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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79화 (79/266)

〈 79화 〉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02

* * *

꿀렁꿀렁──

1시간 전만해도 고요한 상태였던 장미관의 복도는, 이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촉수들에게 잠식당했다.

그 뿐만 아니라 주변의 움직이는 생명체를 모두 휘감은 후 체액을 빨아들이는 기생형 식물이나, 포자로 생명체를 현혹시킨 후 자신의 씨를 임신시키는 버섯형 마수 같은, 릴리트가 자신의 취향대로 정성껏 개량한 생물들로 장미관은 가득 차있었다.

“자, 잠깐! 촉수가 발목에! 살려줘요 선배님!”

“아아아앙! 주, 주글거 가타♡ 누가 도와줘요♡ 흐아앙♡”

그리고 무척이나 당연하게도, 미처 대비하지 못한 평신도나, 그들이 데리고 있던 정신지배로 붙잡혀 있던 노예들 따위는 갑작스럽게 던전으로 변해버린 장미관에 휘말려, 야한 짓을 당하거나 혹은 당하기 직전의 상태.

“누, 누가 도와줘! 나는 남자라고! 아악!”

“사제님! 제발 도와주세요! 사제님! 으아악!”

“왜에, 갑자기 왜에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흐윽, 흐그윽!”

모두가 살려달라고 울부짖지만, 누구도 그들을 구해주지 않았다.

이 사단을 만든 릴리트나, 그녀의 대리인인 상급 몽마 시르카에게 평신도 따위들은 어차피 장난감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며. 아예 제물로 바치기 위해 세뇌시킨 노예들 따위는 장난감 이하의 존재들이다.

북쪽 교단에서 말하던 지옥을 구현한 듯한 모습에, 모두가 절망에 빠져가고 있을 무렵.

서걱──

오직 한 남자만이 미로가 되어버린 장미관을 질주하며, 릴리트가 열심히 준비한 생명체들이 자신을 인지할 수도 없는 속도로 도륙하며 오염된 건물을 정화하고 있었다.

키에에에엑!!

이 유희를 위해 릴리트가 직접 정원에서 옮겨놓은 마수와 마물들이 한 순간에 터져나가자, 남자가 서있던 복도에 남은 것은 생명을 잃고 꿈틀거리는 파편들과, 간신히 지옥에서 구원받은 평신도 둘이었다.

“켈룩! 켈룩, 가. 감사합니다아...!”

“이럴 거라면 엘레나 선배님의 말을 들을걸 그랬어...이젠 전부 싫어...!!”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구해준 구원자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는 두 신도는 자신들이 겪은 지옥을 곱씹으며,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카이엔은 짜증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또 육망성 신도들인가.’

아르틴을 구하기 위해 들어온 직후, 카이엔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장미관 내부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과 열 발자국만 내딛어도 수십 마리의 마물이 달려드는 생태는 악의적인 릴리트의 취향이 물씬 느껴졌다.

허나, 기억 회귀를 겪은 이들의 공통점은 아르틴과 관계된 기억만을 자신의 기억으로 삼는다. 그리고 카이엔과 아르틴은 이런 지옥을 수도 없이 둘이서 해쳐 나온 기억이 있었다.

정령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카이엔은 간단한 마법과 검술만으로 자신을 덮쳐오는 모든 생물들을 베어 넘겼다. 가끔씩 복도에 배치된 문을 열면, 대부분의 방안에서는 방문자를 습격하기 위해 준비된 함정들이 있었지만 전부 파괴시켰다.

하지만 아르틴을 구함에 있어서 카이엔에게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문제는, 함정도 마물도 아닌 구해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비명이었다.

아르틴이 누누이 고구마라고 외쳤듯이, 카이엔은 무감정한 모습과는 별개로 사람의 도움 요청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물론 그 뿐이라면 지금 당장은 아르틴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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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무고한 희생자들을 구하세요.

장미관이 몽마군주 릴리트에 의해 던전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던전화 된 장미관 안에는 릴리트의 마물들에 의해 습격당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중에는 릴리트의 권능에 의해 납치된 무고한 피해자들이 존재합니다.

당신은 용사로써, 그들을 구할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고통 받는 무고한 이들을 구해내고 질서와 정의를 구현하십시오.

퀘스트 완료 보상 : 구출한 인원수에 따라 스탯의 상승, 숙련도의 증가, 모든 인원 구출시 『칭호 : 마왕의 대적자』의 잠금도 3% 개방.

현재까지 구출한 피해자 :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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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에 한숨을 쉬며, 카이엔은 상태창을 종료시켰다. 신도들은 아무리 구해도 피해자를 구출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이엔이 무려 5회차가 되도록 아르틴에게 숨겨온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자신의 진짜 정체와, 자신의 상태창의 존재.

죽어가던 드래곤 로드에게 모든 힘을 건네받음과 동시에 나타난 상태창이 아르틴이 평가하던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강해지던 카이엔의 힘의 원천이었다. 상태창에 나타난 포인트를 투자하고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것만으로도, 카이엔은 언제나 남들의 몇배나 되는 속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물론 이런 편리한 힘에는 패널티가 존재했다. 상태창의 존재를 남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나, 퀘스트의 비중이 과할 정도로 타인을 선의로 돕는 것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듣기로는 아르틴의 상태창은 그런 패널티는 없던 것 같던데...’

심지어 전생의 기억으로는 클레어나 바이올렛, 조르바 같은 주변 인물들은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이 구함으로써 큰 힘을 얻는 퀘스트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상태창은 아르틴에 대해서는 아무런 퀘스트도 주지 않았다. 지금 당장 위험에 처한 아르틴을 구출하라는 메시지가 뜨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태창의 인도와는 별개로, 결국 카이엔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아르틴이였다. 릴리트의 함정에 빠진 아르틴, 그것도. 섹스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하는 방이라니.

‘...최대한 빨리 아르틴을 구해야 하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위치도 알지 못하겠어, 정령을 쓰지 못하니 이런 점이 불편하네.’

옆에서 울면서 찡찡거리는 신도들을 기절 시킨 후, 적당히 함정이 파괴된 방안에 던져놓은 카이엔은 다시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르틴처럼 퀘스트에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카이엔 본인에게는 1분 1초가 너무도 아깝고 귀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르틴이 요즘 그 불여시들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하지만...설마 유니콘인 유니코르와 몸을 섞으려 들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릴리트가 뭔가 악의적인 장치를 해놨다고 한다면...’

서큐버스의 환각 따위는 걱정이 되지 않았다. 전생에도 그런 유혹들을 숯하게 견뎌내고 이번 생까지 동정을 유지한 아르틴이 아니던가, 하지만 만약 섹스를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는다면? 혹은 유니코르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면?

착하고 멋지고 상냥한 아르틴은 분명 자신을 희생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카이엔은 질투에 기반한 조급함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은 이토록 아르틴을 생각하는데, 불여시들에 이어서 이번엔 말이라니. 말이라니!

그 조급한 마음을 마물에게 풀 듯이 철저하게 도륙하며, 카이엔은 혹시나 아르틴일지도 모르는 비명을 찾고, 아르틴이 갇혀있을 지도 모르는 방들의 함정을 돌파하며 어느새 지하 1층으로 내려왔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입장 후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여전히 카이엔은 아르틴을 찾지 못했다.

***

최음가스가 방안을 채우기 시작한지 5분이 지났을까.

이제 방안에는 바람으로 밀어낼 수 없을 정도로 최음가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숨을 쉴 때마다 달콤한 가스가 내 폐부에 가득 차는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훅...우욱...”

온몸에 가득 찬 흥분감과 성욕이 지나치게 강렬해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유니코르로 인한 문제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였다.

“하앗...하으읏...아..아르틴..너무, 너무 괴로워...”

언뜻 보면 최음제에 취해, 애절하게 나를 원하는 유니코르의 모습 같지만, 전신에서 흘리는 식은땀과 고통어린 표정이, 샤오메이 때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해줬다.

애초에 유니콘은 순결의 짐승, 약한 성욕으로도 타락의 징조를 느끼는 종족이, 이토록 강렬한 성욕과 흥분에 취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못 견디고 고통이 되어버리게 된다.

어떻게 알았냐고? 유니코르가 마왕군 때문에 강제로 마기에 잠식되고 있을 때, 이 녀석을 구하겠다고 온갖 서적을 뒤져가면서 유니콘에 대해서 공부했기 때문이다.

“정신 차려 유니코르! 이 악물고 버텨야 해...!”

인벤토리에서 해독제나 방독면까지 꺼내서 써봤지만, 마왕군 간부의 권능을 고작 방독면 따위로 막을 수 없었다.

어느새 푹 젖은 유니코르이 새하얀 원피스 위로 커다란 가슴과 매끄러운 복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허벅지를 계속해서 문지르는 것은, 아마 견딜 수 없는 성욕을 억지로라도 억누르고 있는 걸 테지.

잘난 듯이 연금술로 뭐든 하겠다고 말한 내가, 지금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을 때, 유니코르가 땀에 젖은 손으로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아...아르틴, 본좌에게 부탁이 있다...”

“부탁이라니..갑자기 무슨 부탁...?”

난데없이 부탁이라니, 내 고통어린 얼굴에 얼떨떨한 표정이 섞이자, 유니코르는 무언가 결심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본좌를, 나를...네 여인으로써 취해주길 바란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유니콘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내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격한 숨결에 몰려온 최음 가스에 나는 무심코 기칠을 격하게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유니코르가 깍지를 낀 내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다 대며, 고통으로 가득한 얼굴로 희미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 나도 알고 있다..이유는 모르지만, 아르틴이 여기사를 급하게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그리고, 괴로운 데도 나 때문에 눈에 핏줄이 서도록 참고 있다는 사실을...”

“....”

“나는, 나는 쓸모가 없어서 이미 한번 버려진 몸이다. 그러니, 그대에게 만큼은 짐이 되고 싶지 않구나...그러니, 부디 나를 품어 주거라..”

...

어쩌면, 이 이상으로 최음가스에 유니코르를 노출 시키면 유니코르의 생명이 위태로울 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유니코르를 취하는 것은 정당한 의료행위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이 방을 탈출해 서큐버스의 의식도 막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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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당신의 유니콘을 구해내세요!

당신의 유니콘이 릴리트의 함정에 의해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당신이 여자로 만들어 주는 것 뿐!

유니콘의 목숨을 구하고, 사악한 마왕군의 간부와 맞서 싸우세요!

퀘스트 완료 조건 : 유니콘 유니코르와의 성행위

퀘스트 완료 보상 : 마기 해금, 유니콘 유니코르의 바이콘화. 방에서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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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마음을 자극하듯, 마침 눈앞에 떠오르는 퀘스트창은 참으로 절묘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버리지 말아달라는 말이, 내 가슴에 깊게 박혀서 일까. 짐이 되면 버려진다니, 그럼 내가 고아로 태어난 것은 내가 부모에게 짐이라서, 버려져도 된다는 말 같잖아.

유니코르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물론 매우 귀찮고, 가끔 열 받게 하고, 한번 씩 된통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유니코르 역시, 내게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나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그래서 유니코르를 여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아, 나는 유니코르가 종족이 다른 친구임을 너머, 대등한 인격체로 알아갈수록, 그녀의 매력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르틴...?”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가 유니코르를 가볍게 품에 안으니, 유니코르의 부드러운 탄력진 속살이 얇은 원피스 너머로 느껴진다. 이미 생도복 바지위로 터질 듯이 커진 내 남근은 이미 애액이 흐르는 유니코르의 허벅지에 맞닿아 비벼지고 있었다.

“아르..흐읍...후음...”

얼굴이 새빨개진 유니코르는, 나를 차마 거부하지 않고 대신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전에 한 번도 본적 없던 고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거부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어, 서로의 뜨거운 숨결을 뒤섞기 시작했다.

러브호텔 방에 퍼진 최음가스 보다도 강렬한 서로의 숨결이, 너와 유니코르를 더욱 흥분시키며, 새하얀 유니코르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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