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두번째 후일담 알'미라즈 #02
* * *
아르틴은 슬슬 뭐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순진무구한 알‘미라즈의 눈빛에 홀린 탓에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방심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알’미라즈가 자신의 위에 올라탄 자세로 아르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제는, 알‘미라즈가 인간의 모습으로 즐겨 입는 사막술탄국의 무희복은 천의 면적이 매우 작으며, 동시에 실크처럼 부드럽고 얇은 소재였다.
그래서 일까, 자신의 허벅지에 비벼지는 알‘미라즈의 뜨거운 살결이 확실히 느껴졌다. 말랑한 촉감이 자신의 탄탄한 허벅지에 닿을 때 마다 남근이 반응할 것 같았다. 아니, 조금씩 이지만 확실히 반응이 오고 있었다.
‘뭐, 뭐지?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각 아닌가..? 향기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
코를 찌르는 향기, 최음 마법에 정신이 몽롱해진 아르틴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 향기는 알‘미라즈의 어머니가 중요할 때를 위해 선물해 준, 남자를 홀리는 지옥의 향수였다.
그뿐이랴, 알‘미라즈의 과한 노출 탓에 알기 힘들지만, 오늘 알’미라즈가 입은 무희복은 사막술탄국에서도 ‘특별한’ 접대를 할 때 쓰는 옷 이었다.
“햐앙..스승님 품 따뜻해...”
하지만 알‘미라즈는 성급하게 들이대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손길에 계속 노출 된 스승은 이성이 점점 마비되고 원초적인 쾌락의 추구를 원하기 시작할 것이다. 반응이 슬슬 오기 시작하면, 그때 도발해도 늦지 않다.
이는 서큐버스의 함정에 빠져 유니콘과 관계를 가진 것을 들은 알‘미라즈가 생각해낸 책략이었다. 최음 마법에 매료의 향수, 그리고 과한 스킨쉽까지, 전부 영악하게 머리를 굴린 것이다.
“자, 잠깐 알‘미라즈, 나 화장실 좀 다녀오고 싶은데...”
거짓말이다. 아르틴의 허벅지 주변에 부풀어 오른 남근의 반응은 이미 아까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단 한 번도 관계를 맺어본 적 없는 알‘미라즈지만, 지금은 놔줄 타이밍이 아니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당황한 표정을 짓는 아르틴의 목을 놔주지 않겠다는 듯 휘감으며, 알’미라즈는 작게 소근 거렸다.
“화장실에는 뭘 하려고 가는 거야 스승...?”
꿀꺽, 아르틴은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알‘미라즈의 가슴의 질량은 자신이 눈으로 봤던 것보다 상상 이상이었다.
‘애, 애가 이렇게 몸매가 좋았나..?’
아르틴은 당혹스러웠다. 매력적인 여성이라기보다는 옆집 꼬맹이나 여동생처럼 생각하던 알‘미라즈의 육탄공세가 이 정도로 위력적일 줄이야.
하지만 아르틴은 깨달아야 했다. 자신이 이미 여동생처럼 여기던 샤오메이와 불알친구처럼 여기던 유니코르랑도 섹스를 했다는 사실을. 아르틴의 ‘가능’은 자신의 상상보다 범위가 훨씬 넓었던 것이다.
게다가 시간상으로 봤을 때는 아그네스가 입으로 해결해 준지 24시간이 좀 안 됐고, 유니코르랑 섹스를 한지 반나절 밖에 안 지났기에 방심했지만, 아르틴은 그 이후 바이올렛을 구하기 위해 정신세계에서 약 3달에 가까운 시간을 금욕적으로 지냈다.
즉, 육체는 최음 마법으로 발정이 났고, 정신은 3달간 성욕을 억누른 상태. 3달을 같이 지낸 알‘미라즈는 그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스승님, 허벅지에 무언가 단단한 게 닿는데...이게 뭘까?”
“그, 그건...”
아르틴이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순간, 자신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목을 단단히 끌어안은 알‘미라즈의 팔은, 아르틴의 머릿결과 등을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게다가 풍만한 가슴에 짓눌린 가슴은 쇳덩이를 올려둔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미라즈..? 우리, 너무 가까운 것 같지 않아..?”
어느새 조금만 움직여도 입술이 맞닿을 거리, 아르틴은 살짝 고개를 뒤로 뺐지만, 소파는 너무 좁은 공간이었다.
“아, 그러네. 확실히 소파는 너무 좁은 편이지?”
따악!
알‘미라즈가 손가락을 튕기자, 두 사람이 누워있던 소파가 푹신한 침대로 바뀌었다. 물론 그게 아르틴에게 희소식은 아니었다.
“어때? 소파보다 더 편하지 않아?”
“아니, 이건...마치 러브호텔 같은...”
그 순간, 아르틴은 자신이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낯선 알‘미라즈에게서 낯익은 샤오메이의 느낌이 풍겨오고 있었다!
“아, 알‘미라즈? 진정하고? 우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잖아..?”
아르틴은 당장 저 음탕한 암컷에게 수컷의 위대함을 보여주자는 본능의 재촉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단순히 사랑하지 않는 여자랑 하지 않기 위해서? 시온에게 펠라치오를 받을 때, 그런 도덕심은 이미 어느 정도 버린 상태였다.
‘아, 알’미라즈랑 하게 되면, 다른 애들한테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해..?‘
시온처럼 관계를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역마인 알‘미라즈랑 섹스를 하는 관계가 되면, 바이올렛이 알아차리는 것은 일주일도 걸리지 않을 것 이다.
‘참아야 한다. 이번만큼은 참아야 한다. 나는 짐승이 아니고 내 성욕을 지배할 수 있다..!’
아르틴이 눈을 질끈 감으며 속으로 애국가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성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알‘미라즈는 자신의 계획이 쐐기를 박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보니, 스승한테는 말 안했지..?”
“...뭐, 뭐가?”
갑자기 자신에게 알‘미라즈가 말을 걸자, 아르틴은 살짝 눈을 떠 알’미라즈를 바라보았다. 알‘미라즈는 자신의 입을 감싼 베일을 벗으며, 어느새 순진무구한 눈빛 대신 달콤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토끼 악마한테는 발정기가 있다는 거..♡”
발정기, 듣기만 해도 음란한 단어에 아르틴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혼혈수인인 샤오메이도 발정기는 있었지만, 직접 어필을 한 것은 알‘미라즈가 처음이었으니까.
꿀꺽, 다시 한 번 마른침을 삼키는 아르틴의 귓가에, 알‘미라즈가 간질거리는 목소리로 작게, 하지만 확실히 속삭였다.
“그런데 말야...나 스승님 때문에 발정한 것 같아♡”
뚝,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르틴의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는 못 참아!”
“꺄악♡”
그와 동시에 아르틴의 거침없는 몸짓에, 알‘미라즈는 어느새 아르틴의 밑에 깔린 형태가 되자, 알’미라즈는 기대가 섞인 작은 비명을 질렀다.
“벌써 이렇게 가득 적셔놓고, 이 음란한 토끼가..!”
아르틴의 손가락이 아래쪽으로 내려가 음부를 훑자, 발정기라는 말이 사실인 듯 알‘미라즈의 음부는 이미 잔뜩 젖은 상태였다. 그 사실이 아르틴의 자지를 더욱 화나게 하고 있었다.
“이 괘씸할 정도로 커다란 가슴에, 맨날 자지를 잔뜩 화나게 하는 옷이나 입고 말야..!”
“아앙♡ 자지를 화나게 해서 죄송해요♡아앗♡햐앗♡”
찌걱찌걱, 손가락으로 가볍게 질내를 쑤시자, 알‘미라즈의 전신이 민감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조금 애무만 했을 뿐인데도 당장 절정에 다다를 것 같은 반응에, 아르틴은 애무를 멈추고 곧 바로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자지를 바지춤에서 꺼내들었다.
“후아앗...♡ 스승님의 자지 무척이나 커다래서...♡ 이런 거에 박히면 죽어버릴 지도 몰라..♡”
“네가 화나게 한 자지잖아! 손가락에 가버리는 허접 보지로 받아들여!”
로맨틱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강압적인 상황, 하지만 알‘미라즈는 말로만 앙탈을 부리면서 자연스레 아르틴의 허리를 다리로 끌어안았다.
“그래도..스승님은 겁쟁이니까, 진짜로 하진 못할 거 다 아는데♡”
마지막 도발, 알‘미라즈가 작게 웃으며 목을 끌어안자, 아르틴은 속 안에 남아있던 작은 망설임도 사라졌다.
쯔거억♡
“햐아앙?!”
발정기의 육체는, 아르틴의 거대한 자지를 단 번에 받아들이는 데에 성공했지만, 난생 처음 맛보는 쾌락에 알‘미라즈는 그 순간 가볍게 절정에 맞이했다.
하지만 아르틴은 처녀막을 찢는 익숙한 감각을 음미하며, 절정중인 알‘미라즈의 몸을 붙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앗, 흐아앙...♡ 너무, 너무 깊어요 스승님♡”
인간보다 2도에서 3도 정도 더 뜨거우며, 더 강하게 수축하는 질벽의 감각에, 아르틴의 자지는 멈출 생각도 없이 알‘미라즈의 자궁 주변을 귀두로 때리고 있었다.
‘드디어 스승과, 한 몸이 되었어...♡’
자신의 하반신을 가득 채운 자지가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알‘미라즈는 그 고통조차 행복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도 당당히 아르틴 스승님의 여인이 되었다. 군주인 메피스토님에게는 조금 미안한 사실이지만, 새치기를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앙♡ 스승님, 저 이제 갈 것 같아요..♡ 질내에 잔뜩 뿌려주세요...♡”
아르틴과 하나가 됐다는 만족한 얼굴로 알‘미라즈는 달콤하게 사정을 재촉했다. 당장 스승님의 정액을 받아들이고 싶어서, 자신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였으니까.
찌걱찌걱! 삐걱삐걱!
“흐야앗♡?! 스승님♡!? 너무 거칠어엇?!”
“이제 겨우 30초 지났는데, 이만큼 자지를 화나게 해놓고 혼자 절정할 셈이냐!”
하지만, 알‘미라즈가 하나 알아차리지 못 한 사실이 있었다.
토끼는 단 3초만의 섹스로도 절정에 이르는 생물이었지만,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도 지구력이 가장 강한 편에 속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흐야앗♡ 하앙♡?! 쥬글♡ 쥬글거 같아앙♡”
절정에 다다른 알‘미라즈가 정액을 쥐어짜내려는 듯 보지를 강하게 조여 왔지만, 아르틴은 사정은커녕 허리의 박음질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알‘미라즈는 그 후로 수 십번, 아니 수 백번의 절정에 다다를 때 까지, 아르틴을 단 한번도 사정시키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차리기를 반복했다.
*
그리고 알‘미라즈가 눈치 채지 못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유니코르를 잠재우고, 방문에 마법을 걸어 타인이 들어오지 못 하도록 한 것은 확실히 철두철미한 계획이었다.
“....까득! 까드득!!”
하지만 알‘미라즈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4층에 위치한 방을 입구가 아닌 창문으로 드나들려고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도련님...! 어째서 저런 천박한 수인의 보지에 박아대면서 저리도 기쁜 표정을...!!”
아드득빠드득아드득빠드득.
정신을 차린 직후 아르틴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빠져나와 숙소로 달려왔던 시온 이드리스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농밀한 교배섹스에 끝없는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아마 저 영악한 수인이 도련님을 꼬신 게 틀림없어..! 내가 아르틴 도련님을 도와드려야해!’
자신의 왕자님, 자신의 기사님, 2번이나 목숨을 구해준 아르틴 도련님. 그런 도련님을 저런 건방진 가슴만 큰 토끼 수인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
자신은 몸도 마음도 전부 아르틴을 위해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르틴이 무슨 하드한 플레이를 요구하더라도, 이 한 몸 다 바쳐 아르틴 도련님을 만족시키고픈 마음만이 가득했다.
덜컥!
그리고 시온의 간절한 마음에 화답이라도 한 것일까, 잠겨있던 창문들 중 단 하나, 유니코르가 배를 까놓고 자고 있던 침실의 창문만이 부드럽게 스르륵 열렸다.
히죽, 이를 가는 것을 멈춘 시온이 포식자의 웃음을 지었다. 일찍이 아르틴이 평가했듯, 먹이를 찾아낸 뱀과 같은 표정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