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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150화 (150/266)

〈 150화 〉 스승 쟁탈전 #02

* * *

우리는 그렇게 자리를 옮겼다. 무려 20분이나 걸려서 골드 클래스 기숙사의 살롱에 도착한 것이다.

물론 교회 주변과 오는 길에 카페나 식당은 있었고, 최소한 상담실이 더 가깝긴 했다.

그런데 왜 굳이 여기에 왔냐고?

“참으로 반짝반짝하구나! 나도 이곳에 한번 쯤 오고 싶었다! 샤오메이가 편지로 자랑할 때 어찌나 부러웠는지!!”

“...진짜 주책을 모르는 할망구라니, 아픈 사람 데리고 꼭 이렇게 멀리 와야 했어?”

“뭐! 나는 전쟁영웅이니 이 정도 대우는 받아도 마땅하다고 본다!”

그래, 저 천마가 살롱이란 곳에 한 번쯤 꼭 와보고 싶다고 그렇게 우겨서, 우리는 카페 대신 살롱에 오게 되었다.

“아르틴 괜찮니? 천천히 앉을까?”

“아, 괜찮아요 선생님. 오는 길에 회복용 포션도 챙겨 먹었으니까..”

“어허! 엘릭서도 아닌 포션은 만능이 아닌걸! 몸 관리 잘 해야지!”

물론 나는 오는 길에 세니아 선생님의 풍만한 육체를 만끽할 수 있어서 개꿀이었다.

게다가, 챙겨둔 치료용 포션이라고 말한 뒤 상점에서 엘릭서 하나 질러서 마셔서 몸 상태도 절호조에 가까운 상태였다.

“오! 간식이랑 마실 것! 나는 녹차에 화과자를 준비해 주거라!”

“...하아, 나는 홍차. 아르틴이랑 세니아 선생님은?”

“아, 저는 그럼 초코우유에 카스테라요.”

“나는 그냥 커피..다이어트 중이라..”

“후후! 그렇게 가져다 주거라! 기대가 크구나!”

천마는 주문을 받은 하인이 나가자,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입맛을 다시며 디저트를 기다렸다. 살롱에 온 이유가 디저트 때문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가?

‘이 익숙한 감각... 너무 익숙해서 큰일이다..’

그런 천마의 행동거지를 보고 마리안느는 혀를 차고 세니아 선생님도 한숨을 내쉬었지만, 나만은 조금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면 2회차 때 철들지 않았던 유니코르가 딱 저랬으니까.

‘말투도 좀 비슷하고, 메피스토도 딱 저 말투고...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은 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

말투는 무슨 1000년 묵은 드래곤 같은데, 저 말투를 쓰는 사람 치고 정상인을 별로 보지 않은 것 같다. 하긴 메피스토 정도도 아닌데 저런 말투를 쓰고 다니는 게 좀 웃긴 행동이 아닐까.

“아무튼, 나는 아르틴 절대 못 보내. 녀석은 내 제자기도 하고, 리처드 황태자랑 한 약속도 있는데 공화 연방에 낼름 보낼 수는 없거든?”

“음료도 아직 안 나왔는데 벌써부터 지겨운 이야기를 하는 구나...어차피 아르틴은 태산도장에 오게 되어있는데 말이다!”

“네? 제가 왜요? 안 간다니까!”

“이미 정해진 운명을 거부해도 너 혼자 피곤할 뿐이거늘! 운명을 받아들여라 아르틴!”

“싫어요.”

내 장담컨대, 저 천마는 아마 음식을 잔뜩 먹고 나면 또 나를 부여잡고 놔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저 광기에 가까운 확신은 광신도들하고 비슷한 면이 보이고 있으니까.

“천마님, 천마님은 샤오메이 양의 보호자로 인정할 수는 있어도, 아르틴의 보호자로 인정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천마님은 아르틴을 멋대로 데려갈 수 없으세요.”

그때, 내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던 세니아 선생님이 전에 못 보던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이렇게 심지가 굳으신 분이 아닌데..?’

그런 세니아 선생님의 변화가 나는 의아했지만, 세니아 선생님은 내 손을 보란 듯이 꼭 잡으며, 천마를 향해 목소리를 천천히 높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치더라도 거칠게 훈련하면 그만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훈련을 이미 봐놓고도 아르틴을 태산도장에 보낼 수는 없어요. 저는 아르틴의 담임선생님이기도 하거든요!”

“맞아, 훈련은 체계적으로 굴려야지, 일단 반병신으로 만드는 게 도대체 뭐하는 테스트야?”

“으읏...! 협공이라니, 비겁하구나 너희들!”

두 사람의 팩트 공격에, 천마는 할 말이 적은 듯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온 디저트를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저 나이값 못하고 볼 빵빵하게 우겨넣는 것도 어떻게 유니코르랑 똑같지?

“그래도 절대 포기 못 한다! 아르틴은 우리 샤오메이의 사위..”

“아야야야야! 팔이! 팔에 금간 게 너무 아프네..!!”

시발, 가만히 멍 때리고 보고 있다가 좆 될 뻔 했다.

나는 사위 소리를 만 천하에 퍼트리려는 천마의 말을 끊고, 팔에 통증이 있는 척 연기하며 두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괜찮아 아르틴? 역시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무리한 거 아니야?”

“애도 참..! 이렇게 아프면 말을 했어야지..!”

“죄송해요... 그래도 샤오메이의 증조할머니께서 살롱에 와보고 싶다고 하시니까..”

“..그러게, 아픈 애를 끌고 여기까지 오다니.”

“왜, 왜 나를 노려보느냐! 아르틴이 약하니까 크게 다친 거지!”

분위기는 당연히 천마를 탓하는 쪽으로 흘러갔고, 세니아 선생님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내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상태를 살폈다.

두꺼운 로브 너머로 느껴지는 폭신폭신한 감각을 무상으로 즐기며, 나는 커흠 하고 헛기침을 내뱉은 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리안느 누님도 말했지만, 저는 황태자이자 학생회장인 리처드 에르멘가르트님하고 남자대 남자로써 약속을 했습니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보여서 제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말이죠.”

“제국의 황태자? 그런 녀석에게 인정받는 것이 도대체 뭐가 중요하느냐! 나와 같이 가면 천마의 제자로써 대륙에 명성을 떨칠 수 있을 텐데!”

그야 아그네스와 약혼을 허락받는 가장 큰 발판이니까요. 라고 말하면 여기가 뒤집어지겠지.

“제가 단순히 용사의 동료, 혹은 변변찮은 왕국 변방 귀족의 셋째 아들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만 천하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요.”

“...흠, 그래야 당연히 내 동생답지. 좋은 포부인걸!”

내가 그럴듯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하자, 마리안느 누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송곳니가 반짝 드러나게 활짝 웃었다.

“괜찮겠니? 리처드 황태자는 역대 학생 중에서도 모든 방면에서 독보적인 점수를 낸 천재인데, 물론 아르틴 네가 대단하긴 하지만. 역시 무리가 아닐까..?”

그에 반면 세니아 선생님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야 나도 이번이 2회차나 3회차였으면 그런 미친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까놓고, 소드마스터급의 검술에 대마법사의 제자급 마법실력, 그리고 제국의 황궁학자 수준의 이론을 완성시키라는 건데, 이게 시발 말이 되는 조건인가.

성장력에서 그 정도로 빛을 낼 수 있는 건 아마 카이엔 뿐이겠지.

“힘들겠지만 해낼 겁니다. 해낼 거라고 제 친구들에게, 아그네스랑 샤오메이에게도 약속했으니까요.”

허나, 한 번 정한 목표를 나는 꺾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는 태산도장에 끌려가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우겨도 절대로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고요.”

“...정말! 무슨 고집이 그렇게 쌔느냐! 어른이 말하면 적당히 숙이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그게 지금 할망구가 할 말입니까? 애 앞에서 주책부리면서 고집피우는 게 누구인데.”

마리안느 누님이 시원하게 한마디 하자, 천마는 그 뜨거운 녹차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콧방귀를 끼며 나와 두 사람을 바라봤다.

“흥, 나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저 정도 수준으로 삼검성이나 대마법사? 마력도 육체도 너무 부족한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소리냐! 최소한 나 같은 스승은 있어야지! 너희들 수준으로는 택도 없다!”

“..그 말은 함부로 못 받아들이겠는데? 아까 전부터 스승의 수준 운운하는데, 댁은 얼마나 잘났다고?”

“맞아요. 저도 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로 교수 과정을 밟은 사람 중 하나거든요? 어디 가서 그렇게 무시당하지 않아요!”

천마의 말에 세니아 선생님과 마리안느 누님은 발끈한 표정으로 천마를 노려봤으나, 천마는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두 사람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서방님과 내 아들이 일찍 죽고, 무신이라 불리는 손자 녀석을 누가 키웠다고 생각하는 거냐?”

“...!”

“얼마나 잘 가르치냐고? 나는 공화연방의 무술을 한 차원 성장시켰으며, 현재 오신장의 필두인 무신을 키워냈고, 고작 거인이 아니라 마왕군의 간부를 이 주먹으로 죽여 버렸고, 역사상 최연소로 오신장이 되었으며 태산도장에서 여성 무술가를 만들어 낸 살아있는 전설이니라.”

천마가 내뱉은 광오한 말에, 우리 셋 다 미간을 찡그렸으나 할 말은 없었다.

실제로 그 업적은 신앙을 받아 초월자의 영역에 도달해도 이상하지 않을 업적들이라, 마리안느 누님이나 세니아 선생님 정도로는 끗발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거, 정말로 세니아 선생님이나 마리안느 누님이 논리에서 지는 거 아니야?’

내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세니아 선생님이 커피를 음미하고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더니..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럼, 겨뤄보면 되겠네요. 누가 아르틴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지 겨뤄서 이기는 사람이 아르틴의 직계 스승이 되는 건 어떨까요?”

“..세, 세니아 선생님?!”

시발 이게 무슨 소리야? 교육 시합이라니? 그 천마랑 나를 가르치는 내기를 하겠다고?

“재밌네, 설마 빼진 않겠죠? 뭐 구닥다리 무술 교육으로는 얼마나 될까 싶지만...”

“...호오, 재밌구나, 고작 30도 안 먹은 하프 엘프와 갓 성인이 된 왕녀가, 내게 도전하는 거냐?”

“저기요? 저는 동의한 적 없는 내기인 것 같은데요?”

내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다급하게 말해봤지만, 이미 세 사람은 마음을 정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럼 조건은 간단하게, 각자 가르치는 영역을 나누고 성적에 따라서 결과를 내도록 하죠?”

“좋습니다. 만약 할망구가 지면 할망구는 혼자서 외롭게 태산도장으로 돌아가면 되겠네?”

“하! 그럼 내가 이기면 너희 둘은 고개를 숙여 내 위대함을 인정하도록 해라! 나는 아르틴을 태산도장으로 데려갈 테니!”

““좋아요!”“

아뇨, 제가 좋지 않은데요?

*

그렇게 해서, 나는 그 날부터 세 사람에게 번갈아 가면서 특훈을 받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렴 아르틴! 나랑 마리안느 둘 중 누가 이겨도 너는 태산도장에 안 가도 되잖아? 천마님의 콧대를 확실하게 눌러주자!”­

물론 나중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합리적인 판단이긴 했다.

저 고집쟁이 천마가 자신에 대한 자존심도 하늘처럼 드높은데, 설마 내기에서 지고 고집을 피우진 않을 테니 말이다.

“어이 아르틴! 집중해! 태산도장에 끌려가고 싶어서 멍하니 있는 거야?!”

“아, 아닙니다 누님!”

“자, 배에 힘 빡주고 윗몸일으키기 300회 더 실시한다! 공부도 수련도 완성된 피지컬로 시작하는 거야!”

덕분에 나는 교수님들의 수업 외에는 전에 없는 지옥훈련과 특별과외로 굴러야했고, 덕분에 내 여인들과 노닥거릴 수 있는 시간도 대폭 줄어들고 말았다.

‘전에 분명 내가 빡센 수련이 좋다고는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빡센 수련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전신에 구속구를 주렁주렁 찬 채로 맨몸운동을 하며 육체를 미친 듯이 혹사하고 있었다.

현대식 체계적인 운동으로 몸을 한계까지 굴린 후, 포션과 식사로 회복하며 육체를 성장시킨다. 이게 마리안느 누님이 주장하는 왕국식 지옥주 훈련의 기본 골자였으니까.

“자, 끝나면 이제 검술 훈련이다! 목검 대련이지만 내가 직접 봐줄 테니까, 각오해라!”

“악!!!”

“목소리가 짧다! 윗몸 일으키기 200회 더 실시!”

“악!!!!!”

솔직히 말하면, 나를 죽어라 굴리면서 마리안느 누님이 기뻐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저번 훈련 때 내 성추행의 복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고 있다.

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괜히 말했다가 대련에서 더 아프게 맞을지도 모르니까.

‘존나 불쌍한 내 인생..’

나는 그 날 마리안느 누님과 신나는 4시간짜리 지옥주 훈련을 끝내고 나서야 기숙사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대신 복수라 하기 뭐하지만, 샤워할 때 훈련하면서 훔쳐본 마리안느 누님 가슴으로 한 발 뺐다.

'오늘 밤에는 꿈에서 시르카한테 마리안느 누님으로 변신해달라고 해야지.'

내가 생각해도 좀 금수 같은 복수기는 했지만, 피의 복수가 아닌 사랑의 복수니까 모두들 이해해 줄 거라고 믿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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