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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69화 (69/266)

〈 69화 〉 지혜의 열매

* * *

처음 아그네스의 눈에 들어 온 풍경은, 방금까지 있었던 거친 훈련을 유추할 만한 금이 간 벽과 바닥재였다.

어지간한 기사들이 직접 대련을 해도 멀쩡했던 대련실이 이 정도로 망가졌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전투를 벌인 것과 다름없었다.

한쪽 벽에는 축 늘어져 있는 유니코르가 보였다. 거친 훈련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기절이라도 한 건지, 조금의 미동도 없는 것이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졌지만, 1학년 때 자신을 처녀라고 선포하던 유니코르를 생각하자 쌤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아그네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위대한 신수라 불리우는 유니콘이 저 정도라면, 아르틴은 얼마나 다친 걸까?

“포기하세요..! 제가 이긴 겁니다..!”

“이 호색한이...흐으...!”

그때, 대련실의 한쪽 구석에서 아르틴과 마리안느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그네스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대련을 이어가고 있다고?

허나, 그 시야에 담긴 풍경은, 아그네스가 이해하기 조금 힘든 풍경이었다.

왜냐면, 그곳에는 아르틴이 마리안느 공주를 힘으로 억누르고, 뒤에서 강제로 범하려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르틴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도대체 저게 누구의 피란 말인가? 양 손을 흠뻑 적신 모습으로 보아, 누군가 크게 상처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아...아르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아그네스는 순간 이것이 아르틴이 말하던 ‘빌런’이라는 존재의 술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말려야 겠다는 생각에 벌컥 문을 열고 대련실 안으로 난입했다.

“그, 그만두세요 아르틴! 강간은 나쁜 거예요!”

*

나는 지금 좆 됐다. 아까 전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아까 먹은 자양강장제(정력제)의 탓 일까, 꼿꼿하게 선 리틀 아르틴의 명령을 따라 마리안느 누님을 성적인 공격으로 몰아붙여 이기려고 했지만, 그건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지금이라도 놓는다면 반병신으로 봐줄테니...이거 놔라 호색하안...!!”

처음에는 가슴이나 엉덩이, 허벅지 같은 민감한 부위를 건드리자, 몰라보게 마리안느 누님의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왜 전생에는 왜 이런 행복을 자각하지 못했을까!’

왕국의 격투술 중, 타격인 복싱은 뒤지게 아프지만, 레슬링은 이야기가 달랐다. 타고난 암사자 같은 마리안느의 커다란 로얄 왕찌찌를, 훈련으로 빚어진 탐스러운 엉덩이를 자유롭게 손 댈 수 있는 기회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마 수많은 전사장들이, 샤오메이의 거유와 비견될 이 마리안느의 거유를 노리고자 스파링을 신청했으리라.

“하읏..그만...그마안...!!”

어느새 나는 하프 가드 자세로 마리안느를 끌어안아, 제압이라는 명목으로 단단하게 단련된 근육들 사이에 숨겨진 그녀의 여성성을 음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멍청한 짓이었다.

저런 낙관적인 생각을 하던 나는, 마리안느의 팔근육에 힘줄이 솟기 시작한 순간 왜 전생의 내가 그런 행복을 자각하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까득...그만하라고 했지...이 호색한이..!!!”

덜컥!

한 번 허리를 튕기는 것으로, 하프 가드 자세에서 우위를 점하던 내가 공중에 붕 떠올랐다.

당황한 내가 다시 레슬링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마리안느가 한손으로 나를 낚아채더니, 마치 어린 아이와 놀아 주던 어른이 진심을 다하는 것처럼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시발, 시발! 곰이랑 그래플링 하는 기분이잖아!’

단번에 공수가 뒤바뀌어, 마운트 자세를 빼앗긴 나는 높이 들어 올린 마리안느 누님의 주먹과, 분노로 불끈 거리는 팔근육과 힘줄을 보고 어지간히도 상황이 잘못 됐음을 느꼈다.

“누, 누님...?! 저 그걸로 맞으면 죽어요!?”

“누님? 그래, 의동생이 어긋난 길을 택했다면, 이 주먹으로 목숨을 끊어 명예를 지켜주는 게 누님으로써 할 일이겠지?”

아, 이건 진심 펀치가 온다.

‘가드를 올린다고 막을 수 있나?’

다급하게 마법을 영창하려 했지만, 저 주먹이 내리꽂히는 시간이 내 영창보다 빠를 것 이다. 이렇게 죽게 되다니, 내 하렘 라이프가, 이렇게 맥없이 끝나다니.

‘시발 이래서 좆대로 살면 좆 된다는 소리가 있는 거구나..’

“아그네스에겐 사고라고 말해주마, 잘 가라!”

마리안느가 내 머리를 향해 해머링을 내려찍으려는 순간, 나는 죽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흐아앗?!”

그 짧은 순간, 나는 빈틈을 보인 마리안느 누님의 그래플링을 빠져나간 후, 뒤를 점해 그녀의 허리를 팔로 휘감아 파 테르(par terre)자세를 만들어, 마리안느 누님을 체중과 마나로 전력을 다해 눌러 제압하기 시작했다.

‘뒤..뒤질 뻔 했다!’

내 정신이 죽음을 받아들인 순간, 여체의 맛을 안 내 몸은 그 짧은 순간에 종족번식본능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위에 올라타고 있던 마리안느 누님의 엉덩이를 커다래진 리틀 아르틴이 건드리자, 누님은 낯선 자극 탓인지 멈칫하여 내게 틈을 주고 말았다.

‘발기로 목숨을 건지긴 했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이거 놓지 마라! 이거 놓으면 네가 죽는다 아르틴!!”

허리를 들썩이며 파 테르 포지션을 벗어나려는 마리안느 누님을 나는 최선을 다해 제압했다. 조금 전까지 쓰지 않던 유니코르의 신성력까지 끌어와 억누르자, 유니코르와의 일전으로 지친 마리안느를 붙잡을 수 있었다.

“흐읏...! 흐아앗...!! 이익, 어디서 이런 힘이..!!”

“포기하세요..! 누님이 지친 지금, 이걸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마리안느 누님이 자세를 굳힌 후 숨을 돌리며 힘을 비축할까, 나는 누님을 도발하기 위해 포기하라고 말하며 속을 살짝 긁기 시작했다.

“포기..? 나한테 지금 포기하라고 했냐..!! 애송이가..!”

예상대로, 남에게 지는 것과 포기하라는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하는 누님이, 전력으로 몸을 비틀며 내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이, 인벤토리! 서리 거인의 피가 든 앰플!!’

나는 다급히 인벤토리에서 상점에서 미리 구매해둔 거인의 피를 꺼내, 양손에 쥐고 터트려 손바닥을 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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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 아카데미의 붉은 광인

당신의 피가 흐르는 주먹은 아카데미에서 멀리 퍼져 있습니다.

몸에 묻은 피의 질과 양에 따라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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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용한 칭호의 성능은 확실했다.

거인의 피가 양 손에 묻자, 나는 방금까지 랑은 비교도 안 되는 힘과 활력이 온몸에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마치 4회차 전성기의 육체 스펙을 어느 정도 되찾은 감각, 나는 전력으로 내게 저항하기 시작한 마리안느 누님을 마찬가지로 전력을 다해 억눌렀다.

“이익..!! 갑자기 힘이..!! 너 도대체 뭘 쓴 거야..!!”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힘입니다! 이제 제발 포기하세요!”

엎치락뒤치락, 기나긴 힘 싸움에서 나는 미리 아주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다는 이점 하나로 마리안느 누님의 힘이 다할 때 까지 견딜 수 있었다.

“포기하세요..! 제가 이긴 겁니다..!”

“이 호색한이...흐으...!”

양쪽의 숨이 거친 상황, 엎드린 마리안느 누님이 뒤에서 밀착하여 끌어안은 나를 떨쳐낼 수단은 많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내 손에 묻은 피의 양이 적었던 탓일까. 점점 거인의 힘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벌써 지속 시간이 다 끝났다고? 거의 다 제압했는데..!!’

이대로 허리를 놓친다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 이대로 죽는 건가 걱정하던 내게 또다시 기적이 내려왔다.

“그, 그만두세요 아르틴! 강간은 나쁜 거예요!”

등 뒤를 돌아보자, 아그네스가 양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내게는 천군만마와도 같아, 나는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사, 살려줘 아그네스!! 이대로 가다가 내가 죽을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반가움에 내가 살려달라고 소리치자, 아그네스는 순간 상황 판단을 하려던 것인지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이..자식..빈틈이다!!!”

그때, 내가 아그네스를 향해 고개를 돌리느라 무너진 몸의 균형을 마리안느 누님은 놓치지 않았다.

깔끔한 한판 뒤집기, 나는 바닥에 2바퀴 정도 구르며 마리안느 누님에게 억눌려 제압당했다.

“이, 호색한..! 이대로 죽여주마!!”

너무 지친 탓에 머리에 산소가 돌지 않는 걸까, 아그네스가 왔다는 것조차 무시하고 나를 향해 주먹을 내려찍는 마리안느 누님.

“아, 안 돼요!!”

퍽! 털썩.

그리고 나를 마무리 하려던 누님을 다급히 말리려던 아그네스는, 마리안느 누님의 뒷목을 손날로 내려쳐 기절시키고 말았다.

“..누, 누님?”

내 몸 위로 쓰러진 누님을 살짝 흔들어 봤지만, 정신을 잃은 건지 반응이 없는 누님. 나는 그제 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그네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그네스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 한 건지, 울먹이는 눈으로 나와 마리안느 누님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

“...그러니까. 마리안느 왕녀님을 이기려고 야한 터치까지 했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나와 아그네스가 마리안느 누님을 대련실 한쪽의 소파에 눕힌 후, 나는 아그네스의 맞은편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걸요. 그렇게 성욕이 넘쳤던 건가요 아르틴..? 전생에는 마리안느 왕녀님과 그런 일이 없었잖아요?”

“내, 내가 어떻게 됐나봐, 요 며칠 연금술 하느라 쌓이기도 하고, 너희도 못 만나고, 자양강장제 까지 체력 보충용으로 먹었더니 눈이 돌아가서..”

확실히 요근래 내 상태는 이상했다. 시온으로 한발 뺀 건 그렇다고 칠 수 있지만, 유니코르에게 발정하고, 마리안느 누님을 성적으로 바라본 것은 이전의 나랑은 많이 달랐으니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옛 말처럼, 머릿속에 마구니가 낀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위가 최고의 쾌락이고 치킨과 차가운 맥주가 야스였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나는 아그네스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한숨을 쉬는 아그네스, 아마 내가 무척이나 한심한 걸 테지. 아무리 하렘을 허용했다지만, 이런 식으로 무지성으로 꼬추를 휘두르고 다니라는 소리는 아니였을터.

‘약혼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나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던 그때, 아그네스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은 내게 다가와, 얼굴을 천천히 닦아주기 시작했다.

“제가 조금 무신경 했나 봐요. 아르틴이 그렇게 사랑이 고픈 줄 알았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아르틴을 만나려 했을 텐데.”

“...요, 용서해주는 거야. 아그네스?”

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듯 아그네스는 볼을 빵빵하게 불리며 나를 째릿 노려봤다.

“잘 했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냥, 그걸 감안해도 저희가 아르틴에게 너무 큰 짐을 맡긴 게 아닌가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군단장이라니,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을 아르틴은 혼자서 해결하려고 무리할게 뻔했고요.”

무리라니, 나는 그 말에 무어라 반박하려다가, 방금 저지른 짓이 있어서 아무말도 못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저랑 샤오메이가 번갈아 가면서 하루에 30분이라도 아르틴하고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할게요. 바이올렛 양도 천천히 진도를 나가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아니, 그러면 괜히 두 사람의 스케쥴에 무리가 갈...”

내가 무어라 말하려고 하자, 아그네스는 내 손을 낚아채 자신의 가슴으로 끌고 와 꼭 끌어안아줬다.

무척이나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 얼굴을 바라보자, 조금 얼굴이 빨개진 아그네스가 애처롭게 나를 바라봤다.

“제발, 전생처럼, 그리고 그 전생처럼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 말아줘요. 옆에서 보기에 얼마나 위태로워 보이는지 알아요?”

“아그네스...”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너희가 보던 내 모습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저 눈을 보고, 나는 차마 말을 이를 수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아그네스가, 내게 입을 맞췄다. 복숭아 향기가 났다.

입술을 떼자, 마치 자신의 눈동자처럼 빨갛게 물든 얼굴로 아그네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은...제가 아르틴의 사랑을 채워주고 싶어요.”

문뜩, 나와 아그네스가 유난히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전까지 전력을 다해 싸우던 내 몸은 아직도 흥분상태였고, 타이트한 레슬링복 위로 그 흥분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그네스는 천천히 내 남근을 쓰다듬으며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 저번 이후에 샤오메이가 빌려준 책으로 공부 했어요. 이, 입으로도 남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법을요.”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

“츄윱...츄우웁...”

야한 소리가 대련실 안을 울려 퍼졌다.

의자에 앉아있는 아르틴과, 그런 아르틴을 위해, 정성껏 자지를 어루만지며 책에서 본 내용을 어색하게 따라하는 아그네스.

“츄우..기분 좋나요? 아르틴?”

“으응, 최고야. 계속 해줘 아그네스...”

아르틴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자, 해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더욱 열심히 자지를 입에 무는 황녀의 모습은 바라보는 남성으로 하여금 배덕적인 욕망마저 일으키고 있었다.

물론, 이 자리에서 그 모습을 보는 남성은 아르틴 혼자였다.

..문제는, 이 자리에 아르틴과 아그네스만이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였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더냐?!’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정신을 차린 유니코르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츄르읍...츄우웁..쪼옥..”

1달 전만 해도, 자신이 인정한 최고로 순결한 여인이었던 황녀가, 아르틴의 더러운 남성을 입에 물고 마치 당근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빨아대는 것이 아닌가.

‘망측하다! 본좌가 옆에 누워있는데, 어떻게 저런 짓을..!’

유니콘은 순결의 종족, 종의 번식조차 성행위가 아니라 두 남녀가 권능을 합쳐 막 태어난 유니콘을 창조하는 것으로 이어나가는 종족이기에, 성에 대한 지식은 갓난아기 수준과 비슷했다.

허나 더러운 것에 분노하고, 타락을 막기 위해 주어진 순결의 권능은, 저것이 참으로 그릇되고 욕망에 가득 찬, 남녀 간의 성행위라는 사실을 느낌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것을..!! 게다가 저기는 오줌이 나오는 곳일 텐데..!!’

실눈을 뜨고 두 사람을 지켜보는 유니코르는, 도저히 아그네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녀간의 사랑은 깨끗하고 고결해야 할 텐데, 누구보다 예의바르며 고결하던 여인이 어떻게 저리도 더러운 것을 입에 물 수 있는 것일까?

유니코르의 생각으로는, 분명 아르틴이 문제였다. 저 녀석이 처녀들을 더럽히고, 고결함과 순결의 가치를 잊고 타락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유니코르는 매 순간 어째서 저런 남자가 자신의 계약자, 그러니까..파트너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니코르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사실은, 아르틴이 자신을 파트너라고 불러줬을 때, 유니코르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기뻤으며, 지금 당장 아르틴이 여인을 더럽히는 모습을 보고 있음에도, 유니콘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방탕한 남성에 대한 증오심조차 들지 않았다.

오히려 유니코르의 다리사이가 조금 촉촉해 지기 시작했지만, 유니코르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시각적인 자극에, 자신의 육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혀, 혀를 저렇게 써가면서, 저런 곳을 손으로 주무르는 것이냐...?!’

꿀꺽. 유니코르는 마른 침을 삼키며, 아르틴과 아그네스의 구강성교를 끝날 때 까지 지켜봤다.

어느 고대의 엘프가 말한 옛 말에 이르기를, 유니콘이 지혜의 열매를 베어 물었다는 말이 있다.

순수한 백색이 누군가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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