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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61화 (61/266)

〈 61화 〉 준비

* * *

환상적인 시온의 봉사 시간이 끝난 후, 나는 시온을 데리고 화장실을 나왔다.

“아아...너무나 황홀한 시간이었어요. 도련님..”

...나랑 시온 양쪽 다 깊이 즐긴 나머지 1시간을 오버했지만, 지치기는커녕 뱀 같은 세로 동공이 하트로 바뀐 채, 나를 여전히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발 빼고 나니깐 여전히 불안한데.’

내가 과연 이 미친년의 광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제라도 포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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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자신의 하렘을 완성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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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보상과 너무 개쩌는 쾌락이었다.

“저기, 시온. 한 가지 물어봐도 돼?”

“아아! 뭐든지 물어보세요! 제 생리 주기가 궁금하신가요?”

아니 시발. 거기서 생리 주기가 왜 나와.

얘는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것 마다 나를 어지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렉스턴은 이런 애를 도대체 어떻게 데리고 다닌 거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물어보면 좋을까. 너 렉스턴 한테 가랑이 벌렸냐?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호감도가 떨어지겠지. 호감도 100을 채워서 길들이는 게 내 목표인 만큼 침착해 져야 한다.

“그, 봉사가 엄청 기분 좋긴 했는데, 어디서 배웠나 해서.”

내가 받은 봉사는 도저히 초심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처녀라고 인증한 유니코르가 틀렸다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사실 유니콘들은 보지만 안 박히면 처녀라고 인정해주는 혜자 판정인가?

“그런 걸 묻다니, 도련님도 참 짓궂으신 걸요..”

나는 생리 주기보다는 정상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온에게는 무척 창피한 질문이었는지 온몸을 배배 꼬며 부끄러운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언젠가...봉사할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하며... 왕국 수도의 고급 창녀들을 불러 직접 배웠답니다.”

“...렉스턴에게 봉사하려고 창녀를 불러서 보볐다고? 농후한 레즈비언 섹스?”

“그 애새끼는 잊어주세요! 게다가 직접 관계를 가진 게 아니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행동과 마음가짐을 배웠답니다..!”

그렇게 말한 시온은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여성치고 거구인 시온에게는 전혀 안 어울리는 포즈였지만.

‘이 세계의 여성관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지..?’

나를 만족시키겠다며 야한 책으로 테크닉을 독학한 샤오메이에, 자신의 주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창녀에게 개인 교습을 받는 여기사라니.

첫 경험에서 이런 쪽에 전혀 지식이 없어서 쑥스러워 하던 아그네스 같은 부류는, 유니코르의 말처럼 엄청 고결한 처녀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부탁한 임무들 계속 잘 처리 해주고, 오늘 밤에는 내 방에 찾아와.”

“..밤에 찾아..설마, 제게 성은을..?!”

유니코르가 있는 데 시온과 합방할 리가 없었지만, 설명하기 귀찮았던 나는 착각에 빠진 시온과 헤어졌다.

어차피 찾아오면 가르쳐 주면 되겠지.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나 흘러, 곧 점심시간 직전이었다.

나는 카페테리아에 미리 가서 샤오메이와 일행들을 기다리며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육망성 이벤트라니, 마왕의 권속이나 군단장이 직접 나서면 최악인데...”

방금 시원하게 머리를 정리했는데, 빌런 생각을 하니 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군단장, 혹은 마왕의 권속들은 원래 중후반부에나 등장하는 최악의 적이다.

RPG 게임에서 시작부터 마왕의 사천왕을 보내지 않듯이, 원래 지금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빌런이라면, 마왕의 군단장으로 타락하기 시작한 렉스턴 새끼 정도다. 그것도 후반부에 등장하는 렉스턴에 비하면 아주 쉬운 편이다.

가장 좋은 상황은, 어느 간 부은 악당이 마왕군과 계약해서 육망성이라는 조직을 장악한 수준. 그 정도라면 조금 귀찮기는 해도 나 혼자서도 처리가 가능하다.

‘결국, 육망성 내부에 침투해서 누가 빌런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는데..’

섣불리 진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만약, 지금 육망성을 움직이는 게 군단장이나 마왕의 권속이라면?

‘지금 육망성에 관련 가능한 간부가...’

렉스턴은..내가 개박살을 내놨고, 군단장인 타락한 대주교나 마왕의 권속인 블랙 드래곤은 지금 시점에서는 아직 타락하지 않았거나 깨어나지 않은 상황.

‘망령왕, 리치 하몬, 서큐버스 릴리트, 이 셋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지금 시점에서는 평범하게 강해져서는 이기지 못한 놈들 뿐이다.

망령왕은 자신의 유령군대를 이끌고 다니는 군주형 군단장.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다면 아카데미 전체가 유령군대의 침략을 막는 디펜스형 임무가 될 거다.

서큐버스인 릴리트는 더 골치 아프다. 사람을 유혹하고 타락시켜 내부부터 썩게 만드는 이 서큐버스 년은 동료나 조력자들까지 정신을 건드리는, 초반에 나와도 후반에 나와도 가장 기분 나쁜 조우다.

릴리트는 원작에서도 중반부 에피소드에 빌런으로 나왔는데, 주인공의 히로인 후보 중 두 사람이나 배신하게 만들어서 결국 1명은 그 에피소드에서 죽고 1명은 분양 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최악은 리치인 하몬이다.

마왕군의 2인자이자, 군단장과 권속을 합쳐서 최강의 존재인 저 해골 마법사는, 정면에서 승부하는 것 자체가 멍청하다고 느껴지는 엄청난 마법사다.

거기까지라면 루베루스 제자루트 타서 죽여 버리면 그만이지만, 마왕의 힘을 가장 짙게 받은 존재답게 권능에 가까운 무한한 마나는 가늠하기도 힘든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며, 강한 유물과 리치 자신의 권속까지, 이 시점에서 가장 상대하고 싶지 않다.

...그에 반해, 우리의 전력은 나쁘지는 않다. 아그네스, 샤오메이, 카이엔 이 셋은 지금 시점에서 어지간한 빌런들은 단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강한 존재.

하지만, 군단장이나 권속 클래스에 먹힐까? 나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이 녀석들을 보조할 정도로 강한 건 아니다. 바이올렛도 아직 지옥의 군주와 계약하기 전. 결국 보충이 필요하다.

“강해지는 건 시간을 들이다 치더라도, 가장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건...”

최악의 상황들이 떠오르는 순간, 나는 상태창의 상점에 시선이 돌아갔다.

“가장 먼저 완성할 수 있는 건, 역시 템빨인가.”

재료는 충분하다. 필요한건 설비와 시간. 육망성의 이벤트가 시작 후 인명 피해가 나기 시작하는 건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서.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오늘부터 움직여야겠는데. 인벤토리!”

나는 인벤토리에서 펜과 수첩을 꺼냈다. 일일이 들고다닐 필요 없으니 편하긴 하네.

“어디 보자, 우선 아그네스가 쓸 검에는 피닉스의 깃털하고 청룡의 뿔을 넣고...”

나는 도안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회귀 짬밥 5회차가 희귀 재료를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해줘야 겠지.

“내가 쓸 지팡이에다가는 드래곤 하트를 2개..아니, 3개를 넣고..뼈대는 생명수..아니, 세계수를 써서...”

나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이거 생각보다 할 만할 지도 모르겠는데.

***

“위대한 존재여, 나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와 계약을 원하오니, 로노베──!!”

계약의 준비가 끝났다, 바이올렛이 마법진을 향해 힘차게 외치자. 마법진이 붉은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붉은색! 드디어 계약에 성공한 건가?!”

허나, 그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마법진의 중간에 제물로 올린 일족의 비전. ‘마녀의 제물’이 검게 타들어가더니 이내 잿더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아, 또 실패했어.”

벌써 7번째의 실패, 바이올렛은 자신의 마녀 모자를 푹 눌러 쓰며 실패의 쓴맛을 되새김질 했다.

아르틴의 고백 이후, 바이올렛은 중요하게 여기던 수업을 결석하고, 기억 회귀 모임까지 빠져가며 소환 의식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아르틴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없어.’

바이올렛은 망설였다. 먼저 아르틴에게 고백하지 않은 자신이 다른 두 사람과 동등한 위치에 서도 되는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심결에 진심으로 고백을 받아들였을 때, 바이올렛은 스스로를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는 또 아르틴에게 짐밖에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소한, 전생에서 할 수 있던 능력의 절반이라도 낼 수 있다면..”

두 번째 삶, 그러니깐 아르틴에게는 3회차라고 불리우는 삶에서, 바이올렛은 지옥의 군주와 계약해 위대한 대마녀의 힘을 뽐낼 수 있었다. 첫 번째 삶에서는 상상도 못할 힘, 그 힘만 있다면 그 어떤 적이 나타나도 아르틴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지옥의 군주와, 아니 당장은 군주가 아니더라도 상위 악마와 계약하기 위해 계약의 마법진을 그려 소환 의식을 진행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 인가봐...”

바이올렛이 생각하기에 두 번째 삶에서 지옥의 군주와 계약한 것은, 결국 아르틴이 구해온 아티팩트를 촉매로 한 운 좋은 요행에 불과했다.

“...이러면 또 아르틴에게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 걸까?”

허나 그런 건 싫었다. 다른 아르틴의 애인인 두 사람에 비해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샤오메이는 이미 아르틴에게 훌륭하게 무술을 가르쳐주고 있으며, 본인 스스로가 오신장 중 최강인 무신의 딸이며 그 명성에 걸맞는 강함을 지니고 있다.

아그네스 황녀님은? 이미 제국의 황녀라는 위치에서 아르틴을 최대한 보좌하고 있으며, 공주 기사라는 칭호에 걸맞게 어지간한 기사는 그녀의 앞에서 강함을 논하지 못할 정도로 강함을 지니고 있다. 자신들의 앞에서는 평상시의 온화한 태도가 그것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자신은...그에 비하면 엄청 초라하다. 대마녀 발부르가의 손녀라는 사람이, 하급 악마랑 계약하는 것도 벅차다는 것이 알려지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준 할머니에게도 큰 민폐가 될 것 이다.

“...다시, 다시 해보자.”

아르틴은 한두 번 실패하는 것으로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을 촉매로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한 아르틴은 지혜의 열매를 건네받아 지식의 편린을 얻었지만, 정작 그 지식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하지만 아르틴은 좌절하지 않았다. 끝없이 도전하고 반복하고 외우며, 실패를 거듭해 나가면서도 착실하게 계약으로 얻은 악마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흡수해 나갔다.

물론 그 과정은 옆에서 보기엔 도저히 견디기 힘들 정도로 험난했다. 바이올렛과 카이엔이 몇 번이고 만류한 기억도 있었으며, 언젠가는 그 원수 같은 성녀가 없었다면 아르틴이 죽었을만한 큰 사고도 일어난 적이 있었다.

병상에 누워서도 다음에는 좀 더 잘해낼 거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아르틴을 보고, 바이올렛은 눈물을 참으며 도대체 왜 그렇게 까지 열심히 하냐고 물어봤다.

­“내가 열심히 하면, 너희가 그만큼 덜 힘들 수 있잖아. 난 그게 참 좋더라.”­

아르틴이 바보 같이 웃으며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아줬을 때, 바이올렛은 참던 눈물을 결국 펑펑 흘리고 말았다.

“...아르틴이 노력한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가문에 연락해 공수 받은 귀중한 ‘마녀의 제물‘을 다시 꺼내 들었다. 거듭된 실패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전부 사용하더라도 이런 촉매 없이 시도하면 될 뿐이다.

더럽혀진 방안을 치우고, 마술진을 정성껏 새로 그린다. 조금이라도 어긋난 선이 없나 살피며, 다시 한 번, 불가능한 일을 도전하기 시작한다.

“위대한 계약의 성좌, 솔로몬에게 고하노니. 계약을 고하는 이름은 바이올렛 퍼플크로우──”

바이올렛은 다시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나 계약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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