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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156화 (156/266)

〈 156화 〉 세니아 리브스

* * *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했다.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쪼옥, 대단한 데, 어떻게 여기까지 재현한 거야? 타액의 맛까지 꼭 세니아 선생님 같은데?”­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세니아 선생님으로 변신한 방금 전까지 커피를 마셨는데, 입 안에서는 커피향이 전혀 나지 않았으니까.

­평상시의 시르카라면 착정의 천재 수준의 놀라운 펠라치오로 금방 나를 사정시켰을 테지만, 지금의 펠라치오는 평소랑은 느낌이 달랐다.

마치 정말로 처녀인 세니아 선생님이 최대한 정성껏 빨아주는 것 같은 풋풋함이 섞여있는 혀의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당연한 일이었나? 펠라치오를 한 것은 시르카가 아니라..진짜 세니아 선생님 이었으니까.

­‘누가 보면 진짜 세니아 선생님이라고 해도 믿겠어..!’

첫 경험에 부끄러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기대감이 서린 저 표정. 내 말을 얌전히 기다리는 저 공손하게 모인 두 손, 거기에 빳빳하게 선 유두까지.­

이런 씨발. 내가 병신이었다. 왜 알아차리지 못한 거지..?

내 품안에 안겨있던 세니아 선생님이 시르카가 변신한 게 아니라 정말 세니아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정황은 차고 넘쳐흘렀단 걸 깨닫자 나는 진심으로 좆됐음을 곱씹었다.

“주, 주인님?”

“왜 그래, 나 지금 고민하는 거 안 보여?”

“아니, 고민 하실 거면 세니아 선생님은 놔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정신을 차리자, 나는 어느새 세니아 선생님의 유두와 클리토리스를 마구 비비고 꼬집으며 괴롭히고 있었다.

“히극♡ 히이익♡ 흐그으으윽♡♡”

“어라?! 내가 언제부터 다시 애무를 시작했지?”

“좆됐다고 중얼거리면서 생각에 빠졌을 때부터요..?”

세니아 선생님은 내 애무에 의해 다시 한 번 절정에 몸을 경련하더니, 동아리실 바닥에 애액을 뿜으며 내 품안에 안긴 채 축 쳐지고 말았다.

아마, 나도 모르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무의식적으로 세니아 선생님을 괴롭힌 것 같은데, 나는 침착하고 정신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이, 이를 어쩌지 시르카? 내가 진짜 세니아 선생님을 건드리고 말았어..츄륩..”

“아니 그러니까, 세니아 선생님한테서 좀 떨어지세요! 왜 키스를 하고 계세요!”

“츄웁, 츄릅, 쪼옥, 그, 그렇지만. 이러지 않으면 진정이 되질 않는 걸?”

세니아 선생님의 여체는 놀라운 매력이 있었다. 그저 주무르고 키스를 나누는 것으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감각.

모성애를 지닌 여성의 부드러운 여체라는 말은 세니아 선생님 같은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포근하고 상냥하게 나를 달래주었다.

“게다가 세니아 선생님이 키스를 조르잖아..그렇지 선생님?”

“흐응...키스 조아..♡ 유두 괴롭히기 조아..♡”

“일단 떨어지세요! 그대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니까!”

으악! 나는 악마 같은 시르카의 심술에 의해 요람과도 같은 세니아 선생님을 뺏기고 말았다!

“..으악이 아니잖아, 시발!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이제야 좀 정신이 드시나 보네. 일단 심호흡 좀 하세요.”

“심호흡, 후우..후아...”

나는 깊게 숨을 쉬었다 내뱉는 태산도장의 호흡법을 이용해, 천천히 머리에 쏠린 피를 없애고 정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리 이성이 돌아와도 지금 좆됐다는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지 시르카? 내가, 가. 강간을 한 건가..?”

“글쎄요, 세니아 선생님이 싫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는데 강제로 덮쳤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시르카는 몇 번의 절정으로 맛이 간 듯 헤롱거리는 세니아 선생님의 옷을 입혀주며, 시르카가 자리를 비웠던 사이 있었던 일의 설명을 경청했다.

내 설명이 끝나자, 시르카는 나를 보며 작은 한숨을 쉬더니 세니아 선생님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주인님을 사랑하지만 이 상황은 역시 너무 과격하고 과하긴 했네요.”

“아..씨발..”

역시 좆됐구나, 나는 절망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참담한 기분으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짜악!

“..어?”

내가 절망에 빠져있자, 갑자기 시르카가 뺨을 때리더니 내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정신 차리세요 주인님, 아직 방법은 있어요!”

“..바, 방법이 있다고? 이런 상황에서?”

“네. 그러니까 도련님은 자신이 애인도 아닌 여인을 강제로 건드렸다는 사실이 문제잖아요?”

“그,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순애를 좋아한다고..”

“...네? 순애요? 주인님이?”

그 순간 시르카는 굉장히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아니 나보다 순애를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 텐데??

“..네 뭐, 하렘 순애도 순애라고 쳐드릴 테니까. 아무튼, 순애라면 괜찮은 거잖아요?”

“그, 그렇지?”

“그럼, 세니아 선생님이 원래 아르틴 주인님에게 호감이 높았으면 이것도 일종의 순애가 아닐까요?”

“..뭐?”

이게 시발 무슨 소리야.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던 나도 듣는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발언이었다.

“그, 그게 무슨 샤오메이 마법 쓰는 소리야? 이 상황이 순애라니..?”

“생각해보세요. 선생님과 제자. 사랑에 빠지면 금단의 상황에서, 세니아 선생님이 실은 주인님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다면 굉장히 비극적이겠죠?”

“그야 그렇지..? 아카데미에 들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만약 그렇다면, 주인님이 먼저 대쉬를 해 자신의 여자로 만드려는 상황도, 성향에 따라서는 강간이 아니라 순애화간이 될 수 있는거죠!”

아니 씨발 그건 역시 아닌 거 같은데?

몽마식 헛소리에 나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게 뭔 개 같은 소리야.

“네 말이 무척이나 개소리인건 둘째 치고, 그러면 뭐 어떻게 하자는 건데?”

“그러니까, 같이 세니아 선생님의 무의식 안으로 들어가서, 아르틴 주인님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확인해 보면 되죠!”

“..무의식 속에?”

나는 힐끔 세니아 선생님을 바라봤다. 아직도 얼굴이 절정으로 완전히 풀어져, 쾌락에 젖은 야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생님이 보였다.

“장미관 때처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예요! 몽마인 제가 길잡이를 하는데 길어봐야 체감 시간으로도 30분 정도일 거라고요?”

“..그, 그건...”

나는 조금 두려웠다. 세니아 선생님하고 접전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나를 제자 이상으로 생각하긴 하실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만 같아서 꺼림칙하다는 표정을 짓자, 시르카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내 눈을 바라봤다.

“..주인님..”

“그래도 역시 고민이 돼, 이런 걸 굳이 확인해야 할까 싶어, 그냥 정신을 차리면 바로 사과 하는..”

“그만 답답하게 굴고 그냥 잠드세요.”

“컥.”

갑자기 시르카의 손에서 쏘아진 분홍빛 광선이 내 이마를 관통하자, 나는 미칠 듯이 잠이 쏟아져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혀끝에 닿는 책상의 나무 맛이 참으로 텁텁했다.

*

“...?”

정신을 차리자, 나는 분홍색 안개 사이를 걷고 있었다.

“어머, 정신이 드셨어요 주인님? 생각보다 빨리 드셨네요?”

“..아니, 그렇다고 강제로 주인을 재우는 사역마가 어딨어?!”

“자꾸 답답하게 구니까 화가 나서 그랬죠. 왜 자꾸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굴면서 후회만 하시는 건데요?”

시르카는 나를 향해 한쪽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삐진 듯한 눈으로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아니, 아무리 세니아 선생님이 나를 좋아해도 화간은 아니지 않은 가 싶어서..”

“...애초에, 주인님은 저를 테이밍 할 때 강제로 덮쳐놓고, 이제 와서 강간을 신경 쓰는 건가요? 왜요?”

..어라?

그러고 보니, 시르카를 덮친 것도 따지고 보면 강간인가..?

“아, 아니 그건 네가 나를 죽이려고 했으니 좀 다른 거지. 죽이지 않고 상냥하게 섹스로 테이밍 했으니 오히려 칭찬 받을 일 아니야?”

“흐흥, 그 말을 아그네스님이 들으셨으면 정말로 칭찬을 해주셨을까요?”

이런 치사한 녀석, 시르카가 아그네스의 이름을 꺼내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제 말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거죠. 까놓고 세상에는 강한 이성에게 도전해서 자신이 이기면 하렘에 들이는 마족도 있는 걸요?”

“..아무리 그래도, 세니아 선생님이 나를 좋아하리란 보장도 없잖아?”

내가 침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시르카는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나를 쿡 찔렀다.

“글쎄요, 여자가 아무런 호감도 없는 학생을 위해서 천마에게 대들고 시간을 내서 개인 수업까지 해줄까요? 저는 오히려 두 사람이 감정을 몰래 확인하다가 들킬까봐 절 부른 줄 알았거든요?”

“그건 너무 억지 우결충 같은 마인드 아니야?”

“우결충이 뭔데요? 그보다, 조금만 더 가면 잠재의식의 안이니 집중하세요.”

시르카를 따라 걷자, 점점 분홍색 안개가 옅어지며 주변의 풍경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엄청..꽃밭이네요..?”

“그러게, 완전히..꽃밭이네.”

우리가 걷던 어두운 무의식의 공간은, 어느새 온갖 꽃들이 만개한 화려한 꽃밭으로 변해있었다.

햇빛은 화창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어둠이 하나도 없는 밝은 사람의 정신세계의 모범 같은 풍경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을 더럽힌 거야? 괜히 더 죄책감만 밀려오는데?”

“에이, 또 징징거리지 말고 조금만 더 가봐요. 저기! 뭔가 있는 것 같은데요?”

시르카가 가리킨 곳을 보자, 확실히 꽃밭의 사이에 무언가 구조물 같은 게 눈에 들어왔다.

“저게..뭐지? 꽃밭에 있을 물건은 아닌 거 같은데?”

천천히 나와 시르카가 그 곳을 향해 걸어가자, 우리는 그 구조물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각상? 대리석으로 만든 새하얀 조각상이네요?”

“게다가 조각상에 새겨진 저거..나 아니야?”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자, 그 대리석 조각상이 다름 아닌 나를 새겨놓은 모습이었다.

조금 더 잘생긴..? 4회차 때의 늠름한 나를 닮은 모습이었지만, 아무튼 건장하고 허리에 칼을 찬 생도복 모습. 그건 틀림없이 아르틴인 내가 분명했다.

화려한 꽃밭 한 가운데에 왜 내 조각상이 있냐면, 나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시르카를 바라봤다.

“보통 이런 거는 뭐라고 봐야 하냐..?”

“글쎄요, 저기 밑에 작게 뭐라고 적혀있긴 한데. 확인해 볼까요?”

시르카의 말에 5m가 넘는 내 대리석 조각상에 다가가자, 확실히 발밑에 뭐라고 적혀 있었다. 내용은...

─나를 구해준 멋진 기사님, 아르틴 루드비히♡─

“...?”

뭐야 이건? 멋진 기사님?

“주인님, 언제 또 세니아 선생님을 꼬셨어요?”

“아니, 아니 딱히 꼬신 적은 없는데..? 뭐야 이 이름 뒤의 하트는?”

“그야, 나를 구해준 멋진 기사님에게 주는 마음을 담은 하트지!”

깜짝이야! 갑자기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확인했다.

“안녕! 귀엽게 생긴 아르틴! 선생님이랑 같이 놀자!”

“우앗?!”

그곳에는 세니아 선생님이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선생님이 나를 끌어안자, 나는 다시 한 번 이 거대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꼴이 되었고 말이다.

“이건.. 무의식 속의 세니아 선생님이 구현된 것 같아요. 마침 잘 됐네요. 주인님에 대해 물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시르카가 그런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뭐라고 했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 대답할 수 없었다.

“으읍! 읍! 읍읍!”

“후후, 귀여워! 귀여워! 역시 너 대학원생 할 생각 없니? 선생님이 잔뜩 아껴줄게!”

갑자기 나타난 무의식 속의 세니아 선생님에게 얼굴을 틀어막힌 채, 머리를 쓰다듬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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