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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8화 (8/266)

〈 8화 〉 결투 준비 #04

* * *

아르틴 루드비히와 상담이 끝난 후, 세니아는 뿌듯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었다.

“후후, 나갈 때는 표정도 좋아보였고, 아르틴하고도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으니, 나도 선생으로서 한 단계 진보한 게 아닐까?”

고민거리를 깔끔하게 해결한 자신이 너무 대견했다. 학창시절 애인이 바람난 동아리 선배를 달래야 했을 때 썼던 방법은 지금도 유효했다.

따뜻하게 손을 마주 잡아주고, 눈을 마주보며 온기를 전달해주는 것, 호랑이 수인인 레나 선배가 알려준 부족의 방법은 이번에도 효과적이었다.

“실연당한 선배랑은 다르긴 했지만, 바이올렛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피하는걸 보고 상처 입었으니,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는데!”

바이올렛은 여성인 자신이 보기에도 인형처럼 하얗고 예쁘니, 어쩌면 아르틴은 바이올렛을 짝사랑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니아는 자신의 학생 명부를 꺼내 아르틴의 페이지에 바이올렛을 짝사랑 중이라고 써 붙여놓기로 했다. 학생의 실연에도 신경써주는 선생님이라니, 자신의 엄청난 재능은 연금술에만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중요한 걸 묻는 걸 잊었네?”

아르틴이 자신에게 부탁했던 재생력 포션과 마나 활성화 포션을 일단은 말한 만큼 바구니 가득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어디다 쓸지 물어보려는 것을 깜빡했다.

보통 쓴다면 치료 포션이나 마나 포션을 부탁 할텐데, 아르틴은 정확하게 배합 방식까지 적어주며 재생력 포션과 마나 활성화 포션을 요구한 것은 무언가 구체적인 쓰임새가 있다는 소리일텐데.

“게다가, 적어준 배합식은 교과서 수준이 아니라 어디 논문에 실릴 정도로 엄청 정교했고... 나도 모르는 배합식인데 어디 논문에서 본건가?”

학생 명부에는 그냥 마법사라고만 등록되어 있지만, 어쩌면 자기 가문 영지에서는 학식이 있는 연금술사에게 과외라도 받은 걸지도 모른다.

학계에 논문을 제출해야 권위 있는 연금술사로써 인정받는 것은 상식이지만, 세상에는 타인 에게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해서 은거하거나 소수에게만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일자 전승의 학자나 신비술사들도 존재하는 법이니깐.

“나중에 한번 조교들 시켜서 논문 좀 찾아보라고 시켜야겠다!”

단순히 잔심부름이 아니라 분명 대학원생인 조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어쩜 이리 배려심이 깊은지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후훗 하고 웃고 있을 때, 뒤에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인물이 다가왔다.

“무..무슨 좋은 일..있으십니까, 리, 리브스 선생님?”

말을 더듬는 익숙한 소리에 세니아가 고개를 돌리자, 그 자리에는 평소보다 얼굴이 창백한 우르단 헬릭 1학년 학생 주임 선생이 있었다.

보기에는 핼쑥한 얼굴에 도수가 높은 안경 탓에 엄청 음침해 보이고 말도 더듬으시지만, 보기보다 대단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선배님들의 말처럼 담임 역할까지 같이하는 자신을 꽤나 열성적으로 도와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아, 그냥 아르틴 학생하고 상담이 잘 끝났거든요. 많이 우울해 했는데 제가 상담해주니깐 엄청 기분이 풀렸어요!”

세니아가 아르틴의 이름을 꺼내자, 안 그래도 새파래졌던 헬릭 선생의 표정이 나빠졌다. 조금만 더 나빠지면 당장 빈혈로 쓰러질 것 같아 영양제라도 만들어 드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 아르틴 학생이, 여, 여기 왔었습니까?”

“네! 방금요. 혹시 아르틴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헬릭 선생님은 말없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 2대련실의 대여 신청서였다.

“대여 신청서가 왜요 헬릭 선생님? 적힌 건 별문제 없어 보이는데? 훈련용 대련이 아니라 정식 결투인 게 문제인가요?”

“신, 신청자를 잘 봐주세요. 지금 난리, 난리가 날 지경입니다.”

뭐가 문제지 하고 들여다 본 세니아는 대련실의 사용자 명단을 보고 놀란 나머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커다란 가슴이 로브 위로도 눈에 띄게 출렁였지만, 사태 때문에 긴장한 헬릭 교수는 세니아의 표정만을 집중하여 바라보았다.

“와, 와이즈 가문의 렉스턴과 아르틴 루드비히의 정식, 대, 대련서입니다. 게다가, 와이즈 가문은 결투에 대리인으로 제,제,제, 제국의 기사 출신 호위를 내보낸다고 합니다.”

세니아는 눈앞이 깜깜해 지는 것 같았다. 입학식에서 그 난리를 피우고 이번엔 정식으로 대련? 그것도 대리인 결투?

“아, 아르틴도 대리인을 내보내겠죠? 아르틴도 귀족이잖아요?”

세니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꼭 눌러봤지만, 오히려 헬릭 선생님의 말더듬는 어휘만 옮아버렸다. 기사 출신이라니?

하지만 세니아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헬릭 선생이 진정시켜줄 방법은 없었다. 현실은 선생님들의 생각보다 끔찍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아, 아뇨. 아르틴 루드비히는 대리인을 신청하지 아, 않았어요.”

“마법사잖아요?! 그것도 이제 막 초입에 들어선 마법사가 어떻게 제국의 기사랑 맞서 싸운다는 거에요?!”

당장 눈앞의 빼빼마른 우르단 헬릭도 이제는 40대 중반을 넘어 탈모와 아이들의 치마 길이를 걱정하는 아저씨가 되었지만, 과거 제국의 기사출신이었다고 세니아는 알음알음 건너들었다.

그런 헬릭이 1학년 검술 교수인 이유는 멋모르고 혈기왕성하게 날뛰는 어린 검술 천재들에게 공손함을 가르쳐주기 위한 아카데미의 배려이기도 했다.

“일, 일단 결투 자체를 저, 저희가 막아볼 수는 없습니다. 학생들을 설, 설득하거나 해야 하는데, 저도, 왕국출신 제, 제자들에게 부탁해보겠습니다.”

단순히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대련이라면 학생주임인 헬릭 선생의 선에서 막을 수 있을테지만, 귀족들의 관계에 얽힌 정식 대련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각 세력에 중립을 지켜야하는 아카데미의 입장으로는 귀족간의 불화를 억지로 막을 명분은 많지 않다. 특히나 규칙에 따라서 정식으로 신청되는 결투는 양자 간의 동의만 있다면 비상사태 수준의 억지력이 없다면 방법은 더욱 적어진다.

특히나 올해 초임인 부담임 세니아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봐도 좋을 상황, 세니아는 부디 이 말더듬이 학생 주임 선생님이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신에게 빌어야 할 상황인 거다.

‘설마, 부탁한 포션이 결투에 대비해서 마시려고 준비해달라고 한건 아니겠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조식과 재료만 봐선 우수한 자연 치유력의 증대와 신체능력의 일부 활성화정도는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실전의 실자도 모르는 학생이 기사 출신을 이길 수 있다면 그건 기적에 가까웠다.

‘제발 아르틴! 무모한 짓을 하지 말아줘!’

***

제국을 지탱하는 것이 기사들을 대표로 한 강대한 육군이라면, 공화연방의 자랑은 무패를 자랑한 황금 함대라고 할 수 있다.

대륙의 해안선과 대양의 무역로, 군도와 도시국가들의 수호를 맡은 그들은 300년 간 성공적으로 마족의 침략을 저지해온 굳건함을 자랑했으며 아카데미가 남부의 섬에 위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하지만, 제국의 무력을 꼽는다면 기사들 중에서도 삼검성을 꼽듯이, 공화연방의 무력을 꼽는다면 커다란 배가 아니라 다섯 명의 인물을 꼽을 것 이며, 사람들은 그들을 오신장이라고 부른다.

물론 꼽는 사람에 따라서 멤버가 1명에서 2명 정도 바뀌는 것이 당대의 최강이라지만, 현재 오신장중 최강을 뽑으라면 누구나 이견 없이 린 샤오펭을 최강으로 뽑을 것 이다.

남부 교단의 신들도 인정한 그의 무력은 7년 전 공화연방의 군도를 습격한 마왕군의 와일드 헌트를 단신으로 저지함으로써 공화연방뿐만 아니라 타 세력에서도 그를 인간임에도 신과 같이 경외해 무신이라고 칭한다.

린 샤오메이는 그런 린 샤오펭이 끔찍이도 아끼는 막내딸이며, 때문에 린 샤오메이는 평상시엔 아버지의 친우인 펠카스 상단에서 호의호식을 하며 지내지만, 겨울이 되면 새해를 가족과 보내기 위해 본가로 돌아가곤 했다.

어린 샤오메이는 본가가 늘 시끄러워서 좋아하지 않았다. 무신이라는 거창한 칭호로 불리는 딸바보인 아버지의 수제자가 되겠다며, 사시사철 훈련에 매진하는 땀내 나는 제자들은 도저히 조용한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뜩 샤오메이는 본가에서 우박이 떨어질 때도 보법을 수련한다며 훈련을 하던 바보 같던 그 제자들이 떠올랐다. 지금 눈앞에서 보이는 풍경이 그랑 다를 바가 없었으니깐.

“저게 지금 몇 분째지? 벌써 1시간이 넘지 않았나?”

“정확히는 2시간이 30분도 안남았슴다...”

아르틴이 무술을 하겠다는 소리에, 샤오메이와 조르바는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르바가 귀족 영애들과 나들이를 가자고 할 때도, 샤오메이가 같이 여름에 본가의 해변에 놀러가자고 조를 때도 아르틴은 나가기 싫어했던 은둔자 중의 은둔자였다.

때문에 샤오메이는 이 결심이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가지 꾐을 냈다.

어지간한 무술가는 입문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는 본가의 수련생도들도 혀를 내두를 만한, 끔찍한 훈련 스케줄을 아르틴을 위해 준비한 것 이다.

물론, 아르틴이 수십 가지 하드 트레이닝을 조합하여 만든 서킷 트레이닝에 가까운 이 힘든 훈련을 2분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거기에 더해 당장 아르틴이 몸에 착용한 훈련 장비는 샤오메이도 익숙해지는데 끔찍한 시간이 들었다.

본가에 요청해서 오늘 막 도착한 훈련용 구속구는 착용자의 육체에 정확하게 조율되어 한 발자국 걷는데도 수십 보를 달린 것처럼 사람의 신체를 괴롭히며, 근력 훈련용 주머니는 착용자가 익숙해지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무게가 변하는 매직 아이템.

샤오메이의 예상으로는 훈련 장비를 차고 다섯 발자국 만에 무리라고 말하는 아르틴을 위해 훈련 장비를 해제해준다. 그리고 다시 하드 트레이닝으로 몇 분도 안 되서 포기하는 아르틴에게 선심 쓰듯 자신이 열심히 준비한 진짜 트레이닝을 권하는 거다.

심리학에서도 도어 인 더 페이스라고 불리는 테크닉, 이를 이용해 아르틴의 의욕을 좀 더 끌어올리고 자신의 격려가 더해진다면 아르틴도 무술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거라는 작전이었다.

그런 샤오메이의 계략을 들은 조르바는 오랜만에 재밌는 구경을 하겠다며 다른 반의 여자아이랑 약속한 데이트도 취소하고, 샤오메이가 골드 기숙사의 특혜 중 하나로 대여한 개인 훈련실에 놀러왔던 것이지만.

“후욱, 후욱, 3분, 지난거, 같은데, 샤오메이!”

“으응!? 아, 1분 지났슴다! 이제 수레바퀴 굴리시면 됨다!”

샤오메이의 말에 방금 전까지 휘두르던 장대를 내던진 아르틴은 자신의 가슴께까지 오는 목재 수레바퀴 앞으로 가서는 이를 악물고 바퀴를 들어올린다.

본래라면 아르틴에게는 불가능할 훈련들이다. 그런데도 아르틴은 어디선가 준비한 포션으로 체력을 증대시킨 후 육체를 훈련에 적응 시킨다. 지금처럼 힘이 절대적으로 딸리는 훈련은 한계까지 자신의 힘으로 들어 올린 후 마나를 끌어올려 마치 보조기구를 단 것처럼 강제로 소화해낸다.

“이건, 너무 무식함다! 저 포션이 얼마나 좋은지는 몰라도, 내일 아침만 되도 마나 과소비랑 근육통으로 일어나지도 못할 훈련법임다!”

“...그보다, 저렇게 섬세하게 마나를 운용하는 게 아르틴 수준에 가능했던가?”

그 말에 샤오메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누구나 저런 방식으로 하드 트레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하급 마족 따위에 쩔쩔매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

“무술가들도 검사들도 마법사들도 마나를 운용하기는 하지만... 마나를 힘 삼아 육체능력을 보조하는 건 검사에 가까운데, 마나를 신체처럼 운용하는 건 무술가나 전사에 가깝고, 게다가 저 출력과 방향을 조절하는 섬세함은 마법사에 가깝슴다.”

어느 쪽이든, 이제 막 마법사의 초입에 들어선 아르틴이 할 수 있는 기예가 아니다. 아버지를 이은 무술의 천재라고 불리는 샤오메이도, 저런 무식하면서도 섬세한 방식은 따라하지 못할테니깐.

“역시 이상하지?”

“...무엇이, 말임까?”

땀으로 탈수증상이 오지 않을까 의심되는 아르틴을 바라보던 조르바가, 문뜩 샤오메이를 바라보았다.

“너도 느끼고 있잖아? 입학 직후, 아르틴이 전하고 너무 달라졌다는걸”

“...”

어릴 적에는 누구보다도 총명하고 자신감이 있던 아르틴을 두 사람은 기억하지만, 동시에 아르틴이 어떤 식으로 망가져 갔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렉스턴 와이즈와 시온 이드리스의 수년간의 괴롭힘, 그리고 아르틴의 우수함이 가장 사랑하는 장녀를 위협할까 겁낸 아르틴의 조부의 묵인 속에 이어진 학대에 가까운 방치는 아르틴 루드비히라는 소년을 저택의 구석진 방에 가둬버렸다.

그렇지만, 아카데미에 입학한 직후 아르틴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마치 어린 시절의 학대와 괴롭힘이 없었다면 이런 성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론 자신들에게는 예전의 아르틴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종종 굴곤 하며, 일부러 꺼낸 본인이 아니면 모를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한다.

하지만, 저건 분명 자신이 알던 아르틴하고는 다르다. 그리고 조르바 펠카스가 알아챘다면, 린 샤오메이가 그걸 못 알아챌 리가 없다. 타인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자신과는 다르게, 샤오메이는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으며 오직 자신과 아르틴만을 친구로 여기니깐.

“아르틴 오라버니가 달라지면 안 되는 건가요, 도련님?”

샤오메이의 말투가 달라졌다는 것은, 신경이 꽤나 날카롭다는 증거다. 애초에 저 우스운 말투는 자신의 친한 지인에게만 보여주는 일종의 연기라고 봐야 할 테지.

아르틴은 그녀를 순진한 동생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샤오메이의 눈은, 상인으로써 사람을 상대하는데 도가 튼 조르바조차도 깊이를 알아채기 힘들다. 어디까지가 연기고,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 없으니깐.

“아르틴 오라버니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너무 고통받았어요.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아도 그걸 이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런걸 말하는 게 아니야. 저건 마치 악마에게 혼을 팔기라도 한 것 같잖아? 아르틴을 위해서라도 의심해 봐야해. 렉스턴에게 눈도 못 마주치던 애가 덤빌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투도, 눈빛도, 행동거지도 전부 변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선배인 교단의 성녀에게 데려가봐야 하는 거 아닐까 조르바는 초조했다.

하지만, 그런 조르바를 바라보는 샤오메이의 시선은, 곰이라기 보단 오히려 여우에 가까운 그것이었다. 그 시선에 언짢음이 없는 것은 샤오메이 그녀가 조르바 펠카스를 아르틴과는 다른 감정으로 무척이나 아끼기 때문일 것이다.

“조르바 도련님은, 아직 잘 모르는군요.”

“내가? 뭘 모른다는 거지?”

조르바에게 지금의 아르틴은 너무나도 낯설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낯섦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그녀는 너무나도 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렉스턴 같은 하찮은 걸 고통이라고 하지 않아요. 아르틴 오라버니는, 그런 것보다 더 많은 고통과 슬픔을 감내하셨는걸요. 우리를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그렇게 말하는 샤오메이의 말에 조르바는 더욱더 커다란 혼란함을 느껴야 했다. 자신이 아르틴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는 말인가?

“걱정마세요, 도련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상황은 아니니깐.”

그렇게 말하며 아르틴을 바라보던 샤오메이는, 마지막 루틴이 끝나자 준비한 수건과 부탁받은 포션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샤오메이의 표정은 평상시의 순박한 형님거리는 여동생 샤오메이의 환한 표정이었다.

“그저, 아르틴 오라버니가 즐기시는 걸 내버려 두면 되는 거예요. 아셨죠 도련님?”

그 말과 동시에 뛰쳐나간 샤오메이는 형님 거리며 바닥에 쓰러진 아르틴의 땀을 정성껏 닦아 내주고 있었다.

샤오메이의 마지막 말에 미간을 구긴 조르바는, 우선 여태껏 하던 대로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분명 뭔가 이상한 상황이지만, 언제나 아르틴을 지켜봐온 샤오메이가 자신보다 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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