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바이올렛과 계약의 악마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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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익...이게 뭐야?!”
장미관에 진입한 바이올렛은, 눈을 가리는 핑크빛 안개가 천천히 사라지자 눈앞에 펼쳐진 마물들의 시체가 널브러진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이는 카이엔이 아르틴을 구하기 위해 전력으로 마물들을 도살하고 지나간 흔적이었지만, 그런 사정을 알 턱이 없는 바이올렛으로써는 손발이 오들오들 떨리는 잔인하고도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후..후욱...안 돼 바이올렛, 아르틴에게 도움이 되기로 했잖아!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돼!”
그 광경에 눈을 질끈 감고 싶었으나, 바이올렛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자신이 머뭇거렸을 때 벌어졌던 끔찍한 악몽이 떠오르자 바이올렛의 육체는 공포에 질렸으나, 역으로 정신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그때와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샤오메이 대신 스스로 나서기를 자처하지 않았는가. 떠올리기 싫었던 과거를 되새기며 바이올렛은 있는 힘껏 마음을 다잡았다.
“...알‘미라즈! 나와서 나를 도와줘!”
바이올렛이 지팡이에 마나를 흘리자, 이제까지 직접 그려야 했던 소환의 마법진이 자동으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놀라운 지팡이의 마법 보조 성능에 바이올렛이 작게 감탄하는 사이, 마법진의 중앙에서 황금빛이 주변을 향해 퍼져나갔다.
잠시 후 마나의 발현으로 인한 빛이 줄어들자, 마법진의 한가운데에는 오후에 보았던 술탄왕국의 무희와 같은 하늘거리는 복장을 한 노란 머리의 인간의 형상을 한 알‘미라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햣?! 갑자기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바이올렛양? 게다가 왜 이 모습이죠?”
“그, 그게. 이 건물 안은 지금 매우 위험한 던전이거든. 토끼인 모습보단 인간의 모습이 더 나을 것 같아서.”
평상시의 뿔 달린 토끼의 모습이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소환 된 탓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알‘미라즈에게 바이올렛은 차마 자신이 겁을 먹었는데 토끼의 모습은 전혀 믿음직하지 않아서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확실히...이 건물을 감싼 기운, 같잖은 마족 녀석들의 기운과는 사뭇 다르군요. 이렇게 희미한 힘인데도 메피스토펠레스님의 열두 권속과 맞먹는 존재감이라니..”
다행히 릴리트의 기운을 읽은 알‘미라즈는 바이올렛의 주장을 납득한 것인지 반론을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이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되겠습니까?”
“아, 아니! 안에 붙잡힌 인질들도 많고...우선 이 던전에 먼저 진입했다가 붙잡힌 아르틴과 카이엔을 구해야 할 것 같아..!”
알‘미라즈의 손끝에서 막대한 마력이 피어오르자, 바이올렛은 다급한 표정으로 알’미라즈를 말리며 우선시해야 할 목적을 설명했다. 사실 오늘 낮에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로 건물을 날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르틴...네, 네엣? 설마 그 아르틴 루드비히님께서 붙잡히셨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알‘미라즈는 바이올렛의 떨떠름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위대한 지옥의 지배자, 메피스토펠레스의 친구가 마족의 손에 붙잡혔다니, 전 지옥이 뒤집힐만한 대사건이 분명했으니까.
“우리도 자세히는 몰라,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라는 이상한 함정에 빠졌다는 것 외에는...중요한 건, 몽마군주 릴리트의 간악한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이야.”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라니? 생전 처음 듣는 해괴망측한 함정의 이름에 알‘미라즈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이 일을 메피스토님이 아시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것은 더더욱 두려워졌다.
내가 구해야만 한다. 인간계와 계약자, 위대한 군주님과 자신의 핑크빛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런 생각이 미치자 알‘미라즈는 격렬하게 의욕이 샘솟기 시작했다.
“바, 바로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 모든 힘을 다해서라도 꼭 아르틴님을 구해내도록 하겠습니다!”
“으, 응? 고마워..?”
그렇게 두 여인은 의기투합했다. 물론 각자의 속내는 조금씩 달랐지만, 아르틴을 구한다는 공동의 목표 하나로 장미관의 내부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
“촉수에, 사람을 범하는 식물에, 사람을 능욕하는 짐승이라니, 릴리트라는 자는 몽마라는 이름답게 매우 추잡한 취향을 가진 존재인 것 같습니다.”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마물들의 시체들을 보며, 알‘미라즈는 역겨운 마족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애초에 마족이란 녀석들은 1차 대전쟁 시절 지옥에서 인간계로 도망친 변변찮은 존재들! 2차 대전쟁에서도 승리한 저희 지옥의 악마들에 비하면 별 볼 일 없습니다! 저만 믿으시지요!”
“저기, 그래도 앞은 봐가면서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괜찮습니다! 지금 기웃거리는 것들도 죽다 살아난 벌레들밖에 없지 않습니까!”
알‘미라즈가 가벼운 점프로 뛰어올라 꿈틀거리는 촉수를 짓이겨 죽이며, 피투성이의 복도를 손으로 가리켰다.
확실히 그 말처럼 1층의 복도는 아르틴이나 카이엔이 한바탕 휘젓고 간 것인지 대부분 마물의 시체뿐이었으며, 간간히 보이는 기절한 채 쓰러져있는 이교도로 보이는 사람이나 간신히 살아 있던 마물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숨어있는 함정이나 마물이 있을지도 모르고..”
“우햣! 그렇게 걱정이 되신다면, 악마와 내기를 하지 않겠습니까?”
“..악마랑 내기?”
“예! 그렇습니다! 제가 아르틴님을 구할 때 까지 바이올렛 양께서 안전하시다면, 제 소원을 하나 들어주시는 겁니다! 만약 제가 진다면, 그때는 이 팔찌를 바이올렛 양에게 드리지요!”
알‘미라즈는 마치 당연히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듯, 자신의 양 손목에 반짝이는 팔찌 중 하나를 내보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데..?”
“이건 저희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오는 귀중한 가보입니다! 가치는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 어떻습니까. 악마의 유희를 즐겨보시...”
알‘미라즈가 바이올렛에게 유희를 제안하며 앞도 제대로 보지 않고 뒤로 걷고 있던 그 순간.
꿀렁! 꿀렁!
카이엔의 칼날이 닿지 않았던 어느 복도의 구석에서 기어온 촉수 괴물이, 알‘미라즈가 떠드는 소리를 듣고는 사냥감을 덮치기 위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촤아악!!
“흐아아악?! 갑자기 이런 촉수가 어디서!?”
“아, 알‘미라즈!!”
바이올렛을 완벽히 지켜내겠다고 자신하던 알‘미라즈는 촉수에 의해 사지가 결박당하며 촉촉한 점액질의 체액이 온몸에 묻기 시작했다. 그 기분 나쁜 촉감에 알’미라즈는 당장 빠져나오기 위해 마력을 끌어 올렸지만..
“이, 이게 이상합니다! 갑자기 사지에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는 다니요!?”
알‘미라즈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힘을 내지 못해서,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점점 촉수에 온몸이 조여와 능욕계 히로인이 되기 일보직전의 상황.
“도와줄게 알‘미라즈!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어...!”
“자, 잠시만요! 마법은 무리 아니었습니까! 제가 휘말려 버릴지도 모른다고요!”
바이올렛이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낮에 겪었던 치욕을 떠올린 알‘미라즈는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이 수십년간 지켜온 순결이 촉수에 의해 능욕당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낮에 마법이 실패한 탓에 아무리 인간이라도 남자에게 처음으로 살갗을 보이지 않았던가.
만약 촉수에 묶인 상태에서 마법이 실패한다면? 알‘미라즈는 그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 상상도 하기 싫었다.
“걱정 하지 마, 지금의 나에게는 아르틴이 만들어 준 이 지팡이가 있으니까!”
하지만 바이올렛에게는 나름의 자신이 있었다. 아르틴이 만들어 준, 드래곤 하트가 들어간 이 강력한 지팡이는 소환마법도 단번에 할 수 있도록 보조해줬다.
알‘미라즈의 강대한 마력에 이런 지팡이를 사용한다면, 3회차의 전성기를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위대한 보라색을 부여받은 퍼플크로우라는 이름에 걸맞는 마녀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바이올렛은 지팡이를 들어 올려 촉수를 향해 겨누며, 우렁차게 자신의 적을 불태우는 공격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황황하게 타올라라! 마르코시아스Marchosias─!!”
바이올렛의 외침과 동시에, 알‘미라즈의 마력을 매개체로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한 지팡이가 빛을 뿜기 시작했다.
“...어? 어라?!”
그런데, 그 빛이 너무나도 밝았다. 바이올렛이 예상한 것을 아득하게 뛰어넘을 정도로.
“바, 바이올렛 양?! 잠깐만 기다리세──”
***
섹스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서 간신히 탈출한 나와 유니코르는 꽤나 분위기가 좋은 상태였다.
“제국검술─거인 베기!!”
“본좌와 반려자의 적은 무로 돌아갈 지어다!”
마나를 어느 정도 회복한 내가 직접 만든 애검을 휘두를 때 마다, 지하 2층의 마물들의 사지가 정육점의 고기처럼 토막을 내듯이 잘려나간다. 물론 중급 마물이 신체의 일부를 잃는 정도로 쓰러질 만한 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뒤이어서 쇄도하는 유니코르의 마기를 응축한 마탄에, 중급 마물들이 광역기를 맞은 것 마냥 우수수 죽어나가는 모습은 장광에 가까웠다.
‘아니, 이거 정말로 나 쓸모없는 거 아닌가..?’
중급 마물이 만만한 존재는 아니다. 트롤이나 오우거로 대표하는 중급 마물들은, 단 한 기만으로도 전장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존재다. 2회차의 나도 3년차가 돼서야 겨우 1:1로 상대할 수 있었고, 지금도 3기 이상 동시에 덤벼들면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유니코르가 너무 강해졌다. 마탄 한 번에 상처 입은 중급 마물들을 한 번에 쓸어버리는 모습은 내가 기억하던 유니코르와는 격이 다른 강함, 만약 지금 마리안느 스승님과 1:2로 스파링을 한다면, 승률이 1할에서 5할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봤느냐 아르틴! 본좌가 멋지게 해치우는 모습! 답례로 입술에 입맞춤 한 번이면 충분하다! 나가서 몰아서 받을 테니 준비해 두거라!“
게다가 유니코르가 기억을 되찾은 후, 나에 대한 애정 어필이 심각할 정도로 부담스러워 졌다. 지금 강제로 해야 할 답례만 키스 7번에 머리 쓰다듬기가 20번이 넘어간다.
‘내가 2회차 때 도대체 뭘 했길래 유니코르가 저러는 거야..?!’
혹시 내가 술 먹고 수간이라도 한 게 아닐까 라는 걱정이 들어 곰곰이 생각도 해봤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냥 친구처럼 대한게 전부였는데.
“이대로 가면 지하 3층까지 금방이겠구나, 문제는 그 시온이라는 여자를 어디서 찾을지 인데...”
“아직까지 찾지 못한 걸 보면 지하 3층에 갇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이래서는 안 된다. 무력에서 쓸모없어진 기둥서방 아르틴이라니, 남자란 자고로 자신의 여자를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물리적인 힘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지력이라도 높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자, 여기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
“아르틴.”
“잠시만,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 좀 하고...”
“그보다 어서 자세를 잡아라, 무서울 정도로 강한 존재가 다가오고 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라고 내가 떠올린 순간.
오싹한 감각이 내 척추를 타고 흐르며, 위험한 존재가 다가오는 감각이 나에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와 유니코르가 다급히 자세를 잡자, 복도의 정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의 여인이 우리를 향해 천천히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 드디어 찾았네요. 당신들이 유니콘과 그 계약자 맞으신가요?”
“...이토록 강한 느낌, 네가 바로 몽마군주 릴리트인 것이냐?!”
그 강한 마기와 존재감에 유니코르가 눈앞의 존재를 릴리트로 착각하고 일갈하자, 나는 손을 들어 유니코르를 제지했다.
“아니야, 유니코르, 저건...릴리트가 아니야, 나는 직접 본적이 있으니까.”
“호오, 릴리트님을 직접 알현한 적이 있으시다니? 인간중 그러고도 살아나간 존재는 제 기억에는 없었을 텐데...?”
내 말에 흥미를 보이는 존재는 분명 몽마가 맞으나, 내가 예전에 직접 마주쳤던 릴리트에 비하면 존재감은 한없이 작았다. 하지만 그건 마왕의 권속인 릴리트와의 비교일 뿐.
‘이렇게 강해진 유니코르도 힘과 존재감에서 밀리는 게 눈에 대놓고 보일 정도라니...’
아마 상급 몽마. 그것도 릴리트에게 직접 권능을 부여받은 간부급 몽마가 분명했다.
“제 소개를 하지요, 저는 상급 몽마 시르카. 릴리트님에게 힘을 부여 받은 ‘선택받은 자녀’들 중 하나입니다.”
‘아니 시발, 이제 겨우 한 달 지났는데, 릴리트가 의식에 관여하고 상급 몽마가 적으로 나온다고?’
진짜로 상급 몽마라는 소개를 듣자, 나는 이를 악 물었다.
우리가 앞서 상대한 하급 마물은 평균적으로 중급 마물에 비하면 동네 꼬맹이와 기사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상급 마물과 중급 마물의 격차는 그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차이가 난다.
각자가 전원 마왕군의 군단장, 혹은 간부가 될 만한 몇 안 되는 존재들. 만약 게임으로 친다면 마왕성 인근에서 나오는 90레벨짜리 정예 몬스터가 바로 상급 마물이다.
“후후, 표정이 굳은 것을 보니 둘 다 자기 주제는 파악하고 있나 보군요? 각성도 하지 못한 떨거지와 적당히 강한 바이콘이라니, 릴리트님의 결계를 깨부순 것 치고는 별거 아닌 것 같네요.”
광오하게 웃는 상급 몽마를 보고 나는 보란 듯이 마른침을 삼키고 식은땀을 흘려가며 긴장했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 포기하지는 않았다. 마왕의 군단장까지 각오한 내가 겨우 상급 몽마에 필패한다면 우습지도 않은가.
‘준비한 물건은 많아. 유니코르가 한 단계 격이 상승할 정도로 강해진데다가, 신성력도 빵빵한 지금이라면 상급 몽마 정도는 우리 둘로도 충분해..!’
문제는 시간이었다. 퀘스트의 클리어를 위한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가는데 이렇게 발목을 붙잡히다니, 곤란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지, 유니코르, 준비 됐어?”
“...물론이다 아르틴. 본좌는 그대를 위해서라면 마왕과도 싸울 수 있으니까.”
“든든하네, 10분 안에 처리하고 시온이랑 애들을 찾으러 움직이자.”
“하앗?! 마왕이라고요? 주제도 모르는 필멸자와 타락한 신수가! 그 위대한 존재의 명칭을 함부로 입에 담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상급 몽마 시르카가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높이 날아오르자, 우리는 마나와 신성력, 마기를 끌어올리며 전력을 다할 자세를 취했다.
“릴리트님의 권능 까지는 필요도 없습니다! 저 상급 몽마 시르카의 권능으로 단번에...”
시르카가 두려울 정도로 짙은 마기가 담긴 구체를 자신의 손아귀 위에 만들기 시작함과 동시에, 천장에서 강렬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기...! 아니, 조금 다른...!? 위험해 유니코르!”
“이건, 마력 아닌가? 설마 상급 몽마가 마력까지 다루다니! 조심해라 아르틴!”
그 강렬한 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 나와 유니코르가 서로를 지키려고 움직이는 순간.
콰아아앙──!!!!
“꺄아아아아아악!!!”
강렬한 마력의 기둥이 상급 몽마 시르카의 반신을 덮치더니, 이내 시르카의 반신을 불태우기 시작하자 바닥을 구르며 타오르는 불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닌가.
“...어라?”
막대한 공격이 올 것을 예상하고 성법으로 방어막을 펼치던 나는, 이 갑작스러운 전개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저 빛의 기둥은 우리를 향하는 것이 아니었나?
“아르틴 지금이다!!!”
그때 유니코르가 바닥을 뒹구는 시르카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와, 섹시한 매력이 돋보이던 시르카의 얼굴에다가 사커킥을 후려차서 벽에 쳐박았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일단 상황 파악은 뒤로 미루기로 결심하고 오르콘하일 롱소드를 휘두르며 시르카를 향해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행운을 놓칠 수는 없지!’
드디어 행운이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