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 글래머 엘프 여선생님과 단둘이.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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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마법공식을 이해하려면 우선 3세기 전에 증식마나 이론을 알아야 하거든? 증식마나 이론은 당시에 5써클 마법사였던 가르비엔이 자신의 작은 마나를 보충하려고 방법을 구하다 발견한 이론인데..”
미리 말해두자, 아카데미에서 세니아 선생님은 굉장히 잘 가르치는 편에 속했다.
목소리가 낮아 듣기만 해도 졸리지도 않았고, 자신이 아는 지식을 당연히 학생들도 알 거라는 교수들 특유의 착각도 없었다. 설명은 꼼꼼하면서도 복잡한 부분을 잘 쉽게 풀어내는 스킬이 있었다.
세니아 선생님이 올해 처음으로 교단에 선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선생님은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 재능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도저히 이 특별교육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내 문제냐고? 어느 정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와.. 진짜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네.’
평상시 교탁에 서서 강의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서로 책상을 붙이고 앉아 있으니 선생님의 자부심 가득한 공격적인 흉부의 존재감에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단순히 영창마법이라면 이 증식마나 이론이 효율적이지만, 암기마법에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데..”
사실 내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니아 선생님이 덥다고 로브를 단추를 풀어 무방비하게 가슴골이 드러나는 것을 내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혈기왕성한 아르틴의 육체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얌전할 정도로 고자는 아니다.
특히나, 방금 전까지 저 가슴에 얼굴을 부비고 있던 탓에 그 감촉이 생생하게 상상이 돼서 더더욱 집중이 힘들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 더니, 아는 감촉이 더 무서워..!’
이래서는 안 됐다. 나는 최선을 다해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허벅지도 꼬집고 입술도 깨물어 봤다.
‘젠장, 아무리 자해를 해도 고문보단 안 아파서 느낌이 안 와.’
시발, 설마 고문에 독살에 온갖 경험을 다 겪은 게 이렇게 독이 될 줄이야.
‘하아, 요즘 정말로 점점 뇌가 여자만 밝히는 것 같아. 예전 같았으면 금방 떨쳐내고 집중했을 텐데.’
아무리 잡념을 떨쳐내려고 노력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저 엘프 여교수의 금단의 과실이 눈앞을 아른거린다.
됐다. 포기하자. 오늘은 집중하기 글러버린 것 같다.
‘...이렇게 예쁘고 상냥한 데, 아무리 구해줘도 목숨이 위험해지는 사람이라니.’
완전히 집중이 풀리자, 내 눈에는 오로지 세니아 선생님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니아 선생님은 여전히 열심히 나를 가르치기 위해 책에 집중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신이 이 세계에서 어떤 운명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뭔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태껏 겪어온 4번의 세계에서 세니아 선생님은 전부 죽음을 맞이했으니까.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언제나 눈을 돌리면 죽는 개복치 같은 존재. 그게 내 안의 세니아 선생님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여태까지 더욱 거리를 뒀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죽을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너무 마음 아픈 일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회차에서 만큼은 달라지게 하고 싶어.’
처음은 세니아 선생님이 내게 공격마법을 갈겨 제압한 걸로 시작한 인연이었지만, 매번 내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나를 전력으로 응원해주고,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은 참 매력적이었다.
그런 선생님이 그저 엑스트라의 운명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죽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뭔가, 방법이..’
그때였다. 엄청난 아이디어가 내 뇌리를 스쳐지나 간 것은.
‘...히로인은 상태창에게 어느 정도 특수한 취급을 받잖아?’
생각해보면 세니아 선생님은 이번 회차에서도 위험에 빠지셨다. 장미관 사건에서 납치당해서 릴리트의 강림의식에 산제물로 바쳐질 뻔 했으니까.
그때, 선생님은 분명히 상태창의 가호를 받아 어느 정도 히로인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내가 선생님을 구한 순간 들어온 히로인 구출 보상이 있었으니 이 부분은 확실했다.
‘..내가, 선생님을 히로인으로 만들면 선생님을 구할 수 있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애초에 여태까지의 상태창은 내게 스탯 기록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회차의 경험상, 상태창은 뭔가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오류가 한 번 나기는 했어도 중요한 이벤트나 사건을 알리거나 보상을 꼬박꼬박 지급했으니까.
나는 다시 한 번 힐끔 선생님을 바라봤다.
귀여운 외모, 그리고 귀엽다고 말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흉악한 몸매. 아마 발육이 곧 전투력이라면 세니아 선생님은 이 세계관 최강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몸매가 엄청 났다.
그 뿐만 아니다. 성격도 좋다. 처음에 죽고 싶다고 협박한 학생을 진심으로 챙겨주던 것도 세니아 선생님이었다.
주변의 상관이나 다른 교수들이 압박을 가해도 학생인 내가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이 짊어진 것도 선생님이었고, 천마가 나를 데려가겠다고 으르렁 거릴 때 나서준 것도 세니아 선생님이었다.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하나만 나타나도 기절을 할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세니아 선생님이, 나를 위해서 그 지고의 강자인 천마에게 큰 소리를 내며 나를 감싸줬던 것이다.
‘..만약 내 이론이 맞다면, 세니아 선생님을 히로인으로 꼬시는 건.. 일종의 인공호흡 같은 게 아닐까?’
다른 아이들에게 여자를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여자가 되지 않으면 죽을 지도 모르는 선생님을 그냥 두는 것도 나쁜 짓은 아닌가?
“저, 선생님.”
“응? 왜 그래 아르틴? 무슨 질문있니?”
“혹시 말이에요. 만약 누가 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응? 갑자기? 그거 무슨 철학적인 질문이니?”
“아니요, 그냥 제 개인적인 질문인데..”
“아! 심리 테스트 같은 거구나! 잠깐 숨 돌리자는 거지? 좋아! 선생님도 심리 테스트 엄~청 좋아하거든!”
“네.. 뭐, 비슷하다고 치죠.”
내 말에 세니아 선생님은 뭔가 신이 난 표정을 짓더니 내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사람이 물에 빠진 거면...알았다! 그 사람이 사실 사이렌 같은 거니?”
“아뇨, 그냥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거죠.”
“음..그럼 그야 당연히 도와주지 않겠니? 선생님은 수영을 무척 잘하거든! 물에 엄청 잘 떠서 별명이 인어공주였단다?”
왠지 물에 잘 뜨는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물에서 건져낸 사람이 숨을 쉬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으음..그러면 인공호흡을 해야지! 아르틴 너도 인공호흡을 하는 법은 알고 있니?”
“아, 알고야 있죠. 그 보다 질문에 집중해주세요 선생님! 중요한 거에요!”
“어머, 아. 알았어.”
나는 딴 길로 새려는 세니아 선생님의 어깨를 붙잡고 진지하게 말하자, 세니아 선생님도 내 진심을 느낀 건지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인공호흡을 해야 하는 데, 그 사람이 이성이고 옆에서는 선생님의 애인이 쳐다보고 있으면...선생님은 그래도 인공호흡을 하실 건가요?”
“에, 에?! 무, 무슨 질문이 그렇게 짓궂니? 이거 정말 심리테스트 맞아?”
“네, 맞아요. 그러니까 대답해주세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으음, 그, 그렇게 말해도 선생님은 아직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애인이라니..”
“그냥, 상상만! 상상만 해서요!”
세니아 선생님은 내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답을 내리기 힘든 듯 갈팡질팡하며 쉽게 답을 내지 못했다.
“..그, 애인이 대신 인공호흡을 해주는 건?”
“선생님!”
“아, 알았어! 소리 지르지 마..! 나도 반은 엘프라 귀가 엄청 예민하단 말야..!”
과연, 선생님의 귀는 내 소리에 반응해 무척이나 쫑긋거리고 있었다.
“음.. 선생님은 그런 상황이라도 인공호흡을 할 것 같은데..?”
“애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텐데요?”
“음..그야, 다른 이성과 입을 맞추는 걸 보기 좋아하는 연인은 없겠지?”
움찔, 갑자기 나를 향해 휘둘러진 팩트 폭력에 나는 가슴이 베인 것처럼 아팠다.
“그렇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이 가장 먼저 아니겠니?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그 만큼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그러니까,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인공호흡 정도는 당연히 이해해주지 않겠니?”
너무나도 정론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구명행위에 뭐라 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은 이 세상이나 현실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도, 그렇게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역시 애인에게 잘 설명하는 게 좋겠지? 물론 동성인 애인이 대신 해주면 좋을 것 같긴 하지만..그래서? 심리 테스트 결과는 어때?”
그 말 또한 일리가 있다. 중간고사까지 시간은 있으니, 아그네스와 상의를 해본 후에 말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올가의 경우가 있는 만큼, 이번 일에 대해서는 아그네스에게 도움이나 지식을 구하는 게 맞아 보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역시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인 것 같아요.”
“어라? 어?고, 고마워 아르틴! 그래서? 심리테스트 결과는?”
“
응? 심리 테스트? 아 맞다. 그렇게 둘러댔지.
“어..선생님은 무지 착하고 상냥해서,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에요.”
“어머?! 정말! 웬일이니! 선생님이 그렇게 성격이 좋아? 후후후!”
“어, 음..그렇죠. 네.”
적당히 둘러댄 말이었는데, 선생님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귀를 쫑긋 거리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과는 그게 다야?!”
“어..매사에 열정적이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잘해주며,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노력가 타입이네요.”
“흐흐흐! 그렇지? 선생님이 이래 보여도 엄청 노력하거든? 그 심리테스트 엄청 정확하네?”
정말로 적당히 아부를 더해서 지어낸 말이지만, 선생님은 그 말들이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사람들이 이래서 좋은 말이 나오는 점괘나 심리 테스트를 좋아 하나?
“다른 건? 다른 심리 테스트는 없니?”
“어, 조금 쉬었으니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선생님..?”
“공부는 잔뜩 했으니까 잠깐 쉬어도 괜찮아! 그보다 심리 테스트!”
“...어, 당신은 길을 가다가 동물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동물은 어떤 동물일까요?”
나는 심리 테스트에 열성적인 반응을 보이며 얼굴을 코앞까지 가져다 대는 선생님의 기대를 져버리지 못 하고, 적당히 생각나는 심리테스트를 말하기 시작했다.
“동물? 나는 토끼가 좋은 데! 아니면 양이나, 고양이나, 그리고...!”
‘...세니아 선생님을 연인으로 두면 뭔가 피곤한 일이 계속 일어날 것 같은데..’
뭐, 아무러면 어때. 예쁘고 귀엽고 상냥하면 장땡 아닌가?
나는 선생님의 장단에 맞춰서 좀 더 놀아주기로 했다. 어차피 기초 마법은 어지간한 이론은 다 알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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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에는 손금을 봐드릴게요, 손을 이리로 주시겠어요?”
“와아! 어느 손을 보여주면 될까?”
“음, 왼손부터 저한테 보여주시겠어요?”
어차피 공부 분위기가 파토된 것 같아. 나는 사심이라도 채우기 위해 선생님의 손금을 봐준다는 명목으로 손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가늘고 이쁜 손인데, 생명선과 재물선이 엄청 기네요..”
“생명선이 길면 뭐가 좋아?”
“음...엄청 오래 살 수 있죠. 이 정도면 100년..”
“어라?! 나 100년 밖에 못 사는 거야?! 뭔가 문제 있어!?”
“..보다 훨씬 길게, 한 300년은 살지 않을까요?”
“와아! 그렇게 길게 살아? 대박이다!”
순간 선생님이 하프나마 엘프라는 것을 잊고 허언을 할 뻔했다.
하프 엘프의 수명이 보통 200살이 조금 넘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라? 선생님. 여기가 많이 단단하게 굳었는데..요즘 많이 피곤하신가봐요?”
“어머!? 그건 어떻게 알아? 안 그래도 요즘 시험 문제 준비하느라 잠을 잘 못잤는데!”
“음, 제가 혈도를 조금 볼 줄 알아서요, 여기를 꾹 누르면.”
“꺄악♡?!”
내가 손바닥의 한 곳을 누르자, 선생님은 뭔가 야한 신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쩐지 몸이 좀 더 가벼워!”
“그야 혈도에 기를 넣어서 자극했으니까요, 몸에 피로가 좀 풀리셨을 거에요.”
“아르틴은 정말 못 하는 게 없구나!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그야 1회차 때 샤오메이에게 직접 안마를 받으며 배운 거지만, 이렇게 설명하면 좀 그렇겠지.
“저번에 결투 훈련할 때 샤오메이에게 지압을 조금 배웠거든요.”
“그렇구나..! 그럼 선생님한테 좀 더 지압해줄 수 있니?”
“네, 뭐. 어디를 해드릴까요?”
나는 적당히 손등이나 엄지와 검지사이, 혹은 머리를 생각하며 세니아 선생님에게 가볍게 물었다.
“선생님이 가슴이 엄청 무거워서 늘 어깨가 결리는 데, 방법이 없겠니?”
“..네? 뭐라고요?”
나는 순간 설명을 듣고 정신이 훅 나갔으나, 선생님은 내게 어깨를 주물러 보라는 듯이 의자에 반듯하게 앉았다.
“자! 부탁할게! 안 그래도 요즘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니 엄청 결리는 것 있지?”
“...음, 네 뭐...일단 주물러 드릴게요?”
나는 흐름이 조금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눈치 챘지만, 어깨를 주물러 달라는 것을 거절하긴 뭐해서 어깨의 혈을 엄지에 기를 담아 가볍게 꾸욱 눌렀다.
“흐아아앙♡ 거, 거기잇..기분 좋아앗...♡”
“...”
아니, 역시 많이 이상한 분위기가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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