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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99화 (99/266)

〈 99화 〉 vs몽마군주 릴리트 #完

* * *

────!!!

시르카의 육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릴리트가 지른 비명이 아니었기에, 릴리트는 더더욱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주 약간이나마 존재했던 몽마 시르카라는 존재성을 봉인의 룬에 전부 빼앗기자, 사람의 피와 살점, 그리고 릴리트의 권능으로 새롭게 빚어낸 시르카의 육체가 견디지 못했다.

‘이래서는 몽마가 아니라 정말로 시체골렘이 돼 버렸잖아요...!?’

이제 이 육체에 지성은 깃들어 있지 않았다. 만약 이 육체를 만든 게 리치나 망령왕이었다면 좀 더 완성도를 높여 지성도 부여했을지도 모르나, 애초에 릴리트는 강령술에 능한 존재가 아니었다.

문제는, 지성을 잃은 시르카의 육체가 저들을 상대로 의식이 실행되기 전 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인가? 릴리트는 회의적이었다.

‘다른 것보다, 저 지팡이랑 카이엔이라는 녀석이 너무 거슬려..!!’

마나의 양으로 봐서는 고작해야 3써클이 고작인 마법사 녀석이, 어째서 저렇게 수상할 정도로 마법에 능숙한 것인지, 거기에 저 카이엔이라는 녀석은 경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강함까지 갖춰져 있는 상태였다.

결국 자신이 몽마도 아니게 된 고기덩어리 육체에 계속 깃든 상태로 싸워야 한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릴리트는 빠득 이를 갈았다.

‘최악이야, 최악..!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군단장에게 떠넘겼을 텐데!!’

사실 이 의식에 소환돼야 했던 것은 군단장인 망령왕 알카루스 3세였다. 본래 강령술의 천재인 렉스턴과의 궁합도 발군이었을 테지만, 릴리트는 소환의식을 가로채 장미관에 강림했다.

이유? 재미있어 보였으니까. 복수를 갈구하는 동정 금발 미남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일을 칙칙한 반유령 따위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밤이 되기 전까지는 꽤나 즐거웠었다.

...그래서 지금은? 릴리트는 무려 본신의 1할에 가까운 힘을 낭비한 상태였다. 대륙 정반대편에 간섭하느라 힘의 누수도 심했으며, 자신의 마물들을 장미관에 풀어놓느라 막대한 힘을 소비했다.

초월적인 존재들의 힘은 너무나도 막강해, 자연적인 회복으로 소모한 힘을 회복하려면 아득한 시간이 걸린다. 그런 와중에 1할의 힘을 회복하려면, 수천명의 남자의 정기를 빨아도 회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진짜로 의식을 성공시키지 못 하면, 손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네요.’

생각지도 못한 나쁜 일이 겹쳐,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지자. 릴리트는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녀도 리치 하몬과 같은 마왕군 초창기의 원년 간부다. 당연히 이런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한 존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청년과 유니콘의 계약자가 시르카의 육체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후후, 어쩔 수 없네. 이 장난감은 여기까지 인 걸로.”

어차피 포기하려고 한 장난감, 이 자리에서 완전히 망가지게 만들자. 릴리트는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주변에 있던 마물들의 시체를 시르카의 몸에 흡수시키기 시작했다.

**

“뭐야, 갑자기 왜 팀킬을 하고 있어?”

시르카를 완전히 포획한 직후, 릴리트의 반응이 이상했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이상할 정도로 움직임이 둔해진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기회인가 싶어, 카이엔과 합을 맞춰서 맹공을 가하자, 릴리트가 주변의 마물들의 시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해를 회복하려나 했는데, 멀쩡히 살아있는 마물까지 쳐죽이는 게 아닌가.

“드디어 정신이 나갔나? 아니면 흔적을 없애려고 그러나?”

그때, 최전위로 릴리트를 상대하던 카이엔이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뭐지? 싶어서 카이엔을 바라보자, 카이엔이 나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파트너! 당장 시체 폭발 마법을 사용해!”

“시체 폭발? 갑자기 왜?”

“망령왕하고 싸울 때를 떠올려! 저건 최악의 징조야!”

망령왕? 그 시체박이 녀석이 왜 나와? 하고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좋지 않은 것을 떠올리고 말았다.

이 상황은 확실히 2회차 시절 망령왕하고 벌였던 2번째 전투와 비슷했다. 녀석의 죽음의 기사가 죽기 직전에도 시체를 흡수했었고...그리고...

“아 씨발! 좆됐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나는 다급하게 시체 폭발 마법을 영창해, 남아있는 시체들을 빠르게 겨누었다.

퍼어어억──!!

“하하하! 알아차리는 게 늦었네요~♡ 이미 잔뜩 먹어치웠답니다!”

화려하게 마물들의 살점과 피가 폭발과 함께 마나로 불타올랐지만, 이미 수십구의 시체를 흡수한 듯한 시르카의 육체, 아니, 시체 덩어리 골렘은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저도 궁금하네요♡ 중급 마물을 40마리나 집어 삼킨 상급 마족의 합성수는 얼마나 강할까요?”

촤악! 시체 골렘의 등 뒤로 칼날이 달린 촉수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몽마의 육체는 두꺼운 피부와 비늘로 뒤덮여, 시체 골렘은 서큐버스라기 보다는 괴수 영화에 나오는 파충류 괴수처럼 생긴 모습이 되었다.

오직 대가리만이 시르카의 얼굴 그대로였는데, 그나마도 아가리를 벌리자 피라냐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송송 나있는 모습이 존나 보기 흉측했다.

“노처녀 서큐버스의 모습이! 자신을 조종하던 마족의 본모습으로 변했도다!”

[진짜 당신만큼은 이 자리에서 확실히 죽여줄게요!]

마족 눈을 번뜩이며 포효하는 시체 괴수가 카이엔을 덮쳤다. 카이엔은 다급하게 검을 휘둘렀지만, 체급이 달라진 시체 괴수의 위력에 밀어내지 못하고 도리어 공격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유니코르! 어차피 마물들은 다 죽었으니 카이엔을 전력으로 엄호해줘!”

“본좌만 믿거라! 이 정도 괴물은 한방에 날려주마!”

나는 다급하게 유니코르와 카이엔에게 보조마법을 걸었다. 근력과 속도를 위시한 신체능력 전반이 상승하자, 유니코르는 자신감 있게 외치며 시체 괴수의 몸통을 걷어차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말했죠, 당신은 확실하게 죽여주겠다고!]

“꺄아악?! 저거 장식이 아니었느냐?!”

그 순간, 유니코르를 향해 수십 갈래의 칼날 같은 발톱이 달린 촉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유니코르가 다급하게 촉수들을 쳐내기 시작했으나, 그 수가 워낙 많아 카이엔처럼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물론 그 틈을 노려서 후방에 있던 나와 알‘미라즈가 각양색색의 공격 마법을 연사해주자, 시체 괴수가 마법의 위력에 머뭇거리는 사이, 카이엔이 유니코르를 엄호해 칼날 촉수들을 베어넘기기 시작했다.

푸아악! 더러운 피가 벽을 더럽히며, 잘린 촉수의 단면에서 새로운 촉수가 돋아났다. 하지만 시체 괴수로 변한 모습에게도 우리는 착실히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해볼만 해, 아무리 중급 마물을 많이 흡수해도, 리치도 아닌 릴리트가 만든 시체골렘 정도는 이길 수 있어..!’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카이엔이 합류하고 내 검을 들고 싸우자 파티의 안정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금의 내가 뭐든지 가능한 잡캐 서포터라면, 카이엔은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만능 포지션.

카이엔 녀석이 내가 딱히 오더를 내리지 않아도 내가 조율하는 파티의 움직임에 맞춰서 필요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주니, 서포터 역할을 하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편해진다.

거기에 스스로 위험성을 판단하고 내 판단까지 도와주니, 괜히 용사가 아니다. 원래 초반에는 부족한 경험도, 기억 회귀 덕에 보태졌으니 약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진짜, 남자만 아니면 꽉 안아준 다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기특함인데..!’

하늘은 어찌 카이엔을 동성애자로 낳았는가. 내가 참담함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시체 괴수의 움직임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흐응~확실히, 카이엔이라고 했나? 너는 다른 하찮은 필멸자랑 다른 것 같네, 엄청 강하고, 얼굴도 절세가인이고♡]

“...?”

갑자기 시체괴수를 조종하던 릴리트가 갑자기 말을 걸자, 카이엔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참 아쉬워요? 이런 미남이 꿈에서는 얼마나 음란한 욕망을 지녔는지...♡]

“...! 잠깐! 그 이야기는 멈춰라!”

[어머, 비밀이었나요♡ 하지만 그렇잖아요? 여자가 되어서 저기 유니콘의 계약자에게 마구 범해지는 상상이라니...♡]

“...뭐?”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TS? 거기에 내가 널 덮쳐?

방금 카이엔에게 느꼈던 신뢰감이 박살날 것 같아, 내가 카이엔을 바라보자, 카이엔은 다급하게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다 파트너! 내가, 내가 그런 꿈을 꾼 게 아니라, 저 서큐버스가 그런 꿈을 강제로..!”

[어머, 제 권능은 대상의 가장 깊은 마음속에 있는 욕망을 자극하는 거랍니다? 제 권능을 직접 깨부순 사람이 그걸 모를 리가 없잖아요?]

카이엔이 강하게 부정했지만, 릴리트의 패턴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확실히 릴리트의 말이 그럴 듯 했다. 차라리 거짓이라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릴리트가 강제로 보여줬다고? 그럴 리가.

“...카이엔? 이게 무슨 소리냐? 본좌의 반려에게 그런 더러운 흑심을 품고 있었던 거냐?”

“TS라니, 취향도 참. 스승님이 멋진 건 사실이지만..그래도...”

유니코르와 알‘미라즈까지 한 마디를 보태자, 카이엔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설마, 정말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던 이유가, 단순히 나한테 호감이 있는 게 아니라...범해지고 싶었다고?

“아니야 파트너! 지금은, 지금은 말하기 힘들지만, 그런 음습한 것이 아니라..!”

[빈틈이 너무 크잖아? 질투해 버린다고♡]

카이엔이 나에게 다급하게 변명하며 무언갈 말하려던 찰나, 시체 괴수의 촉수가 카이엔의 옆구리를 후려쳐 벽에 박아버렸다.

“카이엔! 이 멍청아 앞은 봐야지!”

“어, 어어?! 본좌가 막을 테니 카이엔을 구하거라!”

─의례성법???? : 수호??

나는 다급하게 성법을 펼쳐 카이엔의 목숨을 끊으려는 칼날 촉수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줬다. 하지만 이 순간, 상황이 강력히 좆됐음을 나는 자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카이엔이 빠지면, 파티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유니코르 혼자서는 전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저 간악한 릴리트의 아가리가 우리를 현혹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알‘미라즈! 지팡이 받아! 내가 카이엔 구하고 전위에 서야겠어!”

“냐핫?!”

나는 알‘미라즈에게 지팡이를 던져준 후, 유니코르가 시간을 버는 사이 벽에 박혀 정신을 못 차리는 카이엔을 향해 뛰어 달려갔다.

[어머, 그렇게 쉽게 날로 먹으려 하면 안 돼♡ 무기도 없이 위험하잖아?]

물론 릴리트가 그런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앞발로 유니코르를 붙잡으며, 무기도 들지 않고 맨손으로 튀어나온 나를 향해 촉수를 내뿜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병신처럼 보이냐!”

[꺄악! 이러건 도대체 어디서 꺼내는 거야?!]

펑─!!

나는 인벤토리에서 꺼내 던진 폭발성 물약이 촉수를 불태우는 사이, 손에서 마법으로 마나 소드를 일으켜 나머지 촉수들을 향해 휘둘러 쳐냈다.

‘이 정도로 단단하면, 마나 소드로 베는 건 무리고..!’

우선 나는 벽에서 카이엔을 빼냈다. 카이엔은 방금 당한 공격의 피해가 생각보다 컸는지, 겨우 정신만 차린 채 나를 올려다보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 미안 파트너..그만 나도 모르게 동요해서..”

“조용히 해, 너 몸 하나는 튼튼하니까 일단 재생에만 전념해.”

얼간이 같은 자식, 나는 유니코르의 신성력으로 카이엔의 육체를 가볍게 치료했다. 카이엔 녀석이 이 정도라면 일반 사람이 맞으면 두 동강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이라는 소리인데.

‘이거, 이기기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응급처치가 끝난 녀석을 바닥에 눕힌 후, 나는 오르콘하일 롱소드를 들어 올리며 인벤토리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드래곤의 피, 이건 진짜 아껴두려고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나는 뚜껑을 열고 내 머리부터 전신에 드래곤의 피를 들이 부었다.

[..이 냄새는? 드래곤의 피? 그걸 왜 몸에 뿌리는 거죠 당신?]

“보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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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 아카데미의 붉은 광인

당신의 피가 흐르는 주먹은 아카데미에서 멀리 퍼져 있습니다.

몸에 묻은 피의 질과 양에 따라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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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칭호, 가성비는 존나 최고다. 이번 회차 내내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으니까.

“휴우....”

숨을 들이쉬자, 전신에 끝없는 힘과 마나가 샘솟는 게 느껴진다. 이게 평상시 카이엔의 신체 능력인가? 나도 이런 치트 육체 좀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이쪽도 다시 ㄱ..”

[또 같잖은 짓을 하기 전에 죽여줄게요!]

콰아아앙──!!

내가 폼좀 잡으려는 찰나, 릴리트가 영창한 공격 마법이 내 몸을 강렬하게 후려쳤다.

[자꾸 이상한 짓을 하는 계약자를 살려둘 리가 없죠! 확실히 죽을 마법을 일곱 개나 맞췄으니 확실히 죽었겠네요!]

“아, 아르틴?! 괜찮은가 반려여?!”

“앞에 봐 이 멍청아!!”

뭉게뭉게 피어오른 먼지 구름 사이로, 나는 검을 들고 튀어나가 시체 괴물의 팔을 오러 소드로 깔끔하게 베어 넘겼다. 시체 괴수가 꼴에 생명체라고 고통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악?! 왜? 왜 안 죽는 거야?! 또 이상한 짓을..!!!]

“대사 치는 데 공격하는 상도덕 없는 악당 새끼가,”

드래곤의 가장 큰 특징은 넘쳐흐르는 마나와 마법에 대한 강한 저항력. 사람이면 몰라도 지금의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팔이 잘려나간 시체괴수의 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잔뜩 뒤집어쓰며, 릴리트를 향해 양껏 비웃어 줬다.

“너는 내가 꼭 보지에 전구 넣고 깨줄게.”

[하아..!! 두고 봐요,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ㅇ]

퍼억!!!

릴리트와 적당히 멋지게 대사를 주고받는 그 순간, 시체괴수의 머리가 단말마도 내지 못하고 폭발했다.

“...어?”

퍼어어억!! 콰직!! 우드득!!

[자, 잠깐?! 이게 뭐야? 뭐냐고 이거?!]

갑자기 실시간으로 시체 괴수의 전신이 터져나갔다. 촉수, 팔과 다리, 꼬리에 날개, 재생한 대가리는 다시 한 번 더 터져나갔다. 그것도 모자라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의 손아귀에 짓눌리듯 뭉게진 시체 괴수가, 육편이 되어 산산조각이 나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상급 마족의 육체를, 이렇게 쉽게 박살내는게 어디있..]

릴리트의 정신파는 무척이나 억울한 듯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나마도 전부 외치지 못하고 연결이 끊긴 건지 더 이상 정신파가 들리지 않았다. 주변의 분홍색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지 시발?

“..아르틴? 방금 무엇을 한 것이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유니코르의 질문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미안, 늦잠을 자버렸네, 아르틴.”

“...바이올렛?”

그때, 뒤에서 들려온 바이올렛의 상냥한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그 곳에는, 어느새 침대에서 일어나 알‘미라즈 대신 드래곤 하트 지팡이를 들고 있는 바이올렛이 서있었다. 드래곤 하트는 방금 사용한 마법으로 인해 강렬한 마력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녀왔어, 아르틴.”

바이올렛의 핑크빛 머리카락이 조금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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