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백일몽 #03
* * *
“그래! 그거야! 아르틴을 덮쳐버리렴 카르엔!”
카르엔이 아르틴에게 키스를 하는 그 순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여인이 환호성 지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사르디엘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거 풀어주세요!”
그녀의 옆 자리, 본래라면 환호성을 지르는 여인을 말려야 할 다른 여인은 꽁꽁 묶인 채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조용히 하렴 제타엘! 내가 이 장면을 보려고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렸는지 아니? 자그마치 20년이 넘어!”
“그렇다 해도 이건 문제입니다! 저는 카르엔의 상태창을 관리하고, 이런 상황에 경고 해야 할 의무가 있단 말입니다!”
그 말에, 사르디엘이라는 여자는 4장의 날개를 멋들어지게 펼치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내가 아르틴의 상태창 담당이긴 하지만, 여신님께서 직접 빚어낸 제 5계위의 역품천사거든? 이 정도 판단은 현장의 재량으로 밀어 붙이면 그만이야!”
“저번 장미관 사건 때도 그런 식으로 카르엔을 히로인에 집어넣었다가 여신님께 크게 혼나지 않으셨습니까! 저희가 수여받은 사명을 잊으신 건가요!”
제타엘이라는 여인의 잔소리에, 사르디엘은 웩 하고 혀를 내밀며 지겹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내가 사명을 모르겠니? 내가 여신님께 직접 몇 번이나 들었는데! 아르틴을 인도하세요, 카르엔을 인도하세요~ 정체를 들키지 않게 하세요~ 적절한 퀘스트를 주세요~ 솔직히 지겨운 소리 아니야?”
“가장 중요한, 카르엔이 아르틴과 너무 가까워지게 하지 말라는 명령을 잊으신 건가요!”
그 말에 사르디엘은 흠칫 말을 멈췄다.
이 세계를 창조하신 여신께서 자신에게 직접 명한 명령은 몇 개 되지 않긴 했다. 아르틴의 상태창을 관리하고, 9계위 천사인 제타엘을 인도해라.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명령이고, 사르디엘이 몇 번이고 혼난 명령은 바로 카르엔과 아르틴이 남녀관계를 맺지 못 하도록 감시하라는 명령이었다.
“...내가 뭐가 나빠! 내가 뭐가 잘못됐어! 아르틴에게 배치 받고 20년을 튜토리얼도 못 끝낸 아르틴 때문에 기본 상태창만 띄웠다고!”
하지만 사르디엘은 억울했다.
아르틴이 1회차 당시 튜토리얼을 제대로 끝마치지 않은 탓에, ‘메뉴얼’에 의해 사르디엘은 20년 넘게 아르틴의 모험을 방관만 해야 했다.
“다른 천사들은 악마들과 싸우고! 마왕들을 물리치고! 영웅들을 축복할 때! 나는 저 답답한 녀석이 되도 않는 로맨스로 고구마만 퍼먹이는 걸 강제로 20년이나 넘게 봐야 했다고!”
“그거랑 지금 저를 묶고 직무를 방임하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요!”
“상관있어! 저 마족이나 악마들도 아르틴을 씹고 맛보는데, 우리 카르엔은 왜 맛도 보면 안 돼? 이건 폭력이고 차별이야! 저기 카르엔 행복한 표정을 보라고!”
사르디엘은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카르엔의 영혼에 가득 차오른 행복의 형태가 고스란히 비춰졌다.
“16년 동안 짝사랑만 하던 애가, 드디어 한번 기회를 잡았는데, 야한 짓 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제타엘이 보기에 그 수치는 너무 비정상적이어서 카르엔의 영혼의 순수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치였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사르디엘에게 말하자니, 위대한 중급 천사에는 어울리지 않게 눈에 광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럼..! 아르틴의 상태창을 조종하시면 될 것 아닙니까! 지금 저 행위를 멈추지 않다가 카르엔이 정체를 들키기라도 한다면, 여신님에게 단순히 혼나는 걸로 끝나진 않을 겁니다!”
제타엘의 다급한 외침이 사르디엘에게 닿은 것 일까, 그 말을 들은 사르디엘은 조금 턱을 쓰다듬었다.
“제타엘, 우리 천사들의 의무가 뭔 줄 아니?”
“갑자기 그건 왜..?”
“우리는 여신님의 피조물들을 행복으로 이끌고, 그들의 삶을 축복해야 할 의무가 있단다. 그리고 카르엔도 여신님의 피조물 중 하나지.”
“지금..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사르디엘은 빙그레 웃으며, 상태창의 관리창을 띄우곤 경고알림을 꺼버렸다.
“그리고 카르엔의 행복은 아르틴의 애를 임신하는 게 아닐까?”
“사르디엘님!!!”
“아유 시끄러워, 너도 조금 조용히 하고 있으렴!”
사르디엘은 옆에 놓인 테이프로 소리치며 발버둥치는 제타엘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의자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허공에서 팝콘과 콜라를 꺼내 빨대를 문 후 쭈욱 들이켰다.
“장하다 카르엔, 그 파릇파릇한 자궁으로 아기씨를 잔뜩 담으렴!”
24시간 후, 이 천사는 상태창 관리요원에서 해고당하게 된다.
**
“츄웁..쪼옥...”
아르틴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카이엔의 여자버전과 키스를 하고 있는 거지?
낯선 전개에 아르틴은 카르엔을 밀쳐보려고도 했지만,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은 몸으로 진심의 카르엔을 밀쳐내는 것은 무리였다.
“후우..후우...아르틴과의 키스 너무 좋아..”
거기에 카르엔이라는 여자의 눈을 보자, 아르틴은 어째서인지 자신을 강제로 덮치며 모유수유대딸플레이를 강제로 실행했던 샤오메이의 눈이 떠올랐다.
‘꿈속의 나는 도대체 애랑 무슨 관계인거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간 거야..?’
거기에 몽유향이 꽤 깊숙이 몸에 퍼진 탓에, 아르틴은 현실과 꿈을 분간할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
여자가 된 카이엔, 거기에 갑자기 자신에게 올라타 키스하는 모습을 보며, 아르틴은 슬슬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슴은 부드럽다. 주무르면 혼날까?’
무엇보다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부드러운 감각은 언제나 아르틴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저주와 같았다.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남자는 가슴의 부드러움에 이기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었으니까.
“후우..키스를 해도 괜찮으면 이 다음은 어디까지..”
아르틴이 가슴의 감촉에 정신을 못 차릴 때, 카르엔은 여태껏 억눌러 온 충동에 몸을 맡긴 상태였다.
이성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성만으로 키스에서 멈추기엔 참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
무려 16년, 무뚝뚝하고 차분하면서도 선한 용사 카이엔의 삶을 살아온 세월이다.
자신은 좋아하는 남자의 손도 못 잡으면서, 자신을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자들에게 시달리면서 성정체성을 숨기는 삶을 무려 16년이나 살아온 것이다!
이성과 충동의 사이에서 고민은 생겨났다. 키스 보다 진한 것이라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삽입은..안 되려나? 다른 애들은 펠라치오도 해봤다는데..’
키스를 해도, 가슴을 비벼도 괜찮다면..카르엔은 아래쪽으로 뻗은 손을 천천히 더듬었다.
“..카, 카이엔?!”
“나는 카르엔이야! ..조용히 하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게 몸을 맡겨 줘.”
카르엔이 자신의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하자, 아르틴은 깜짝 놀랐다.
‘이게 맞는 건가? 나는 사실 TS도 가능한 거였나? 아랫도리는 반응하기는 하는데..꿈에서 하는 건 바람이 아닌 건가?’
아르틴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몽유향이 생각이 많아진 머리를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허나 카르엔은 가운 사이로 커다랗게 부풀은 아르틴의 남근을 가냘픈 손가락으로 훑으며 놀란 나머지 아르틴의 표정을 바라 볼 여유조차 없었다.
‘확실히.. 눈으로 보던 거랑 다르게 커지니까 엄청 크구나..!’
카르엔은 완전히 발기한 아르틴의 남근을 처음 만져봤다.
당연한 일이다. 아르틴이 미쳤다고 남자인 카이엔 앞에서 풀발기를 하겠는가.
그런 건 남탕에서 발기한 자지를 꺼내놓고 남들의 놀란 표정을 감상하는 정신병자나 가능한 일이었다.
‘..만져도 괜찮은 거지? 상태창이 경고하지 않으니까..’
물론 카르엔도 마음 같아서는 다른 여자들처럼 아르틴의 자지를 받아들이며 오늘 밤만큼은 한 마리의 암컷이 되고 싶었다.
‘..내 처녀는 마왕을 토벌한 후, 아르틴에게 고백하면서 주기로 했으니까..’
고개를 저은 카르엔은, 16년을 참아온 자제심으로 삽입을 선택지에서 지웠다.
하지만 삽입과 유사한 것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고민을 하던 카르엔은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순결의 기준은 잘 몰라도, 최소한 처녀성만 잃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
“카, 카르엔?!”
“가만히 있어봐 아르틴..! 이걸 이렇게 끼우면..!”
살짝 골반을 들어 올리며 아르틴의 극대 자지를 움켜쥔 카르엔은, 자신의 반바지를 찢어낸 후 드러난 맨살의 허벅지에 자지를 끼우고 천천히 앉기 시작했다.
“미안해 아르틴, 처녀는 지금 줄 수 없어..그러니 이걸로 만족하자. 알았지?”
“처..처녀 달라고 한 적 없어! 그보다 이것 좀..!”
스윽스윽.
아르틴의 소심한 반항에도 카르엔이 허리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카르엔의 부드러운 허벅지 살이 단단하고 검붉은 아르틴의 자지를 감싸며 문질러졌다.
동시에 손으로 미숙하게나마 귀두를 문지르며 기둥을 훑어주자, 아르틴은 저항을 멈추고 가만히 몸을 움찔 거렸다.
“오오..이런 플레이는 처음이야..!”
“대신..가슴도 키스도 맘껏 해도 좋으니까..!”
상태창의 경고 메시지는 여전히 뜨지 않았다. 그 사실에 들뜬 카르엔은 남은 한 팔로 아르틴의 목을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아르틴은? 당연히 저항을 순순히 멈추고 카르엔의 봉사를 즐기며 키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 꿈인데..! 다른 여자랑 해도 하렘에 늘어나는 건 아니니까..!’
놀고 있던 손도 카르엔의 펑퍼짐한 와이셔츠 안에 집어넣어 커다란 가슴을 주무르자, 키스를 나누는 카르엔의 입에서 신음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흐으읏.. 아르틴..너무 좋아..♡”
‘이건 카이엔이 아니다. 이건 섹시하고 청초한 처음 보는 동양풍 미인이다..!’
아르틴은 자기 합리화를 되새기며, 허벅지와 레이스의 촉감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직접 보지에 푹푹 박아대는 것에 뜨거운 질 내의 감촉이나 강렬한 조임도 없었지만, 낯선 환경에서 낯선 여인과 낯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정신적인 만족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거기에 손가락으로 유두를 굴리거나 유륜을 살살 문질러 괴롭히면, 곧 바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는 청초한 미녀의 모습은 아그네스를 무너트리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배덕적인 맛이 있었다.
‘수유대딸플레이 이후로 이런 건 처음인데..이상한 것에 눈 뜰 것 같아..!’
오로지 가슴을 외치던 아르틴이 허벅지의 매력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꿈에서 깨면 꼭 다른 여자들한테도 허벅지 플레이를 시켜보겠다고 생각하며, 밀려오는 사정감에 아르틴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읏..! 아르틴 너무 강렬해..!”
카르엔은 레이스 팬티의 얇은 천 너머로 아르틴의 굵은 기둥에 클리토리스와 음부가 비벼지자, 온몸이 터질 것 같은 쾌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주 가끔, 몰래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손으로 자기 위로를 할 때랑은 비교도 안 되는 만족감.
“더어! 더어 빠르게! 하아..♡ 아르틴..쪼옥..♡”
가슴을 주물러지며 키스를 나누고 음부와 자지가 비벼지는, 사실상 섹스나 다를 것 없는 상황에서도 상태창은 울리지 않았다.
카르엔은 여신에게 이 행위를 허락 받았다는 해방감을 느끼며, 점점 절정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슬슬 사정할 것 같은데..! 꿈이니까 그냥 사정해도 되겠지..!?’
천천히 등을 타고 흐르는 만족감을 느낀 아르틴은 사정할 준비를 했다.
평상시라면 다른 사람의 배를 넘는 사정량 탓에 옷이나 이불이 더러워 질 것을 염려해야 했지만, 지금은 꿈이니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
먼저 절정에 도달한 것은 카르엔이었다. 생에 처음으로 절정을 느껴본 카르엔은 온몸을 채우는 만족감에 움찔거리며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한편 아르틴은 절정중인 카르엔에게서 입술을 떼어낸 후, 이불에 드러눕힌 카르엔에게 자지를 문지르며 매끄러운 배와 풍만한 가슴을 향해 귀두를 겨누고 뜨거운 정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울컥! 울컥!
언제나 정액을 꽁꽁 숨기듯이 사정해야 했지만, 남에게 뿌리듯이 사정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아르틴은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평소보다 많은 정액을 카르엔에게 뿜어냈다.
‘이게 바로 부카케 플레이구나..‘
처음 보는 여인을 자신의 정액으로 더럽히는 감각, 중독될 것 같은 만족감에 부르르 떨던 아르틴은 털썩 침대에 쓰러졌다.
“우..아르틴의 것이 이렇게 많이..뜨거워라♡”
아르틴이 뿜어낸 정액을 손으로 만지며, 만족한 미소를 지은 카르엔은 손가락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다 댔다.
‘입으로 맛보는 것쯤은 괜찮겠지..?’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음미하려는 순간, 카르엔의 눈앞에 경고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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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용사 임명식 전 까지 순결을 지키십시오.
아르틴에게 오늘의 일을 들켜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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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풀어! 이건 카르엔에 대한 배신이고 기만이야! 일단 시작한 거 끝까지 가야지!”
자신이 제타엘을 묶을 때 썼던 성스러운 올가미에 꽁꽁 묶인 사르디엘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제타엘은 그런 사르디엘을 무시하며, 자신이 입력한 경고 문구가 제대로 전달 된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이 이상 진행하면 카르마가 얼마나 바뀔지 몰랐는데..!”
“천사가 감히 역품천사에게 대들다니! 이건 반역이야! 나는 네 상관이라고!”
제타엘은 소리를 지르는 골칫덩이를 째릿 노려보더니, 자신의 입을 막을 때 썼던 테이프를 들어 올렸다.
“우웁! 읍! 읍!”
“조용히 하세요! 이제부터 사르디엘님이 저지른 일을 뒤처리 해야 하니까요!”
사르디엘을 완전히 제압한 제타엘은 카르엔의 상태창을 화면에 띄어 올렸다.
그리고, 화면에 떠오른 수치를 보며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거...강제로 회귀시켜야 할 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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