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146화 (146/266)

〈 146화 〉 용사 임명식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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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획득!

당신은 최초로 용사의 동반자의 사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여신께서 당신을 축복하시며, 계승칭호 『용사의 동반자』를 획득합니다!

계승칭호 ­ 『용사의 동반자』에 따라 마기에 대한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계승칭호 ­ 『용사의 동반자』에 따라 『용사』 카이엔의 기억계승이 고정됩니다!

계승칭호 ­ 『용사의 동반자』에 따라 초월자들에게 인정받기 쉬워집니다!

계승칭호 ­ 『용사의 동반자』에 따라 각 국의 중요 인물들과의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계승칭호 ­ 『용사의 동반자』에 따라 계승특성 ­ 『용사의 동반자』를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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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용사의 동반자

당신은 용사의 옆에 대등하게 설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위급한 상황, 혹은 필요에 따라 용사의 칭호 『마왕의 대적자』의 효과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혹은 용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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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무리가 나를 감싸자, 신성한 기운이 내 몸으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유니코르와 계약을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강대한 신성력에, 나는 내 몸이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거부하지 말고 힘에 천천히 몸을 맡겨주세요. 서방님..♡]

그때, 내 안에서 퍼지는 애정 어린 목소리에,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올가가 내 몸 안을 채우는 신성력을 갈무리 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 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내 의지가 아닌 것에 따라 혈관을 타고 흐르는 신성력은, 천천히 내 몸 안에 자리를 잡으며 내 것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물론,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다.

“츄웁...츄우웁...쪼옥...츄웁...♡”

느낌상 분명 혀를 섞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도, 올가는 내 양 뺨을 부여잡고 보란 듯이 혀를 섞으며 과시하고 있었다.

“오오...이 얼마나 아름다운 기적인가...!”

“여신님의 기적이, 인간에게 깃드는 광경이라니!”

평범한 신도들은 앞서 카이엔 차례에 봤던 천사의 기적 탓일까, 지금 올가와 내가 하고 있는 딥키스가 음란한 행위라는 것을 의심조차 못하고 있었다.

“...으득.”

하지만, 나는 보고 말았다. 신도들 사이에서 이를 갈고 있는 아그네스의 분노에 찬 표정을.

[서방님, 설마 저와 입맞춤을 하면서 다른 여인을 신경 쓰는 건 아니죠?]

[...아니, 이럴 거면 나한테 귀띔은 해줘야..!]

물론 아무리 짜증을 내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사실 딱히 따질 말도 없었다.

이만한 신성력을 받아들인다면 내 전투력은 훨씬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올가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겠지.

“...쪼옥, 자아. 세례는 끝났습니다. 이제 당신은 교단의 성인과 대등한 기적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올가가 입술을 떼며 말하자, 주변에서 여사제들이 앞으로 나와 올가에게 성해포처럼 생긴 천을 내밀었다.

순간 올가는 닦기 싫은 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입가에서 나의 타액을 닦아내고는 평소처럼 신성한 성녀의 표정을 연기했다.

“자,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두 학생이 숭고한 의무와 책임을 받아들였습니다. 모두들 일어나 그들의 미래를 축복하며, 빛의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찬미하도록 합시다.”

“와아!!”

“용사 만세! 용사의 동반자 만세!”

성녀의 말과 함께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찬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쓰읍, 야. 빨리 나가자 카이엔.”

“...부럽다.”

“뭐?”

“아, 아냐! 가자 아르틴!”

이 새끼가 또 무슨 좆같은 말을 한 것 같지만, 우리 차례가 끝났으니 멋지게 퇴장할 차례였다.

나는 입가를 소매로 쓱쓱 닦은 후, 카이엔과 마주 걸으며 우리를 위해 박수를 치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 아그네스?”

“...”

물론, 아그네스와도 눈이 마주쳤지만, 썩 기분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뭐라고 말한 것 같은데 박수소리에 묻혀서 제대로 들을 수도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뭐, 아그네스가 나한테 짜증을 낼 성격은 아니니 태연한 표정으로 있기로 했다.

...맞겠지?

*

“와..이게 다 뭐냐.”

나는 뒤늦게 눈앞에 떠올랐던 상태창들을 확인하며 감탄했다.

“완전 종합선물세트잖아..? 이런 걸 이제야 줬다고?”

각 단체에 대한 호감도가 오른다니, 내가 족보도 구린 남작가 삼남이라는 직위 탓에 무시당하던 지난 과거를 생각하면 이런 꿀 옵션이 없다.

그런데 마기에 대한 저항능력까지? 이건 정말 희귀한 능력이라 기쁨을 참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가장 알짜배기는 이거지.’

마왕의 대적자의 칭호 공유. 조건부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이 옵션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한 줄짜리 옵션이 아니다.

‘...씨이발, 이게 있었으면 4회차 때 백도어는 그냥 성공하는 건데.’

억울하다. 이런 개꿀 칭호를 이제야 얻다니, 지난 회귀동안의 개고생은 도대체 뭐가 되는 걸까??

‘...아니야 좋게 생각하자. 덕분에 애들하고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될 수 있었잖아.’

그래, 생각해보면 지난 4번의 회귀동안 쓸모없는 시간은 없었다. 모든 게 쌓여서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이건 내 노력의 결과라고 봐도 좋겠지.

“저, 아르틴. 임명식도 끝났는데 같이 카페라도...?”

“어, 클레어랑 애들이다. 안녕 애들아!”

카이엔이 또 이상한 소리를 내뱉고 있을 때, 나는 외부에서 기다리던 우리의 지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카이엔! 용사가 되었구나! 정말 축하해!”

“아, 안녕 클레어. 축하 고, 고마워..”

카이엔이 달려와서 꺅꺅 거리는 클레어에게 당황해하는 사이, 나는 슬쩍 빠져 바이올렛을 향해 다가갔다.

“아르틴! 드디어 임명식이 끝났구나? 어땠어 임명식은? 안에서 엄청난 환호소리가 들리던데?”

“도련님의 위대함이 드디어 만 세상에 알려졌군요!”

“하하, 뭐 별거 아니었지. 그런데..누구세요?”

바이올렛은 알겠는데, 바이올렛의 옆에 서있는 시녀는 누군지 모르겠다.

“도련님도 참, 저에요 시온. 시온의 모습으로 도련님을 마중 나오면 그러니 변장하고 왔답니다.”

“아..과연, 이 탱탱한 피부는 시온이 틀림 없네.”

“꺄앗! 도련님도 참..♡”

내가 장난스럽게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처음보는 미녀로 분장한 시온은 얼굴을 붉혔다. 전 같았으면 바이올렛 앞에서 이런 장난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아르틴! 아무리 들떠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해? 아르틴은 이제 대단한 사람이니까 평판도 신경 써야지!”

바이올렛은 삐진 기색도 없이, 그저 볼을 부풀리며 내게 팔짱을 껴왔다.

팔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바로 돌아가서 애들하고 일단 잔뜩 섹스해서 만족시켜주고 나올까? 며칠간 못만난 애들은 애가 타고 있을 텐데...응?’

돌아가서 농밀한 난교섹스를 벌일 생각에 들 떠 있던 나는, 문뜩 뭔가 꼭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다른 애들은 어디 있어?”

“응? 시르카랑 알‘미라즈는 교회에 올 수 없어서 기다리고 있고, 유니코르도 북부 교단은 껄끄럽다고 안 왔고..”

“..샤오메이는? 샤오메이는 어디 있어?”

그래, 다른 애들은 안 보이는 것이 이유가 있을 텐데, 가장 중요한 샤오메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랑 며칠간 못 만났으니, 샤오메이 성격상 경공법으로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겨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아, 그, 샤오메이는 그게...”

“저, 도련님. 일단 돌아가셔서 천천히 이야기 하는 게..”

“..뭔데 그래? 두 사람 다 뜸을 들이고?”

시온과 바이올렛이 공통적으로 꺼려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지?

안 그래도 편지가 계속 신경 쓰였는데 애들의 반응까지 이상하니까 나는 궁금증을 넘어 불쾌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괜찮아. 무슨 일이 있는 건데? 뭐 나쁜 일이 벌어진 거야? 아니면 마족이 납치라도 했어?”

“아, 아냐! 그런 나쁜 일은 아니고! 그게..”

“..저번에 샤오메이님이 본가에서 사범을 초청했다는 말, 기억나세요 도련님?”

바이올렛이 더듬거리기 시작하자, 시온은 한숨을 내쉬고는 무언가 결심을 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범? 기억하지, 내 무술 훈련 도와줄 사람을 보내 달라고 본가에 연락했다고 했잖아? 마중 같이 나가자는 말도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까먹었네.”

“네, 그게 문제에요. 그 본가에서 보내 준 사람이..”

──그 순간, 나와 카이엔은 눈을 번뜩였다.

저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 위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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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동반자 아르틴이 위험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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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창이 떠올랐지만, 나와 카이엔은 이미 성법과 마법으로 방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의례성법???? : 수호??

─5써클 마법 : 포스 쉴드force shield

이전의 장미관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의례성법과, 3중으로 펼쳐진 마나로 이뤄진 방패는 그 어떤 공격도 버텨낼 것처럼 견고하고 단단했다.

아마 시르카와 다시 붙는 다면, 승률이 7할, 아니 8할 이상도 점 쳐볼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살기에 비하면 여전히 보잘 것 없는 종이막처럼 느껴졌다.

[그게 너희의 전력이냐? 실망이 크구나.]

동시에 우리 둘의 머리에 전음이 들려왔다. 전음을 보낸 존재는..분명 위였다.

──────!!!!

하늘에서 빛줄기가 우리를 향해 쏘아졌다.

그건 현 드래곤 로드가 내뿜던 브레스를 압도할 정도로 위력적이었고.

마왕의 오른팔이라 일컬어지는 리치 하몬이 진심으로 쏘던 마법처럼 날카로웠고.

마지막 검성이 홀로 블랙드래곤을 막기 위해 날렸던 일격처럼 정밀했다.

그건, 하늘이 내린 천벌처럼 느껴졌다.

*

“방금 그건 도대체 무슨 소리야?”

“모르겠어요, 설마 마왕군이 나타나기라도 한 걸 까요?”

수십개의 보호마법과 수백개의 성법으로 지켜지는 교회 뒤흔들어지자, 가장 먼저 자리에서 뛰쳐나간 것은 아그네스와 마리안느였다.

카이엔과 아르틴이 여신의 용사로 임명받은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충격이 일어나다니, 분명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아르틴!”

영겁처럼 길던 복도를 지나, 아그네스가 다급하게 출입문을 열자 본 광경은 괘나 충격적이었다.

“으으윽...”

“...후욱, 후욱.”

교회의 바로 앞에 만들어진 거대한 크레이터, 그리고 그 크레이터 중앙에서 공격을 받아내느라 전신이 너덜거리는 카이엔과 아르틴.

“카, 카이엔..!!!”

“도련님을 다치게 하다니, 이 망할 년이..!”

“그만 둬 시온! 우리의 힘으로는 무리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르틴이 순간적으로 대피시킨 덕에 시온과 바이올렛, 그리고 클레어는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실망이 참으로 커, 당대 용사와 용사의 동반자가 겨우 이 정도라니. 이래서야 군단장은 잡겠나?”

크레이터의 바로 위, 흙먼지로 가득한 현장에서 누군가 손을 휘젓자 마치 폭풍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시야를 가리던 먼지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뭐, 그래도 기본기는 있는 셈이니, 본가로 데려가서 3년 정도만 굴리면 꽤 쓸만해 지겠는 걸.”

“...당신, 지금 이게 무슨..!”

먼지폭풍 속에서 나타난 사람을 보자 아그네스는 분노어린 목소리를 내뱉으며 상대방을 노려봤다. 허나 아그네스는 그 투기의 주인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검을 뽑지 못하고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감히 내 앞에서 내 동생 겸 제자를 건드리다니, 각오는 됐겠지?”

이 자리에서 저 압도적인 투기를 보고도 투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마리안느 뿐이었다.

허나 마리안느 스스로도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었다. 드래곤이라고 해도 쳐죽일 자신이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여인은 드래곤 정도는 따위로 여겨질 정도로 강한 힘이 느껴졌으니까.

“후후, 젊은 피는 좋다만. 너무 나무라진 말게나, 내 증손녀의 사위가 될 남자를 가볍게 시험해 본 거라고?”

“...증손녀? 사위? 시험? 그게 무슨 헛소리야!”

마리안느가 당장에라도 검을 뽑으려던 순간, 아그네스는 그녀를 가로막고 고개를 저었다.

“마리안느, 그만 둬요, 저 사람은...”

“으음, 나를 모르는 건가? 그럴 만도 하지. 시대가 많이 흐르긴 했으니 말이다.”

남색의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여인은 마리안느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크게 웃었다. 자신의 젊은 시절에도 자신에게 투지를 보인 존재는 마족과 사람을 통틀어서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미안해, 소개가 늦었으니. 내 이름은 린 샹페이라고 한다네. 젊은 거인살해자여.”

그녀의 이름은 린 샹페이.

“우리 귀여운 샤오메이의 증조할머니가 되고... 이렇게 표현하면 알기 쉽겠군.”

태산 도장의 전전대 장문인이며, 샤오메이의 증조할머니이고.

“전대 오신장의 필두, 천마??라고 풀렸던 몸이지.”

이제는 역사책으로만 기록되는 시대에, 공화연방에서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던 무인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덤빌 마음이 있는가? 있다면 젊은이의 의기를 높이 사 싸워주도록 하지.”

천마는 역사서에 기록된 것처럼, 광오한 웃음을 지으며 젊은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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