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24)

 신죠 카즈에 (2)  

마츠다호텔 5층에 있는 후미진 방에 들어가 커피를 가져온 호텔 종업원이 나가자 

바로, 마사유키는 가방에서 커다란 갈색 봉투를 꺼냈다.

잠깐, 카즈에는 시선을 들었다.  봉투는 정확히 대형사진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

다. 

「실은, 드릴 말씀은 제 아들 유우지에 관한 것 입니다.」 

「예,예.」 

순간 카즈에는 도망갈 곳은 없나 하고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담화실은 좁고, 크림색의 벽이 사방을 막고 있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사람이 앉을 수 있는 간이  소파, 마사유키의 등뒤에는 자물쇠가 걸린 문, 카즈

에의 등뒤는 샷시창, 벽쪽에는 전화기와 주전자가 놓여 있을 뿐, 방에는 형광등불 

빛이 가득차 있어 숨어 들어갈 구멍도 모습을 감출 그림자도 없었다. 

「실은 며칠전, 아내로부터 아들이  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보

통 그런 일은  좀처럼 하지 않지만, 그때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그 녀석의 

방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제 아시겠죠? 봉투에 들어있는  외설스러운 사진들을 

보았던 것 입니다.」 

(아앗!)절망이 카즈에의 뇌리에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예상한  그대로의 

일이 일어나면 악몽은 더욱 무서워지는 법이다. 카즈에는  몇 번이고 그것을 확인

하게 됐다. 

「자 이것 좀 보아 주십시오. 이것, 당신이지요?」 

그의 바리톤이 좁은  방의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지고, 그것이  튀어올라 카즈에의 

전신을 꿰뚫었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마사유키는 봉투에서 사진다발을 꺼냈다. 

'기절할 수 있다면'하고 카즈에는  생각했다. '정신을 잃고 싶다.' '그리고 그대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카즈에는 간절히 그러길 원했다.

그러나 그렇게 형편에 맞춰  기절할 수 있을리가 없다. 파국은 오히려  점점 다가

와서, 눈앞에 노골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즈에는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웅크렸다. 

「봐주시오. 이것, 당신이죠?」 

마사유키의 말투에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은 심장을 찌르듯이 파고들었다. 

힘없이 얼굴을 들어, 시선을 테이블위로 가져갔다.

20세가 지난 젊은 여성. 스트레이트한  머리가 턱 아래까지 늘어져 있다. 약간 째

진듯한 눈매, 예쁜 콧망울, 곧게 뻗어 약간  오만한 느낌까지 들게하는 콧등, 도톰

한 입술. 

틀림없이, 카즈에 자신이 절망으로 화하여 그 곳에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한 장은, 복도바닥에 

위를 향해 누워, 양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세운 자세이다. 짧은 스커트는 홀랑 들

어올려져 있고, 은밀한 부분인 허리  아래와 그 안쪽을 보이고 있다. 흰색의 작은 

팬티를 입고는 있지만 스타킹은  신고 있지 않다. 속살과 흰 피부가  그대로 드러

나고, 게다가 팬티가 착  달라붙어 있어 은밀한 그 곳의 모습까지  새겨지듯이 또

렷이 나타나 있다. 

또 한 장은,  완전나체였다. 교사의 바깥벽에 서서  외등의 불빛을 그대로 받으며 

카즈에는 양손을 머리위에 얹고 있다. 정면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알몸의 윤곽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풍만한 가슴과 뾰족한 유두,  묶여있는 몸과 드러난 허리, 중

심부의 검은 치모까지 찍혀있었다. 

게다가 두 사진 모두 얼굴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카즈에는 홍시처럼 붉어진 얼굴을 무릎에 닿을 정도로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것은 무척 중요한 확인입니다.  똑바로 봐주십시오. 이 

여성은 신죠선생, 당신 아닙니까?」 

(아아-) 

힐문을 당해도 카즈에는 고개를 숙인채 떨고 있을 뿐 이었다. 

「확실하게 대답해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들 녀석도 이곳으로 불러서, 아니면 

학교장이건 누구건 관계자를 불러 그자리에서 대답을 들을 테니까요.」 

「앗, 그것은... 그것만은, 기다려 주세요.」 

황급히 말리자, 마사유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서도, 이런 일로 소란을  피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신죠선생이 그렇

게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군요.」 

「기다려 주세요. 부탁입니다. 그것만은... 기다려 주세요.」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만은 막아야한다. 유우지는 그렇다치고, 교장이나 학교 관계

자에게 알려지면, 그 소문은 끝없이 퍼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어떻게해서라도 그것만은 막아야한다. 

열심히 머리를 숙이고 애원하자, 머리위에서 마사유키의 바리톤 음성이 들려왔다. 

「음, 그러면, 이사진의 여성은 당신이군. 그것을 인정하죠?」 

카즈에는 수치심에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아주 조금  들었다. 살짝 사진위에 시선

을 옮겼다가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에, 그것은... 저에요.」 

「음, 역시 그랬었군.」 

마사유키는 전라의 사진을 들고 찬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사유키의 그런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카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채

로 그저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처음 만난 유우지의 부친은 중년남성의 차분함과 상식을  풍부히 갖춘, 일반 샐러

리맨에게서는 보기 힘든 저력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 힘이 두려웠다. 

「그러면 이것도 당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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