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05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는 안심했다.
비록 지하 6신전에서 잠시 자아를 잃었지만. 루시아는 나의 소중한 예비 아내였다.
그런 루시아가 혹시나 타락왜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면. 정복욕과 소유욕이 몹시 강한 나로서는 그 분노를 참아낼 수 없었을 거다.
안심한 나는 고개뿐만 아니라, 몸도 그대로 돌리려고 했지만.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유니르가 팔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잠깐... 유니르시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루시아는 무사하니. 이대로 6신전을 벗어나면 루시아는 평소의 그녀로 돌아올 것이니.”
그 말에 나는 더욱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유니르 역시도, 일행들처럼 나신이었으니. 유니르는 그 상태 그대로 몸을 내 등 뒤로 비벼왔다.
물컹-
유니르의 몸은 곧 루시아의 몸. 잘 알고 있는 부드러운 젖가슴의 촉감이 등에 가득 느껴졌다.
유니르에게 순간, 무슨 짓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상대는 여신. 그러니 그 말을 묻는 게 무례로 느껴졌다.
‘그리고 딱히 나쁜 일은 아니기도 하고.’
비록 루시아의 몸이긴 했지만.
사실 유니르는 루시아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유니르는 어둠의 여신. 특히 사람들이 고이 잠드는 밤을 지배하는 여신이었다.
‘그건 평소 유니르의 말투만 생각해도...’
나에게 지배력을 가르치던 그 순간에도. 유니르의 목소리는 포근하기 그지없었으니. 그야말로 여신다운 자애로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평소의 유니르와 달랐다.
워낙 지난 일주일간의 훈련이 힘들었으니. 유니르를 여자로서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사실 유니르에게는 루시아와는 다른 특별한 요염함이 가득했다.
진한 먹색에 가까운 긴 흑발. 그리고 그 머리색과 잘 어울리는 붉은 눈동자를 유니르는 가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서큐버스들과는 또 다른 인외종. 어둠과 밤 속에서 살아가는 흡혈귀와도 닮아 있었다.
남자라면 무심코 음심을 품게 될 정도로, 그런 야릇한 분위기였다.
“흐흠. 의외로군. 그런 생각을 너도 했다니. 역시 마룡은 마룡인가.”
잠깐, 유니르가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걸 깜빡했다.
“그건...”
하지만 나는 유니르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미 내 아랫도리가 가득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다시 눈을 떴을 때부터. 내 자지는 이렇게 바짝 서 있었다.
“그렇다. 진작 발기한 성기긴 하지만... 지금 나 때문에 더욱 단단해졌군. 여신을 상대로 발정하는 피조물이라... 이런 경우는 흔치 않지. 후우...”
그리고 유니르는 끈적한 숨결을 내뱉더니. 뒤에서 손을 뻗어 내 자지를 마침내 움켜쥐고 말았다.
“여신이시여. 도대체 이건...”
“쉬잇. 내가 아무리 여신이라고 하지만. 네 아내가 될 저 일행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를 미워할지도 모르니. 그녀들의 원망은 듣고 싶지 않군.”
그리 말하며 유니르가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손은 자지의 기둥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아래의 구슬을 슬며시 자극했다.
평소 대딸로는 큰 반응을 하지 않던 폭군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여신의 손애무에 자지가 몹시 단단해졌다.
“아주 튼튼하군. 이러니 네 예비 아내들이 그토록 너를 좋아하지.”
유니르는 슬쩍 내 앞으로 섰다.
잠깐 무릎을 숙여 고개를 아래로 향하더니. 발기해 바짝 위로 치솟은 귀두 끝에서 그녀의 혀를 내밀었다.
쮸릇쮸릇쮸릇-
그 붉은 혀를 타고, 끈적끈적한 타액이 흘러내렸다.
유니르는 그대로 나를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이러면 네 아랫도리가 더욱 기분 좋아지겠지.”
그 말이 맞았다. 유니르가 앞으로 왔기에. 그 물방울을 만드는 젖가슴과 분홍 유두 한쌍까지 전부 눈에 들어왔다.
그 위로 색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니르의 얼굴이 보인다.
동시에, 내 자지의 표면이 그녀가 흘린 입즙으로 범벅이 되었으니.
쮸압- 쮸압- 쮸압-
이내 유니르가 손보지를 만들어, 그 자지를 마구 짜내오자 놀랄 정도로 빠르게 사정감이 올라왔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정도로 조루는 아닌 데...’
나는 아랫배에 힘을 주어 사정감을 억눌렀다. 하지만 유니르의 손놀림이 너무 능숙해서 버틸 수 없었다.
부욱부욱부욱-
결국, 나는 여신의 손바닥에 그대로 정액을 싸지르고 말았다.
***
사정이 모두 끝났다.
여신에게 실례를 저질렀으니. 나조차도 순간 당황했지만. 유니르는 특유의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슬며시 손바닥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 대었다.
“으음... 향이 아주 자욱한 정액이로군. 괜히 이 향기에 여자들이 미치는 게 아니었어.”
그리 말하더니, 유니르가 혀를 날름 내밀어 그 정액을 맛보았다.
“그래도 맛은... 조금 비리군. 그래도 인간 여자라면 이 정액의 향에 취해서 그 맛에 헤어나지 못할 테니. 상관없겠어.”
마치 그 맛을 품평하듯 담담히 말했다. 일순 그 모습조차도 너무 요염하게 느껴져 발기가 풀리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느닷없이 내게 왜 대딸을...’
그새 내 생각을 읽은 유니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클로에처럼 발정난 것은 아니니.”
유니르가 마기를 움직여 그녀의 손에 묻은 정액을 증발시켰다. 그리고 이내 말했다.
“지금 너의 몸은 제딘과 나의 거대한 힘을 받아들인 직후. 그 신성력과 마기를 일제히 브레스로 전부 방출해내긴 했지만. 그 잔류하는 신의 힘이 네 안에 남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
그 순간 유니르의 말을 이해했다.
유니르의 말처럼. 정신을 차린 이후 이상할 정도로 마나 로드가 뒤틀려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두 신의 힘은 고룡이 되어서야 겨우 받아들일 수 있었어. 지금은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으니... 그 잔류하는 힘이라도...’
시에르티아와, 유니르가 직접 전해준 신의 힘은 순수한 에너지의 집합체였다.
그런 만큼, 인간의 몸으로 그 힘을 계속 지니고 있으면. 그대로 마나 로드와 마나 하트가 타버릴 지도 몰랐다.
“그 생각이 맞느니라. 그래서 조금 전의 손애무로 잔류하는 신의 힘을 모두 빼냈지.”
그제야 유니르가 나를 기습 대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 거였나...’
하지만 묘한 아쉬움도 들었다.
예비 아내들과의 성애도 좋지만. 조금 전에 받은 짧은 대딸에도 아주 색다른 쾌감을 느꼈으니까.
‘대딸이 아닌 성애라면...’
무심코 유니르를 상대로 그런 야한 생각을 품고 말았다. 하지만 유니르는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나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그 건 그렇고. 타락왜성은 완전히 소멸한 것입니까?”
내 말에 그녀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깐 손을 들어 주변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그 전까지 바닥에 누워있던 일행들. 그녀들이 새로 생겨난 침대 위로 올라갔다. 유니르가 손을 더 휘둘러 그녀들에게 이불도 덮어주었다.
“타락왜성이 최후에 내뿜은 마혼력은 엄청났지. 그 위력으로 인해 이렇게 일행들의 옷조차 전부 타버릴 정도였으니.”
그 말에 여기 있는 모두가 옷을 벗고 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옷을 벗은 게 아니라 옷이 그대로 소멸해버린 거군.’
그리고 유니르는 두 사람의 주변에도 작은 침대를 만들어냈다.
유니르가 그 끄트머리에 앉았다.
“잠깐 너도 내 옆에 앉지.”
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마기로 저렇게 침대와 이불을 만들 수 있다면. 옷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유니르는 그러지 않았다.
잠깐, 그녀의 나체로부터 시선을 돌리자. 유니르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 타락왜성은 완전히 소멸하였느니라. 고룡으로 변한 네가 그 타락왜성을 브레스로 전부 태웠지.”
그 말에 나는 안심했다.
타락왜성을 쓰러트리지 못했다면. 그대로 황도에 역대 최흉의 케이아틱 게이트가 생겨 인류 멸망이 시작되었을 테니.
“전부 네가 애써준 덕분이니라. 비록 네가 해낸 일은 여기 있는 일행들만 알 수 있을 테지만. 그 일은 제딘과 내가 직접 칭송할 성자로서의 기적이니. 어둠의 여신으로서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그 말은 곧 신의 축복. 나는 신의 피조물로서 유니르의 말에 본능적인 기쁨을 느꼈다.
‘왜 다시 발기가...’
나도 모르게 유니르에게 길들여 져버린 것 같다. 유니르는 무심코 그 발기한 자지를 보았지만.
별달리 반응하지 않은 채 담담히 말을 이었다.
“허나, 아쉽게도 율리안 네가 처리한 타락왜성은 크노이아의 일부일 뿐이다. 그 건 너도 이미 들어 알고 있을 테지.”
유니르의 표정에 순간 그늘이 졌다.
“그렇습니다. 여신이시여.”
유니르의 말처럼. 이미 네 개의 케이아틱 게이트는 진작 해방되었다. 그 게이트 하나하나가 크노이아의 몸.
‘고작 한 개를 처리했을 뿐인가.’
심지어 내가 처리한 타락왜성은, 그 힘의 일부가 외부로 빠져나간 불완전체였다.
20년 전의 대전쟁으로 인해 느슨해진 6신전의 봉인.
그 때문에, 이 6신전이 눌러두고 있던 타락왜성의 마혼력이 일부 새어나가 구황도에 다섯 번째 케이아틱 게이트를 만들어냈으니.
그러니, 판테온 아카데미의 지하에서 내가 해낸 일은.
겨우 크노이아의 일부를 처리해, 멸망의 시간을 조금 늦추었을 뿐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느니라.”
그 순간, 유니르가 그녀의 손을 내 가슴에 가져다 댔다. 나는 그녀와 마주 보았다.
“비록 지금 너는 인간의 몸이지만. 드래곤, 진정한 너의 모습을 각성했느니라.”
유니르의 말이 맞았다. 나는 지배력 훈련을 통해 드래곤으로서 각성했다.
인간을 초월한 그 육체가, 보통의 마족과는 다른 마기의 집속을 앞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 걸로는...’
아쉽게도 단순한 드래곤의 몸만으로는 해낼 수 있는 게 없다.
심지어, 분노의 대공과 이미 계약을 완료한 마왕족. 적빛 드래곤 우스티나보다 내 신체가 아직 강하지는 못할 테니.
‘고룡은 두 주신의 힘을 빌린 일시적인 버프였지.’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나는 직감했다.
드래곤의 몸이라면 모르겠지만. 타락왜성을 쓰러트린 그 고룡의 모습으로는 금방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을 거다.
크노이아가 두렵지는 않지만. 지금의 내 상태로는 냉정히 말해 겨우 마스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정도로는 안 돼. 내가 정말 운명의 성자라면... 그랜드 마스터인 가주님조차 뛰어넘을 수 있어야...’
그런 나의 조급함을 유니르가 읽은 것 같다. 그녀가 부드러운 손길로 내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느니라. 너는 운명의 성자. 분노의 대공, 리아엘 그 아이도 결국 너에게 충성하게 될 테니.”
그 말은 놀라웠다.
분노의 대공 리아엘. 리아엘은 유니르의 사도이자, 유니르에 대한 신앙심이 아주 높다.
‘그래서 레미엘라의 말로는 반쪽 드래곤인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지.’
하여 분노의 대공과의 계약은 현재 무산된 상태다. 리아엘과 그를 따르는 세 명의 악마 대공은 나 대신 다른 드래곤을 계약자로 택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분노의 대공조차 나에게 충성하게 될 거라고?’
유니르의 말은 곧 신의 예언이니. 고개를 끄덕인 유니르가 말을 마저 이었다.
“비록 오등분 된 마기지만 나는 여신의 마기를 너에게 주었다. 그리고 네가 성공적으로 모든 대공들과의 계약을 마친다면. 크노이아로 인해 사라진 나의 신성도 다시 부활할 수 있겠지.”
유니르의 말이 맞았다.
실종되어 있던 여신 유니르.
실제로 신으로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힘은 크노이아로 인해 오등분 됐다.
여기 있던 그 힘의 일부조차도 타락왜성을 처치하느라 대부분 소모했으니. 제딘과는 달리, 유니르는 이대로라면 여신으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 신격조차 악마 대공에게 넘겨준 상태였으니.
‘하지만 그 여신의 힘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건가.’
유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전까지는 이렇게 루시아의 몸을 빌리고 있어야 할 테지만.”
그리 말한 유니르가 내게 몸을 더욱 바짝 붙였다.
서로의 몸이 밀착하자 유니르의 살 냄새가 내게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부드러운 살의 촉감에. 겨우 억눌러두었던 음심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굳이 참을 필요는 없느니라.”
그 순간, 유니르가 나와 입술을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