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61)

" 그전에 다른 사람과는 어떤 느낌이었어요 ? "

" 윤활제를 쓰지 않으면 삽입은 불가능해. 그리고 금새 말라버려서

통증이 느껴져. "

" 좋은 감각은 없었어요 ? "

" 성욕으로 흥분하지 않으면 감각도 제기능을 못할거야.

조금 그럴듯한 감각은 있지만 금새 아파져서 괴로왔어.

난 지금의 멋진 감각들이 믿어지지가 않아. 언니가 남자들을

유혹하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정도야. "

" 그건 좋지 않아요. "

" 나도 알아. 그냥 그렇다는 뜻이야. "

그녀는 처음으로 동물원에 갔다온 어린아이처럼 재잘재잘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고 자랑하느라 쉴새없이 속삭였다.

" 이번엔 내멋대로 끝내버릴 거에요. "

" 사정하지 않았지 ? "

" 예 . "

" 여자가 많아 ? "

" 그렇지는 않아요. "

" 프로같아. 여지껏 만났던 남자들중 가장 능숙하고 침착해.

난정말 놀랐어. "

" 경험많은 연상에게서 배웠어요. 거의 초기에 배웠기 때문에

몸에 익은거에요. "

" 도대체 몇살때 첫경험을 했다는 거야? "

" 중학생때. "

" 말도안돼. "

" 저도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

환이 그녀의 포근한 가슴에 볼을 대고는 작게 부벼보았다.

" 만지고 싶어? 상의 벗을까? "

" 아니요. 지금이 좋아요. "

" 직접 만지는게 좋지않아 ? "

" 신비감 있는게 좋을때도 있어요. 그냥 이정도로 어떤모습인지

상상하고 기대하는게 좋아요. 막상 보고나면 담담해지니까. "

" 그 연상녀는 뭐하는 여자였어 ? "

" 의사. "

" 대단해. 완전히 연상이었구나 ? "

" 덕분에 많이 배웠죠. 누나의 언니와 비슷한 타입이었어요. 조금은

공격적이고 과감하고 때로는 무서울때도 있었죠. "

" 언니가 그런 쪽이야 ? "

" 전 비슷하게 느꼈어요. 그래서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죠. "

" 난 어때 ? "

" 글쎄요... "

" 나도 언니와 성격이 비슷해. 조금 과감하지 ? "

성격 탓이라...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그녀는 너무도 담담해 보였고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면서도

얼굴한번 붉히지 않았다.

환락가의 여자들도 그렇게 담담해 하지는 않을것 같다.

" 이제 슬슬 움직여야하지 않아 ? "

그녀가 작게 말했다.

너무 오래 대화를 나누었던 탓인지 그녀의 안쪽에서 기다리던 보물이

조금 시들해져 있었다.

혜선이 작게 웃어보이며 두다리를 들어올려 환의 양어깨에 걸쳐올렸다.

" 이런자세는... 다리가 아프지 않아요 ? "

" 괜찮아. 난 이게좋아. "

" 이게 좋아요 ? "

" 응. "

여자의 육체는 언제나 복잡하고 미묘하다.

개개인마다 그 안쪽의 성감대가 미묘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있다.

다리하나 허리한번을 움직여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 안쪽은 갖가지

형태를 갖추게된다. 그 미묘한 굴곡과 뒤틀림으로 살기둥이 가장 적절하게

좀더강한 쾌락을 줄수있는 곳을 찾아낼수 있다.

체위란 사내의 편의를 위하기 보다는 여인이 쾌락을 추구하기위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이 스걱스걱 율동하기 시작했고 혜선이 발끝을 세우며 교성을 흘린다.

그녀의 부탁대로 시간을 끌기위해 천천히 음미하듯 움직여보였다.

그녀는 똑바로 환의 얼굴을 응시하며 시선을 맞추었다.

그 직선적인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 좀더 깊게... "

환의 팔뚝을 스다듬으며 작게 말했다.

환은 그녀의 요구대로 좀더 깊게 삽입하며 허리를 원을그리듯 움직여

보였다. 천천히 움직일때 할수있는 테크닉이다.

그녀의 속살을 살기둥이 헤집듯이 두루 자극할수 있었다.

" 아아... 좋아... "

" 집이 부자인가봐요 ? "

환이 물었다.

스걱스걱 허리를 서서히 율동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있다.

" 그래보여 ? "

" 이런 근사한집에 자매가 단둘이 살정도면 부자가 아닐까요 ? "

" 맞아. 평생 쓸만큼 돈이있어. "

" 물려받은 재산 ? "

" 응. "

" 부모님은 ? "

" 두분다 돌아가셨어. 언니가 독신을 선언한것도 그때부터야. "

" 에에 ? "

" 남자들이 언니보다 언니가 가진돈을 더 욕심낸다는걸 깨달았거든. "

" 돈이 사람을 망치죠. "

" 아아.... ! "

환이 나직하게 신음을 토했다.

그녀의 그곳이 환의 살기둥을 강하게 조이며 압박했다.

" 운동을 하세요 ? "

" 왜 ? "

" 몸도 유연한것 같고, 그곳의 근육도 꽤나 단련된것 같아서요. "

" 느껴져 ? "

" 그럼요. 깜짝깜짝 놀라는 중이에요. "

" 취미로 요가를 배우고 있어. "

" 아. 요가를 하는군요 ? "

" 그래. 벌써 2년째 배우고 있어. 의사가 추천했거든. "

" 요가의 효능이 이런곳까지 미치는 건가요 ? "

" 해괴망측한 동작들이 많아. 숙련이 되면 피부나 근육에 탄력이 생기고

미묘한 부분들이 강해지는것 같아. "

여자의 성기는 단련이 가능하다.

옛 문헌에서도 숙련된 기생들은 그곳으로 물을 빨아들이고 멀리까지

쏘아낼수도 있도록 단련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그곳이 늘어나 성관계의

성감이 떨어지게 되면 전문적인 운동으로 그곳의 근육을 단련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방법도 존재한다.

혜선은 현란한 근육운동으로 환의 보물을 정신없이 물었다 놓아다 반복하며

그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 내가 위로갈까 ? "

문득 그녀가 말했다.

" 답답해. 여러가지를 확인해 보고싶어. "

지금의 자세는 서로 지치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다.

환은 쾌히 승락했다.

환이 자리에 눕고 그녀가 그의 위로 올라앉아 보물을 깊히 받아들인다.

그녀의 두손이 환의 가슴팍을 짓누르며 엉덩이를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작은 8자를 그리듯 변칙적인 경로를 섞어주며 자신이

원하는대로 움직여 보인다.

단순히 삽입후 전후로 움직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여유를 가지고 정교하게 여러방향을 움직여주면 여인에게 좀더 세밀한

쾌락을 선사해줄수 있다.

" 아아.... 달라.. "

" 달라요 ? "

" 응. 미묘하게 다른 감각들이 쏟아져... "

환의 두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움켜쥐며 스다듬었다.

보드랍고 탄력있는 감촉에 마치 구름위를 스다듬는듯한 환상이 보인다.

흠잡을데 없는 육체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매끄러운 피부는 미인의 기본이되는 사항이다.

간혹 거친피부를 가진 여인이 종종 있는데 그 스다듬는 감촉은 매우

불쾌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조금은 의심이 가는 정신상태였지만 그 대담함과 행동력은 그녀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했다.

그녀는 상하로 들썩이기도 하고 전후 좌우로 둔부를 부비기도 하며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여러가지를 시도하며 즐기고 있었다.

두눈이 초롱초롱 반짝이는 것이 그녀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귀여운 얼굴이야. "

" 제가요 ? "

" 그래. 난 귀여운 얼굴이 좋아. "

" 귀엽다는 말이 듣기좋지는 않아요. 그냥 잘생겼다고 해주세요. "

" 그래. 잘생겼어. 게다가 그것도 늘름하고.. "

" 늠름해요 ? "

" 꽤 큰편 아니야? 게다가 굉장히 단단해. "

" 흐음. "

" 여러종류가 있잖아. 굵기만 하고 길이가 짧은 사람도 있었어.

그 반대로 길기만 하고 굵기가 형편없는 사람도 있었어. "

" 짧고 얇으면 최악이군요. "

" 푸후훗 - 맞아. 예전엔 상관 없었는데 지금은 알것같아. "

" 전 어떤데요 ? "

" 둘다 평균치 이상인것 같아. 성인이 되면 좀더 커지지 않을까 ? "

" 그럴까요 ? "

" 그렇겠지. 아닐수도 있고. 지금도 충분하니까 상관없어. "

" 남자를 몇이나 만났던 거에요? "

" 글쎄... 대학교 입학 하고나서 부터니까.. 일곱명쯤.. ? "

" 많군요. "

" 많은 편일거야. 속상했거든. 친구들은 섹스가 굉장하다는데 난

그렇지 않았으니까. 키스할땐 남자는 숨이 가빠져서 정신이 없는데

난 나무토막처럼 반응이 없었으니까. 여러남자를 경험하면

될것 같았거든. "

" 지금은 ? "

" 숨쉬기가 힘들어. 숨이차서 심장이 터질것 같아. "

바삿바삭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의 둔부가 환의 둔부를 전후좌우로 부비며 서로의 숲자락을

마찰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안쪽의 쾌락도 즐길수 있고 꽃잎자락의

음핵도 자극할수 있어, 음미하며 즐기기엔 더할나위없이 좋은 테크닉이다.

보물을 깊숙히 받아들인채 허리를 놀리는 모습은 상당히 아름다와 보인다.

허리를 놀리던 그녀가 상의를 벗어올렸다.

" 답답해. 벗어도 돼? "

" 저한테 물어야 해요? "

" 네가 싫다면 벗지 않을께. "

" 아니에요. 저도 지금은 보고 싶으니까. "

그녀는 풍만한 젖가슴을 담고있는 귀여워 보이는 브래지어를 풀어내

떨어뜨렸다. 그러자 앙증맞은 탐스러운 유방이 환의 눈앞에서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 어때 ? "

" 꽤 예뻐요. 모양도 좋고 크기도 작지 않아요. "

" 색이 예쁘지 않아 ? "

주홍빛의 연한 색이었다.

젖꼭지 주변으로 작게 퍼져있다.

" 잘 어울려요. "

" 손에 쥐어봐. "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환이 두손을 들어올려 그녀의 유방을 손에담았다.

제법 묵직한 무게감이 손에 느껴졌다.

" 지그시 누르면서 원을 그려봐. 아아... 좋아.. "

" 이런 단순한 애무가 좋아요 ? "

" 다정해 보여서 좋아. 하지만 거칠게 만져도 돼."

두사람은 다정하게 소근거리며 행위에 몰입했다. 이처럼 부드러운

행위를 지속하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 계단을 오르는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들여왔다.

환이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그녀도 그소리를

들었는지 가만히 응시한채 허리를 스륵스륵 흔들고있다.

" 언니.. "

혜선이 상체를 일으키며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문가에 그녀의언니 혜정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기대어 서있었다.

환이 깜짝놀라 이불자락을 쥐고 결합부의를 재빨리 가렸다.

" 한발 늦었구나. 난 네가 에로영화라도 보는줄 알았어. "

" 질투하지 마. "

" 질투가 아니야. 어때? 이애한테서 뭔가를 느낀다며?

원하던걸 얻었니 ? "

" 응.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

혜선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의몸에 올라앉아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

문가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녀의 젖가슴을 양손에 쥐고있던 환은 슬그머니 손을 떼어내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몰라 두눈을 깜빡였다.

환은 조금 난감한 상황에 식은땀이 흘렀다.

행위 장면을 제3자가 목격하는 일은 처음있는 일이다.

게다가 혜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두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그렇다니 다행이다. 이제너도 여자가 되는구나. 좋지? "

" 응. "

" 내가 남자를 밝힌다며 구박했었잖아. "

" 언니 기분을 알것같아. 오르가즘을 경험했어. "

그녀의 말에 혜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정말? "

" 응. 굉장했어. "

" 그아이 능숙하구나 ? "

" 맞아. "

" 아깝게 되었네. "

" 건드리면 안돼. "

" 알았어. "

" 약속할거지? "

" 하던거나 계속해. "

그녀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 지켜볼거야 ? "

혜선이 묻자, 혜정은 한가롭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 말도안돼 ! '

환은 속으로 기겁을 하며 크게놀랐다.

마치 익숙한 일인것처럼 두 자매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환은 안절부절 못했다.

" 나,난 그만 가볼께요. "

환이 선택할수 있는 길은 그것 뿐이다.

혜선이 환의 얼굴을 힐끗 돌아보고는 혜정에게 항의하듯 말했다.

" 언니. 환이 싫대. 내려가. "

" 그애 이름이 환이구나? "

" 지금 한참 좋을때였어. 난 상관없지만 이애가 싫어하잖아. "

난 상광없지만 이라는 대목에서 환은 얼굴을 찌푸렸다.

" 좋아. 자리를 비켜줄께. 네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보는것 같다. "

혜정은 피식- 하고 웃음을 흘리며 문가에서 사라져 계단을 내려갔다.

혜선은 그제서야 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 언니때문에 흥이 깨졌어. 딱 좋을때였는데. "

" 그만해요. 이제 가봐야 겠어요. "

" 싫어. 그냥 끝까지 해. "

환은 더이상 이곳에 있기가 꺼림칙했다.

분위기는 이미 깨졌고 누군가 있다는 생각에 지속하고픈 욕구가

사라져 버렸다. 이런것은 환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그녀도 환도 여기에서 깔끔하게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제 그 이상한 병은 해결된거죠? "

" 몰라. 다른남자를 만났을때도 성욕을 느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해결 된것같은 기분이야. "

" 그럼 더이상 이러고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전 더이상 하고싶지 않아요. "

" 안돼. 아직도 이렇게 단단하잖아. 마저 해... "

혜선은 어리광을 부리듯 그의 가슴에 상체를 숙여 바짝 끌어안았다.

그녀의 속살이 환의 보물을 강하게 조여 서로를 확인한다.

혜선의 그런 강제적인 억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었다.

환은 그런 성격이다.

" 입으로 해줄까 ? "

" 싫어요. "

" 네가 위에서 할테야 ? "

" 집에 가고싶어요. "

" 뒤에서 하는걸 좋아해 ? "

환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밀쳐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다리사이에서 보물이 빠져나오자 혜선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울어버릴듯한 얼굴이다.

환은 묵묵히 옷을 챙겨입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이런 분위기에선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아랫층의 쇼파에 혜정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환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묘한 눈길을 주고있었다.

" 가는거니 ? "

" 안녕히 계세요. "

" 또 놀러와. "

" ........... "

두자매의 일이 해결되었다고는 하지만 환은 여전히 그녀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할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애초부터 그녀들에게 말려들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혜정이 들이닥치지만 않았어도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할수 있었다.

아니, 혜선이 적절하게 자제했어도 기분이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환은 그후로 그녀들을 깨끗히 잊으려고 했었다.

" 환 ! 이거 네옷이 아니니 ? "

그로부터 2주가량 지난 어느날이었다.

환은 옆집의 두자매를 잊으려고 노력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고 누군가 부르는 아리따운

목소리에 저도모르게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는 ' 난 바보야 ' 라고 뇌까렸다.

정말 공교롭고 허탈한 일이었다.

언젠가 혜선이 그를 부르던 그 창가에서 혜정이 환의 것으로 보이는

셔츠를 흔들며 샐죽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들과는 더이상 엮이고싶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이런 엉뚱한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먹어. "

혜정이 커다란 유리잔에 아이스크림을 듬뿍담아 가져왔다.

언젠가의 그때처럼 그녀는 환을 집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환의옷을 등뒤로 감춘채 ' 들어오지 않으면 주지 않을거야 '

라며 똑같은 일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환은 굳은 얼굴로 그녀가 내미는 것을 받아들고 깨작깨작 입에 담았다.

" 혜선이가 많이 우울해. "

" 더이상 놀리지 말아요. 두사람이 절 가지고 장난치는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요. "

" 어머. 그럴 생각은 없었어. "

" 그렇다면 어서 옷을 돌려주세요. "

" 네가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안되겠니 ? 어린애처럼 굴지말고. "

" 제가 이해할수 있는 상식범위 밖이에요. 두사람 모두 이상해요.

제가 끼어들만한 이유가 없어요. 어째서 자꾸만 저에게 집착

하시는 거죠? "

" 이야기 들었어. 화를 내며 돌아갔다며? "

" 조금 과민한 반응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상황에서 태연하게

계속 할수는 없었어요. "

" 네덕분에 그아이가 가장 힘들어했던 일이 해결되었어.

다른 사내들한테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애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으니까. 고맙게 생각해. "

" 그게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다니 그게 더 놀랍네요. "

" 의사들도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 몸의 고장인지 정신적인

문제인지 조차도 확신을 못했으니까. 그런데 그애는 한가지 결점을

더 가지고 있어. "

" 또 있단 말이에요 ? "

" 그래. 그애는 특이하지. "

" 누나도 특이해요. 제가보기엔 두분다 다를게 없어보여요. "

" 요게? 농담이 아니야. 그애는 수치심을 못느껴. "

" 예..? "

" 이상한걸 느끼지 못했어? 그애는 창피하다거나 부끄럽다는 감각이

없어. 아니, 둔한걸까? 시내 한복판에서 알몸으로 활보해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을애야. 그만큼 심각해. "

" 정말 그런게 있어요? "

" 병이 아니야. 어딘가가 고장난거야. 여섯살때 전기에 감전된일이

있었어. 아마 그때부터라고 생각해. 모르는 남자가 가슴을 만지면

그게 기분나쁘기는 하지만 수치스럽다거나 창피하지는 않아.

묘하게 구분하기 힘들지. "

" 그럼... 정말 문제잖아요. 밖에나가서 무슨짓을 하고다닐지 모르니까. "

" 그렇지는 않아. 그런걸 부끄러워 하고 수치스러워 해야 한다는건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그게 본능적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는게 문제지.

밖에 나가서 황당한 짓을 하고다니지는 않아.

그러니까 네가 조금 이해해주도록 해. 그날 그애의 행동도 그것때문

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두사람의 모습을 내가 보았기 때문에

너는 창피하고 수치스러웠겠지만 그애는 느끼지 못했어.

그게 창피해 해야할 일이란건 이해하고 있지만 그때는 너와의 그일이

더 중요했던것 뿐이야. 우선순위랄까? "

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내심 혜선의 이상한 행동들을 이해할수

있었다. 그녀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그런 자잘한 감각이 마비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행동엔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환은 새삼 느끼게 되었다.

" 그런데 혜선 누나는 그렇다 쳐도 누나는 그런결점 없잖아요. "

" 응."

" ......... "

" 난 원래 대범해. 남자를 많이 상대하다 보니 오히려 그게 무기가

되었으니까. 그냥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해도 좋아.

대범하고 솔직해서 좋은건 숨기지 않는 편이야. 섹스도 좋고

남자들을 유혹하는것도 재미있어. "

" 에.... "

" 하지만 잊지마. 그애도 나와 같은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솔직하고 대범하지. 그리고 본능적으로 쾌락을 원하고 있어.

그 무감각해진 성욕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수있지. "

" 큰일이군요. "

" 부담가질 필요없어. 너에게 매달리거나 할 타입은 아니니까.

그저 조금 특별할 뿐이야. 어떤 부분으로는 네가 첫경험의 상대라고

할수도 있으니까. "

" 부담스럽다는게 아니에요. 조금 난처한거죠. "

" 그렇겠지. 넌, 여자들이 가만놔두지 않을 타입이야. "

" 그런가요 ? "

" 그래. 묘하게 시선을 끌어. 자세히 보면 평범한 얼굴인데 말이야.

내일 저녁에 약속있니 ? "

" 아뇨.. 특별한 약속은 없어요. "

" 그래. 다행이다. 내일이 그애 생일이거든. "

" 아... "

" 그래서 네 교복과 똑같은 와이셔츠를 구해서 이런 수고를 하는거야. "

" 예?! 제것이 아니었어요?! "

" 응. "

' 젠장. '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

여자가 꼬리가 아홉개달린 구미호라는 말이 실감이 되고있었다.

" 난 내일 아침일찍 비행을 가니까. 이틀이나 지나야 돌아와. "

" 예..... "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내일은 이집에 혜선이 혼자 뿐이란 말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 "

" 노골적으로 말하지 마세요. 알아 들었어요. "

그녀를 안아주어도 좋다는 언질이었다.

" 푸훗 - 귀엽다니까. 고무장갑은 부엌 싱크대 서랍에 잔뜩있어.

사용해도 좋아. "

" ........ "

어째서 콘돔이 부엌 싱크대 서랍에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따져 물어보려 했지만 마땅히 이해할만한 답변은 아닐것이므로

그만두었다.

" 다행이야. 설명해주면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했어. "

" 제가 너무 고집을 피운걸지도 몰라요. "

" 아마도 금새 다른남자를 찾게 될거야. 그애도 어린애한테 집착할수는

없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안심해도 좋아. "

다음날 이었다.

은하가 왠일로 삼겹살을 구워주며 애교를 떨었다.

" 너 요즘 바쁜일 있어 ? "

" 아니. "

" 기분도 안좋았던것 같고 가끔 사라지기도 하고. 이상해. "

" 나름 바쁜 몸이야. "

" 그애 만나는 거야? "

" 경아 ? "

" 응. 그래 경아. "

" 아니, 기숙사에 있는애라 마음대로 나오지 못해. 규칙이 엄하거든. "

" 네가 기분이 안좋은것 같아서 키스 하자고도 못하겠더라. "

" 남자친구를 만들어. "

" 그건 싫어. "

" 나도 지친단 말이야. 변태도 아니고. "

" 어째서? 그냥 키스뿐인데. "

" 그러니까 문제지. 키스만으로는 남자는 견딜수 없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해. 그러니까 엉뚱한 소리 하지마. "

" 약속 했잖아. "

" 그건 그때고.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 왠지 바보같잖아.

애초부터 말도안되는 약속이었어. "

" 좋아. 그럼 가끔 가슴에 손대는건 허락할께. "

그녀는 선심쓰듯 말했다.

"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그게 더 안좋아. "

" 그럼 어쩌라는 거야?! "

" 몰라서 묻는거야 ? "

" 응. "

" 밥이나 먹자. "

" 싫어 ! "

" 그럼 먹지마. "

" 너도 먹지마 ! 내가 차린거니까 ! "

은하가 환이 들고있던 젓가락을 빼앗더니 앞에놓인 밥그릇도 치워 버렸다.

불판의 삼겹살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 헉 ! 이럴거야 ? "

" 누가 할소리!

환은 투닥투닥 한참을 싸우고 나서야 삼겹살과 밥그릇을 쟁취할수 있었다.

그녀와는 어찌될지 알수었는 일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녀와 묘한 관계가 되어도 상관 없을것 같기도 했다.

이런일이 잦아서 익숙해진 탓일까...?

혜선처럼 어딘가가 고장난게 아니라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투덜거리며 양치질을 하고 있을때였다.

처음보는 전화번호로 전화벨이 울렸다.

" 환.. ? "

" 응 ? "

" 나야. 혜선이.. "

" 아... 누나.. "

" 언니가 번호를 알려줘서... "

"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죠 ? "

" 네가 알려줬다며.. "

" 아.... "

물론 그런 기억은 없지만 그렇다고 넘어가 주어야 했다.

" 올거지.. ? "

" 아... "

그제서야 어제 혜정과 했던 약속이 기억났다.

바보처럼 잊고 있었다.

" 언니가 케익을 사놨더라. 축하해주러 온다고 했다며 ? "

" 예. 축하해요. "

" 지금 올거야... ? "

" 지금 갈까요 ? "

" 아니... 30분 있다가.. 지금 막 들어왔거든.. "

" 알았어요. 30분 후에 갈께요. "

" ... 저기.. 화난거 풀렸어.. ? "

" 화났던게 아니에요. 그냥 잊고있던 약속이 생각나서 그런거에요.

시간이 늦었었 거든요. "

" 정말... ? "

" 정말이에요. "

" 응. 그럼 이따가 봐. "

" 예. "

전화를 끊고나서 한숨을 내쉬었다.

미처 생일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 음. 이럴때가 아니지. "

환은 서둘러 샤워를 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몇가지 결점으로 인해 당당하게 안겨들게 틀림없다.

그녀의 언니와 성격까지 비슷하다면 결점보다 성격이 더 큰 비율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거실에 커다란 케익을 올려놓고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 어서와. 이리앉아. "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환의 앞자리에 앉게했다.

" 축하해요. "

" 고마워. "

" 그날은 그렇게 가서 미안해요. 사과할께요. "

" 아니야. 내가 잘못한거라는건 알아. 뒤늦게 깨달아서 문제지. "

" 생일인데 친구들과 안만나요 ? "

" 거절했어. "

" 어째서요 ? "

" 네가 온다는걸 들었으니까. "

" 아... 하하.. "

" 불붙일까 ? "

" 전등을 끌까요 ? "

" 아니야. 이렇게 하면돼. "

그녀는 그리 말하며 두손을 모아 크게 ' 짝 - ' 하고 마주쳤다.

그러자 이게 왠일인가.

거실의 모든불이 순식간에 스스로 꺼졌다. 한켠에 마련된 작고 은은한

불빛만 남은채 주위가 어두워졌다.

" 대, 대단하군요... "

" 언니 취향이야. "

" 이런걸 좋아해요 ? "

" 재미로 설치한거지. 별로 실용성은 없어. "

환이 성냥을 들어 케익의 촛불에 불을 붙였다.

스물두개의 초.

환과는 다섯살 많은 나이다.

어색한 생일축하 노래가 이어졌다.

단둘이 마주앉아 단촐하게 노래를 불러주는것도 꽤나 분위기가 있었다.

" 후우 - "

그녀가 스물두개의 촛불을 고개를 저어가며 꺼뜨렸다.

" 와 - .... "

내심 환호성을 질러 주었지만 그다시 신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둘이서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 미안해요.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어요. 내일이라도 그럴듯한 걸로

준비해 줄께요. "

" 그럴필요 없어. "

" 그래도... "

" 생일 선물은 몇주전에 받았으니까. "

" 아... ! "

무슨말인지 금새 이해했다.

그녀의 말대로 그것은 생일 선물이라고 해도 괜찮을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그녀가 가장 바라던 일이었고 원하던 일이었으니

선물이 된셈이다.

그런데 케익의 초를 모두 걷어낸 그녀가 케익을 들어올리며 환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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