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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43화 (43/266)

〈 43화 〉 권능 도둑을 추격하다

* * *

강렬한 샤오메이의 주장을 거정하지 못한 나는 그 이후로도 샤오메이와 데이트를 이어갔다.

“앗, 저기 보십쇼 형님! 옷을 30%나 할인한다고 함다!”

처음에는 분명 내 기분을 풀어 준다며 온 것 같은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샤오메이가 더욱 즐기고 있었다.

“남성용 옷도 있네요! 생도복 말고 다른 옷을 입고 다니면 그 이상한 소문도 사라질 검다!”

“너무 급하게 뛰어다니지 마 샤오메이! 그러다가 도로 망가질라!”

신나서 보법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옷가게로 뛰어가는 샤오메이를 보며 나는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뛰고 동작이 큰데 저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노출사고가 없는 걸까?“

싸울 때도 그렇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크고 경쾌한 게 샤오메이가 쓰는 태산도장 무술의 특징인데, 늘 끈으로 된 속옷을 입으면서 저 앞과 뒤를 가리는 천이 들춰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진정한 고수는 자신의 몸에 닿은 모든 걸 자신의 신체처럼 다룬다는 게 사실인가?

그런 시시한 생각에 빠져있자, 샤오메이가 뛰쳐나와 느릿하게 걷던 나를 질질 끌고 옷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자자, 황녀님과 제 약혼자라면 옷을 당당하게 입고 다니셔야 됨다! 이런 건 어떻슴까? 저희 고향에서 남자들이 주로 입는 옷 임다!”

그렇게 말하며 샤오메이가 내민 옷은, 중국 영화에서 많이 보던 남성용 치파오인 챵꽈였다. 검정색에 몸의 선이 돋보이기 쉬운 디자인은, 아마 근육을 멋지게 단련한 남자라면 꽤 어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동양미가 가득한 남성용 옷은 내겐 왠지 껄끄러웠다. 학창 시절 촌지를 하지 않았다고 매일같이 단소로 나를 때리던 국사 선생님이 늘 광인의 천 옷인 개량 한복을 입고 다녀서 그런가.

“너무 튀지 않을까? 게다가 아그네스는 제국 사람이고 나는 왕국 사람인데 이런 걸 입고 다니면 소문도 너무 샤오메이에게 편향되게 나지 않을까 싶고.”

“아..확실히 그럴지도 모름다. 그럼 왕국풍으로 찾아 보겠슴다!”

그렇게 말하며 챵꽈를 가지고 돌아가는 샤오메이 입에서 어쩐지 쳇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나는 내가 잘 못 들은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

“그럼 저도 가보겠슴다! 내일 바이올렛 언니랑 아그네스 황녀님이랑 대화하는 거 잊지 마십쇼!”

“그래, 잘 들어가고. 내일 보자 샤오메이.”

저녁 해가 질 무렵에서야 나와 샤오메이는 기숙사 구역에 도착해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샤오메이가 잔뜩 사준 덕에 양 손 가득 무거운 짐은, 샤오메이의 나에 대한 사랑의 무게라고 생각하며 내 방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중간에 뭘 이렇게 많이 샀냐는 사감 아저씨에게 담배 한 갑을 쥐어줘 돌려보내며 나는 3층의 내 방문 앞에 짐을 내려놓고 나서야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이거 운동 되네.

“...응?”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아 방문에 꽂은 나는, 방의 잠금이 이미 풀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갈 때 분명 잠그고 나갔을 텐데?

‘...설마, 권능 도둑이 이 안에?’

아카데미의 시설은 계급 별로 그 수준이 천차만별. 브론즈 기숙사의 시설은 당연히 가장 아래에 속하지만, 보안에 대해서만큼은 실버 기숙사 수준과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브론즈 기숙사라고 보안을 대충 해놨다가. 사고라도 터지면 큰일이니깐. 물론 그 신경 썼다는 보안도 뚫으려면 못 뚫을 건 없지만──

지금 내 방안에 침범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유니콘을 타고 사라졌다는 소문이 가득한 나라면? 치밀한 빌런이라면 초원의 왕과 관련 될지도 모르는 나를 처리하는 게 당연할 것 이다.

‘쓰읍, 미리 메모라이즈 해둔 마법도 많지 않은데. 오거의 피는 늘 상비할 걸 그랬나?’

결국 아무리 후회해봤자 의미는 적다. 모든 것을 준비로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진작 클리어 했을 세계. 이런 돌발 상황은 숱하게 겪어왔다.

나는 조용히 심호흡을 한 후, 마나로 마법 칼날 주문을 일으켜, 내 손에 무형의 칼을 만든 후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유니콘의 검성기사, 아르틴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오, 드디어 왔구나 아르틴! 본좌에게 주겠다던 당근 케이크는 잊지 않았겠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워서 과자를 먹으며 만화책을 보고 있는 유니코르가 나를 반겨왔다.

“이런 씨발, 네가 왜 여기 있어??”

“흐흥! 그대 몰래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왔지! 그대가 없으면 본좌는 어디서 먹고 잠자라는 것 이냐!”

“그 잘난 여사제들이 있는 곳에서 먹고 자면 될 거 아냐!”

내 배개 주변에 잔뜩 흘려져 있는 과자 부스러기를 보고 있으니, 분노조절장애가 올 것 같다.

자신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강조하려는 것도 아닐 텐데, 쫙 달라붙는 나시 티에 돌핀 팬츠로 몸매를 과시하는 백수 패션을 보고 있으면 인지 부조화까지 올 것 같다. 판타지에 왜 돌핀 팬츠가 있는 건데??

“이 옷하고 과자도 본좌의 부하에게 받아 온 것이다! 권능 도둑을 잡기 전에는 같이 다니라던 왕의 명령을 그대는 잊은 것이냐!”

마치 내가 모르는 걸 자신이 상냥하게 알려준다는 저 뻔뻔한 모습에, 나는 참지 못하고 유니코르의 말랑말랑한 뺨을 꼬집었다.

“그래서, 교내 부지 내에서 수상한 학생 찾는다고 해놓고, 지금 내 방에 몰래 숨어서 과자나 까먹고 있다고??”

“아프다! 무례한 비동정! 이거 놔라! 감히 위대한 일각공 암두시아스님의 후예에게 뭐하는 짓이냐!”

잡아당길 때 마다 쭉쭉 늘어나는 게, 꼬집고 당길수록 더 꼬집고 싶어지는 손맛이 있다. 딱 하소 뺨을 놔주자, 빨개진 뺨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눈물을 찔끔 흘린 유니코르가 날 노려본다.

“이 무례한 인간..! 왕의 명만 아니었다면 유니콘 킥으로 혼내줬을 것 이다..!”

“응~너희 왕께서 나를 자신의 손님으로 대접하라 했어~애초에 네가 잘못한 거야~”

내가 에베베 거리며 놀리자, 유니코르는 부들거리면서도 반박하지 못하고 두고 보자며 부들거린다.

‘어우, 속 시원해. 이게 인생이지.’

때리고 괴롭힐수록 타격감이 느껴지는 유니코르의 반응에 스트레스가 좀 풀린 나는 밖에 있던 짐들을 방 안으로 옮겼다.

“그래도, 당근 케이크는 챙겨왔겠지? 설마 없다고 말한다면 정말로 유니콘 킥을 먹여주겠노라!”

“사왔으니깐 저리 좀 비켜! 짐 풀어야 해!”

그새를 못 참고 짐 더미에 기웃거리는 유니코르에게 녀석이 좋아하던 가게에서 사온 당근 케이크를 보여주자, 유니코르는 내가 뺏어갈세라 당근 케이크를 낚아채고는 자신의 2층 침대 위 칸으로 쪼르르 도망쳤다.

“이 영롱한 자태..! 네 녀석, 케이크 좀 고를 줄 아는 녀석이로구나!”

“그거 먹기 전에 내 침대 안 치우면, 그 케이크 창문 밖으로 던져버릴 테니깐 알아서 해.”

“아앗! 치우겠다! 본좌가 치울 테니 케이크는 건드리지 말아라!”

저 챰피같은 녀석. 신수만 아니었다면 서커스에서 곡예나 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의 세레브한 삶은 분충인 녀석에겐 너무 사치다.

나는 유니코르가 호다닥 정리하기 시작하자 옆에서 사온 옷이나 마법 재료, 악세사리랑 책 따위를 정리했다.

“그래서, 아카데미 교내는 잘 살펴봤어? 권능 도둑 같은 녀석은 보여?”

설마 이것도 안하고 놀진 않았겠지, 라는 눈으로 유니코르를 바라보자, 조금 당당하게 가슴을 내민다. 뭔가 찾았나?

“전혀 못 찾았다! 학생들이 머무는 곳은 보기가 어려워 교직원들을 전부 찾았지만, 왕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더구나!”

“..그걸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이유가 뭔데?”

혹시라도 폴리모프 하면서 지능이 떨어진 건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2회차 때는 좀 더 멀쩡했던 거 같은데..아니, 추억으로 미화된 걸지도 모르는 일이다.

“녀석이 교내에 있다면, 왕의 기운을 흔적조차 못 찾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러니 아마 녀석은 왕의 영토에 잠입할 때처럼 기척을 숨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 그래도 네가 말한 모습이면 찾는 게 더 쉬울걸?”

허름하고 낡은 옷, 40대 중년 남성에 사실상 두피의 9할이 사멸한 대머리. 쥐 수염까지.

“녀석이 훔쳐간 왕의 권능이 마안과 숨결만이라고 생각하지 말거라! 분명 녀석은 폴리모프의 권능까지 훔친 게 분명하다!”

“..아, 역시 그런가. 귀찮게 됐네.”

결국 누구로 어디에 숨어 들었는지 알기 힘든데, 남부 교단의 신을 속일 정도로 기척을 잘 감추는 녀석이 모습까지 마음대로 바꾼다고?

“그러면 사실상 못 찾는 거 아니야?”

“그러니깐 그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도다! 그대라면 찾을 수 있다고 왕께서 그러셨으니 나에 대한 무례를 봐주는 것을 잊지 말거라!”

어디서 본걸 따라하는지, 마치 귀족처럼 고고하게 내게 선언한 녀석은 과자 부스러기를 대충 털고 자신의 침대로 올라가 당근 케이크를 포크로 퍼먹기 시작했다.

저러고 오늘도 코 골면 꿀밤 한 대 때려줘야지.

“일단, 내일부터는 진짜로 수업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녀석 좀 찾아봐야겠네..”

마법으로 이루어진 폴리모프라면 몰라도, 권능에 의한 폴리모프는 지금의 내 수준으로는 파훼하는게 무리다. 마나가 더 많거나, 연구 시설에 1주일 정도 쳐박힐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주일이면 빌런이 깽판 치고도 남을 시간이니, 결국 내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이전 회차랑은 다른 행동을 보이는 녀석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럼 본좌는 그 동안 이 방을 지키면 되는 건가?”

당근 케이크를 우걱우걱 퍼먹으며, 침대 아래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유니코르. 하지만 내 눈에는 녀석이 챙겨온 30권 가량의 만화책과 소설책이 눈에 들어온다.

“너는 루드비히 가문의 고용인으로 내가 손수 데리고 다녀 줄게. 왕께서도 나랑 붙어 다니라고 했다면서?”

“...휴, 알았다...”

내 말에 녀석은 한숨을 쉬며 빼꼼 내민 고개를 거뒀다. 왜 나보고 실망하는 건데? 원래 네가 할 일이잖아.

머리가 조금 어질어질 해지는 것을 참으며, 나는 내 침대에 걸터앉아 저녁 대용으로 준비한 초코바를 우물거렸다.

‘수업에 참가하라고 세니아 선생님이 부탁한 것도 있는데 2일이나 쨌으니, 내일 부터는 정말 제대로 참가해야겠다.’

뭐, 설마 내일도 일이 터져서 수업에 참가 못하기야 하겠어?

**

설마 내일도 일이 터지겠어~라는 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자, 이번 질문도...아르틴 학생이 대답해 볼까요?”

“...어, 공간 마법의 위상함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계산식을 적용하면 마나가 부족하기 때문에 마법은 작동하지 못합니다.”

“정답이에요! 다들 우리 아르틴 학생에게 박수~!”

짝짝짝짝짝.

주변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옆에서 샤오메이가 그런 광경을 보며 매우 뿌듯해 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내 얼굴은 점점 죽상이 되어간다. 이 짓만 벌써 4교시 째니깐.

“자 아르틴 군? 혹시 활도 잘 쏘나요?”

“17번 문제는 아르틴 학생이 나와서 풀어 보겠나?”

“오우거의 약점은..그래, 루드비히 군이 말해 보자!”

며칠 전, 세니아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모든 교수들이 나를 노리고 있다고.

그건 그냥 좀 좋게 봐주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어느 수업에 들어가도 교수들이 하나 같이 나를 시험해 보려고 안달이다.

“자, 21번 강화 마법과 유지 마나에 대한 공식에 관련 된 문제는, 누가 풀어 볼까요?”

지금도 그렇다, 모두를 향해 물으면서, 눈은 정확하게 나를 주시하고 있다.

결투 이후로도 수업에 거의 참가 안했더니, 교수들의 나에 대한 궁금증이 리미트를 넘은 걸까? 내가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것 만으로도 모든 관심이 나를 향해 쏟아진다.

아니,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

“손 드는 사람이 없군요..그럼, 아르틴 학생이 나와서 풀어 볼까요?”

이 아카데미의 모든 교수들이 나를 대학원생으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이건 이거대로 거지같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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