유에 스타일이 좋은 미녀들이었지.
"아이린. 넌 아직 성장중이니까 괜히 다른 여자들과 비교하면서 주눅들 필요없어."
빈말로라도 아이린이 그녀들에게 밀리지는 않았다.
가느다란 팔과 다리, 한 손에 착 감겨들어오는 가슴, 점점 풍만해져가는 엉덩이까지.
물론 내 취향이 연상의 성숙한 미녀는 맞지만, 아이린이 이대로 삼 년만 더 성장하면 내 취향의 한가운데에 들어오는 여자가 되지 않을까 기대됐다.
"그래도 주인님이 나갔다 돌아오실 때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나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걸요."
돌아올 때마다 내 품에 안겨서 냄새를 맡던게 그런 이유였군. 서큐버스라 그런지 사람들의 체취에 민감한 모양이다.
"지난번에도 앨리스 님을 만나러 가신다고 하셔놓고 진한 정액 냄새를 잔뜩 묻히고 돌아오시고..."
그렇게 말하던 아이린은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서큐버스는 그런 것도 알 수 있는건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크흠. 아무튼 내가 널 사랑하는건 거짓말이 아니야. 그러니까 조급해할 필요 없어."
아이린은 다른 여자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내가 딸처럼 기르던 것도 있고, 나와 한 집에서 살기 때문에 늘 함께한다. 그런데 단번에 선을 넘어버리고, 아이린이 내게 실망한다면?
앞으로 몇 년을 더 함께할지 모르는데 괜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일단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 뒤의 일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해도 늦지않아."
"...네."
다행히 아이린은 내 말을 따라주었다. 흐트러진 그녀의 옷차림을 정돈해주고, 방안에 남아있는 마력의 기운을 갈무리했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린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시 침대에 눕자 내쪽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이린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입술을 살짝 내밀며 속삭였다.
"그럼 주인님... 한 번만 더 키스해 주실 수 있나요?"
아이린은 방금전의 키스가 만족스러웠는지 다시금 요구했다. 물론 사랑스러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내가 아니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고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코를 간질이는 체취에 취할 것만 같았다.
아이린의 몸에서는 맡는 것만으로도 흥분하게 되는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녀는 좀처럼 떨어지기 싫은지 필사적으로 내 입술을 탐했다. 맞닿은 입술이 떨어지자 아이린은 아쉬워했지만 내가 그녀의 뺨을 손으로 감싸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에게 거둬져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도 널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망가져 있었고, 망가진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서로의 고통을 치료해줄 수 있었다. 각자의 존재가 서로에게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창문 너머로 어느새 어두워진 저녁의 달빛이 들어왔다.
가뜩이나 여행에서 돌아와 피곤했는데 마나까지 탈진 직전까지 사용하는 바람에 점점 눈이 감겨왔다.
"잘 자렴."
"네. 주인님도 좋은 꿈 꾸세요."
아이린을 만난 이후로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잊고 있었던 감정을 느끼며 '살아있다'라는 감각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줄곧 걱정해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이린이 내 곁에 없으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를 떠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오늘 아이린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아이린은 '누나'와 다르다. 무엇보다 지금의 내게는 아이린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
누나를 잃었을 때처럼 무기력하게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완전히 눈을 감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짓는 아이린의 모습이었다.
"...주인님."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였다.
"주인님. 일어나셔야해요."
사실 익숙한 정도가 아니다. 애초에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으니.
"안 일어나시면...장난쳐버릴거에요."
처음에는 내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댔지만 내가 좀처럼 눈을 뜨지 않자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했다.
순진한 아이린이 치는 장난이라고 해봤자 간지럽히는 것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쪽.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눈이 떠졌다.
아침에 눈을 뜨고 처음으로 본게 아름다운 미소녀의 얼굴이란 것은 확실히 좋은 일이지만, 설마하니 모닝 키스를 받을 줄은 몰랐다.
아이린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열심히 깨웠는데도 안 일어나신 주인님이 나쁜거에요. 아니면 매일 아침마다 모닝 키스로 깨워드릴까요?"
어제 처음으로 키스를 한 주제에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입을 맞췄다.
그야말로 소악마 같은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이쪽이 아이린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이때까지는 착한 아이를 연기하기 위해 본심을 참고있었던 걸까. 나는 여유롭게 웃고있는 아이린의 팔을 잡아당겼고, 무게 중심이 무너진 아이린은 내 품 안에 꼭 들어왔다.
어른을 상대로 그런 장난을 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로 했다.
아이린의 귀를 살짝 깨물자 야릇한 신음을 내뱉었다.
"으읏?!"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위장 마법으로 감춰져 있던 아이린의 꼬리를 낚아챘다.
"하읏!!"
마족이 꼬리가 민감하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귀를 잘근잘근 씹으며 꼬리를 손으로 살살 문지르자 아이린의 얼굴이 녹아내렸다.
방금 전의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쾌락을 간신히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린의 음란한 얼굴을 보자 나도 아랫도리가 뻐근해졌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그녀를 자극하는 것에 집중했다.
"어때? 앞으로도 그럴거야?"
아이린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속삭이자 몸을 전율하며 더 이상 반항도 하지 못했다.
"잘못했어요... 아앙!"
장난스레 꼬리 끝부분을 잡아당기자 아이린의 입에서 색기 어린 신음이 터져나왔다. 마치 성교할 때나 나올 법한 야한 신음소리에 나도 놀랐다.
내 테크닉에 완전히 침몰한 아이린은 침대에 엎드려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고 있었다.
이러니 꼭 내가 나쁜 짓을 한 것 같잖아. 희미한 신음을 흘리며 붉어진 아이린의 얼굴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1. 드디어 기념비적인 아이린과의 첫 키스가 이루어졌군요. 앞으로는 좀 더 짙은 애정행각으로 꽁냥거리는 커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2. 230화가 될때까지 기다려주신 독자분들은 환호하셔도 좋습니다. 존버는 승리합니다! 이제 키스부터 시작해서 서큐버스의 다양한 플레이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3.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다다음주는 시험기간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보강 주간인 다음주는 오히려 평소보다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 고로 죽어라 글을 쓰겠습니다!! 저 스스로 아이린과 루디의 꽁냥대는 씬을 쓰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요!!
4.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는 댓글로 남겨주시면 바로바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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