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회
Ch 50 -그녀를 위하여-다음날 아침, 나는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위화감과 함께 눈을 떴다.
솟아있는 이불을 들추자 아침부터 내 물건을 핥고있는 아이린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헤헤... 일어나셨어요? 주인님?"
"그래. 간만에 푹 잤단다. 그런데 이건..."
아이린과 나는 어젯밤에 잠들었을 때와 그대로 알몸이었다. 어쩐지 으슬으슬하더니,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다행히 비는 그쳤는지 더 이상 빗소리가 들리진 않았지만, 창 밖의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가는 길에 다시 비가 쏟아질지도 모른다.
"슬슬 씻고 돌아갈 준비를... 읏!"
말하던 도중 아이린이 입술로 귀두를 강하게 빨아들이자 반쯤 발기해있던 채로 사정했다. 이미 한참 전부터 빨아댔는지 내 물건은 온통 그녀의 타액 범벅이 되어 있었다.
꼴깍. 꼴깍. 입 안에 정액을 모두 받아낸 아이린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삼켰다.
"뱉으면 아까우니까요. 어차피 정기를 모으기 위해서는 직접 마시는게 제일 좋고... 무엇보다도 주인님의 정액은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만 마시고 싶어지는걸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봉사해주는 연인이라니.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부러워할게 분명했다. 깨끗하게 입으로 청소까지 한 다음에야 우리는 씻을 수 있었다.
같이 욕실에 들어갔다간 또 장난을 치게 될 것 같아서 따로 씻고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와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린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의 흔적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고 하는 바람에 마법으로 매트에 남아있는 얼룩까지 지웠다.
남녀가 한 방을 쓰면 다들 짐작할텐데, 이상한 부분에서 부끄러워하는 그녀였다.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오자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아침부터 문을 연 식당을 찾기도 귀찮아서, 그냥 여관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떼우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 조금 기다리자 한 소녀가 샌드위치와 스프가 담긴 접시를 들고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스프는 미지근하고, 샌드위치는 퍽퍽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은 했다. 대개 여관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는 이랬기에 별다른 감흥도 없었다.
"또 오십시오."
환한 얼굴로 배웅하는 안주인에게 열쇠를 반납하고, 어제 말을 맡겨놨던 여관으로 향했다.
돈을 넉넉히 준 덕분인지 녀석의 여물통에는 손질된 풀과 과일이 가득했다. 푹 쉬면서 배불리 먹었는지 기분좋게 푸르릉 거리는 녀석의 이마를 슬쩍 쓰다듬자 고개를 들었다.
여관 주인에게 팁으로 은화를 한 닢 주고, 말을 끌고 나왔다. 그레이스 영지는 아침부터 거리가 상인들과 모험가들로 가득했다. 아마 겨울이니 모험을 가는 것보다는 내년을 대비해 장비를 장만하거나 오락거리를 찾는 모습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어제 가지 않았던 다른 거리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돌아갈 방법이 마땅찮았기에 서둘러 출발했다. 성을 들어올 때와는 달리 나갈 때는 이렇다할 검문조차 하지 않았다.
하늘에 먹구름이 더 많이 끼이는걸 보고는 말의 옆구리를 가볍게 걷어찼다. 기운 넘치게 달려나가는 말의 고삐를 잡고 아이린과 나는 바스티안 영지로 향했다.
고작 하루밖에 머무르지 않았지만 그 하루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아이린에게 찝적대는 녀석에게 직접 손을 쓴 것도 처음이었고, 연인처럼 점을 본 거나 밤에 여관에서 야한 짓을 한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어제 아이린과 데이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앞으로는 이런 짓이 일상이 될거라 생각하자 좀처럼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변을 둘려보며 느긋하게 왔던 때와 다르게 돌아갈 때는 속도를 좀 더 냈다. 말에게 신체 강화마법가지 걸어가며 달린 덕분에 비가 쏟아지기 전에 바스티안 영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벽 아래에서 검문을 하고있던 경비병들에게 인사를 하며 말을 앨리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공교롭게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빗줄기가 다시 쏟아졌다. 한겨울에 때 아닌 장마였다.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을 보면 며칠간은 당분간 거센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싶었지만 날씨가 이래서야 무리였다. 아이린이 먼저 욕실에 들어가 씻고 있는 동안,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뒤적였다.
트라다 쿠스만의 저택에서 가져온 책들도 포함해서, 서큐버스에 대한 연구를 위한 책들은 진작에 따로 분류해뒀다.
"성인식...성인식에 대한 정보가..."
혹시 내가 읽지 않고 빼먹은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봤지만 내가 알고있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자각할 뿐이었다.
서큐버스는 태어났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가 흡수한 정기를 병에 담아 그걸 먹이는 방식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누적된 정기가 충분해질 정도로 성장한 후에는 성인식을 치르며 완전한 서큐버스로 거듭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서큐버스들도 정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첫경험을 하려하면 아이린과 나처럼 환각을 보게 됐는지는 몰라도,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아이린의 마력을 늘리는 수 밖에 없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아이린의 마력을 늘리는 영약이나 마법을 사용해서 단번에 늘리는 법과, 꾸준히 정기를 섭취해서 착실하게 마력을 늘리는 방법.
문제는 첫 번째 방법은 아이린의 몸에 무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서큐버스는 마족인만큼 그들의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동안' 섭취하는 정기량을 이제와서 따라잡기는 요원했다.
"하아..."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나는 창문을 조금 열어 차가운 바람을 쐬며 머리를 식혔다. 드디어 아이린과의 관계가 개선되서 기뻐했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막히자 마음이 답답했다.
'아이린에게는 절대 내색하면 안 돼.'
내가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간 아이린도 조바심을 내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그녀가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결국 방법을 찾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나를 늘릴 수 있는 포션은 마법을 처음 가르칠 때 몇 번이나 먹여서 효과가 별로 없을테고, 진귀한 약초나 마력이 담긴 정수같은걸 구하는게 아닌 이상...
'잠깐만.'
마침 정수라면 며칠 전에 안젤리카와 제시카가 왔을 때 받았던게 있지 않은가. 그걸 사용하면...
"아니... 그래도 그건 안되겠지."
그때 봤던 것처럼 그 정수는 탁한 기운이 너무 많이 섞여있었다. 질릴 정도의 악의과 살의가 깃든 정수를 아이린에게 취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잘못하면 아이린이 정수에 집어삼켜져 성격이나 기억이 완전히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한참동안 고민에 잠겨 앉아있는데, 불쑥 아이린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주인님?"
깜짝 놀라 두 걸음 정도 뒷걸음질쳐버렸다.
"...어. 아이린. 왜그러니?"
"다 씻었으니까 주인님도 씻으시라고 말씀드리러 왔는데... 무슨 생각 중이셨어요?"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얼버무리려 했지만 문득 어제 내가 아이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내게 숨기는게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던만큼, 나도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 의무가 있었다.
나는 방금전까지 했던 생각을 정리해서 아이린에게 설명했고, 얌전히 침대에 앉아 설명을 듣던 그녀는 내 고민을 이해하고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주인님. 사실 지난번에 그 정수를 보는 순간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거대한 마력에 집어삼켜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족의 정수인만큼 평범한 인간인 내가 느끼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아이린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나 혼자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건 아이린의 의사니까. 만약 아이린이 정수를 취하는데 거부감을 가진다면 나는 사용하지 않을 터였다.
"저는... 조금이라도 빨리 주인님과 이어지고 싶어요. 성인식을 치를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소리치는 아이린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정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게."
"혹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 이번에는 괜찮아. 아까 정수에 현혹될뻔했다는 것도 그렇고, 내가 정수를 완전히 정화하기 전까지는 가까이가지 마렴."
가끔 저주받은 아티팩트나 무기 중에는 사용자의 자아를 집어삼키거나 붕괴시키는 물건들이 있었다.
이 정수가 그런 물건이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린은 내가 단칼에 거절하자 시무룩했지만,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하자 상심한 표정을 풀었다.
결국 나는 그날부터 사흘내내 창고에 있던 서적까지 모두 끌어와서 조사한 끝에 마족의 정수를 정화시킬 방법을 찾았다.
수준급의 마족이 남긴 정수라는게 그리 흔한 물건도 아니고, 그걸 정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내는건 거의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백년 전의 고서까지 뒤적인 결과 간신히 실마리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예전의 마법사들 중에는 마족의 정수를 취하는 것으로 더 큰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믿는 자도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인간의 몸으로 그걸 견딜 수 있을리가 없으니 당연히 죽은 모양이지만, 그가 남긴 기록 중에는 자신이 획득한 정수를 정화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사흘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책을 뒤지던 나는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책장을 넘겼다.[작품후기]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1.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오류는 댓글로 남겨주시면 확인하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다!
2. 이번 챕터가 '아이린'과의 관계를 위한 챕터다보니 평소보다 신중하게 쓰고, 고치다보니 시간이 조금 더 걸리네요. 조금만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마침 내일은 일요일이니 저는 밤을 샐 각오로 이만 바로 다음편을 써보러 가겠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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