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33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특이하게도 아이템이 아닌 이름일 뿐인 데도.
그 등급과 함께 설명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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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존재의 이름」
* 등급 : 셀레스티얼
* 상세 : 고제국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고서에 적힌 이름입니다. 자격이 없는 사람은 그의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혼력의 저주에 휩싸입니다.
## 혼란의 존재 「크노이아」
: 고제국어로 '인간' 혹은 ‘인간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특수효과
: 마혼력에 대한 저항력이 300% 증가합니다. 크노이아의 혼돈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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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은 무려 시에르티아와도 같은 셀레스티얼.
그리고 여태까지 내가 목소리라고 불렀던 바로 그 혼돈의 존재의 진명을 알게 되었다.
‘크노이아. 그 뜻은 인간, 혹은 인간성이라.’
제라르 후작은 내게 그 진명을 알게 된 경의를 말해주었다.
제국을 대표하는 대상인답게. 제라르 후작은 고제국 시대의 고서도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물며 저명한 연금술사인 그는 고제국어에도 능통했으니.
제딘의 종단으로부터 전해져오는 그 고대의 성경에서. 케이아틱 게이트 너머, 그 혼란의 존재의 이름을 스스로 해석해 내는 데 성공했다.
[마혼력에 대한 저항력이 300% 증가합니다. 크노이아의 혼돈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그 후작으로부터 알게 된 진명, 크노이아.
혼돈의 존재의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그 본능적인 두려움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몹시 큰 수확이야. 앞으로 페드로 공작을 상대하려면.’
그렇게 후작과의 면담이 끝난 후. 나는 후작의 진영에 릴리아와 에이린, 세실리아를 남겨두고 그 곳을 떠났다.
비전투인원이 없었으니. 황도로 복귀하는 시간은 몹시 빨랐다.
“율리안님. 역시 예상한대로 판테온의 경계가 전보다 훨씬 느슨해졌습니다.”
내 곁에 서있던 루시아의 말처럼. 나는 루시아와 로제트. 두 명과 함께 판테온으로 돌아왔다.
당장 휴교령과 계엄령이 내려진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없어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포탈. 지금은 대부분이 유실되어, 이스랜드에서 극히 찾아보기 힘든 고제국 시절의 유물. 그 포탈이 바로 판테온의 지하 신전에 있었다.
‘그 것도 원시림으로 바로 이어지는 포탈이 있지.’
세 사람은 그 포탈을 통해 원시림으로 진입할 생각이었다.
바로 용인화 2단계의 진정한 궁극기. 드래곤의 브레스를 익히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죠?”
루시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라르 후작을 릴리아의 진영으로 끌어들인 건 몹시 큰 수확이었다.
그래서 황도 점령 이후, 마치 세상을 다가진 듯 만행을 부리던 반란군도. 지금은 긴장하고 있다.
‘오히려 반란군이 포위당한 셈이니.’
던전 공략 임무를 일단 보류하고, 황도의 북동쪽으로부터 복귀 중인 릴리아파 근위대. 그리고 황도의 남쪽에는 제라르 후작의 사병들이 진을 쳤다.
릴리아파 근위대가 황도로 도착하면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질 거다.
“제라르 후작과는 입을 맞추어 두었지. 앞으로 3일 뒤. 전투가 개시 될 거다.”
내게 남은 시간은 3일. 그 안에 완벽히 브레스를 익혀 다시 판테온으로 복귀해야 했다.
반란군과 릴리아 쪽의 연합군의 전투가 시작 되었을 때. 그 혼란한 기세를 틈타, 빠르게 그리우스를 처단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공로를 릴리아에게 돌려, 릴리아를 차기 황제 후보로 만들 생각이었으니까.
‘릴리아는 이미 나에게 몸과 마음을 바쳤어. 그녀 스스로도 몹시 똑똑하니. 그녀가 황제에 오른다면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어.’
그러면 나는 황제의 남편이자, 훗날 에센문트의 주인으로서 막대한 권력이 생긴다.
물론 파멸의 시간이 코앞이니 그 권력보다는. 그 너머의 것을 원한다.
‘내가 페드로 공작에 대항할 세력의 구심점이 되어야 해.’
크노이아. 그 혼돈의 존재의 선택을 받은, 멸망을 예고하는 자. 페드로 데 오르하인.
그의 세력을 막아내지 못하면. 이스랜드는 크노이아가 원하는 대로 멸망으로 향해 갈 테니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두 사람과 함께 포탈 앞에 섰다.
“그러면 원시림으로 향하겠다.”
***
익숙한 광경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에 마기와 거대한 나무들이 가득했다. 클로에, 그리고 트리시아와 함께 만년 고룡의 역린을 얻기 위해 찾아왔던. 그 원시림의 모습이 그대로였다.
‘뭐,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니까.’
다만 그 때와 차이가 있다면. 내가 율리안 폰 라인하르트로서의 기억을 전부 되찾은 것이다.
그리고 내 안에 흐르는 마족의 피가. 이곳에 도착한 걸 몹시 기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 신기한 곳이야. 마나뿐만 아니라 마기도 함께 가득하니까. 이곳에 있으면 고대 마법의 신기한 진리에 눈을 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흑마법봉을 타고 둥둥 떠 있는 로제트가 말했다.
매우 실력이 뛰어난 마녀이자, 음문을 만들어낸 로제트답게. 사방의 마기를 바로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 로제트 너도 느끼는 구나. 그래서 이 원시림이 특별한 곳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곳이다. 원시림으로 들어온 이유. 그 것은 드래곤의 브레스를 익히기 위해서였다.
브레스. 말 그대로 드래곤이 내뱉는 숨결이지만. 당연히 인간의 숨결과는 개념부터가 달랐다.
드래곤 하트를 각성하기 위해 내가 섭취했던, 스노우 와이번의 심장. 그 스노우 와이번이 내 뿜던 브레스와 유사한, 몹시 강력한 에너지의 발사체다.
‘아니, 그런 혐오스러운 아룡의 브레스와 진정한 드래곤의 브레스는 애초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
트리시아에게 듣기로는, 고룡의 브레스는 도시를 그대로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고 한다.
‘뭐, 당장 그런 브레스를 익히려는 건 욕심이지만.’
오직 드래곤만이 보유한 축복, 드래곤 하트.
그 일반적인 마나 하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출력의 마나 집약체로부터 만들어지는 브레스는 최소 6위계의 마법과 동일하지만.
사실 드래곤의 브레스라 해도, 드래곤 하트를 충분히 성장시키지 않은 상태의 브레스는. 위력이 생각만큼 강하진 않다.
‘단순 6위계의 위력이라면. 드래곤이 아닌 인간도 가능하니까.’
드래곤 하트의 비상식적인 출력은. 당연히 오랜 세월 마나를 축적해온 결과다. 하지만 내가 드래곤 하트를 각성한지는 고작 세 달.
‘그래서 아직은 브레스를 만들어낼 최소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지.’
물론 내 몸은 특별하다. 반은 인간의 몸이라고는 하지만, 매우 특별한 라인하르트가의 피를 타고났다.
라인하르트 혈통 특유의 다면체 마나 하트 구조. 나는 거기에 다면체의 한 면마다, 마나 로드의 세맥이 몹시 빼곡한 특수한 체질이었다.
‘의술 종단의 석학 교수가 내 마나 하트 구조를 연구할 정도였으니까.’
지금은 그 마나 하트가, 드래곤 하트로 한층 진화한 상태다.
그 이질적인 두 마나 하트의 혼종. 그래서 오히려 순수한 드래곤 하트보다 마나의 비약적인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것도 가능했다.
‘게다가 나는 융합식, 아니 루시아식 마나 연공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하여, 나만의 특수한 드래곤 하트로. 이 마나와 마기가 가득한 원시림에서 브레스를 각성하는 일도 절대 불가능은 아니었다.
그 시간이, 단 3일 뿐이라 해도 말이다.
나는 시스템으로 용인화의 현재 상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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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해제 - 용인화」
* 악마 대공으로 부터 전해지는 마기로 용인화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 용인화 (Level 2)
: 일시적으로 모든 스테이터스가 다량 상승합니다.
: 현재 4분 30초 지속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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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화 2단계. 드래곤의 힘을 해방한 특수한 버프 상태.
이전에는 겨우 1분 정도 사용할 수 있었던 용인화의 2단계가. 지금은 무려 4분 30초로 증가했다.
‘지하의 6신전에서 3분을 늘릴 수 있었지.’
에이린, 그리고 세실리아와 함께 나눈 진한 성애. 그 후 루이릴에게 마기를 보상으로 받았다.
또한 그 곳에서 릴리아의 성유까지 섭취한 덕에 용인화 시간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이제 더 필요한 시간은 30초인가.’
그렇다면 용인화 2단계를 5분 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것이 가능해질 정도로 드래곤 하트가 강화된 상태.
그 것이 바로 브레스를 사용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겠지.’
고작 30초라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 마나 하트로 직접 느끼고 있다.
그 30초는, 앞에서 4분 30초로 늘렸던 과정보다 훨씬 어려움이 동반 될 거라는 걸. 마치 100m 달리기 기록을 갱신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아주 미세한 시간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극도의 훈련을 거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이 곳 원시림으로 왔다. 황도에서라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그 훈련을. 이 곳에서라면 몹시 단축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얼른 목적지로 가볼까.”
나는 실프를 소환해, 한 달 전 내가 도착했던, 유니르의 사원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
한 달 전 이곳에 왔을 때보다, 사원에 더 빨리 도착했다.
루시아는 달리기가 몹시 빠르고, 로제트는 마법봉을 타고 있으니. 이동에 큰 제약이 없었다.
그 곳에서, 엘프 사제들이 나와 나를 맞았다.
“고귀하신 분을 뵙습니다.”
사제의 대표가 직접 나와 내게 정중히 인사했다.
유니르의 사원. 이곳의 사제들은 페드로 공작이 보낸 센티악 기사단원들에 의해 모두 죽음을 맞이했지만.
내가 그 사제들의 복수를 직접 마쳤다. 그리고 내가 원시림을 떠난 이후.
원시림에 자리한 다른 사원의 사제들이 새로 배속되어 사원의 일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 같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레미엘라에게 들었지.’
레미엘라. 하이엘프이자, 트리시아의 친구였던 엘프의 기사. 그리고 그녀는 로열 나이트라는, 내 아버지 루시피엘에게 충성했던 기사단의 고위 기사였다.
레미엘라와는 어둠의 정령, 테네브를 통해 연결되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죽어버린 대장로 대신. 새롭게 사원의 수장을 맡은 고위 엘프 사제가 나에게 말했다.
“레미엘라님이 곧 이곳으로 직접 오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그녀와는 분노의 대공에 관한 일로 대화를 나눌게 있으니. 이곳으로 와달라고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나는 일행들과 함께 사제가 안내한 사원의 내부로 향했다.
인간인 루시아와 로제트는, 당연히 마왕국은 처음이라. 이동하는 내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기한 곳이군요. 여기는.”
빛의 신인 제딘을 모시는 신전은, 몹시 웅장하고 화려했다. 반면 어둠의 여신인 유니르를 모시는 이곳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소박했다.
“대신 어쩐지... 몹시 편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루시아는 오히려 지금 사원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로제트도 마찬가지였다.
“벽면에 조각된 양식은... 마기, 유니르의 신성력은 마법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그렇게 두 명은 이곳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저 둘도 음문이 있으니. 본능적으로 이곳이 익숙하게 느껴지겠지.’
그리고 그 사실은 중요했다. 이 둘은. 그리우스를 처단하기 위해 직접 그 은신처로 나와 함께할 일행들이다.
이 둘과 함께 릴리아와 클로에도 몹시 큰 전력이지만. 릴리아는 이번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그러니 제라르 후작의 진영에서 최대한 위험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클로에는 릴리아의 호위역이다.
‘즉,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은 이 둘 뿐이야.’
내가 이 3일 동안 브레스를 반드시 익혀가야 하는 것처럼. 나와 음문으로 연결된 이 두 사람도 강해져야 했다.
‘저 둘의 실력을 한계치까지 이끌어내야 해.’
무엇보다, 이 두 사람은 내가 브레스를 습득하기 위해서. 가장 완벽한 대련 상대가 되어줄 두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면 시간이 부족하니. 사전에 얘기 했던 대로, 두 사람 모두 나에게 덤벼줘. 기왕이면 내가 반죽음이 될 때까지 진심으로.”
내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미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