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4화 (254/260)

254회

h씬 -아이린-평소에는 별 것 아닌 행동도, 사랑하는 사람이 해주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아이린의 정성이 가득 담긴 손길과, 은근슬쩍 단단하게 발기해 있는 내 물건을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점까지 그녀의 모든게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내 몸 구석구석까지 거품을 내서 문질렀고,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반쯤 받아 앉아있는 내게 끼얹었다. 혹여나 거품이 남아있을까봐 손으로 내 몸을 꼼꼼하게 씻겨줬다.

욕실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조금 어지러워 보이는 아이린과 수건으로 서로의 몸을 닦아주고 나왔다. 

처음부터 하룻밤을 묵을 생각으로 짐을 챙겨온게 천만 다행이었다.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뒀던 짐가방에서 갈아입을 속옷과 잠옷을 꺼냈다. 사실 욕실에 있는 서랍에는 목욕 가운이 들어 있었지만, 아이린이 입기에는 조금 컸다. 

문제는 짐가방에 들어있던 아이린의 속옷이 상상 이상으로 대담한 것이었다. 구멍이 촘촘히 나 있어서 속살이 훤히 보이는 실크 팬티와, 아슬아슬하게 젖가슴을 감싸는 브래지어. 그게 '어떤 상황'을 위해 있는건지 모를 정도로 눈치 없지는 않았다.

아이린은 내 손에 들린 속옷을 보고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녀 나름의 승부 속옷이었을텐데, 입기 전부터 이렇게 봐버려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아이린이 저걸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그녀의 성격상 힘들 것 같았다.

"...주세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이린은 내 손에서 속옷을 낚아챘다.

"주인님은... 이런 속옷을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지, 지난번에 성녀님이랑 하실 때 다 봤으니까요..."

분명 이런 음란한 속옷을 챙긴건 자신이면서, 아이린은 마치 내가 이런걸 입어달라고 한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는 아이린의 얼굴을 보니 그 정도는 애교로 받아들여줄 수 있었다. 

"그래. 확실히 네가 이런 속옷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니 엄청나게 두근거리네."

"그... 그럼 어쩔 수 없죠. 주인님은 정말 변태라니까..."

엎드려 절 받기 같은 느낌이지만 아이린이 이걸로 괜찮다면 상관없다. 우리는 서로 등을 돌려 옷을 갈아입었고, 나는 아이린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돌아보셔도 괜찮아요."

아이린의 허락이 떨어지고 고개를 돌리자 나는 순간 숨을 쉬는걸 잊어버렸다. 

속이 훤히 비치는 새하얀 네글리제 안에 방금 전의 그 음란한 속옷을 받쳐입자 섹시함은 배가됐다. 아슬아슬하게 가슴을 감싸는 브래지어와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네글리제의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대단했다.

오랫동안 욕조에서 아이린과 장난치며 수그러든 내 물건이 단번에 다시 발기했다. 예전에 동료들 중 하나가 여자는 벗겨놓은 것보다, 속옷만 입혀놓은게 더 야하다는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남자들은 두 파벌로 갈라져서 싸웠다. 

파티가 해체될 수도 있을 정도로 피튀기는 혈전이었다. 야한 속옷을 입혀놓는게 훨씬 야하다는 속옷파와, 속옷따위보다 알몸이 훨씬 꼴린다는 나체파가 첨예하게 대립구도를 세우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그딴 싸움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굳이 꼽자면 나체파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나체일 때 섹스 하는게 더 편하니까. 그 때의 나는 성욕을 처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속옷이 여자를 꾸며주는 멋진 향신료와 같다는 걸 알았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함과 아이린에게서 풍겨오는 고고한 분위기 때문에 마치 귀족 영애를 내 입맛대로 길들이는 기분이었다.

"저기... 주인님. 너무 그렇게 빤히 보시면... 부끄러운데요."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자 결국 시선을 이겨내지 못한 아이린이 내 의식을 현실로 돌려놨다. 당장 마음같아서는 마법 수정구에 지금 아이린의 모습을 저장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그녀가 당장 수정구를 박살내버리겠지.

정신을 차린 나는 뭐라도 칭찬하기로 했다. 예전에 만났던 한 명이 여자가 옷을 갈아입은걸 보면 뭐라도 칭찬하는게 좋을 거라고 충고해줬었다.

"응.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예쁘네."

옷을 갈아입은 아이린과 다르게 나는 여전히 목욕 가운 차림이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도 귀찮고, 어차피 벗을건데 뭐하러 입냐는 생각도 한몫했다. 

창 밖으로 여전히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이린과 함께 침대 위에 앉았다. 사실 아직도 조금 무서운건 남아있다. 아이린에게 손을 대는 순간 관계가 완전히 달라질까봐, 지금까지 내가 알고있던 아이린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까봐 걱정됐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할 아이린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매일 같이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 키스를 해주고, 낮에는 데이트를 하며, 밤에는 같은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종일 함께할 수 있다는건 그야말로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다리를 모아 앉아있는 아이린의 팔을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품에 안긴 아이린과 나는 방금 전 욕실에서 하지 못했던 키스를 다시 이어서 했다. 불과 일 년 전에 아이린을 처음 데려올 때만 해도 이런 관계가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이었다.

아이린은 아기새처럼 내 입술을 탐해왔고, 나는 그런 그녀의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혀를 움직였다. 평소보다 떨리는 아이린의 손을 잡아주자 떨림이 조금은 멎었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라도 우리는 더 가까이 붙어서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네글리제 안으로 손을 넣어 말랑말랑한 아이린의 배를 주물렀다.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몸과 귀여운 배꼽을 마음껏 주무르는 동안 아이린도 내 목욕가운 사이로 손을 넣어 내 물건을 양 손으로 잡았다.

서로의 혀를 탐하며 끈적한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우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린은 양 손을 모아 내 물건을 위아래로 훑으며 부드럽게 비벼댔고, 나는 아이린의 배를 더듬던 손을 점점 위로 올려 브래지어 사이로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가슴을 살살 주무르자 핑크색 유두가 점점 딱딱해졌다.

아이린은 가슴의 감도도 무척 좋아서, 조금만 유두를 부드럽게 튕겨주면 그녀는 달뜬 신음을 흘렸다.

아이린의 눈에서 점점 이성이 희미해지고, 노골적으로 팬티에 도끼자국이 남을 정도로 젖자, 나는 팬티 너머로 그녀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으응...하아...하읏..."

얇은 천 너머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젖은 그녀의 음부는 당장에라도 삽입하고 싶은 마음을 자아냈다. 그녀의 순결을 취하고, 몸 구석구석까지 내 색으로 물들여주고 싶었다.

자세를 바꿔 아이린을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다리를 벌린 나는 그녀의 속옷 너머로 축축하게 젖은 비부를 혀로 핥았다. 속옷이 내 타액으로 젖어들어 애액과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주인님... 하응...저...더 이상은..."

혀로 하는 커닐링구스로 충분히 느낀 아이린은 갈 것 같은 얼굴로 애원했다. 

나는 속옷 너머로 볼록 튀어나온 새끼손가락의 한 마디만한 클리를 문질렀고, 한계에 다다른 아이린은 따뜻한 조수를 내뿜으며 가버렸다. 

가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지 필사적으로 양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게 무척 귀여웠다.

나는 예쁜 얼굴을 감상하는데 방해되는 그녀의 손을 치웠다. 아이린은 지금의 모습을 보이는게 싫은지 고개를 흔들었지만, 내게 있어서는 쾌락에 물들어 칠칠맞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희미하게 열린 입술 사이로 흐르는 침과,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눈동자가 방금 그녀가 갔다는 것을 알려줬다.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핥으며 입가를 타고흐르는 침을 핥았다.

"으으...주인님은 변태..."

"고작 이 정도로 그런 말을 하면 곤란한데 말이지."

왜냐하면 지금부터 할 일은 그것보다 훨씬 변태같은 짓이니 말이다.

"속옷을 벗어보렴."

내 부탁에 아이린은 착실하게 팬티의 끈 부분을 양 손으로 천천히 끌어내렸다. 아슬아슬하게 비부를 가리고 있던 천조각이 완전히 사라지고, 정갈한 보라색 음모와 함께 방금 전의 절정으로 뻐끔거리고 있는 핑크색 비부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벗겨도 괜찮았겠지만, 스스로 속옷을 벗으며 부끄러워하는 아이린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스스로 거기를 벌려볼래?"

아이린은 우물쭈물거리면서도 자신의 비부를 벌려 핑크색 균열을 내게 보였다. 죽을만큼 부끄럽지만, 내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한다는 표정이었다. 

아이린이 수줍게 음부를 직접 벌린 모습을 보자 내 물건도 다시 단단하게 발기했다.

당장에라도 그녀의 안에 삽입하고 싶다고 시위하듯이 꼿꼿하게 선 녀석을 보고 아이린의 눈이 둥그래졌다.

"으아...아까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

"이런 야한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렇지."

입고있던 목욕가운을 벗어 침대 한 켠에 밀어뒀다. 빳빳하게 선 페니스를 질구에 갖다대자 갑자기 아이린의 표정이 굳었다. 적당히 풀어줘서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아직은 내성이 부족한가?

"혹시 무서우면 얘기해도 괜찮아. 아플 것 같으면 바로 말하고."

만약 아이린이 힘들다면 미약이나 마법을 사용해줄 셈이었지만 아이린은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기분탓인가봐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린의 얼굴은 여전히 밝아지지 않았다. 본인이 괜찮다면 별 수 없지만, 찝찝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와서 멈출 수도 없는 노릇. 

아이린의 반응을 살피며 질구에 물건을 몇 번인가 문지르다 슬슬 삽입을 하려는 찰나, 그녀가 눈을 질끈 감는 것과 동시에 나도 머릿속으로 희미한 영상과 같은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내 물건을 견디지 못한 아이린의 몸이 망가져버리고, 결국에는 목숨을 잃는, 결코 떠올리기 싫은 모습이었다. 

그 기분나쁜 장면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질구에 갖다댔던 물건을 황급히 빼냈다.

"......"

내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방금 전의 장면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무엇보다 내 감이 방금 전의 그건 그냥 넘겨도 될 일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혹시 아이린이 갑자기 이런 딱딱하게 굳은 반응을 보였던 것도 나와 같은걸 봐서 그런게 아닐까.

물론 당장이라도 아이린과 섹스가 하고 싶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아이린을 아끼고 있었다. 하나라도 의심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부터 바로잡는게 좋겠지.

"솔직하게 말해줘. 아이린. 너도 방금 전에... 안 좋은 직감이 든거야?"

아이린의 성격상 그런걸 알았다고 해도 내게 괜한 민폐를 끼치기 싫어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일 년 동안 아이린과 함께 살았던만큼, 나도 아이린을 잘 알았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작품후기]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1. 제일 생각이 많이 들어갔던 편이네요. 이번 챕터가 H씬이 아닌 'h씬'이었던 이유기도 하고요. 후기로 스토리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본편으로 보여드리는게 좋을 것 같으니, 오늘은 후기를 생략하고 바로 다음편을 쓰러 가보겠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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