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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화 〉 검투대회가 시작되었다 (117/241)

〈 117화 〉 검투대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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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합숙훈련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콜로세움 지하 공동은 칙칙해서 잠깐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대낮에도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고 횃불로만 주위를 밝혔기에 음침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사방에 철창이 가득해서 수용소라는 말을 빌린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여기에 있는 검투사들이 반쯤 미쳐서 살고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

그리고 정신이 나간 검투사들 몇 명이 현재 현무단 검투사 수용소에서 우리 일행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크하하하! 신입들이 왔구나!”

“형님, 요년들 야들야들한 것 좀 보세요. 젖탱이가 아주 살아있네.”

“넌 몇 살이냐? 아직 성인도 안 된 거 같은데 처녀겠지? 네년 처녀막은 내가 오늘 받아가마.”

…분명 매튜가 우리가 방문한다는 얘기를 했을 텐데 말이야.

애초에 별 상관을 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투견처럼 살다 죽을 운명들이니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오늘만 산다 마인드인가?

생각해보니 전에 처치했던 현무단 정예 놈들도 아룬 마을에서 광기의 학살을 벌였던 걸 보면, 이놈들 중에서 정상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신입들아. 우리 검투단에는 규칙이 있어. 새로 들어왔으면 남자는 한달 동안 숙소 청소를 도맡아 하고, 여자들은 우리가 질릴 때까지 물 좀 빼줘야겠다.”

힐끗 링링을 보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우리 귀여운 동물 귀 링링이.

이런 상황을 벌어질 거라고 들어가기 전에 말해준 사람이 바로 링링이었다.

‘서방님 들어가면 군기부터 잡아야 한다멍. 분명 검투사 놈들이 우리한테 시비 걸어올 거다멍.’

‘군기? 숙소 내에서 같은 현무단원들이 싸움을 걸어온다는 말이야?’

‘그렇다멍. 숙소 내에서 얕잡아 보이면 죽을 때까지 고통 받는다멍. 나와 루나 족장도 처음에는 숙소에서 한 달에 5명씩 우리 몸 만지려는 놈들 거시기 잘랐다멍.’

이런 대화를 나눴었지.

설마 정말로 링링 말대로 이렇게 대책 없이 시비를 걸어올 줄은 몰랐다.

적어도 뒤에서 귀찮게 머리 쓰는 놈은 없어서 편하긴 하네.

“주인님, 어떻게 할까요?”

“그런 걸 왜 나한테 물어. 너희 알아서 해.”

솔직히 대꾸하기도 귀찮다.

레벨은 스윽 훑어봤더니 레벨 30 넘는 놈도 거의 없다.

한마디로 쭉정이들.

아무래도 정예는 매튜가 마녀의 숲으로 데려갔고 남은 떨거지 놈들인가 보다.

호랑이가 산을 떠나면 여우가 왕이라고 텃세 부리고 있었던 건가?

너무 가소로워서 이제 이 정도는 내 여자들이 알아서 했으면 좋겠다.

“큭큭큭, 무서워서 정신이 나갔나?”

“어떤 년부터 골라 먹을까? 난 저 갑옷 입은 은발 년부터 먹어야겠다.”

“그러면 난 저 수인녀. 수인녀랑 처음 떡 쳐보네.”

저질스러운 말을 남발하며 서서히 다가오는 검투사들.

그런 놈들에게 에밀리가 천천히 앞으로 나선다.

“으응? 네가 먼저 하려고?”

“형님, 그 년은 제가 먼저 찜했습니다. 오늘 처녀 한 번 먹어보…응?!”

콰지직

어이쿠.

저건 좀 심한 거 아닌가?

보이지도 않을 속력으로 니킥을 날려 사내의 가랑이 사이를 정확하게 가격한다.

“끄아악!”

상큼한 비명.

불알이 깨지는 소리가 정확하게 들린 걸 보니깐 남자 구실 하긴 글렀네.

“건방진 계집년이 뒤지려고 실성을 했구나!”

“형님, 매튜님의 명령이고 뭐고 죽을 때까지 범해줍시다!”

동료 놈이 당하자 나름 의리랍시고 쭉정이 검투사 놈들이 화를 내며 다가온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사나운 에너지에 겁을 낼 만도 하지만, 내 여인들의 눈빛은 한없이 차갑고 고요하기만 하다.

압도적인 민첩 스텟을 바탕으로 보법을 밟으며 하나둘씩 신형이 사라지는 내 여자들.

슈슉

“으응? 뭐, 뭐야!”

남자는 바로 앞에 은발의 여기사가 나타나자 반응조차 못하고 순간 넋을 놓아버린다.

그만큼 셰릴의 스피드는 압도적.

“저세상에 가서는 조금 생각을 하고 혀를 놀리도록.”

푸푹

섬광처럼 뻗어 나가는 레이피어가 남자의 오른쪽 눈을 찔러버린 것도 모자라 뒤통수를 뚫고 나갔다.

인간의 두개골이 단단하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힘과 밀도 있는 일격.

셰릴 그동안 정말 많이 늘었구나.

역시 내 두 번째 정실 부인답다.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드는군.

주르륵

첫 번째 남자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머리에 바람구멍이 나서 죽었지만, 피 맛을 본 내 여자들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그다음은 링링 차례.

꼬리를 살랑거리는 내 첩실 수인녀는 마나가 넘실대는 주먹을 맞부딪치며 상대를 노려본다.

“크앙! 너희는 선을 넘었다멍! 여기서 모두 죽어라멍!”

콰아앙

링링이가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고, 거기에는 바로 검투사의 발이 있었다.

콰직

“끄아아악!”

발이 그대로 뭉개지면서 사내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혼절한다.

하지만 아직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후웅 서걱

이미 구르카를 빼 든 엘리샤가 발로 사내의 복부를 쳐서 벽으로 몰아넣은 다음 왼팔을 정확하게 절단했다.

서걱

“끄아아악!”

“아직 멀었어. 에밀리를 희롱하려고 했으니 오른팔도 내놓아라.”

서걱 서걱

양팔이 잘렸으니 검투사 하기는 글렀겠네.

하지만 저 남자가 아까 에밀리 처녀를 받아간다 어쩐다 했던 놈이니 양팔 절단도 사실 자비를 베푼 거다.

“개 같은 놈! 너라도 데리고 가야겠다!”

응? 날 노리려고?

아주 신박하구만.

눈을 까뒤집고 나에게 칼을 휘두르려는 놈의 이마에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튕길 준비를 한다.

이른바 딱밤.

생각보다 구수하니깐 한 대 맞고 가셔.

타앙

뭐지? 총인가?

딱밤을 쳤는데 총 쏘는 소리가 들리고 눈앞 남자의 뇌가 수박처럼 터졌다.

다음부터는 힘 조절 좀 해야겠다.

힘스텟 200으로 조절 없이 치니깐 그대로 머리통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괴랄한 장면들을 목격하니, 내 여자들 몸매랑 얼굴 보고 덤벼들었던 검투사 놈들도 정신이 번쩍 들었나 보다.

땡그랑 땡그랑

하나둘씩 떨어지는 병장기들.

싸울 의지를 버린 놈들이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걸했다.

“살,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눈도 안 마주칠 테니 봐주십시오.”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은혜를 뼈에 새기겠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현무단 숙소를 점령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주인님.”

“내버려둬. 처리할 가치도 없는 벌레들이다.”

대충 무리를 선동하는 놈들만 본보기로 목을 잘랐고, 나머지는 쥐죽은 듯이 지내라고 엄포를 놓았다.

슬슬 집안 정리를 끝냈으니 루나와 접촉할 차례.

“링링, 여기서 백호단 수용소까지는 멀어?”

“별로 안 멀다멍. 빨리 가자멍! 루나 족장 보고싶다멍.”

족장을 볼 생각에 신난 링링을 데리고 백호단 숙소로 향했다.

척 척

“웬 놈이냐?”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검투사 출신 문지기 둘이 우리를 노려보면서 입구를 막았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살벌하네.

“루나 족장을 보고 싶어서 왔다멍. 불러달라멍.”

“미친놈들인가? 검투대회 때 상대팀 에이스를 독대하겠다고? 우리가 허락할 것 같냐? 썩 꺼져라!”

아, 그렇구나.

그 생각을 못 했다.

검투대회를 앞두고 남의 검투단 숙소를 기웃거린다는 건 스파이짓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다분하다.

한번 뚫어볼까?

아니야.

그건 악수다.

저런 레벨 15짜리 문지기 둘이야 쉽게 뚫을 수 있겠지만, 괜히 지금 소란을 일으켜서 주위의 시선을 받아버리면 다음번에 루나와 접촉하기 더 힘들어진다.

“게다가 지금 루나는 단주님에게 교육을 받고 있어.”

“맞아, 아까 건방진 태도 때문에 채찍을 맞고 있지. 너희를 만날 시간 자체가 안 나올 거다.”

아까 백호단주의 말을 무시하고 지하로 내려가서 체벌을 받고 있다는 건가?

그녀의 이곳 생활이 그다지 편하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크앙! 감히 루나 족장을 때리다니!”

“링링, 일단은 돌아가자.”

“우우, 루나 족장 못 봐서 슬프다멍.”

발걸음을 돌렸다.

링링은 족장이 고초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풀이 죽은 상태.

루나와 접촉하는 것은 기회를 좀 더 봐야겠군.

지금으로써는 검투사 대 검투사로 결투장 위에서 접촉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데엥 데엥

멀리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여기는 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종소리로 시간을 알린다.

수용소에 들어왔을 시점으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시간은 유수와 같이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검투대회 당일이 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 링링에게 검투대회에 대한 룰을 들었다.

링링은 노예로 팔려서 마녀의 숲에 오기 전까지는 현직 검투사였기에, 우리 중에서는 대회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여자였다.

“에밀리, 너도 와서 들어라.”

대회 룰을 모르는 건 나뿐만이 아니잖아?

윌렛왕국 출신인 셰릴과 에밀리, 그리고 엘리샤도 내 옆에 일렬로 앉아서 교수님에게 수업 듣는 학생 느낌으로 링링의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4대 검투단을 기준으로 4개의 조로 나눠서 리그전, 이후에 상위 8개 팀으로 8강전을 치른다는 건가?”

딱히 어렵지 않군.

유럽 축구랑 느낌 비슷하잖아?

지역 리그 거치고 상위 팀 챔피언스리그 가서 토너먼트 하는 것과 느낌 비슷하다.

“또 있다멍. 선수는 리그전에 한 번, 그리고 토너먼트전에 한 번씩만 나올 수 있다멍. 그래서 검투단주는 선수 기용을 잘해야 한다멍! 물론 결승전은 아무 선수나 쓸 수 있다멍.”

그런 식의 규칙이라면 나름 검투단주의 역량도 중요할 거로 생각한다.

상대 선수가 강하다 싶으면, 내 쪽은 가장 약한 선수를 내보내서 1점을 내주고, 반대로 강한 선수를 이용해서 확실한 승점 1점을 챙기는 전략이 중요하겠어.

“대충 룰을 알겠어. 근데 왜 4대 검투단은 다른 조로 시작하는 거지?”

“원래 가장 맛있는 건 나중에 남겨놔야 하는 거다멍! 그래서 4대 검투단은 토너먼트 가서야 붙을 수 있는 거다멍.”

생각보다 검투대회 시스템이 체계적이구나.

그러면 루나를 만나는 건 토너먼트 이후가 되겠구먼.

“링링 언니, 그러면 4대 검투단이 떨어져서 토너먼트에 못 나가는 일도 있어요?”

가만히 경청하고 있던 에밀리가 손을 들고 질문하자 링링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원칙상으론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적은 수십 년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멍.”

오우, 생각보다 대단한데?

수십 년간 본선 진출이라니.

괜히 4대 강팀이라 하는 게 아니군.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이었어.

일단 룰은 모두 숙지했다.

이제는 검투 경기를 직접 구경하면서 견문을 넓힐 차례.

“그럼 제53회 검투대회를~시작~하겠습니다!!”

저 멀리서 진행자가 목청 좋게 지르는 소리가 지하까지 느껴졌다.

벌써 검투대회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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