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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5화 〉 크게 부풀어 있었다 (225/241)

〈 225화 〉 크게 부풀어 있었다

* * *

낯설지 않은 인물의 뜻밖의 등장.

보라빛 머리카락을 찰랑이던 새롬은 내 쪽을 바라보더니 새침하게 말했다.

“뭘 봐요?”

싸가지 없는 말본새를 보니 새롬이 맞긴 한가 보다.

“드라마 안 보고 이런 시골까지 웬일이야?”

“그쪽이 부르니까 왔죠. 다들 총대 메기 싫어서 몸 사리면 담당 매니저라도 와야 하지 않겠어요?”

새롬의 말을 들어보니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저번에 내가 사용한 후보자스킬 [강림]에 마왕 아유나가 소환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이후 천계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뻔한 마계쪽에서는 다음번 강림 스킬 사용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겠고.

괜히 윗사람들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은 하급 마족 대다수가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자 날 담당하던 오퍼레이터가 직접 출장을 나온 상황으로 정리하면 되겠다.

“그래도 새롬이 너밖에 없다. 조강지처가 좋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건가?”

“쓸데없는 말 하면 그냥 올라갈 거예요.”

“넌 누구지?”

나와 새롬의 대화가 뾰족한 고음에 끊겼다.

소리가 난 진원지로 고개를 돌려보니 첫째 엄마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번갈아 노려보고 있다.

새롬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는 게 일이다 보니 저 여자가 누군지 안다.

두 여인이 허공에서 눈을 맞부딪치자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는 듯했다.

“호오? 네가 131번이 관리하는 후보자 엄마구나?”

131번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후보자들을 서포팅하는 마족들끼리도 나름의 네트워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었다.

새롬의 말을 들은 첫째 엄마도 대충 그녀의 정체를 짐작하는 듯하다.

“혹시 마족?”

“그래, 이 버러지야. 인간 따위가 감히 눈을 똑바로 뜨고 날 째려봐?”

종족 차별적인 발언은 여전하고.

새롬이가 마계에서 최하위 마족은 아니겠으나 상위 마족 또한 아닐 텐데.

일견 평범해 보이는 여마족조차 인간을 하찮게 여기고 있으니 그들의 기본적인 전투력이 이곳과는 차원이 다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군요. 어째서 저 아이에겐 이렇게 좋은 기술을 주고 내 아들에겐 이런 기술을 준 거죠?”

“데이몬의 카르마가 3만이라는 건 귓등으로도 안 들었겠지. 저놈도 처음부터 사기 스킬을 얻었던 건 아니야.”

솔직히 다른 스킬들도 다 사기 맞았던 거 같은데.

악마의 눈, 진실의 방, 몬스터 로드, 분신술.

거를 스킬이 없다.

물론 강림이 그중에서도 개쓉사기 밸붕 스킬인 건 인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내 말을 새롬이가 가로채서 말한다.

“억울하면 카르마 많이 모았어야지.”

고럼고럼.

빙의하기 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았던 나였기에 새롬의 말에 더 공감했다.

“그리고 네 아들 스킬도 충분히 사기야. 수천 마리 언데드를 마음대로 부리고. 마스터급 기사를 데스나이트로 만들고. 고대 종족을 네 의지대로 조종하는데. 다른 놈 스킬이 사기라는 말이 나오냐? 양심 없는 새끼야?”

눈 뒤집혀 달려들려는 제임스를 첫째 엄마가 가로막았다.

“제임스, 너는 데이몬의 분신을 막으렴. 저 버릇없는 년은 내가 맡으마.”

“뭐?”

자신이 벌레라고 생각한 미물에게 욕을 들어먹은 새롬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래 사니까 별 이상한 일을 다 겪네.”

그녀가 황당해하든 말든 첫째 엄마의 주변에는 무려 다섯 개의 화염구가 떴다.

저 정도면 올리비아만큼은 아니더라도 레벨 50에 가까운 마녀는 되는 듯하다.

원래도 저렇게 강했었나?

아들 제임스처럼 영지민을 갈아 넣는 방법으로 강해졌을지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와 동일한 스텟을 가진 분신이 제임스를 맡게 되고 내가 페어리 드래곤을 맡는다.

자연스럽게 삼 대 일이 일대일 대결로 변하는 순간이다.

“스톤 스톰!!”

개전 시작은 제임스로부터였다.

상당히 고서클의 마법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날카로운 돌들이 회오리 돌풍을 일으키며 내 분신에게 몰아쳤다.

스팟!

하지만 내 분신은 나와 동일한 스텟에 족자 공간에서의 치열했던 수련의 경험까지 공유한 또 다른 나.

사방의 사로(死?)인데 그 가운데에 또 생로(??)를 찾아서 빠져나왔다.

그런 분신을 향해 거대한 스톤 골렘이 주먹을 후웅 휘둘렀고 분신체가 서둘러 두 팔을 교차해 막았으나,

콰아아앙!!

충격 때문인지 한참 뒤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저쪽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바로 반대편을 보니 이쪽은 캣파이트가 벌어지고 있다.

“파이어 스피어.”

“다크 레인.”

올리비아가 아룬마을에서 썼던 다크레인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을 만들고 불의 창으로 새롬이를 저격하는 전략.

제법 괜찮은 작전이었다.

나는 새롬이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서 유심히 그녀를 보았다.

그동안 내가 본 마족들의 전투는 사실 전투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학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본 마족들은 모두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마왕이었기 때문.

그리고 그런 대마왕들과 새롬이는 확실히 달랐다.

퍽! 퍼퍼퍽!!

“악! 아파!”

저 말을 새롬이의 보짓구멍을 쑤셨을 때 듣고 싶었다만.

예기치 않게 일찍 들어버렸다.

그보다도 더 놀라운 점이 있었다.

“새롬...너 몸치였냐?”

흔히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되면 공놀이 싫어해서 않아서 수다 떠는 여자애들.

물론 난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나 상철이에게 들은 게 있다.

그런 여자애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새롬일 것이다.

콰콰콱!!

“아프다고!! 이 개 같은 년아!!”

욕을 하면서 허우적거리지만 결국 하나도 못 피하고 첫째 엄마의 공격을 다 처맞는다.

“마족이라고 나름 긴장했는데, 별거 아니었구나?”

“넌 잡히면 뒤졌어! 아악!!”

바락바락 소리 지르던 새롬의 보랏빛 뒤통수에 화 속성 창이 제대로 꽂혔다.

이게 문제가 뭐냐면.

보통 사람들이면 저렇게 마법에 직격당하면 죽어야 한다.

그런데…

“잡히기만 해봐! 넌 죽었어!”

어떻게 된 신체인지 첫째 엄마의 마법을 다 처맞고도 아프기만 할 뿐 피 한 방울 나질 않는다.

애초에 신체 규격이 다른 느낌이랄까?

거기서 72 대마왕은 공격력까지 갖춘 거고 새롬이는 그저 튼튼한 몸뚱이 하나 믿고 내려온 거다.

결과적으로는 새롬이가 첫째 엄마 공격에 당할 것 같지도 않았고 첫째 엄마가 몸치인 새롬이에게 잡힐 것 같지도 않았으니.

승부가 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첫째 엄마의 마나가 다 고갈되거나 새롬이가 제풀에 지쳐 주저앉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나다.

내 앞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주변의 모든 걸 파괴하고 싶다는 심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마.”

죽음으로 말이야.

“쿠워어어어!!!!”

힘차게 울부짖은 드래곤이 양옆에 높게 솟은 뿔을 나에게 들이대면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톤 단위 덤프트럭이 전속력으로 나를 향해 액셀을 밟은 듯한 느낌.

나는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그 용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녀석이 지척으로 다가오자, 타이밍에 맞춰 외쳤다.

“진실의 방으로.”

스파앗

오랜만이다 육각링아.

역시나 무지성 돌격하던 드래곤은 내 스킬을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갑자기 독립된 공간에 남은 나와 암컷용.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갸웃한다.

악마의 눈으로 스텟을 감정하고 싶지만 녀석이 당황한 틈을 노려야 해서 생략하고 바로 달려들었다.

“오우!”

내 생각보다 몸이 훨씬 빨리 나간다.

그만큼 용녀년의 스텟이 엄청났단 얘기겠지.

그녀의 스텟 절반을 뺏은 상태.

체감상 예전에 상철이와 싸울 때 도합스텟 1천이 넘었던 그 느낌이 난다.

당시에는 용사가 갑자기 천사스킬 불굴의 의지를 터트려서 스텟 뻥튀기가 소용이 없어졌다만.

정신세뇌를 당한 암컷용 따위가 갑자기 대천사를 소환하거나 용사 스킬을 시전할 일 따위는 없겠지.

파아앗

페어리 드래곤이 인지하지도 못할 속도로 그녀의 옆구리로 이동한 나는 웬만한 보검이 아니면 흠집도 못 낼 것 같은 단단한 비늘을 두 손으로 잡았다.

“쥬쥬, 오랜만에 털갈이 좀 하자.”

쥬쥬란 이름을 즉석에서 지어주고 바로 오래된 비늘을 사정없이 뽑아냈다.

“키아아악!!!”

“옳지, 조금만 참자!”

이런 사람이 어딨냐?

유기룡의 더러워진 털을 이발까지 해주는 친절한 사람.

피가 좀 나긴 하는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고통스러워하던 용이 대가리를 내 쪽으로 향하더니 양 뿔에서 푸른 전격을 내뿜었다.

지지지직!!!

스치기만 해도 3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눈부신 전격이 나와의 거리를 좁혀왔으나.

도합스텟 일천이 넘는 나는 어느새 그녀의 반대편에 와 있었다.

“떽! 나중에 다 끝나면 간식 줄 테니까 얌전히 있어! 옳지 착하다!”

그러면서 이번엔 비늘 다섯 개를 뭉텅이로 뽑는다.

거대한 용이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워했음은 물론이다.

이후에도 그녀는 날 잡으려고 하고 나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그녀의 비늘을 잡아 뜯으려는 행위가 반복됐다.

그로부터 5분 경과.

쥬쥬의 털갈이가 끝났다.

바닥엔 온통 벗겨진 비늘투성이.

보들보들한 맨살을 훤히 드러낸 드래곤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자기 몸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정신이 지배당한 상태라지만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상대가 자신보다 강자라는 걸 깨달은 듯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자, 빨리 마무리하자. 진실의 방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

쥬쥬의 스텟이 절반으로 깎였을 때 승부를 보는 게 마음이 편했다.

다시 보법을 펼쳐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진 나는 이제 손바닥을 활짝 펼쳐 무장해제 된 그녀의 속살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찰싹찰싹찰싹찰싹!!

“캬오오오!!!”

단단한 비늘에 평생 보호받던 연한 물렁살이 숙련된 조교의 능숙한 스팽킹을 견디지 못하고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다.

“누가 그렇게 말 안 들으래!”

찰싹찰싹찰싹!!

그냥 때리는 게 아니다.

스팽킹도 기술이 있다.

수많은 여자를 내 무릎 위에 엎드리게 한 뒤 펑퍼짐한 엉덩이에 피멍이 들 정도로 때려봤다.

어떻게 때려야 맞는 사람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아플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캬오! 캬오!”

울부짖던 페어리 드래곤이 결국 몸집을 줄이기 시작했다.

면적이 넓어서 피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려는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쥬쥬의 원래 모습은 바비인형 정도로 작은 요정.

전투능력 따윈 없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은 이때 쓰라고 만들었을지도.

“잡았다, 요년!”

몸집을 줄인 그녀는 내 우악스러운 손길에 그대로 잡혀버렸다.

망설이지 않고 손아귀에 악력을 불어넣었다.

우드드득!!

“아악! 아아악!”

악력기를 쥐고 운동하듯이 녀석을 걸레처럼 꼭 쥐어짰더니 조그만 녀석의 연약한 뼈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그만해줘요.”

또렷한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이대로 뼈를 가루로 내서 죽일 생각이었던 내가 잠시 그 행동을 멈추었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아까처럼 맛이 간 동태눈깔이 아니다.

“제정신으로 돌아왔냐?”

테이머란 후보자 기술이 완전한 정신세뇌는 아니었구나.

진실의 방이라는 이공간에 갇히다가 역치 이상의 통증을 받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아, 아파요…제가 잘못했으니까 때리지 말아 주세요.”

내 주먹 안에 꼭 쥐어진 채로 애걸복걸하는 조그만 얼굴의 요정을 바라보았다.

비늘을 모두 벗겨서 그런지 본체로 변신한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손가락 하나 들어가기 힘들어 보이는 아주 조그만 보짓구멍도 물론 보였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내 하초는 이미 크게 부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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