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野說) 스타크래프트 '메딕 미스 리의 라이언 일병 구출 작전' 1부
********** 코플루루 태양력 6월 7일 13시 20분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와랑와랑 거리는 톤 높은 사내의 목소리가 3 대대 메딕 행정실에 울려 퍼졌다.
신형 CMC /500 강화 전투복의 어깨에 붙은 계급으로 그가 대위임을 알 수 있었다.
전투복의 왼 쪽 옆구리 부분에 날카로운 것에 의해 찢긴 자욱이 두 가닥 길게 나
있었고 흉하게 찢겨 벌어진 주변에는 점점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강화복이 찢길
때 상처를 입은 듯 했다.
신형 전투복의 장갑이 뚫릴 정도로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프로토스 족 질럿의
프라즈마 검이나 저그 족 변형 저글링의 아드레날린 강화 초 압축 발톱밖에 없다.
어느 쪽에 당한 것이건 메딕 행정실에 나타난 대위는 '코플루루 섹터'의 '차우 사라'
에서 연 칠일 째 계속되는 혼미하면서도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갓 빠져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깎지 않은 수염 탓에 상당히 지저분해 보이는 얼굴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흐릿한
눈 빛이 가늘게 뜬 실 눈에서 배어 나오고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는 사람 이었다.
신체는 상당히 건장해서 전투화 굽의 높이를 뺀다 해도 180 센티는 확실히 넘는 키
였다.
행정실 안의 메딕 둘이 놀란 눈으로 요란한 방문객을 쳐다 보았다. 테란 '차우 사라'
소속 5 사단, 200 연대, 3 대대 메딕 중대, 행정 소대장 이 영혜 소위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거수 경례를 했다.
"소대장 이 영혜 입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수염이 더부룩한 대위는 품에서 전통 용지를 한 장 꺼내 영혜의 앞에 툭 내 던지며
여전히 왕왕거리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 201연대 4 중대 '밀러'야. 씨발! 한참 전투 중인데 웃기는 쪽지 한 장 받고
후방으로 돌아 왔어. 대대 본부에 메딕이라곤 너희 단 둘이냐?"
"예. 그건 아니고 지금 가용 병력은 전부 교전 지역에 나가 있고, 비 가용 병력은
캡슐에서 휴식 중이라……."
"그래 알았어. 하여간 가용이건 비 가용이건 간에 그 중에서 장교 하나 끼어서
세 명만 뽑아 줘."
이 영혜는 대위가 던진 전통 용지를 보았다. 용지 전체를 덮은 붉은 색의 도장을
보자마자 그것은 군 사령부의 1급 문건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내가 처리 할 문제가 아니야.)
"저. 지금 지원 대장님은 200연대 교전 지역에 시찰 나가 있고, 중대장님은 보충
병력 인수 문제로 '타르소니아'로 간지라 현재 1급 문건을 책임지고 인수 할 간부가
없습니다. 22 시에 지원 대장님이 돌아 오실 때까지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밀러 대위의 눈꼬리가 가늘어 졌다.
"이런 씨팔! 하여간 후방에 있는 것들하고는……. 야! 소위! 전통 못 봤어. 시급을
다투는 일이니 즉각 협조 할 것! 맨 앞에 써 있잖아. 너희 지휘관이 없으면 내가
직접 뽑아 갈테니 현재 대대에 남아 있는 메딕 명부 가져 와 봐."
영헤는 순간 뭐 이런 자식이 다 있나 싶어 밀러 대위를 노려 보았다. 그러나 대위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군 사령부에서 직접 내려 온 명령서이니 연대에서조차 할
말이 없을텐데 하물며 대대 급에서야 뭐라 하겠는가?
"제니. 인사철 가져 와 봐."
제니 중사도 방문객의 행동이 못마땅한 듯 뾰루퉁 한 표정으로 서류철을 뒤적거릴 때
성질 깨나 급한 밀러 대위의 와랑거리는 목소리가 또 터졌다.
"야! 야! 인사철 볼 필요두 없구만. 너 제니라는 애 중사니까 전투 뛴 적 있지? "
"옙. 대위님. 타클라칸 공방전에 참가 했었습니다."
밀러 대위가 휘파람을 한 번 휙 불었다.
"호오라! 거기서 살아 남았어? 그럼 좀 하는 편이구만. 소위는 어때? 작전 뛴 적
있어?"
순간 영혜는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제니 플라잉' 중사가 타클라칸 전투에 참가
해서 혁혁한 전과를 세운 것은 그녀가 하사관 학교를 졸업 한 후 바로 첫 전투에서
였다. 제니는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해병대원을 무려 7명이나 치료해서 타클라칸
전투가 승리로 끝났을 때 무공 훈장까지 받았다. 그리고 계속 되는 여러 전투에서
활약을 하다 두 달 전부터 포상 휴가를 겸해 후방 사령부에 시간제 파견을 내려 온 것
이었다. 그에 비해 영혜는 메딕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 한 후 8 개월 동안
한번도 전투에 참가해 본 적 없이 그저 대대 행정실에서 근무 했을 뿐이었다. 동기의
다른 장교들은 다 한 번 이상 전투에 나갔는데 유독 그녀에게만 참군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있는 전군 최고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라는 명령은 꼭
내려 왔다. 거기서 그녀가 하는 일은 회의가 끝난 후 있는 장군들의 만찬을 준비 하는
일 이었다. 회식을 마치면 취한 장군들이 슬쩍 그녀를 에스코트 해 주겠다는 등의
수작을 거는 것이 좀 느끼했지만 동기 중 두 명이 벌써 전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후방에서 근무하는 자신이 꽤나 행운을 타고 난 것으로 생각 되었다.
어쨌건 밀러 대위의 질문에 약간 챙피해진 영혜는 작은 소리로 답했다.
"전 아직 작전에 직접 참가 한 적은 없습니다."
밀러 대위는 가뜩이나 가는 눈을 더 가늘게 하고 영혜를 한참 쳐다 보았다. 그 시선
이 너무 흐리멍텅한 기분 나쁜 것이어서 영혜는 슬쩍 그 눈길을 피했다.
"좋아. 이번에 전투에 참가 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소위도 같이 가도록 해. 나머지
한명은 소위가 뽑도록 해. 전투 경험 많은 애가 가는게 좋을거야. 죽을지 살지 모르는
일이니…… 2시간 뒤에 올 테니 수속 끝내 놓고 너희 대대장 실에서 보자."
영혜는 밀러 대위의 말에 조금 놀랐다. 자신의 전투 참가가 이렇게 급히 준비없이
이루어지리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종군을 한 이상 언젠가 전투에 실전 투입
될 것은 기정 사실이고, 그것이 겁나는 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가슴이 묘하게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약간 멍청하게 밀러 대위의 뒷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근데 말이야. 군대에서는 소위처럼 치장한 여자는 필요 없어. 화장이나 장신구 따윈
다 치우고 오라구. 지금처럼 하고 나타나면 애로 사항이 꽤 많을거야. 내 애들은 꽤
거칠어서 계급 따윈 별로 신경 안 쓰거든. 괜히 따 먹히고 징징 거리지 말고, 맘
단단히 먹고 오라구."
문을 열고 나가던 밀러 대위가 툭 내뱉듯 한 마디 던졌다. 영혜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밀러 대위가 함부로 던지는 말이 너무 불손해서
상당히 화가 치밀었다.
"소대장님. 참 싸가지 없는 대위죠?"
제니 중사가 슬쩍 영혜의 옆에 다가 왔다. 영혜는 화가 나서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고
고개를 돌렸다.
"근데 저 밀러 대위가 꽤 유명한 인물이에요. 공화국의 영웅 '짐 레이너'와 사관학교
동기인데 성격이 워낙 직선적이라 윗 사람 눈에 빗겨나서 그렇지, 사관학교 시절엔
짐 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대요. 거기다 저 사람이 행한 작전 중에는 불가능하다고
한 것을 해 치운 것이 꽤 많아요. 데리고 있는 병사들도 역전의 용사가 많고요.
대단한 장교임에 틀림 없어요."
제니의 목소리에는 밀러 대위에 대한 존경심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 밀러 대위가 어떤
사람 인지 조금 알게 됐다고는 해도 영혜는 그에게 받은 모욕이 수치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끓어 오르는 분노를 속으로 삭이면서 그녀는 꼭 앙갚음을 해 주리라고 단단히
결심 했다.
"근데 제니는 전투에 나가는 것이 즐거워? 갑자기 활발해지네."
서류철을 급히 정리하는 제니 중사는 조그맣게 콧노래를 흘리고 있었다.
"헤헤…….. 뭐 그런 편이죠. 소위님도 전투에 나가면 신나는 경험을 많이 겪을 거
예요. 이런 행정실에서 따분하게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낫죠."
"그래도 전투에 나가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잖아? 겁 안나?"
"호홋! 겁이야 나죠. 근데 실제 전투에서 보면요. 우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지 않은
이상 메딕이 먼저 공격 받는 경우는 없어요. 프로토스 족이나 저그 족이나 모두
우리가 비 전투 병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봐요. 그래서 해병대원보다 훨씬 위험이
적고요. 그리고 또 하나 엄청나게 즐거운 거는…….. 호호호호"
제니는 말을 다 하지 않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영혜는 제니의 웃음이 왜 나오는지
진짜로 궁금했다.
"왜 뭔데? 뭐 때문에 그래? 뭐가 그렇게 좋아서 목숨 건 전투에 나가는게 그리
좋아?"
"호홋! 소대장님처럼 어린 여자는 몰라도 되는 거예요."
제니 중사의 말에 영혜는 약간 어리둥절하면서도 순간 무시당했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 해도 자신은 정규 사관 학교를 나온 간호 장교 아닌가? 제니는
비록 그녀보다 4 살 많은 24 세지만 나이로 군대를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영혜는 정색을 하고 명령조의 어투로 제니에게 말했다.
"제니 중사. 상관을 놀리면 혼 날 줄 알아. 또 하나 즐거운 게 뭔지 얘기 해 봐."
영혜의 엄포에도 제니는 빙글빙글 웃고만 있더니 영혜의 눈쌀이 찌푸려 지는 것을
보고서야 마지 못해 입을 열었다.
"전투에 나가면 해병대들하고 같이 생활하잖아요. 일선 해병대원들은 이 본부에
있는 애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병사들이에요."
영혜는 제니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제니는 영혜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
귀엽다는 듯 쳐다 보며 말을 이었다.
"해병대원들이 죽지만 않으면 우리가 치료해 줄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해서 살아
난 해병들이 같이 있는 동안 얼마나 잘 해주는데요. 황홀한 밤이 끝없이 계속
되죠. 호호호호……."
"…………?……………"
"어휴. 이런 순진해가지고…… 아! 이거 말하는 거예요. 이거! "
계속 영혜가 말 뜻을 몰라 헤메자 제니 중사는 갑자리 책상 위의 지휘봉을 잡더니
그녀의 다리 사이에 끼고 위 아래로 흔들어 댔다. 그제야 말 뜻을 알아 챈 영혜의
얼굴이 붉어졌다. 영혜를 보고 제니는 놀리듯이 계속 입을 열었다.
"해병대 애들은 항상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까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 알아요? 그래서
여자를 안았다하면 거의 끝장을 내겠다고 덤벼 들어요. 그 큰 물건이 죽지도 않고,
밤새 힘을 쓰는데………. 호호호 그거 겪어 보면 요기 사령부의 좀팽이들은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죠. 타클라칸 7고지 전투 D-1 데이에 해병대 애들이 절 어떻게
해 줬는지 알아요? 3 명과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즐기다가 아침 점호에 둘이나 못
나갔어요. 휴우. 걔들 모두 그 날 전투에서 사망했지만 나도 실컷 즐겼고, 걔들도
죽기 전에 여한 없이 여자를 안아 봤으니 한도 없을거예요."
듣던 영혜는 제니의 말이 상당히 못마땅했다. 간호병을 마치 전쟁터에서 욕정을 해소
할 위안부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제니 중사. 중사는 마치 간호병들이 전쟁터에서 해야하는 임무가 고작 남자 병사
들의 욕정을 풀어주는 위안부의 역할로 알고 있는 것 같아."
제니는 영혜의 표정이 굳어지자 찔끔해서 하던 얘기를 멈추었다. 슬쩍 책상을 정리
하는 척 이것 저것 만지기 시작했다.
"나머지 한 명은 누구로 할까? 제니 누가 좋겠어? 전투에 대해선 중사가 더 잘
알잖아?"
"뭐 실비아면 어떨까요? 전투 경험은 한 번 밖에 없지만 하사관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손이 무지하게 빠르니까 아마 잘 할 겁니다."
좀 어색해 진 분위기 탓인지 제니 중사는 사무적으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영혜는
제니의 판단을 거슬릴 이유가 없는지라 동의했다.
"그래. 실비아 하사가 좋겠다. 제니가 지금 가서 실비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준비
시켜 줘. 난 대대장님께 보고 하러 갈 테니. 준비 다하면 출발 십 분 전에 대대장님
방에서 모이자."
"옙!"
제니 중사는 영혜의 명령을 수행하러 문을 나섰다. 그러나 나가기 전에 잠깐 멈추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영혜에게 말을 던졌다.
"소대장님.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사단 정보처에 들르시죠."
"갑자기 뭔 소리야? 그건…."
제니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정보처 유 재인 대위하고 소대장님하고는 소문난 사이잖아요. 그러니 전투 나가기
전에 작별인사라도 해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제니 할 일이나 해!"
제니가 계속 영혜를 부끄럽게 하는 말을 해서 영혜는 진짜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니 중사의 표정은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은 저 밀러 대위가 참가하는 작전은 매번 지옥같은 작전들이었어요. 그러니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어야지요. 그래서 떠나기 전에 혹시 정리할 것이 있으면…."
제니가 나간 뒤 영혜는 제니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꼭 제니의 말을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첫 전투를 나가기 전에 재인을 만나 작별 인사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녀는 '텔콤'을 꺼내 사단 정보처를 호출했다.
********** 코플루루 태양력 6월 7일 14시 00분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참전이라니!!!"
한 달음에 영혜의 숙소로 달려 온 유 재인 대위는 가쁜 숨을 헐덕이며 큰 소리부터
쳤다. 강화복에 여러 장비를 부착하던 영혜는 재인이 도에 넘게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아 이상했다.
"안돼! 내가 사단장님한테 말할게. 다른 장교로 대체하도록 해."
숨돌릴 틈도 없는 재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밀러 대위라면 내가 잘 알고 있어. 그 자식이 하는 작전은 항상 절 반 이상이
죽어 돌아오는 그런 것 뿐이야. 거기에 영혜를 보낼 순 없어!"
묵묵히 듣고 있던 영혜는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유 대위님!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난 지금 작전 명령을 하달 받았고, 그에 따라
출동 하는 겁니다. 작전이 위험하고 어렵다고 남에게 떠 넘길만큼 그렇게 연약한
군인이 아니예요. 잘 갔다 오라 격려를 해 줘야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재인은 영혜가 또박또박 존대말을 쓰며 대꾸하자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나 곧,
"영혜야 너가 몰라서 그래. 지금 일선은 얼마나 험한 상황인지 몰라. 더구나
밀러 대위의 부대는 항상 적 후방으로 들어 가는 특공 부대 일 뿐 아니라, 이번
작전이 군 사령부에서 직접 내려 온 작전이라면 위험하기가 장난이 아니야. 전부
몰살 당할 수도 있어."
"........"
흥분한 재인의 말에 대꾸 하지 않고 영혜는 묵묵히 힐링 팩을 언제라도 꺼내기 좋게
강화복에 순서대로 집어 넣었다. 영혜가 대꾸를 하지 않자 재인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너! 정말 왜 이러니? 안 가도 된다니까 그러네. 내가 알아서 조정할 께. 너 잘못
되면 내가 어떻게 견디니? 여태까지 얼마나 내가 너를 지키느라 애 썼는데......."
순간 영혜는 재인의 말에서 이상한 것을 느꼈다. 곰곰히 그 뜻을 생각해 보자 알만한
일이었으므로 그녀는 놀라는 한편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양 손을 허리에 치켜
올리고 재인에게 따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재인씨가 애 썼다니? 그럼 내가 한 번도 전투에 안 나간 것이
재인씨가 뒤에서 힘을 쓰고 있어서 그랬다는 거야?"
영혜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모를 재인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전쟁터에 내 보낼 수
없다는 결심을 굳게 하고 있는지라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설득하기에만 애썼다.
"그래! 내가 여태까지 영혜가 작전에 나가는 것을 못나가게 막았어. 그래서 지금까지
무사히 영혜가 살아 있는거야. 내가 힘 쓰지 않았더라면 저 번 타클라칸 2 차 공방전
에서 죽어 돌아 온 에이린 소위 자리에 영혜가 있었을거야. 만약 영혜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생기면 난 살아갈 의욕을 잃고 말거야.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니?
내가 영혜가 치룰 모든 전투에 대신 나갈 테니까 넌 그냥 사령부에 남아 있어."
너무 화가 치솟은 영혜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재인의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투입했던 병력의 9할이 죽어 나간 그 치열했던 타클라칸 2차 공방전에서 죽은 에이린
소위가 사실은 영혜 대신 출정한 것이었다니..... 영혜는 머리 속이 아득해졌다.
"재인씨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
재인이 갑자기 영혜의 손에서 힐링 팩을 뺏아 들었다. 그리고는 영혜를 덥석 껴안았다.
"영혜야. 알았지? 내가 지금 바로 다른 장교로 대체할 테니까 넌 그냥 다시 대대
행정실로 가.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데..... 널 사지로 보낼 수 없어."
재인의 품에 안겨 있는 영혜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전혀 해서는 안 될 일을
해 온 재인을 욕할 수는 없었다. 재인과 교제한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재인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재인을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잘생기고, 상냥하며, 처음 교제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변함없이 뒤에서 조용히
그녀를 지켜 봐주는 그런 사내였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니까 사단 정보처에 있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대대 병력의 운용에 손 댄 것이 틀림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단 정보처에 작전 참모로 근무하는 그는 작전을 구상할 뿐 직접 작전에 참가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를 쓰고 전투가 벌어지는 일선
마다 종횡무진 돌아 다녔다. 영혜를 전투에서 빼 돌리는데에 대한 보상 심리로 자신은
사지를 마다않고 뛰어 다녔던 것이다.
"알았지? 영혜야. 그럼 그렇게 하는거다."
영혜가 아무 말 없이 안겨 있자 재인은 그녀의 반응을 긍정적인 대답으로 해석하고
안도 했다는 듯 큰 한 숨조차 내 쉬는 것 이었다. 그리고 밝게 웃었다.
"내 얼른 가서 인사 명령을 바꾸어 놓고 올게. 잠깐 기다려."
끌어 안은 손을 풀고 나가려는 재인을 이번엔 영혜가 붙잡더니 뒤에서 끌어 안았다.
재인은 영문을 몰라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재인 씨. 난 정말 재인 씨를 사랑해."
영혜는 재인의 앞 쪽으로 돌며 나직한 소리로 속삭였다. 재인의 얼굴이 순간 약간
붉어지며 말을 더듬었다.
"나..... 나도 그래..... 어?..... 영혜야."
발돋음을 하여 훌쩍 커진 영혜의 얼굴이 재인의 얼굴에 다가 왔다.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느낀 순간 영혜의 입술이 재인의 입술에 덮였다. 재인은 약간
놀란 듯 했으나 곧 눈을 감으며 힘차게 영혜를 끌어 안으며 그녀의 입술을 빨아
들였다.
키스 정도는 몇 번 나눈 적이 있었던 둘 이지만 적극적 이었던 것은 항상 재인 쪽
이었다. 영혜는 언제나 수동적으로 받아 들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영혜의 혀가
먼저 재인의 입 안으로 파고 들어 왔다. 달콤한 방향이 입 안으로 퍼지며 재인의 혀에
말캉한 육질이 닿았다. 기다렸다는 듯 재인의 혀는 육질을 감싸안고 얽혀 버렸다.
영혜의 보드라운 입술은 한치의 틈도 없이 재인의 입술과 맞 닿았다. 서로 얽힌 둘의
혀는 끝없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실랑이 하였다. 슬쩍 재인의 손이 봉긋이 솟은
영혜의 젖 가슴을 움켜 쥐었다. 동시에 짜릿함을 느낀 둘은 잠시 멈칫하더니 영혜는
재인의 품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들고 재인은 거침없이 군복의 단추를 풀고 손을 집어
넣었다.
곧바로 엷은 브래지어마저 들추더니만 영혜의 젖 살에 재인의 손이 곧장 덮혔다. 여린
듯 했던 속 살은 곧 팽팽히 부풀기 시작하더니 금새 재인의 한 손으로 덮기엔 조금
모자랄 정도가 되었다. 손바닥에 닿는 그녀의 맨 살이 납삭납삭 달라 붙는지라 재인은
가슴이 동동뛰기 시작해 다시 한 번 큰 숨을 몰아 쉬었다. 균형있게 자리 잡은 조그만
포도 알 같은 유실도 서서히 꿈틀거리며 일어 서는 것이 재인의 손에 느껴졌다.
재인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유실을 살짝 움켜 쥐었다. 영혜의 몸에 작은 떨림이 흘러
갔다. 재인의 손가락이 그녀의 유실을 움켜 쥐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완전히 곤두서게
만들 때까지 영혜의 몸에서 일어나는 가느다란 떨림은 그치지 않았다.
재인의 다른 한 손이 영혜의 어깨부터 아래로 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완전히
풀어 헤쳐진 군복 상의가 그녀의 어깨에서 슬쩍 미끄러져 내렸다. 우유 빛으로 뽀얀
영혜의 살이 충격적으로 드러났다. 눈 앞에 나타난 영혜의 속 살을 보고 재인은 자기
도 모르게 침을 꿀덕 삼켰다. 생각할 여지 없이 자동으로 그의 손은 영혜의 등 뒤로
돌아가더니 가슴을 가리고 있는 브래지어의 호크를 풀었다.
툭! 호크가 풀리자 억누름이 없어진 팽팽한 영혜의 가슴은 탄력있는 그 모습을 곧바로
드러내며 치 솟았다. 잠시 재인은 황홀한 듯 영혜의 벗은 상반신을 바라 보았다. 단정
하게 빗어 쪽 지어 올린 흑발은 그녀를 나이보다 조금은 어른스럽게 보이게 하였으나,
우윳 빛 뽀얀 살결만을 놓고 보면 아직은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드러운 곡선으로 둥글게 내려간 고운 몸매며, 탄력 있게 솟아 오른 유방은
이미 그녀가 남자와 사랑을 나누기에 충분히 컸다는 것을 당당히 과시하고 있었다.
연한 연분홍 빛의 유실이 자신있게 꼿꼿이 솟아 올라, 보는 어떤 남자라도 한 입에
삼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재인의 입술이 급히 그녀의 유방에 접근했다. 목 마른듯 그는 한 입에 그녀의 유방을
베어 물더니만 입 안에 들어온 육질을 부드럽게 핥기 시작했다. 워낙 한껏 베어 문
지라 유실마저 그의 입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영혜의 입에서 짧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인은 영혜의 유방을 번갈아 탐했다. 그의 혀에서 작은 구슬
같은 영혜의 유실이 사정없이 굴러 다녔다. 간혹 재인이 살짝 유실을 깨물곤 했으므로
영혜는 그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점점 그의 품 안으로 허물어져 갔다.
허리를 어루만지던 손은 금새 스커트의 지퍼를 찾아내더니 아래로 주욱 끌어 내렸다.
밝은 카키색의 스커트가 그녀의 엉덩이에서 늘씬한 다리선을 따라 아래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렸다. 스커트가 없어지자 나타난 영혜의 하 반신.... 군용의 갈 색 스타킹이
비록 색이 짙다하나 그녀가 착용한 하얀 팬티의 색을 숨기진 못했다. 은은히 비쳐지는
그 자태는 남자의 욕망을 한껏 끌어 올리는 도화선 이었다.
재인은 천천히 침대 쪽으로 이동하여 영혜를 끌어 안은 채 누웠다. 꼭 감은 영혜의
속 눈썹이 다가 올 격랑을 예상한 듯 파르르 떨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재인은 급히
군복을 벗어 던졌다. 가슴에 타오르는 욕망의 불꽃이 너무도 급히 타는지라 서둘러
바지를 벗다 다리가 걸려 하마터면 꼴 사납게 넘어질 뻔 하였다.
곱게 모은 두 다리가 만나는 지점에 조그만 흰색의 팬티가 수줍게 비쳐 보인다. 침을
꿀덕 삼킨 재인은 스타킹과 팬티를 한꺼번에 쥐고 천천히 끌어내렸다. 금새 역삼각형
모양을 이룬 검은 풀 숲이 드러 났다. 재인의 머리 속에서 자신의 심장이 폭발하듯
고동치는 소리가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보드랍게 돋아난 영혜의 체모가 너무도 단정
하고 고와서 재인은 감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가장 부끄러운
부분까지 속속들이 남자의 눈 앞에 드러 낸 영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발개진
얼굴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재인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고 있으리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 이었다.
그녀의 방초 숲이 끝나는 지점부터 열리기 시작하는 연한 분홍 빛 속 살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두 갈래로 갈라져 내려 간 곳으로 훑어 내려간 재인은 눈길은 황홀함
으로 가득 차 멍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영혜의 몸 위로 재인은 체중을 옮겨 실었다. 탄력있는 그녀의 몸을 자신의 온 몸으로
느끼며 힘을 꽉 주어 끌어 안는 순간, 숨이 막히는지 영혜의 입에서 가쁜 탄성이 튀어
나왔다. 재인은 영혜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고 있던
영혜의 손이 재인을 감싸 안더니 부드럽게 등을 어루만졌다.
재인의 손이 아래로 내려 가 영혜의 아랫 배를 더듬었다. 군살 하나 없는 미끈한 살이
재인의 손길이 미치는 곳마다 파릇파릇 봄 풀이 일어나듯 살아나기 시작 했다. 보송한
영혜의 체모가 재인의 손에서 농락되었다. 연체 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영혜의 긴
다리가 조금 열려 재인의 손길을 더 아래 쪽으로 끌어 내렸다.
다리가 조금 벌어지자 수줍게 드러나는 굳게 맞물린 작은 꽃잎 두 장은 그 이파리에
어디서 스며들었는지 모를 맑은 이슬의 물방울을 맺고 있었다. 손대면 놀라는 미모사
줄기처럼 재인의 손가락에 닿은 꽃 잎은 처음 접해보는 사내의 손길인지라 황급히
놀라며 그 잎새를 바르르 떨었다.
재인은 촉촉하며 따스한 영혜의 이슬을 손에 느끼고, 한껏 고조되는 흥분에 몸을 떨며
기분 좋은 감촉을 끝 없이 누리기 위해 듯 연신 손을 놀렸다. 살짝 도드라져 부풀어
오른 연분홍 속살이 그의 손에 사정없이 밀려났다. 자릿자릿하게 퍼져가는 나른한
쾌감에 몸을 맡긴 영혜의 꽃 봉오리 안에서는 본격적으로 맑은 이슬이 샘 솟듯 솟아
나왔다. 꽃 봉오리 속을 탐하려고 손가락을 밀어 넣어보았으나 완강한 저항이 벽처럼
가로 막아 재인은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저항을 깨트릴 수 있는 것은 결코
손가락 따위가 아니었으므로 재인은 몸을 일으켰다. 야릇한 쾌감을 주며 부끄러운
곳을 간질이던 재인이 물러나자 영혜는 깊은 숨을 몰아 쉬며 눈을 떴다.
발가벗은 사내가 당당한 위용을 과시하며 그녀의 몸을 꼼짝 못하게 누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저항할 생각이 없었던지라 그가 하는대로 따라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원초적
으로 부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재인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녀의 눈으로 그의
상징이 들어왔다. 그 굳센 남성을 보는 순간 영혜는 놀라움에 몸이 떨릴 지경 이었다.
'저렇게 큰 것이 내 몸에.....'
차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지만 사내가 한껏 팽창된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그것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반반씩 섞인 그런 충격 이었다. 재인의 남성은 한껏 팽창해서 그
위풍을 당당하게 과시하느라 천정을 뚫을 듯 굳세게 솟아 있었다. 툭툭 불거져 감싸
올라간 핏줄이 흉측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려 다리 사이
를 가리며 떨리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재... 재인씨. 나..... 처음이에요. 그래서..... 너무 겁 나."
어찌 그걸 모를까? 재인은 부드럽게 영혜의 손을 잡고 가린 곳에서 치우며 다정하게
말해 주었다.
"괜찮아. 조금만 참으면 될거야."
재인의 목소리가 아무리 부드러워도 영혜의 두려움을 가시게 해 주진 못했다. 영혜는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눈을 꼭 감고 다가 올 파과의 공포에 질린 채 떨기만 할 뿐
이었다.
기어코 재인은 영혜의 두 다리를 활짝 벌리더니 그 사이에 자신의 하체를 드리 밀었다.
스스로의 남성을 움켜 쥐고 영혜의 꽃 잎을 열며 진입을 시작했다.
"아아악!......."
째지는 영혜의 비명이 온 방에 절절이 울렸다. 찢어지는 듯한 예리한 통증을 하체에
느낀 영혜는 마구 도리질을 치며 재인을 밀쳐내려 하였으나 굳세게 감싸 안은 재인의
힘에 꼼짝 못하고 헛된 두 발만 공중으로 동동거렸다. 밀쳐 낼 수 없으면 차라리
의지하는 것이 나은지라 결국 영혜는 재인을 부서져라 끌어 안고 깨어지는 아픔을
참느라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거칠진 않지만, 힘차게 재인은 영혜의 처녀를 유린해 나갔다. 그리고 둘이 완전한
하나로 일치된 순간 영혜의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그녀의 받는
고통은 아랑곳하지않고 재인의 몸이 천천히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동작이 비록 천천히 부드럽게 행해지고 있었으나 영혜에게는 끝없는 아픔만을 주는 일
이었다.
악몽같은 시간은 너무도 오래 계속 되었다. 재인의 몸 놀림이 점점 빨라지고, 거칠어
지기 시작해서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 이었다. 재인이 더욱 힘찬 기세로
영혜의 몸을 파고드는데 고통은 조금씩 줄어 들고 있었다.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연신 비명 소리를 내지르던 영혜가 겨우 조용해지기 시작했을 때 반대로
재인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며 묘한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또 시간이 흐르자 재인의 몸이 영혜에게 짚더미처럼 풀석 쓰러지며 일순간에 모든
동작을 멈추었는데, 그 때 영혜는 하체를 가득 채우고 있던 재인의 남성에게서 뜨거운
것이 용암처럼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적막..... 끝없는 고요가 방 안에
가득 차 버렸다.
영혜는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사내의 무게가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재인의 숙인
얼굴에서 땀방울이 송송 배어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핥아 주었다.
다시 그녀의 몸을 더듬는 재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를 끌어 안고 영혜는 한 손을
침대 밑으로 내려 강화복의 주머니에서 익숙한 물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재인의 목에 대고 한번 누르자 그 순간 퍼뜩 놀라며 고개를 쳐든 재인의 눈에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경악의 표정이 떠 올랐다. 그러나 곧 눈꺼풀이 스르르 내리 감기며
재인은 영혜의 몸 위에 시체처럼 푹 쓰러져 버렸다.
재인을 바로 눕히고 영혜는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점점이 밴 혈흔이 눈에 들어 왔다.
스무살 처녀를 상실한 것에 왠지 모를 서러움 같은 것이 느껴져 다시 눈에 눈물이
고여 왔다. 재인의 벗은 몸에 담요를 덮어 주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온 몸을 세차게 때리는데 문득 아래를 쳐다보니 그녀의 허벅지에서
연한 붉은 색의 핏 물이 흘러내려 바닥으로 흐르고 있었다. 점점 엷은 색으로 바뀌는
그것을 보며 그녀는 센티한 감정에 빠져 멍하니 서 있었다.
강화복과 장비를 챙긴 그녀는 방을 나가기 전 재인의 볼에 살짝 키스를 하였다.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 든 재인의 표정이 어린 애처럼 너무 편안해서 그녀의 입에 미소가
살짝 감돌았다.
대대 HQ를 향해 걷는 그녀에겐 한 시간 전까지는 있을 수 없었던 그런 뭔가 다른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가끔씩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감돌기까지 했다.
대대장 실 앞에 도착한 테란 '차우사라' 5 사단, 200연대, 3 대대, 메딕 중대의 전
행정 소대장이며 현재 알수 없는 특공 작전에 차출 된 이 영혜 소위는 당당하게 문을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