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해후와 약속 #02
* * *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나와 아그네스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을 맞추었다.
여러 번의 회귀를 걸친 끝에 수많은 경험을 가진 나지만 이성에 대해서만큼은 숙맥이었고, 아그네스도 나와 마찬가지인 만큼 우리가 나눈 키스는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정열적이라기 보단 풋풋함에 가까웠다.
“츄릅, 츄르읍. 츄하아.”
허나 그 풋풋한 키스에 나는 미친 듯이 흥분하고 있었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떨리는 어깨가, 겁먹은 듯 내 허리를 꼭 끌어안은 가느다란 팔이 그 흥분을 더욱 자극했다.
그럼에도 아그네스는 나를 밀치지 않았다. 어쩌면 아그네스도 내 떨림과 긴장을 알아차린 것 인지 오히려 내게 호응하여 미숙하게나마 혀를 움직여 왔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입술을 천천히 떼어낸 나는 아그네스와 뜨거운 숨결을 마주 내뱉으며 루비 같은 두 눈을 바라보았다.
다시 본 눈동자의 안에는, 회귀 전에 보았던 나를 향한 미련과 애달픈 감정이 확실하게 남아있었다.
“괜찮겠어 아그네스? 약혼식을 치루기 전에 합방을 하는 건 나쁜 짓이잖아?”
아그네스를 밀어 눕히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지만, 나는 일말의 인내심을 아그네스에게 괜찮은지 물어봐야 했다.
펜스룰 같은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아그네스는 북부 교단의 신앙심 깊은 신자였다.
아그네스도 나도 로맨스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섣부르게 진도를 빼지 못한 것은 전생에는 그런 교단의 깐깐한 연인의 관계에 대한 규칙들을 지키는 것도 한몫했었다.
“괜찮아요, 아니. 그런 규칙은 이제 싫어요. 규칙을 어겨 벌을 받는 것보다, 아르틴에게 제 마음을 알려주고 싶어요.”
허나 아그네스는 마음을 확실히 굳힌 듯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내 가슴 품을 향해 얼굴을 묻고 어리광을 피우듯이 부비적거렸다.
“아르틴은 몇 번이고 절 구해주고, 제가 위험할 때 달려와 줬는걸요. 저도 당신을 위해 용기를 내게 해줘요.”
아그네스는 내 귓가에 속삭이듯이 작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며, 자신의 손으로 내 생도복을 천천히 벗겨주기 시작했다.
이런 대답을 듣고도 참을 정도로 나는 참을성이 깊지 못했다. 아니, 이만큼 참은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서툰 손놀림으로 내 생도복을 벗기는 아그네스를 침대에 가볍게 밀쳐 넘어트렸다.
스륵.
검은색 란제리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가린 그녀처럼, 나도 생도복을 바닥에 내던지듯이 벗고는 침대 위에 누워서 나를 기다리는 아그네스의 몸 위에 엎드렸다.
“아, 아르틴은 괜찮나요..? 아르틴은 로맨틱한 사랑을 늘 그리셨잖아요.”
로맨틱, 내가 무척 사랑하는 단어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다.
“네가 나를 위해 용기를 낸 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해 아그네스.”
그리고 그 말은 겉치레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여기서 멈추는 놈은 로맨티스트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짓밞는 쓰레기 밖에 없을거다.
게다가 내 자지는 이미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져, 팬티를 찢어버릴 듯이 솟구친 상태였다.
당장에라도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자지를 쳐박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고 우선 란제리 위로 아름답게 솟은 아그네스의 가슴을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물컹.
날씬한 그녀의 몸매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아그네스의 가슴은 다른 내 주변의 여인들처럼 거대한, 혹은 풍만함 같은 수식어가 어울리는 크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치 옛날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물방울 형태의 알맞은 크기의 가슴은 그 자체로도 가슴성애자인 내게 샤오메이의 폭유나 바이올렛의 거유와는 다른 감동을 주고 있었다.
“아읏...”
그런 내 손길에 아그네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며, 가볍게 허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흥분된 상태였는지, 검은색 란제리 속옷 사이로 살짝 보이는 분홍색 유두는 이미 딱딱해져 있었다.
나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자연스럽게 그녀의 등으로 손을 뻗어, 브레지어를 풀어 진도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어라?’
그런데, 브레지어의 뒤쪽을 아무리 더듬거려도 후크가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나 AV에서 봤을 때는 이쪽을 대충 어루만지면 후크가 있어서 딸깍하고 풀었는데?
‘여기? 여기인가? 아닌데? 어디지?’
후크인가 싶어 만지면 끈이거나 매듭이길 반복하는 상황, 브레지어를 풀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나를 아그네스가 빤히 바라보자 나는 점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발, 좆됐다!’
“..쿡, 아하하!”
몰래 사서 푸는 방법이라도 연습할걸, 그렇게 스스로 후회하는 나를 보고 아그네스가 갑자기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는 게 아닌가.
“미, 미안 아그네스. 내가 처음이라 서툴러서...”
분위기를 깨버린 것 같아 너무 미안한 마음에 나는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그네스가 가볍게 고개를 들더니 내게 부드럽게 입맞춤을 해왔다.
“읍...?”
내가 당황해서 멍하게 있는 사이, 입술을 뗀 아그네스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볼을 쓰다듬으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보이기는커녕 기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아르틴이 저처럼 처음이라는 게 기뻐요, 아르틴은 인기가 무척 많으니깐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말한 아그네스는 평상시의 도도한 황녀님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귀엽게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가슴골 사이에 숨어있던 후크를 똑 하고 풀었다.
‘아, 앞 후크였구나.’
란제리로 감싸져 있던 새하얀 가슴, 평상시에는 노출이 하나도 없는 복장으로 꼭꼭 감싸 감춰왔던 아그네스의 과실이 드러났다.
“이제, 저를 아르틴으로 물들여줘요.”
어느새 부끄러움에 내게 모든 걸 맡기려던 아그네스는 어디로 간 것인지, 도리어 나를 도발하듯이 귓가에 매혹적으로 속삭이는 유혹에 나는 머뭇거린 탓에 사그라들었던 욕망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눈앞에 보기 좋게 솟아오른 젖꼭지를 중심으로 아그네스의 가슴을 입에 머금고는, 천천히 음미하듯이 혀를 굴려 맛봤다.
“하으읏...!”
아그네스는 허리가 갑작스레 튕기며 동시에 달콤한 신음성을 입에서 터트렸다.
내가 츄릅거리는 소리를 내며 혓바닥으로 유두를 건드리면 아그네스는 그에 대한 반응을 참지 못하고 몸을 살짝 살짝 비틀어가며 야한 신음을 멈추지 않는다.
츄룹, 츄류륩, 츄압.
“아앙...!”
샤오메이의 젖가슴을 강제로 물렸을 때는 아기처럼 그 커다란 가슴을 무지성으로 빨아댔는데, 이렇게 감도 좋은 가슴을 혀로 괴롭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남성의 지배욕을 일으키는 반응에 나는 조금 집요하게 혀를 굴리며 아그네스를 괴롭혔지만, 아그네스는 그런 내 괴롭힘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역시 나는 당하는 것 보다 당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성정체성에 확신에 찬 나는 좀 더 아그네스를 괴롭히고 싶다는 가학적인 욕망이 서서히 몰려들었다.
스윽, 무방비한 아그네스의 검은 레이스 망사 팬티 안으로 손을 넣자 아그네스의 몸이 눈에 보일정도로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다.
“아, 거기는...아앙...! 아르틴...!”
아그네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듯 애원하듯이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더 느끼고 싶던 나는 멈추지 않고 검지 손가락을 뻗어 아그네스의 둔덕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악...!”
자극이 너무 강했던 걸까? 아그네스는 놀란 나머지 순간적으로 신음 대신 하악질을 토해냈다.
샤오메이에게 강제로 자지를 쥐고 흔들어졌을 때 느낀 쾌감을 아그네스가 느낀다고 생각하면, 평생을 순결하게 살며 자위도 안 해봤을 아그네스에게는 너무 자극적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내 손길에 몸을 맡겨줘 아그네스.”
내 말에 아그네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뒷목을 손으로 끌어안은 채 내게 몸을 맡겨왔다.
내 손끝에 닿는 아그네스의 음모와 둔덕이 촉촉하게 젖어 드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어느 곳을 어떻게 어루만지냐에 따라 골반과 허리가 기분 좋게 휘어진다.
문뜩 회귀 전에 봤었던 AV배우의 유튜브가 떠오른다. 여자와 관계를 맺는 건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도 같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헛소리인가 했던 그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 아그네스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되었으니깐.
찌걱, 찌거억. 쯔걱.
아그네스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계속 괴롭히자, 어느새 그녀의 보지에서는 푹 젖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애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는 아무리 처음인 나라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이 삽입할 적기라는 사실을.
나는 아그네스의 속옷을 벗기며 단숨에 내 자지를 팬티 밖으로 꺼내어, 아그네스의 음부에다가 대고 삽입을 준비하기 위해 비비기 시작했다.
“아...!”
아그네스는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내 자지의 단단함과 크기에 놀란 건지, 쾌감에 반쯤 힘이 풀려있던 눈이 깜짝 놀라 커졌다.
내 자지가 아그네스의 애액으로 흠뻑 젖어들어 넣기 좋게 되었을 때, 나는 아그네스의 한쪽 목을 끌어안으며 다른 한손으로 골반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삽입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넣을게, 아그네스”
“...부탁해요오..”
아그네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섹스를 허락해주자, 나는 그대로 애액이 흘러넘치는 아그네스의 보지에 내 성난 자지를 단번에 밀어 넣었다.
쯔걱.
“하아아앙...!!”
보지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뻑뻑하고 강하게 질벽으로 내 자지를 물어댔지만, 고통스럽기는커녕 손으로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쾌감이 밀려왔다.
아그네스도 자신의 몸을 파고든 낯선 감각에 뜨거운 신음을 내뱉으며 골반을 부르르 떨어왔다. 그리고 동시에 내 귀두를 타고 애액과 다른 무언가가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아래를 슬쩍 바라보니, 아그네스의 보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아마도 처녀혈이라는 것이겠지.
“계..계속 해주세요오...”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아 분명 고통스러울 텐데도, 아그네스는 그 고통마저도 받아들이는 것인지 내게 계속해도 좋다고 졸라왔다.
물론 나도 멈출 생각은 없다. 단번에 뿌리까지 박은 자지를 천천히 빼내고는 다시 자지를 밀어 넣으며 아그네스의 보지를 마음껏 맛보기 시작했다.
“흐아, 흐아앙!”
몇 번의 삽입이 이어져 피스톤질로 이어지자, 아그네스의 고통이 섞인 신음이 어느새 쾌락으로 가득 찬다.
그 정숙하고 순결한 아그네스가 내 허리질에 음탕한 여인처럼 변해가는 감각은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누린 그 어떤 성취감도 주지 못한 만족감을 주고 있었다.
“너어무, 너어무 크고 격렬해요오! 하앙! 아앙!”
철퍽 철퍽, 내 허벅지가 아그네스의 허벅지와 부딪히며 내는 음란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단단해진 귀두는 음탕하게 자지를 훑어대는 질벽의 주름을 긁어대며 눅진거리는 애액을 침대보에 흩뿌린다.
꼬옥. 꼬오옥.
이내 귀두가 자궁구에 닿자, 아그네스의 허리가 뒤로 꺽이며 동시에 아그네스의 보지가 내 자지를 마구 조여오기 시작한다. 아그네스가 가버린 것 이다.
“호오옥...오오옥...!!”
샤오메이와 마찬가지로 학원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인물 중 하나인 아그네스도, 보지 만큼은 내가 자지로 몇 번 쑤셔주는 것만으로 무너져 내리는 삼류 보지였다!
‘내가 아그네스의 절정을 이끌어냈다! 나는 아그네스를 통제할 수 있다!’
정신도 못 차리고 넘어갈 듯이 숨을 내쉬는 아그네스를 봐주지 않고, 나는 마구잡이로 허리를 놀리며 섹스를 이어나갔다.
***
샤오메이가 아그네스의 방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그네스 황녀님! 아르틴 오라버니!”
쾅쾅쾅!
샤오메이는 문을 격렬히 두들겼지만,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안쪽에서 신호충의 마나는 분명히 느껴졌다. 아르틴은 이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설마, 아닐거에요, 설마. 황녀님이 새치기 하는 그런 나쁜 짓은!”
샤오메이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마음을 다스리려고 했지만, 아무리 평온심을 되찾으려고 해도 자신의 머리를 헤집는 불길한 예감은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안 되겠어요, 창문을 열고 들어가는 수밖에..!”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가는 큰 소란이 일어날 것 이다.
그렇게 판단한 샤오메이는 문을 부수는 대신 기숙사의 밖으로 나가 벽을 타고 달려, 아그네스의 방 창문에 매달려 내부를 살펴봤다.
하지만 창문이 난 방에는 어느 곳을 찾아봐도 두 사람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남은 곳은 커튼이 짙게 쳐진 침실 뿐, 하지만 골드 기숙사의 창문은 마법처리 된 탓에 어떠한 소음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어디, 분명 어딘가 한 곳은 열린 문이 있을 텐데!”
그 덤벙거리는 황녀님이라면 분명 열리는 곳이 있을 것 이다─ 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창문들을 체크하던 샤오메이는, 꽤 작은 욕실의 환기용 창문이 열려있는 것을 찾아내었다.
물론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창문이었지만, 천재 무술가인 샤오메이는 이미 5년 전에 지나온 길.
우득, 우드득.
기를 이용해 육체의 뼈와 관절을 변형시킨 샤오메이는 그 작은 창문 안으로 자신의 몸을 우겨넣어 욕실 안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다시 몸의 뼈와 관절을 제자리로 되돌린 샤오메이가 황급히 거실로 나오자, 아까 커튼이 쳐져있던 방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거기군요! 당장 나오세요 두 사람!”
한 차례 고비를 넘기고 의기양양해진 샤오메이가 성큼성큼 다가가 문고리를 붙잡는 순간, 소름 끼치는 불길함이 샤오메이의 척추를 타고 흘렀다.
과거 마왕의 간부와 맞닥드렸을 때에의 감정도 이러진 않았다. 아까부터 느껴진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어 이 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샤오메이는 직감했다.
끼이익.
“아아앙...! 아앙! 주...죽을 거 같아!!”
“...”
방문이 살짝 열리자마자, 아그네스의 뜨거운 신음이 문 틈새로 터져 나온다.
그 틈새로 방 내부를 들여다보자, 그 자리에는 알몸이 된 두 사람이 마치 원숭이처럼 교미에 집중하고 있었다.
늘 고고한 척, 도도한 척 있는 기품 없는 기품은 다 떨던 황녀는 오라버니의 밑에 깔린 채 쾌락과 행복에 가득차서는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자신의 유혹은 한 차례 거부했던 아르틴 오라버니는, 그런 황녀의 위에 올라타선 방아질을 해대며 정신을 못 차린다.
뿌드드득!
샤오메이가 움켜쥐고 있던 금속 문고리가 마치 종이처럼 꾸겨져 바닥에 널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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