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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66화 (66/266)

〈 66화 〉 심적 변화

* * *

오늘은 드디어 주말. 허나 눈을 뜬 나는 삭신이 쑤셔오는 고통에 신음성을 흘려야 했다.

“아아악, 진짜 더럽게 아파..”

어제 하루, 아그네스와 무슨 관계인지 떠보려는 마리안느의 말들을 은근히 무시한 나는, 무시의 대가로 4시간 연속 스파링을 뛰어야 했다.

그 강인하고 우직한 성격을 자랑하는 왕국의 전사장들도, 극강의 정신론을 토대로 상대방을 미친 듯이 굴리는 마리안느 공주와의 스파링은 거절할 정도인데, 그걸 4시간 내내 받아줬으니 기절 하지 않은 게 용할 지경.

다행히 내가 4회차 내내 스승님과 훈련해서 익숙해 져서 망정이지, 그나마도 자기 전에 재생력 촉진제를 마시지 않았으면 아마 지금쯤 후유증으로 일어나지도 못했을 거다.

‘퀘스트만 아니었으면 중간에 못 하겠다고 피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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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스승의 은혜!

당신의 스승이었던 마리안느가 당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에 어울리는 남자라는 것을, 스승에게 증명해 보이세요!

하렘의 수컷은 언제나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법입니다!

퀘스트 성공 보상 : 마리안느의 호감도 상승, 황태자의 연애 인정도 상승.

퀘스트 실패 패널티 : 마리안느의 호감도 대폭 하락, 황태자의 연애 인정도 대폭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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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넘치는 카리스마처럼 박력 넘치는 그 몸매와, 그 상남자 같으면서도 저번에 포옹할 때의 부끄러워하는 모습. 솔직히 보상이 탐나긴 한다.

‘그런데, 실패 패널티는 선 넘지 시스템 시발아.’

거부할 권리도 없이 눈 앞에 떠오른 상태창 때문에, 나는 이를 갈면서 강제로 스파링에 어울려줘야 했다.

­“오늘은 수고했다! 내일도 오전에 봐주도록 하지!”­

그랬더니, 오늘 오전에도 스파링을 봐주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퀘스트 성공 창이 안 뜬 건 덤이고.

“아...일어나기 싫다..”

애초에, 주말인데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걸까. 이 망할 아카데미는 왜 주말에도 수업을 하는 걸까. 사실상 주말은 여유로운 평일에 지나지 않는 이 스케쥴은, 학생혐오적인 교수들의 악랄함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닐까?

“씁, 일어나야지.”

이러는 시간에도 빌런들은 내 행복과 하렘을 무너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마리안느 공주와 하는 스파링은 그런 의미에서 경험치 2배 이벤트 쯤 되는 건 사실이니. 사실 거절하기 힘든 제안도 맞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머리에서 우수수 뭐가 떨어진다. 이게 뭐야?

“아오 씹, 유니코르! 내가 내 침대 위에서 과자 먹지 말랬지!”

유니코르 녀석, 내가 스파링 내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때는 옆에서 재밌다고 구경하더니, 연금술은 재미없다며 먼저 돌아간다고 하더니만 또 내 침대 위에서 과자 먹으면서 만화책만 봤구만.

안 그래도 요즘 하렘을 늘린 탓인지, 내게 삐딱하게 구는 유니코르가 괘씸했던 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아침에 꿀잠을 자는 유니코르를 깨우기로 했다.

유니코르는 청초한 유니콘 컨셉은 이제 완전히 포기한 건지, 이불을 전부 걷어찬 채 내 쪽을 향해 엉덩이를 씰룩이며 침까지 흘려가며 잠을 자고 있었다.

“유니코르 일어나, 아침이야!”

“으음, 10분만 더 자겠노라...본좌는 졸리도다..”

안 그래도 짧은 돌핀팬츠가, 말려 올라가 밑덩이가 드러난 유니코르의 엉덩이는 탐스럽게 탱글 거렸다.

내가 유혹을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찰싹 손바닥으로 후려치자, 유니코르가 하읏?! 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후, 히잉거리며 맞은 부위를 열심히 문지른다. 부드러우면서도 탱글거리는 촉감이 일품이었다. 이게 찰지다는 맛인가?

'뭐, 저대로 두면 일어나겠지'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책상에 앉아 시온에게 온 연락이 없는지, 양방향으로 연결된 마법 통신 채널을 살폈다.

“아, 어제 잠든 직후에 연락을 보냈네.”

이번에 시온에게 만들어 준 아티팩트는, 렉스턴이 만들었던 ‘아크투라크스의 눈동자’의 개량판.

최상급 마나 루비 수정을 사용해 만든 팬던트에는 환각 마법을 통한 변장 기능, 통신 기능, 그리고 시온의 광증에 가까운 다혈질 성격을 억눌러줄 정신 안정 마법외에 12가지 이상의 부가효과가 내장되어있다. 이 자랑스러운 수제작 아티팩트 1호기에, 나는 ‘개목걸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위치는 장미관, 납치당한 척 침투하여 지하 1층에 감금, 내부 수색 중.. 왜 하필 장미관이야?”

장미관에는 별로 좋지 않은 기억밖에 없다. 2회차에 인육 요리사가 사람 납치한 것도 장미관이었고, 3회차에는 불타는 장미관에서 빌런과 치열한 결투를 벌였었다.

“여자들은 분홍색 구슬로 세뇌... 강령술 의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임?”

이 부분에서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어, 같은 줄을 반복해서 3번 정도 읽었다.

분홍색 구슬로 여자들을 납치하는 건, 분명 마왕의 권속인 서큐버스 릴리트의 이벤트, 좆됐다는 징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강령술?

‘강령술과 관련 된 이벤트는, 리치 하몬이나 망령왕, 그것도 아니면 렉스턴 인데?’

설마 초반부터 군단장이나 권속 급이 둘이나 출연하는 일은 없을 터. 가능성은 두 가지다. 뭔가가 꼬였거나, 내가 모르는 새로운 빌런.

존나 골치 아프게 됐다. 내가 모르는 빌런이라면, 적들에게 잠입시킨 시온이 좀 더 정보를 물어오기를 바래야 하는 상황. 아니면 일이 커지기 전에 준비가 끝나는 대로 잠입해서 쓸어버리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우으, 아르틴 너는 본좌가 여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어찌 정숙한 아녀자의 둔부를 그리 인정사정없이 때린단 말이냐!”

“정숙한 아녀자가 내 침대 위에서 과자를 먹지 않았다면 나도 때리지 않았을 텐데.”

잠에서 깬 듯 침대에서 내려오며 툴툴거리는 유니코르는 아직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듯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다.

“게다가 오늘은 주말 아니더냐! 본좌는 주말 아침은 늦잠을 자고 싶노라!”

“무슨 주말이야 주말은, 오늘도 아침부터 스파링 하러 갔다가 연금술 조정하러 가야해.”

“본좌의 생각인데, 그대는 정말 마조히스트가 분명하다. 그렇게 맞고도 또 싸울 생각이 나는 것이냐?”

나는 그 말에 대한 무언의 대답으로, 인벤토리에서 고급 회복물약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날개를 달아줄 것 같은 맛인걸.

“그런 무식한 훈련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게 맞는 것이냐? 그냥 스파링용 타이즈를 입은 공주의 가슴을 시간하는 것 같았다만.”

“어제 부러지거나 뽑혀서 치료한 이빨만 12개가 넘는데, 그걸 즐기는 것 같다고?”

“본좌가 옆에서 쭉 지켜봤는데, 그대는 무엄하게도 공주의 가슴과 엉덩이만 쳐다봤노라!”

이걸 들켰네. 하지만 고된 훈련에는 보상이 있어야 하는 법, 전생에도 훈련할 때 공주님의 단련된 육체와 터질 듯 한 볼륨감을 즐기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또 음흉한 얼굴! 본좌가 보건데 그대는 오늘도 죽기 직전까지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아니라면, 본좌가 직접 때려주는 수가 있노라! 아야! 아프도다!”

유니코르의 쫀득한 볼살을 쭈욱 잡아당기자, 어제 쌓인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듯 했다. 내가 맞는 걸 보면서 비웃을 때 꿀밤이 마려웠는데 명분까지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익! 자꾸 괴롭히면 스파링 때 공주를 도울 것이다!”

“네가 공주를 돕는다고?”

“물론, 본좌는 모든 처녀의 수호자. 그러니 마리안느 공주라면 본좌의 수호를 받을 자격이 있노라!”

당당하게 자신의 계약자 앞에서 배신을 선언하는 유니코르를 보고, 다시 꿀밤을 때리려던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으나, 이내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오르자 꿀밤을 멈췄다.

“우웃!...으?! 안 때리는 것이냐?”

“하하, 내가 왜 때리겠어. 유니코르는 내 소중한 계약자잖아? 앞으로 파트너로써 소중히 해야지.”

당장 날아올 꿀밤에 눈을 꼬옥 감았던 유니코르는, 너그러운 미소를 짓는 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왠지 모르게 기쁜 미소를 지으며 내게 팔짱을 껴왔다.

“역시 본좌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냐! 맞다! 그대의 계약자는 바로 본좌! 그대의 여인들보다 깊은 정신적인 연결로 이루어진, 소중한 관계이니라!”

내 어깨에 자신의 고개까지 기대가며, 마치 자신이 정실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유니코르의 말을 나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녀석은 기쁜 듯이 홍조를 띄우며 몸까지 부르르 떨었다.

“아..아르틴? 오늘 왜 이렇게 다정한 것이냐? 본좌는 기쁘지만 좀 낯설구나? 으응?”

“당연히 다정해야지. 우리은 혼신일체의 떼어낼 수 없는 파트너인데.”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 망할 계승 특기가 존재하는 한, 아마 나는 유니코르를 떼어내는 것이 무리에 가까울 터.

“파트너..그래! 그 카이엔이라는 녀석은 가짜! 본좌가 진짜 영혼의 파트너이니라!”

“그래, 우리는 파트너야. 그러니 내가 공주님하고 스파링 할 때, 같이 싸워줄 거지? 유니코르?”

“......지금 뭐라고 했느냐?”

방금 전까지 행복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던 유니코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가자.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가 말했잖아? 영혼의 파트너라고. 그러면 너랑 나랑 같이 싸워야 비로소 진짜 아르틴의 힘이 아니겠어?”

오늘도 옆에서 팝콘 씹으면서 구경하는 꼴은 못 본다. 그게 유니코르라면 더더욱.

그래서 나는 녀석을 ‘파트너’로 만들기로 했다. 카이엔에 이은 2번째 파트너. 아르틴 전용 호구 2호기라는 소리다.

“보, 본좌는 거절하겠노라. 그, 그 공주는 혼자서 거인도 때려죽인 여인이 아니더냐?”

내가 어제 두들겨 맞는 것을 직관한 유니코르는, 자신이 오늘 무슨 꼴을 당할지 알아차린 건지, 내게 걸었던 팔짱도 풀고 도망치려고 했다. 물론 나는 놓치지 않고 꽉 잡았다.

“카이엔은 거절하지 않았을 텐데, 설마 진정한 파트너라는 유니코르가 거절하진 않을 거지? 아니면 설마 인간에게 겁먹은 거야?”

“아, 아니다!! 본좌는 위대한 신수! 고작 인간에게 질 리가 있느냐!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뿐! 그리 말한다면 싸워주겠노라!”

내 예상대로, 살살 성격을 긁자 유니코르는 빼액 소리치며 미끼를 덥썩 물었다.

“정말 믿음직스러운 걸 유니코르? 스파링 때 잘부탁 할게?”

“..보, 본좌만 믿거라! 본좌는 절대 지존, 마왕의 부하가 와도지지 않을 자신이 있도다! 누가 진짜 아르틴의 파트너인지 보여주도록 하마!”

물론 턱도 없는 소리다. 초반 치트키인 유니코르와 원작에서도 후반까지 동료로 활약한 마리안느 공주님의 파워는 초반인 걸 감안해도 차이가 날 것 이다.

‘그래도 오늘 스파링 때는 덜 맞을 수 있겠지? 마리안느 공주라도 유니코르는 쉽지 않을 테니까.’

마리안느와 유니코르가 레슬링 복을 입고 뒹구는 모습을 떠올리자.나도 모르게 안 그래도 아침 발기로 기운찬 고간이 더욱 발기할 뻔 했다.

‘...아니지, 나 지금 유니코르 떠올리면서 흥분할 뻔 한 거야?’

시발 내가 방금 무슨 생각을 한거지? 유니코르와 마리안느 공주와 농밀한 3P 까지 떠올릴 뻔 한건 간신히 참긴 했지만, 너무 충격이 크다.

요즘 여자의 맛을 너무 봐서 그런지,점점 흥분하는 선이 낮아지는 것을 자각하긴 했다. 하지만유니코르라니?얼마 전까지는 알몸을 보더라도 흥분하지 않을 자신이 있던 미친 망아지를 대상으로 발정했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아까 엉덩이를 때릴 때도, 단순히 체벌을 한 느낌이 아니라, 그 촉감이 묘하게 기분 좋았던 기분도 든다. 단순히 체벌이 아니라 스팽킹을 한 셈이라면. 내가유니코르를 성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징조가 아닌가?

‘정신 차리자 아르틴. 너는 말박이가 아니다. 유니콘의 계약자가 바이콘의 계약자가 될 수는 없잖아! 정신통일!‘

나는 정신 차리기 위해 내 양쪽 뺨을 사정없이 때린 후, 갑자기 자해하는 나를 드디어 미쳤냐는 듯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유니코르의 시선을 뒤로 하고 샤워실로 뛰어 들어가 냉수 전투 샤워로 심신을 다스렸다.

하필이면 묘하게도 이날따라 아침 발기가 오랫동안 풀리지 않아서 더욱 마음이 다급해져만 갔다.

나, 진짜 말박이 되는거 아니지? 그렇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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