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외전 1.아그네스와의 데이트 #03
* * *
얼마나 지났을 까, 나는 아그네스의 입술에서 천천히 입술을 떼어냈다.
나와 아그네스의 입가 사이에, 반짝이는 한줄기의 실이 연결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으읏...아르틴...저어..”
아그네스는 조금 전 키스로 완전히 달아오른 건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애탄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아그네스의 눈에는, 몇 주 전 처음 관계를 가질 때만 해도 없었던 요부의 눈빛이 담겨있다.
내 하렘의 대부분의 여인들이 보여주는 대놓고 유혹하는 색기와는 달랐다.
정숙함과, 수줍음이라는 포장지로 감싸져 있는 이 요염함은 언제 봐도 내 마음 속의 배덕감을 일깨우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도, 생도복에는 노출이 조금도 없었지만 아그네스의 골반과 허리, 가슴이 만들어내는 유려한 곡선은 전혀 감추지 못하지 않는가.
‘...어라?’
아그네스의 몸매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나는, 한 가지 문제점을 깨달았다.
이거, 옷을 어떻게 벗겨야 하는 거지?
‘나야 바지춤을 벗으면 된다고 쳐도, 옷을 전부 벗겨..? 아니, 일단 아그네스의 바지부터..?’
늘 아그네스를 완전히 벗길 수 있는 공간에서 즐겨왔던 나에게, 첫 야외플레이는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모르겠다. 일단 바지부터 천..천히..?’
내가 아그네스의 벨트를 풀고, 바지의 단추를 벗기려는 그 때.
“이렇게 하면..더 편할까요 아르틴?”
아그네스는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더니, 몸을 돌려, 내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이건...후배위?
‘어떻게 이런 좋은 생각을..!’
과연 후배위 자세라면, 나와 아그네스의 바지를 조금씩만 벗겨도 자세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이걸 바로 떠올린 게, 아그네스가 자지를 화나게 하는 천재가 아니라면..
“..혹시 미리 여기까지 생각해 둔 거야?”
야한 소설을 준비했다는 건, 이런 야외 플레이 상황을 예측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 정숙한 아그네스가?
“...바보, 몰라요.”
아그네스는 그런 내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연인이 내게 야외플레이를 조르며,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내민 상황.
발기잇!
나는 그대로 발기해 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참지 않고 바지를 풀자, 리틀 아르틴은 내 마음에 화답하기 위해 잔뜩 성이 나있었다.
“바, 밖에서 남, 남성기를 그렇게 막 꺼내면 어떻게 해요 아르틴!”
아그네스는 내가 대뜸 자지를 꺼내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그런 연기를 하는 거거나.
“아그네스가 너무 야하게 나를 유혹해서 더 이상 참기 힘든 걸!”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야외 플레이를 유혹한 건 아그네스였으니, 나는 그에 전력으로 화답할 뿐.
분위기를 탄 나는 아그네스의 가죽벨트를 풀어서 대충 집어던진 후 생도복 바지를 천천히 벗겨 내렸다.
그러자, 언제 봐도 탐스러운 아그네스의 탄력 있는 엉덩이가, 단정한 옷차림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끈 속옷으로 감싸져 있었다. 거기에 가터벨트 까지.
“가터벨트..?”
“저번에 아르틴이 가터벨트를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마음에 들어요?”
나는 아그네스의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변할 필요가 없었다.
연인이 나를 위해 입은 가터벨트, 검정색 끈 속옷, 그리고 수줍게 마음에 드냐고 묻는 이 상황.
나는 그런 그녀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음부를 향해 천천히 내 입술을 가져다 댔다.
“꺄앗?! 아르틴 거기는 더러운..하앙..♡”
“츄웁, 츄루웁.”
섹스나 애무는 몇 번 했지만, 빨리 흥분하는 여인들의 특성 때문에 나는 단 한 번도 혀로 애무를 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매번 입으로 봉사를 나도 언젠가 입으로 봉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여 혼자 몇 번 상상으로 연습한 적이 있었다.
“흐그읏..아앙..♡ 더러운데에..엣..♡”
그 연습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아그네스의 분홍빛 아름다운 보지를 혀로 핥을 때 마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꺾이며 기뻐하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게다가, 더럽다는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아그네스의 보지에서는 기분 나쁜 더러운 냄새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 좋은 복숭아 같은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다. 그녀가 씻을 때 쓰는 향유의 냄새와 비슷한 향기.
애초에, 언제 어디서나 청결하고 단정함을 강조하며 하루에도 몇 번 씩 씻는 그녀의 몸이 더러울 리가 없었다.
“하으읏?! 그만, 갈 것, 갈 것 같은 데에엣..아르틴..♡”
아그네스는 내 애무로 가기 싫었는지, 혹은 부끄러웠는지 가쁘게 나를 부르며 허리를 들썩였지만, 나는 집요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혀로 애무를 이어나갔다.
“흐아아앙..♡”
이내 아그네스는 허리를 파르르 떨며 가벼운 절정에 도달한 듯 보였다.
그녀의 음부에서 흐르는 애액이 꽤 많아진 것으로 봐서는, 이제 넣어도 아프지 않을 터.
‘다음에는 다른 애들의 보지도 한번 핥아봐야지.’
아그네스에게는 절대 하지 못할 말을 속으로 떠올리며, 나는 쾌감으로 움찔거리는 아그네스의 허리와 골반을 움켜쥐었다.
“아..르티인...?? 저 지금 민감한데에..♡”
“알아, 그래서 더 좋은 거 아니겠어?”
찌거억!
질벽을 단단한 귀두로 긁으며, 단번에 뿌리 끝까지 삽입하자 야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
아그네스는 그런 과격한 삽입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거칠게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처음이라면 아픈 게 아닐까 걱정했겠지만, 내 경험상 이건 아그네스의 몸이 딱 좋게 달아올랐다는 증거.
팡! 팡! 팡!
나는 허리를 부딪히며 천천히 피스톤질을 시작했고, 아그네스는 절정과 쾌락에 정신을 못 차리는 지 허리를 부르르 떨 뿐이었다.
‘자지가 너무 절륜해도 이게 문제네, 다들 자지를 박으면 헐떡이느라 정신을 못 차리니.’
물론 이건 이거대로 좋긴 했다.
발정기의 샤오메이나 스위치가 들어간 시르카는 나도 꽤 각오해야 할 정도로 육식짐승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아그네스는 이런 반응이 귀엽고 수줍어서 좋단 말야.’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도 내가 박기 편하게 허리를 부르르 떨면서도 골반을 들어 올리는 것이 눈에 보인다.
언제나 나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아그네스의 세심한 배려는, 내 의욕에 불을 지피는 윤활유와 같다.
그런 아그네스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최고의 쾌락을 선물해주는 것
나는 피스톤질의 속도를 점점 올리며, 아그네스의 허리를 내 손으로 꽉 잡아 고정시켰다.
“하그읏?! 흐으읏!? 너무, 좋앗♡ 아르틴♡ 미칠 것♡ 같아앗♡”
모두가 선망하는 황녀 아그네스는 이 자리에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연인의 20cm가 넘는 거근에 헐떡이는 암컷 아그네스 뿐.
나는 그런 암컷 아그네스를 위해 조미료를 살짝 첨가해주기로 했다.
“방금, 누가 지나가면서 우릴 본 것 같아.”
“...!!”
역시, 내 예상은 맞았다.
내가 살짝 귀띔하자 아그네스의 조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으니까.
‘역시..아그네스는 그런 취향이었구나.’
저번에 마리안느 훈련실에서 펠라치오를 해줄 때도 그렇고, 단 둘이 즐길 시간에 샤오메이를 불렀던 것도 그렇고.
아그네스는 일반적인 섹스보다 배덕감, 윤리적으로 허락받기 힘든 상황에서의 섹스를 즐기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게 싫냐고? 그럴 리가.
‘오히려 좋아. 이런 배덕감이 최고의 조미료지.’
실제로 누가 지나갔는지는 모른다. 허나 지나가더라도 이 거대한 파라솔의 그늘 탓에 집중하지 않으면 누구인지는 제대로 볼 수 없을 터.
남들에게 정숙한 아그네스가 이 파라솔 밑에서는 그저 음란한 암컷 1로 보인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아그네스를 위해 배덕감 넘치는 상황을 더 많이 만들어줘야 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아그네스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걱정 하지 마, 남들에게 들켜도 내가 꼭 책임질 테니까”
“그으러언..♡ 흐앙..들키면..황녀로써 체면이잇...♡ 안 돼요오오..♡”
입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아그네스는 완전히 흥분 상태에 빠졌는지 이제는 허리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온몸에 감도는 쾌락에 떨고 있었다.
마치 순백의 도화지를 더럽히는 이 배덕감, 나는 더 이상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아그네스의 질 내에 정액을 한가득 뿜어대기 시작했다.
즈륫! 즈류웃!
“흐그으읏...♡ 뜨거워요...♡”
내가 몸을 부르르 떨며 사정하자, 아그네스는 자신의 몸을 채우는 정액의 열기에 만족한 목소리로 감상을 내뱉었다.
“결혼도 안한 외간 여자가, 야외에서 남자의 씨를 받다니..완전 음란한 여자잖아. 안 그래?”
“우우..너무 짓궂어요..음란하다니..츄웁..”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그네스는 자지를 삽입한 상태로 키스를 해오자 거부하지 않고 혀를 섞어왔다.
“츄웁..아그네스...나 아직 더 할 수 있는데...”
나는 1번의 사정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넘쳤다.
하지만 아무리 배덕적인 상황이 좋아도 선을 넘으면 싫어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아그네스에게 키스하며 가볍게 운을 띄워봤다.
“하읏...그치만..이대로 계속 있으면 정말로 들킬지도 모르는데...츄웁♡”
아그네스는 머뭇거리면서도, 내게 계속 키스하며 가쁜 숨결을 내뱉었다.
이건 OK사인이다.
찌걱! 찌걱!
“흐읏..?! 으음...츄웁..우읏..♡”
나는 키스를 계속 하면서 허리를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남은 시간은 5시간, 그 5시간을 전부 야외 섹스 플레이에 써버려도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아그네스는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사랑해요..아르틴..영원히..♡”
대신, 내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일 뿐.
그 날 나는 아그네스에게 총 13번의 사정을 하고 나서야 야외 데이트를 끝낼 수 있었다.
*
“래리, 날씨도 좋은데 소화도 시킬 겸 잔디밭에서 좀 쉴까요?”
“그럴까? 내가 근처에 좋은 장소를 아는데...”
아그네스와 아르틴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한 연인이 두 사람이 머무는 잔디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쪽 잔디밭이 꽃밭도 보이고, 햇볕도 딱 기분좋게 내리거든? 인적도 드물고..”
“어머! 래리도 참! 남자는 다 늑대라더니!”
조르바가 말했던 것처럼, 이곳은 은근히 숨겨진 데이트 명소.
그렇다면 반대로 이 장소를 찾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하물며, 데이트 명소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자신들을 알아본다면 아그네스와 아르틴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추문으로 번질 수도 있을 터.
“잠깐, 거기 두 분 여기를 좀 봐주시겠습니까?”
그렇지만, 아그네스는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어머, 무슨 일이신...가...후웃..”
“저희가 좀 바쁜..데에엑..”
치익!
두 학생 연인에게 다가온 여기사가 향수통을 꺼내 무언가를 뿌리자, 방금 전까지 선명했던 두 연인의 눈빛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자, 두 분은 남쪽 공원의 적당한 벤치에 앉아서 건전한 데이트를 즐기는 겁니다. 알겠죠?”
“벤치에서..데이트...네에...”
“알겠습니다...건전한 데이트으...”
두 연인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자신들이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아마 이 자리에 왔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며, 아티팩트로 얼굴을 바꾼 여기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황녀님의 부탁만 아니었으면 이런 일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시온은 이를 갈며, 자신의 허리춤에서 꺼낸 최면제를 꺼냈다.
“이런 걸 달랑 주고, 8시간 동안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라니..”
아그네스 황녀가 시온에게 준 최면제는 제국 정보부에서 쓰던 약물과 비슷했다.
본래는 중요한 뒷공작에서나 쓰이는 이런 방법을 다시 쓰게 될 줄 몰랐던 시온은 속으로 혀를 찼다.
‘..뭐, 8시간만 고생하면 다음에 도련님에게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게 부탁해본다고 하셨으니까.’
흐흐훗.
시온은 금안을 번뜩이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기가 기도를 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자매님. 절대 나쁜 마음이 있어서 자매님을 외진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니니..”
그때, 수백미터 밖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시온은 모습을 천천히 감췄다.
죄책감은 없었다. 타인은 연애할 때 고생하는 자신이 뭐가 나쁘단 말인가?
그래서 일부러 건전한 데이트만을 하도록 만들기는 했지만, 그게 나쁜 일은 아닐터.
‘기다리세요 도련님, 다음에는 단 둘이 1:1 데이트를..후후...’
─이 날 시온의 손에 기억을 잃은 연인은 총 32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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