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샤오메이와 번화가 데이트!
* * *
힐끔. 힐끔 힐끔.
‘그냥 다 뒤엎어버리고 싶네.’
세니아 선생님이 들어와서 평소처럼 수다가 잔뜩 섞인 조회를 하고 계셨지만, 반에 있는 녀석들의 관심사는 대체로 나를 향해 있다.
아까 샤오메이가 단단히 겁을 준 까닭인지 이쪽을 대놓고 보거나 하는 녀석은 없지만, 저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생각보다 더 짜증이 난다.
‘근데 저 새끼는 뭐가 좋다고 실실 웃는 거야?’
더 화가 치솟는 이유는, 나를 힐끔 바라보는 녀석들 중에 카이엔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그 개 같은 소문을 듣고도 뭐가 즐거운지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는 웃음기가 확실히 있다.
아니, 지금도 그렇고 내가 자신을 볼 때 마다 힐끔 거리는 걸 보면 대놓고 보란 듯이 약올리는 건가?
‘.. 아, 정신 차려야 하는데. 릴렉스 하자.’
하지만 결국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누르고 식히는 건, 내가 화난 이유가 그깟 가짜 소문 때문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밝은 성격과 친근한 태도로 곁에 있어주던, 슬플 때에도 기쁠 때에도 늘 같이했던 가장 친한 친구인 바이올렛을 상처 줬다. 이 사실이 내 속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바이올렛이 어느 정도 나에게 호감이 있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2명하고 관계를 맺었는데 3명 째를 함부로 늘리는 건, 아그네스나 샤오메이한테도 나쁜 짓일뿐더러 바이올렛에게도 큰 상처를 주는 행동일 테지.
“하아...”
결국, 솔직하게 다 말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수밖에 없나.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하면 바이올렛도 시간이 지나면 용서해 줄 것이다.
“형님...”
그런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샤오메이는 내가 안타깝다는 듯 어깨를 끌어안고 토닥이기 시작했다. 말랑한 감촉이 기분이 좋아, 나도 얌전히 의지해 기대기로 했다.
“그깟 가짜 소문이 뭐라고 아직도 그렇게 축 쳐져있나? 기운 좀 내라고 아르틴.”
그리고 이런 내 마음을 조금도 이해 못 한 조르바는 내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격려해온다.
하지 마, 지금 앞에서 힐끔거리던 녀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잖아.
“...너는 괜찮은 거냐 조르바? 내 소문에 단단히 엮여 있잖아.”
“하하! 나 같은 인기남은 언제 어디서나 여러 소문에 엮이는 법이지. 나는 그런 가짜 소문보다, 어제 어쩌다가 유니콘을 타게 된 건지가 더 궁금한데.”
아하, 그게 목적인가 보군.
하지만 이번 궁금증은 무죄로 넘어가 줄 수 있다. 솔직히 나라도 친구가 유니콘 타고 사라졌다가 다음날 나타났으면 궁금해서 못 참지.
하지만 여기서 순순히 알려주는 건 하책. 조르바를 살살 꼬드기는 방법은 간단하지.
“정말 괜찮아? 만화부에서 너랑 렉스턴으로 금단의 사랑에 대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뭐? 그게 정말인가?”
방금까지 호탕한 공화연방 남자의 웃음을 보여주던 조르바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네, 저도 좋은 소재를 찾았다고 시시덕거리는 만화부 애들의 대화를 들었슴다.”
“...좋아, 내가 아르틴과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 나서야 할 때군, 그렇지?”
오우, 조르바의 턱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걸 보니, 이상한 가짜 뉴스를 퍼다 나르는 녀석들은 조르바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 같다.
휴, 당장 가짜뉴스는 처리한 것 같지만, 그래도 기운은 영 나질 않는다. 빌런도 잡으러 움직여야 하는데.
그때, 한숨을 푹 내쉬자 내게 팔짱을 끼고 있던 샤오메이가 가슴의 촉감만으로는 내 기분이 풀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는지, 조르바가 분노로 정신이 팔린 사이 귓속말을 해온다.
“..오라버니, 기분 전환삼아 조회 끝나고 저랑 같이 놀러 갈래요?”
“...놀자고? 수업 안 듣고?”
그건 무척이나 낯선 제의였다. 보통 내게 땡땡이치자고 권하는 건 조르바의 역할이었고, 샤오메이는 그런 조르바와 나를 말리면서도 따라오는 게 평소의 모습이었다.
“네, 데이트 하면서..아까 못한 것도 하고..그러면 오라버니 기분이 좀 풀릴 것 같아서요.”
“아까..못한 거?”
그 말에, 조금 기운이 나는 걸 보니 나는 진짜 건강한 사내새끼가 분명하다. 왠지 자괴감도 살짝 오는 기분인데.
“어차피, 오라버니 제대로 수업 들은 적도 없잖아요?”
악마의 속삭임, 그건 참으로 달콤한 제안이었다. 거절할 명분도 없었고.
**
결국 샤오메이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나는, 어디를 좀 가보겠다며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조르바를 뒤로 한 채 교실을 나왔다.
“그럼 바로 출발 할까요 오라버니? 지금 가면 번화가로 가는 마차도 남아있을 거예요!”
“그런데 나는 돈이 없는데 괜찮겠어?”
“걱정마세요! 도련님에게 받는 돈을 꽤 많이 모아놨거든요!”
샤오메이가 데이트를 할 생각에 들떠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내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은 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나가서 아그네스랑 바이올렛 줄 선물도 사고 데이트도 하면 기분이 크게 나아지겠지!
“아르틴! 본좌를 그런 먼지 많은 방에 버려두고 가다니! 어떻게 그런 무례한 짓을 할 수가 있느냐!”
아 씁. 듣고 싶지 않던 목소리.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유니코르가 나를 향해 힘차게 뛰어오더니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떽떽거리고 있다.
“네가 왕께서 선택한 인물만 아니었다면 그 무례를 목숨으로 갚게 했을 터다! 자, 빨리 권능을 훔쳐간 무뢰배를 잡으러 가자!”
샤오메이가 당황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걱정마라, 내가 이 녀석 다루는 데에는 도가 텄으니.
“그전에 유니코르, 생각해 봤는데 이 아카데미는 엄청 넓거든, 학교 부지를 셋이서 찾는 건 무척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음, 타당한 말이다. 권능을 훔친 자가 대놓고 돌아다니진 않을 테니 아카데미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지. 그러니 본좌는 그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니까, 나랑 샤오메이는 상업 구역을 찾아볼 테니, 유니코르는 학생들 중에 수상한 사람이 없나 살펴봐주지 않겠어?”
내 제안을 들은 유니코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나를 게슴츠레 본다.
“왜, 본좌는 혼자 다니고 그대들은 둘이 다니느냐?”
“그야, 왕의 권능을 훔쳤다면, 나 혼자서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샤오메이가 곁에 있어야 나를 지켜주지 않겠어? 유니코르는 위대한 신수니깐 혼자서 상대 가능 하잖아?”
위대한 신수. 그 말에 귀를 쫑긋 거린 유니코르는 곧 표정이 풀리더니 엣헴 하고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며 앞으로 가슴을 쭉 내민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그대들은 본좌처럼 고결하고 위대한 존재는 못 되니 말이다! 저 비처녀라면 꽤 고강한 힘을 지니고 있으니 그대를 지켜줄 수는 있겠지!”
“그래 그래, 간 김에 당근 케이크도 사다 줄 테니 부탁할게.”
당근 케이크. 그 말로 게임은 끝났다.
“잘 다녀오게! 인간! 당근 케이크 꼭 잊지 말고!”
뒤에서 손까지 흔들어가며 우리를 배웅하는 유니코르를 보며, 샤오메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재 진짜 단순하네요...”
“말 대가리가 다 그렇지 뭐. 가자.”
“꼭 잊지마! 당근 케이크!! 약속!!!”
나와 샤오메이는 유니코르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배웅을 뒤로하고 번화가로 가는 마차들이 몰려있는 정류장으로 향했다.
판타지에 마차들에 왜 정류장인가 싶겠지만, 학생들이 걸어 다니는 교내 부지에 마차가 다니면 위험하니 마차들이 오고 다닐 길과 공간이 아카데미 내부에 있다.
아카데미가 사실상 웬만한 도시 국가 뺨치는 크기인 만큼, 이런 마차라도 없으면 번화가 가는데 걸어서 3~4시간은 걸리니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
“거기 학생분들! 어디로 가십니까? 항구? 번화가? 야외 실습구역이나 대도서관?”
그때, 삼삼오오 모여 있던 마부들 중 수염이 복슬복슬한 마부 한명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친근하게 물어온다.
“아, 저희는 가장 가까운 번화가로 가려고 하는데...”
“아 그럼 제 마차에 타십시오! 30분 안에 빠르고 안전하게 모실 수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제 마차는 어떻습니까? 이번에 타르크제 고급 원단으로 좌석을 깔아놔서 아주 편안히 갈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다른 마차보다 은화 1개는 저렴합니다! 물론 안전성이나 속도도 뒤지지 않습니다!”
아, 고향에 돌아온 듯한 이 느낌. 마왕성 백도어 때는 이 시끌 거리는 흥정소리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제 마차는 손님들의 자리를 들여다 볼 수도 없고 방음도 잘 되어있습니다.”
“합격! 아저씨 마차로 하겠슴다!”
그때, 뒤에서 담배를 물고 있던 은둔 고수 같은 마부가 조용히 자신의 마차의 수상한 장점에 대해 어필하자, 샤오메이가 다급하게 마차를 낙찰한다.
“왜 굳이 저 마차로 고른 거야 샤오메이?”
“...후후, 느긋하게 있으면 좋지 않슴까?”
아. 샤오메이의 음흉함과 장난기가 섞인 웃음을 보자. 나는 그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자, 올라타자.”
물론 나는 거부하지 않고 얌전히 올라탔다. 이제 나는 동정 아르틴이 아니니까.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대형 마차에다가 확실히 방음 마법도 되어있는 걸 보니, 이 마부 아저씨는 투자의 가치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는 게 느껴진다.
“자, 그럼 45분 정도 걸릴 테니, 학생 분들은 느긋하게 풍경이라도 즐기십쇼.”
담배를 물고 있던 마부 아저씨는 승리의 미소를 다른 마부들에게 지으며 우리에게 모자를 벗으며 인사하고는, 문을 쿵하고 닫아줬다.
“...”
그 순간, 마차 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외부에서 내부로 들리는 소음도 제대로 차단하는 건지, 샤오메이의 묘하게 들뜬 숨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으니까.
‘이제..어떻게 해야 하지?’
막 동정을 뗀 내가, 능수능란하게 여자에게 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생각해보니 두 번의 사건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잡았던가?
“왜 그렇게 얼어붙어 계심까, 오라버니?”
하지만 샤오메이는 분위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내게 찰싹 달라붙어 앉더니, 바지 위로 내 허벅지를 부드럽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쓰윽. 쓰윽.
샤오메이의 손길이 직접 내 남성기를 자극 하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야해서 흥분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샤오메이, 하나만 질문해도 돼..?”
“후후, 뭡니까? 형님이니 특별히 뭐든 답변해 주겠슴다.”
나는 그런 능숙한 샤오메이의 손길에, 여태까지 품고 있던 작은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어졌다.
“샤오메이는 이런 야한 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샤오메이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전에 모유수유대딸도 그렇고, 너무 남자의 자극 포인트를 잘 알고 있어서 왠지 불안감이 든다. 혹시 장르가 NTR로 바뀌는 건 아니겠지??
“우음..창피한 질문을...”
하지만, 샤오메이는 당황하기 보다는 무척이나 부끄러운 질문을 받았다는 듯 손가락을 베베꼬며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그..도련님의 서재에서 있던 책으로 공부했슴다... 아르틴 형님이 좋아할 것 같아서...”
이런 시발, 조르바 또 너야? 이번엔 좀 잘한거 같긴 한데..
“책으로 공부를 했다고..? 이런 걸..?”
“정확히는 매 회차마다 그 책 보고 공부해서... 공부할 때 마다 아르틴 형님을 떠올려서 생생히 기억하고 있슴다..”
부끄럽다는 듯 눈을 못 마주치면서도 샤오메이의 손이 내 남성기로 향하여 주물거리기 시작한다.
“그 책에서 많은 걸 배웠는데...입으로 하는 거나...가슴으로...”
입으로? 가슴? 과거 AV나 히토미로나 듣던 대사에, 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내 흥분감이 리틀 아르틴을 통해 샤오메이에게도 전해 진건지, 흠칫 놀란 샤오메이는 이내 색기 있는 웃음을 비시시 지으며, 자신의 가슴 부분 천을 살짝 내려 아슬아슬하게 유륜이 보이도록 흔들거린다.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가슴으로, 한 번 해드릴까요?”
나는 나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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