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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87화 (87/266)

〈 87화 〉 악마의 사정

* * *

“이런 게 어딨어! 저런 사기 아이템을 들고 오다니! 반칙이잖아요 반칙!!”

쾅! 쾅!

릴리트가 옥좌를 주먹으로 내려치자, 그녀의 궁궐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허나 아무리 내려쳐도 풀리지 않는 분노에 릴리트는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말도 안 되는 마법으로 중요할 때 마다 방해하질 않나! 유니콘은 섹스해서 바이콘까지 만들어놨는데 왜 신성력을 쓰는 건가요!”

카이엔이라는 미청년을 홀리는 것은 쉬웠다.

물론 그 미청년이 어째서인지 마법이나 권능 자체에 저항력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지만, 수많은 영웅을 타락하게 만들거나 좌절시킨 그녀의 눈에는 마음의 빈틈이 보였다. 아니, 따지자면 어지간한 사람보다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장미관 전체에 깔린 분홍색 안개는 자신의 권능으로 만들어 진 것, 릴리트에게는 손을 써서 술잔을 집는 것보다 안개를 다뤄 사람을 홀리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다.

시르카까지 사용해서 미청년을 잠재운 후, 새로 들어온 여인을 본 릴리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었다. 남은 세여인 중 가장 미숙하고 심지가 약한 여인이라니?

­“이건 가지고 놀지 않으면 몽마군주라는 이름이 아깝잖아요! 게다가 마력이 농후한 중급 악마까지♡”­

그래서 일부러 아끼는 촉수를 더 꺼내고, 그녀들을 괴롭힐 함정도 잔뜩 만들어둔 상태였다. 안개는 방향을 잃게 만들 것이고, 그녀가 쓰러지고 나면 렉스턴 꼬맹이가 의식을 진행시켜 체크 메이트. 계획에 문제는 없었다.

저 드래곤 하트가 2개나 박힌 지팡이를 휘두르기 전까지는.

이상할 정도로 마력이 많은 패밀리어의 힘을 수상할 정도로 강력한 지팡이로 휘두르자, 무려 상급 마족인 시르카가 단 2번의 마법과 권능에 그로기 상태가 되지 않았는가.

“이러다가는 제가 매우 아끼는 시르카까지 봉인 당할 것 같고..! 안 되겠어요, 제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릴리트는 자신의 분홍색 수정 구슬을 움켜쥔 후, 자신의 강대한 마기와 권능을 시르카에게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원래는 시르카가 시집을 못 가는 게 확정이 될 때까지 나눠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목표는 두 가지, 시르카를 구해내고 저 같잖은 미숙한 마녀를 탈락시키는 것.

저 유니콘의 계약자나 수인 혼혈, 제국의 황녀도 저 마녀에 비하면 큰 변수가 되지 못하리라.

“두고 봐, 마왕님의 4대 권속의 분노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

우우우웅──!!

“아직 먼 것 이냐 아르틴?! 저러다가 깨어날 까봐 조금 두렵구나!”

“이제 절반까지 봉인했어! 1분, 아니 30초만 더 있으면 저 몽마를 완전히 봉인할 수 있을 것 같아!”

유니코르가 걱정이 된 듯 외쳤지만 봉인의 룬은 순조롭게 몽마 시르카를 빨아들이는 상태, 룬에 의해 힘이 약해진 시르카는 이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비틀며 저항하고 있었다.

‘저 몽마를 잡아서, 바이올렛의 패밀리어로 만들까? 그냥 내가 써도 괜찮을 것 같은데!’

사실 어떻게 쓰더라도 대박이다. 유니콘과의 계약이 초반 치트라면, 상급 마족을 내 수족으로 부릴 수 있는 것은 후반까지도 도움이 되는 엄청난 기연. 그런데 심지어 4대 권속의 간부다?

‘거기에 저 발칙한 복장! 전생에 몽마에 시달린 복수를 할 차례다!’

어떻게 괴롭혀야 몽마를 잘 괴롭혔다고 소문이 날까. 상상 속에서 엉망진창으로 능욕당한 몽마 시르카를 떠올리자 흐뭇한 미소가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좋아, 거의 다 됐─”

[어딜 감히! 내 장난감에 손대게 둘 것 같나요!]

시르카의 형체가 완전히 봉인의 룬에 빨려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릴리트의 강렬한 정신파가 머리를 울리더니, 분홍색 안개가 시르카를 감싸며 봉인의 룬의 권능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아 시발 다 잡았는데! 게임 하자더니 이렇게 비겁해도 되는 거야?!”

[조용히 하세요! 어디서 그런 사기템만 가지고 와놓고 양심 없는 소리를 하는 거죠!]

분홍색 안개의 일부가 룬에 대신 빨려 들어가는 사이, 시르카의 몸에 마기가 샘솟기 시작하더니 공간전이의 술식이 주변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런 시발, 마스터볼로 준비해 올걸!’

물론 시간이 부족해서 더 강력한 봉인의 룬은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조르바 단검 만들 시간에 봉인의 룬이나 강화할 걸이라고 후회했다. 역시 사내자식은 챙기는 게 아니야.

“어딜 도망치려는 것이냐!”

신성력이 바닥나 비틀거리던 유니코르가 놓치지 않기 위해 분홍색 안개를 터트리며 달려 나가 공간전이 마법을 방해하려고 했지만, 릴리트는 시르카를 절대로 뺏기지 않겠다는 듯 천장에서 중급 마물들을 뿌려대며 유니코르의 앞을 막아섰다.

[두고 봐요! 바이콘과 그 계약자! 의식만 완성되면 직접 강림해서 제 노예로 만들어 줄테니!]

“아!!! 씨발 이걸 도망치냐!!!! 진짜 거의 다 잡았는데!!!!!”

내 안타까운 외침과 동시에, 발동된 공간전이의 마법이 시르카를 도주시키자, 봉인할 대상이 사라진 봉인의 룬은 녹색 빛이 꺼지며 작동을 멈췄다.

이래서 초반 간부 이벤트는 말도 안 되는 난이도다. 간신히 그로기 상태로 만들어서 포획하려고 했더니 직접 간섭해서 도주시키는 게 어딨어.

물론 원거리에서 간섭할 수 있는 힘이 한계가 있는 만큼, 여기서 릴리트가 직접 나서게 한 것은 분명 이득이다. 하지만 아까운 건 아깝지. 저 커다란 젖가슴에 얼굴을 부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르틴! 마물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도와 다오!”

“쓰읍, 지금 갈게! 조금만 버텨봐!”

나는 나중에 다시 만나면 봉인하기 위해 룬을 인벤토리에 쑤셔 넣고, 오르콘하일 롱소드를 꺼내 쥐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래도 중급 마물들이 튀어나온 덕에 몽마 괴롭힐 생각에 발기한 걸 유니코르에게 들키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다. 아까 보니까 마족 존나 싫어하던데.

‘아직 시간은 남았으니까. 시온과 히로인 하나..아니 둘 만 더 찾으면 돼!’

나는 억울해서라도 이번 이벤트를 완벽히 클리어 하겠다고 다짐하며, 유니코르를 막아 세운 마물들을 썰어대기 시작했다.

**

세갈래의 빛줄기를 따라가자 발견한 지하로 향하는 계단. 바이올렛과 알‘미라즈는 유례없는 마법의 대성공에 힘입어 자신감 있게 지하 1층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여기가 지하 1층..! 주변을 감도는 마기가 심상치 않아!”

“조심하십시오 바이올렛 양, 어디서 어떤 적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으니 말입니다!”

사실 알‘미라즈는 조심하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전혀 겁먹지 않은 상태였다.

‘드디어 제 강대한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다니! 마왕의 간부가 나타나더라도 바이올렛 양과 함께라면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본래도 근거 없이 넘쳐나던 알‘미라즈의 자신감이 근거를 가지자, 그녀는 이런 마족이 만든 던전이 아니라 마왕성 그 자체라도 돌파할 용기가 샘솟고 있었다.

그때, 마침 눈앞에 나타난 마물의 무리. 1층에서 봤던 마물과는 격이 다른 것으로 보아 마족들이 아껴둔 비장의 패가 분명했다.

“적이 나타났군요! 걱정 마십시오 바이올렛 양! 저 계약의 악마 알‘미라즈에게 부탁한다면, 저 정도 마물쯤은 한번에 해치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미라즈는 자신이 없었다. 저 마물 따위에게 질 자신이. 지금의 자신은 분명 상급 악마와도 견줄 수 있는 강력한 존재임이 틀림없었으니까.

저 날카로운 발톱이나 침이 뚝뚝 흐르는 발톱, 붉게 빛나는 안광의 흉흉한 마물은 손가락만 튕겨도 해치울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자! 어서 빨리 제 이름을 외쳐주세요! 다음 층으로 내려가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무언가 이상했다. 기운차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줘야 할 바이올렛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문뜩 알‘미라즈는 어느 순간부터 바이올렛이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직후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무언가 확실히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바, 바이올렛 양? 눈에 왜 초점이 없는 겁니까?”

“....”

바이올렛은 초점 흐린 눈으로 허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분홍색 안개. 저게 바이올렛 양의 정신을 흐트러트린 것이 틀림없었다. 악마인 자신에게는 영향이 없어 방심하고 있었던 알‘미라즈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바이올렛 양! 정신을 차리세요! 지금 저 마물들이 저를 마치 범하고 잡아먹을 것처럼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바이올렛의 변화를 눈치 챈 것인지, 마물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신과 바이올렛을 포위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알‘미라즈는 있는 힘껏 마력을 뿜어내며 겁을 주려고 했지만, 압도적인 마력량에도 마물들은 겁먹지 않고 자신을 음흉하게 훑어보며 비릿하게 웃기 시작했다.

‘도, 돌아가야 해...! 위대한 계약의 악마의 핏줄인 내가 여기서 저런 저급한 마물들에게 범해질 수는!!’

알‘미라즈는 황급히 지옥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력을 일으켰지만, 다급한 알’미라즈의 눈앞에 한 줄의 문구가 떠오를 뿐, 역소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갑’은 ‘을’이 소환할 경우, ‘갑’의 마력을 소환에 사용한 ‘을’의 마나의 50배에 이르도록 소모하거나 역소환을 허가받지 않는 이상, 지옥에 돌아올 수 없다.』

‘씨바아아아알!!!!’

도망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알‘미라즈는 자신이 좆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이올렛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전력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정신차리세요 바이올렛 양! 우리 이러다가 저런 마물들에게 범해진다고요!”

자신의 첫 경험 상대가 유인원 같은 모습의 트롤이라니! 알‘미라즈는 그런 끔찍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알‘미라즈의 안타까운 외침에도, 바이올렛은 깨어나지 못했다. 지하 1층에 내려온 직후부터 릴리트의 권능에 무방비에 가깝게 노출된 탓에, 그녀는 이미 자신이 절대 보고 싶지 않던 과거의 기억에 갇혀 있었다.

현 상태의 바이올렛은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저 멀리 마왕성에서 이 광경을 구경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릴리트가 조종하는 꼭두각시.

[자~이번 마녀와 패밀리어는 여기서 탈락♡ 탈락자들은 달트롤과의 농밀한 윤간이 준비되어 있어요♡ 각오 단단히 해두세요?]

“크라아아악!!!”

“흐냐아앗!! 메피스토님 살려주세요오오!!!”

달트롤들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알‘미라즈는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아 자신의 군주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아마 알’미라즈가 생각하기에 가장 강한 존재를 떠올린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악마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오직 신이 인간에게만 허가한 축복이니까.

[역시 변변찮은 반푼이 마녀구나.]

악마에게는, 오직 인과만이 존재할 뿐.

[그렇지만 더럽혀지게 둘 수는 없지. 이런 반푼이라도 아르틴이 아끼는 여인이니 말야.]

[뭐, 뭐야?! 지금 내 던전에 누가 간섭하고 있는 거야!?]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여인의 목소리에, 릴리트는 달트롤들을 황급히 뒤로 물려야만 했다.

자신의 결계와 권능을 비집고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제약들을 마치 무시하며 공간을 장악하는 마력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메...메피스토님...?”

알‘미라즈는 그 목소리가 자신의 군주 메피스토펠레스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눈앞에 아까와는 다른 문구가 떠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갑’은 ‘을’이 필요로 하며 위급한 상황일 경우, ‘갑’의 보증악마를 내세워서라도 업무를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계약서에 적혀있던 문구, 하지만 여전히 알‘미라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업무를 이행하다니? 메피스토님이 자신에게 강력한 권능이라도 선물해준다는 것 인가?

[이리도 빨리 간섭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르틴을 위해서라면 짐이 직접 나설 수밖에.]

메피스토의 방식은 그것보다 좀 더 직관적이었다. 릴리트가 가지고 놀다 버린 꼭두각시의 조종간을 그녀의 손에 쥐었던 것이다.

[자, 잠깐! 지금 뭐하려는 거야! 그건 게임 룰 위반이라고!!!]

누구보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 릴리트가 바이올렛의 전신을 찢어발기기 위해 달트롤을 움직였다. 릴리트에게는 지금 저것을 죽이지 않으면 이 의식이 실패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큰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푸아악!

그리고 그 순간, 지금까지 초점을 잃고 멍하니 서있던 바이올렛이 손짓하자, 달트롤들의 머리가 동시에 터져나가며 릴리트의 제어에서 벗어났다.

[꺄아아아악!! 이건 반칙이라고!!! 안 돼! 여긴 내 공간이야! 내가 만든 내 던ㅈ...]

─쨍그랑!!!

바이올렛이 다시 한 번 손짓하자 공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주변을 가득 채웠던 분홍색 안개가 릴리트의 단말마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이후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직 알‘미라즈만이 당황한 눈빛으로 바이올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급 악마보다도 강한 존재의 권능을 이리도 쉽게 깨부수다니?

“...저, 정신을 차렸군요! 바이올렛 양! 메피스토님이 정신을 차리게 하신 겁니까?”

알‘미라즈가 말을 더듬으며 묻자, 바이올렛의 고개가 알’미라즈를 향해 돌아갔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돌아왔지만, 그 눈빛은 자신이 알던 바이올렛의 시선이 아니었다.

‘바, 바이올렛 양의 시선이 아니야. 저건, 설마..!’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절대자와도 같은 눈빛. 자신을 언제나 옥좌에서 내려다보던 대악마의 시선. 문뜩 늘 분홍색이던 바이올렛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눈동자처럼 보라색으로 물든 것을 알‘미라즈는 눈치챘다.

“...메, 메피스토님? 혹시 메피스토펠레스님 이십니까...?”

“그래, 잠시 짐이 이 몸을 빌렸느니라. 자신의 정신에 갇힌 반푼이를 깨우는 것 보다 이쪽이 더 확실하니 말이다.”

바이올렛, 아니 바이올렛의 몸을 뒤집어 쓴 대악마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의 인간계는 여전히 불쾌하고, 누추하구나. 이토록 미약한 육체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니.”

“어, 어찌 직접 여인의 몸을 빌려 강림하셨습니까! 제 모자람에 군주님을 움직이게 하여 죄송할 따름입니다!!”

“후후, 너무 겁먹지 말거라 짐의 토끼야. 인간계에 직접 내려온 것은, 다른 용무가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다른 용무라니? 지옥의 위대한 여군주가 인간계에 용무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알‘미라즈는 이 상황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요...용무라면..?”

“너의 시선으로 구경을 하고 있자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더구나.”

메피스토가 오랜 나태를 이겨내고, 권능과 마력까지 사용해가며 강림한 목적은 단 하나였다.

“아르틴을 짐이 직접 만나고 싶어서, 어찌나 이 심장이 두근거리던지. 이런 기분은 난생처음이구나.”

“...네?”

알‘미라즈는 그것이 아주 재미없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위대한 지옥의 여군주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기다리거라 아르틴, 곧 만나러 갈 테니.”

**

중급마물과 격전을 벌이고 있던 아르틴은 어째서인지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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