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신성 아카데미의 망나니는 마왕 아들-251화 (251/595)

EP. 251

원시림. 그 곳은 마족의 성지.

원시림에는 고제국 시절부터 존재해온 세계수, 그 뿌리로부터 뻗어 나온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있었다.

보통의 나무가 아니다. 나무 하나하나마다 고층의 아파트를 보는 듯한 거대한 크기. 그래서 주변의 풍경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신비한 곳이군요. 여기는.”

거기에 사방에는 마기에 가까운 마나가 자욱해, 마치 심해의 바닥에 들어선 것 같았다.

클로에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주의를 살폈다.

“이런 곳이라면 길을 잃고 굶어 죽는 건 일도 아니겠어요.”

“클로에님의 말이 맞아요. 가끔 이곳에서 실종되는 엘프들도 있으니까요. 아니, 가끔이 아니라 자주요.”

트리시아가 싱긋 웃었다. 세 사람은 지금 원시림의 수해(樹海)를 뚫고 북상하는 중이었다.

마나 각성자들의 감각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예민하지만. 오히려 그 예민한 감각 때문에 방향 감각이 정상이 아니게 된다.

'마치 나침반의 바늘이 멈추지 못하고 빙빙 도는 것처럼 말이지.'

그래서 성지이나, 마족들에게 조차도 위험한 곳으로 손꼽히는 마경. 절대 함부로 들어서서는 안될 곳이지만...

물론 우리 일행에게는 조금의 문제도 없었다.

‘아주 좋은 길잡이를 두고 있으니까.’

트리시아가 길을 앞장서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저 뾰족한 귀가 안테나라도 된 듯,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 주변을 날아가는 정령들의 도움도 크긴 했다. 매우 뛰어난 정령사인 트리시아. 그녀가 소환한 4대 정령들이 그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역시 엘프는 엘프인건가.’

아니, 엘프라고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트리시아는 유니르의 사제. 그녀는 오랜 시간을 이 곳 원시림의 수해에서 살아왔으니까.

마치 집근처의 작은 숲을 산책하듯. 트리시아가 가벼운 걸음을 옮겼다.

“유니르의 사제들은 이 수해에서 자급자족을 해요. 그러다보니 위험하지 않은 곳, 들어가서는 안 될 곳을 파악하는 데는 도가 텄죠.”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긴 했지만. 그녀가 없다면 이번의 짧은 기간 동안 만년 고룡의 유해에 다가가는 일은 절대 불가능할 테니까.

내 옆을 나란히 걷던 클로에도 조용히 속삭였다.

“그건 그렇고 트리시아씨가 마족, 아니 엘프였다니. 그러면 세실리아씨도 인간이 아니었겠군요.”

“그렇지. 세실리아는 드래곤이다.”

“드래곤이요? 두 사람은 친자매가... 아. 그러고 보니 마족 혼혈은 인간과 조금 다르다고 듣긴 했어요. 잡종을 만들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연신 쫑긋거리고 있는 트리시아의 뾰족귀를 다시 쳐다보았다.

“흐흠. 그래도 판테온의 한 복판에 그렇게 마족이 숨어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 마족의 입학을 돕고 지금까지 후원해온 사람이 위대한 가문의 후계자... 그리고 그 가문은 인간을 대표하는 가문인데 말이죠.”

클로에가 나직이 읊조렸다.

사실 보통의 제국인이라면 충격을 받을 일이지만. 클로에는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 그녀가 계속 중얼거렸다.

“변경백가에서 백작님의 입지가 좁다면. 제 오라버니들이 그러하듯 마족의 손을 빌려서라도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나선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율리안님은 가만히 있어도 변경백에 오를 사람. 그리고 망나니... 아니 자유인으로 평가 받던 작년이라면 몰라도, 올해에 그렇게 마족과 인연을 만들어 두었다는 뜻은... 흐흠.”

그렇게 옆에 있어도 클로에 머릿속의 계산기가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끈적한 눈빛을 내며, 내 손을 잡아왔다.

“그렇다면... 너무 대단하신데요? 분명 백작님은. 이 제국을 뒤흔들만한 아주 큰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다는 뜻이겠군요.”

물론 그 말은 상인인 그녀의 비유적인 표현이겠지만. 순간, 그녀가 몹시 흥분했다는 게 느껴졌다.

“네 말대로다. 아주, 더럽게도 큰 사업이지. 제국뿐만 아니라 이 이스랜드를 뒤흔들. 그렇지 않으면 이 위험한 원수림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어머. 역시 대단하세요. 그렇다면 백작님께서는 이미 저를 한배를 같이 탄 운명으로... 그렇게 인정했다고 저는 생각하면 될까요?”

그리고 한배를 탄 같이 탄 정도가 아니라, 이미 서로의 배를 맞춰보기도 한 사이였다.

“그래. 나는 네 후계자 경쟁을 위해 모든 걸 도울 생각이다. 라인하르트 가문이 함께 한다는 뜻이지.”

“율리안님...”

클로에가 붙잡은 손에 깍지까지 껴오기 시작했다. 트리시아는 두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길을 안내하고 있지만.

실은 그녀의 정령을 통해 두 사람의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는 게 다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더 걸었을 때.

세 사람은 거대한 꽃봉오리의 군락에서 멈추어 섰다. 트리시아가 말했다.

“백작님. 여기서 멈춰야겠는 데요?”

***

꽃봉오리의 군락은 신기하게도, 식물이라기보다는 광석 같았다.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암석질의 꽃봉오리.

그 것은 마치 거대하고도 빼곡한 울타리처럼 들어서 앞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돌파할 수 없겠군. 우회로를 찾아가는 건 어떤가?”

“흐흠. 그건 조금 곤란해요. 이 길을 가로지르는 게, 고룡의 유해가 있는 옛 드래곤의 신전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니까요.”

“하지만 저래서야. 하늘을 날아가거나, 땅을 파서 돌파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나?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

둘 모두 가능은 한 일이다. 나도 그렇고, 클로에도 연금술을 사용할 줄 아니까. 그리고 두 사람 모두 토목 공사에 가까운 연금술을 시전할 수 있는 실력이다.

“아쉽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저 꽃의 뿌리는, 밖으로 들어난 것보다 땅 아래에 훨씬 깊게 박혀 있고, 무엇보다 저 꽃은 돌처럼 보여도 살아 있으니까요. 자칫 잘 못 건드렸다가는, 저 꽃봉우리에게 공격 당해요.”

역시 악명 높은 원시림다웠다.

지금까지는 완벽한 길잡이인 트리시아 덕에 조금의 위험도 없이 무사히 숲을 가로지르는 중이었지만.

그 사이 틈틈이 보이는 동물과 몬스터들의 시체, 그리고 덩그라니 남은 뼈들은. 절대 이 원시림이 낯선 방문자들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없다. 이미 난 트리시아를 잘 알고 있었다.

“흐흠. 그래도 너라면 돌파할 방법을 생각해두었겠지?”

“네. 백작님. 그리고 사실 딱히 방법이랄 것도 없어요. 밤이 되어 이 꽃봉오리들이 활짝 피길 기다리면 되니까.”

눈앞의 암석화는 밤에 피는 꽃. 밤이 되어 그 꽃이 활짝 열리면 이 군락을 가로지를 길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물론 그 사실을 몰랐다면. 무리하게 돌파하려다 저 꽃봉오리들의 영양분이 되었을 거다. 꽃봉오리 군락은 몹시 드넓게 펼쳐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꽃으로 활짝 피면 봉오리의 공격성도 사라져서. 지나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렇다면 아무튼 여기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뜻이군.”

“네. 그리고 원시림은 유니르의 은총이 가득한 숲. 그러니 오히려 낮보다 밤에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해요.”

이스티아관에 숨겨진 포탈을 통과했을 때의 시간은 낮. 포탈은 즉시 우리를 이곳에 데려다 주었으니. 시차를 고려해도 낮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지만. 트리시아는 이곳의 밤과 낮도 정확히 읽어내고 있었다.

“밤이 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제법 남았어요. 그러니 야영을 하는 느낌으로 흠.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백작님.”

“그리하지. 두 사람의 체력도 보존해야 할테니.”

그렇게 세 사람은 야영지, 아니 주영지를 만들었다. 세 사람의 안전을 위해, 트리시아는 꽤나 높은 나무 위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녀와 호응하는 나무들이, 스스로 움직여 야영에 적합한 공간을 그 위에 만들어냈다.

지금은 정체를 숨기지 않고, 엘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트리시아니.

그야말로 자연의 종족 엘프라는 느낌이 그녀에게 물씬 느껴졌다.

‘황도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었을 때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지는 군.’

물론 트리시아는 세실리아의 언니니. 이성으로서의 아름다움보다는 순수한 감상이었지만. 이어 트리시아가 열매와 동물들까지 사냥해와 식사를 준비했다.

“이 곳에는 독이 있는 식물들과 동물도 몹시 많아요. 그래서 아무거나 잘 못 먹으면 바로 저세상 행이죠.”

“어머. 독이라면 저는 괜찮은 데. 오히려 흥분된 달까요.”

역시나 독의 전문가답게. 클로에가 흥미를 보였다. 그 비정상적인 반응에, 트리시아가 조금 당황했다.

“어... 그렇군요. 그러면 다음 식사에서는 적당히 독이 있는 애들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보다.”

그리고 트리시아가 클로에를 의식한 채로 말했다.

“사실 밤에 이곳을 돌아다니는 건 저... 그리고 율리안 백작님께 문제되지 않아요. 저야 당연히 마족이고. 율리안님은... 흠... 제가 알기로 특이 체질로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인 클로에님은 밤이 되면 피어나오는 마기를 쉽게 버티긴 힘들거에요. 그래서 야간에 움직일 때 클로에님이 조금 걱정이긴 한 데...”

“흐흠. 제가 입고 다니는 옷과, 차고 다니는 장신구에는 기본적인 저항 기능이 있어요. 제법 등급이 높은 던전에 들어가도 문제없으니. 그리고 이스티아 여신의 신성 주문을 사용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마물의 마혼력과, 유니르의 마기는 형태가 다르니까요. 물론 클로에님이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방어에만 주력하신다면 길을 돌파하는 데는 문제없을 테긴 하지만...”

“마나를 사용해선 안된다구요? 흐흠... 짐이 되긴 싫은데 말이죠. 뭐, 그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정도의 여자에게 그깟 마기 따윈 문제될 리 없으니까요..”

클로에는 자신 만만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트리시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 준비를 해두었으니.”

“앗. 그런가요? 역시 백작님다우시네요.”

클로에가 의아한 듯 나를 쳐다보았다.

“마기를 막을 방법이 있다구요?”

“그래. 이미 다 생각해둔 거니까. 얼른 식사를 마치고 눈을 붙이도록 하지.”

아직은 낮이지만. 밤새 이 원시림을 돌파해야 하니 억지로라도 눈을 붙이는 게 좋았다.

‘그리고 클로에를 위해서라도.’

잠시 뒤, 세 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잠을 잘 준비를 마쳤다.

***

클로에는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세실리아의 언니라는 저 트리시아. 실은 엘프였던 그녀가 나무를 움직여 몹시 편한 잠자리를 만들어주었지만.

클로에는 어디까지나 인간. 마기가 사방에 가득 느껴지는 이 원시림에서 그 마음이 편안할 수 없었다.

‘뭐, 나니까 이정도지. 다른 사람들은 덜덜 떨었을 테니까.’

이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곳도 뛰어드는 게 상인의 본능. 그래서 원시림으로 향한다 했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들과 동행했지만.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족인 트리시아야 그렇다 치더라도. 율리안의 행동 동기만큼은. 똑똑한 그녀도 쉬이 짐작가지 못했다.

‘영웅의 외손자... 그리고 대성녀의 아들이 이렇게 마족과 연결점을 두고 있었어. 그리고 마족인 트리시아도 율리안님께 묘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지. 설마...’

터무니없는 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율리안의 친부인 음유시인 리엘. 그 정체불명의 천재 음유시인이 정말 마족이라면.

마족이 성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저렇게 태연한 율리안의 반응도 이해는 갔다. 그도 마족의 피를 갖고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율리안님도 크게 그 사실을 내게 숨길 생각은 없어 보여. 그렇다면 나를 데려 오지도 않았겠지. 조만간 그에 대해 확실히 말해 줄지도.’

그렇게 생각이 많다보니. 잠이 쉽게 올 리 없었다. 사방에 가득한 마기 때문에 감각까지 예민했다. 심지어 시간도 아직은 낮이니.

‘흐흠... 역시 안 되겠어... 밤을 새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눈은 붙여야 되니까.’

트리시아는 각자의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무덩굴과 잎으로 충분히 가림막도 만들어 놓았다. 개인에게 제공된 방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체력을 좀 빼두면... 잠이 오겠지. 딱히 들킬 일도 없고.’

클로에는 드레스 치맛자락을 들었다. 이어 그녀의 손을 가랑이 사이에 끼웠다. 팬티 위에, 손가락이 닿았다.

손끝이 그녀의 가장 예민한 부위를 닿자. 찌릿할 만큼의 쾌감이 몰려왔다.

“으흥... 으읏... 훗...”

팬티 너머의 클리토리스가 금방 꼿꼿해지는 걸 느껴졌다.

오늘 아침. 율리안과의 만남을 몹시 기대해온 만큼. 성욕을 계속 억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와 손을 잡는 것 말고, 그 이상의 행위는 조를 수 없었다.

‘이 먼 원시림까지 올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니까.’

하지만 아쉬움만큼은 어찌 할 수 없었다. 이대로 그가 자고 있는 저 옆으로 넘어가서. 격렬하게 몸을 섞고 싶다.

클로에는 그 욕구를 애써 자위로 달랬다.

‘그리고 이때까지 너무 내가 먼저 다가갔어. 아무리 나 정도의 여자라도... 너무 쉬운 여자는 매력이 떨어지니까. 자제해야 해.’

금방 꼿꼿해진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자, 성감이 더욱 끌어 오르는 것 같다.

“하앙... 앙... 율리안... 율리안님... 조아... 아앙!!”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율리안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를 이어나갔다. 클로에의 자위는 언제나 율리안만을 떠올렸다.

그의 거근에 잔뜩 농락당하는 상상은. 언제나 클로에를 미치게 했으니까. 그렇게 자위가 이어나갈 때.

순간, 클로에는 팬티에 넣고 있던 손을 서둘러 뺐다.

‘인기척이?’

조심스레 클로에의 공간, 그 나무 덩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 들어올 사람은 당연히 율리안이 아니면 트리시아 밖에 없다.

‘트리시아? 하긴. 마족이라면 혹시 꿍꿍이가 있을지도...’

장소가 장소인만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안심했다. 방문자는 율리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들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백작님이?’

클로에는 잠든 척하며, 율리안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그리고, 율리안이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옆으로 누워 잠든 척하던 클로에. 그녀의 뒤로 다가와 클로에를 안았다.

‘율리안님이... 먼저?’

그리고 클로에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율리안이 자신의 상체에 손을 뻗어,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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