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 외전 2.술에 취한 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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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해당 에피소드는 본편과 관계없는 IF 외전임을 명시합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167화 천마와 달맞이관을 대체하는 IF입니다.
해당 에피소드는 비처녀가 히로인으로 등장합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읽지 않으셔도 본편을 즐기시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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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메이에게 천마가 살고 있다는 달맞이관에 대한 정보를 들은 직후, 나는 골드 기숙사를 빠져나와 달맞이관을 향했다.
아, 가기 전에 혹시 몰라서 펠카스 상단에 들려 양갱 세트는 하나 준비했다.
‘카이엔 녀석은...뭐 두고 가도 괜찮겠지? 천마하고 깊은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카이엔과 아까 헤어질 때, 필요하면 꼭 불러달라고 녀석이 신신당부를 하긴 했지만... 나를 음습하게 바라보던 녀석의 눈빛을 떠올리니 그런 마음이 싹 가신다.
‘고작 달맞이관 가는데 별 일이야 있겠어, 뭐가 나타나도 천마가 해치워 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힐끗 하늘을 보니, 벌써 해가 질 시간인지 노을이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펠카스 상단까지 들리느라 시간을 좀 소비한 것 같다.
적어도 밤에는 돌아가 내 연인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는 조금 서둘러 달맞이관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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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맞나?”
나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달맞이관이 있어야 할 위치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한 장소에는 분명 건물이 한 채 있었다. 둘러보니 간판에도 달맞이관이라도 정확하게 적혀있다.
문제는 내 기억 속에 있던, 잡귀신들이 나타나던 그 허름한 달맞이관하고는 전혀 다른 건물이 있다는 점일까.
“분명 전에 봤을 때는 완전히 허름한 상태였는데? 우리 실버 기숙사보다 더 새 것 같잖아?”
정원에 멋들어지게 핀 달맞이꽃들 하며, 맨들맨들한 외벽과 반짝이는 철문. 이건 아무리 봐도 얼마 전에 지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장미관 사건 이후로 버려진 건물들을 좀 관리한다고 했던가?’
이건 적당히 관리가 아닌 것 같긴 했지만...아마 천마가 머물겠다고 했을 테니 이 악물고 대청소라도 한 것 같았다.
뭐, 여전히 사람이 없어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창문마다 켜져 있는 등불은 마치 사람이 있던 시절의 달맞이관을 보는 기분이 든다.
‘뭐, 안에 계시겠지? 들어갈까?’
─스륵.
천마가 왜 이런 곳에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라고 적당히 생각하며 철문을 열고 달맞이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대박이네, 끼익거리는 소리도 안 나는 것 좀 봐. 얼마나 약품 처리를 잘 해놨으면...바닥도 엄청 반짝거리네.’
나는 완벽하게 왁스칠이 되어있는 바닥을 지나며, 로비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야, 그렇게 관리를 해놓고 저건 그대로 유지해놨네. 좀 청소 좀 해주지.’
내부에는 낡은 트로피들과 상장, 그리고 새 것 같은 가구나 벽이 기묘하게 공존된 모습이었다.
먼지 냄새가 날 것 같은 벽은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적어도 혼자서 계속 보고 있으면 귀신이 기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 나는 서둘러 로비를 지나 복도의 방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천마님은 어디서 머물고 계시지?’
고요한 달맞이관에는 총 7층에 거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방이 있다. 이 중에서 천마가 머물고 있는 방이 분명 있을 텐데...
뭐 어쩔 수 있나, 1회차 시절 생존하면서 갈고 닦은 기척 감지 능력에 집중하며, 나는 천마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오, 2층의 208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네.’
천마는 명경지수의 상태가 아닌 건지, 잠깐 집중하는 것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천마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떠들썩한 느낌인데...
‘뭐지, 아직도 질질짜면서 누워 있기라도 한가?’
천마쯤 되는 사람이 내가 건물에 온 것도 모르는 지, 내 쪽을 감지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혹시라도 어디가 아픈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천천히 208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런데 방으로 점점 다가가자, 뭔가 시끄러운 천마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니까...내가...말로...”
‘뭐지? 기감은 혼자인데 왜 대화를 하는 소리가..?’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듯한 천마의 목소리에,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노망이 난 것도 아니고 왜 혼자서 저렇게 크게 떠들고 있지?
‘혹시 달맞이 관에 나오는 귀신한테 홀리기라도 했나?’
천마가 귀신에게 홀리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긴 했지만, 나는 혹시나 싶은 생각에 걱정이 들어 방문을 아주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이게 뭐야?’
그리고, 방 안의 풍경은...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내가 이 나이 먹고...새파랗게 어린 녀석에게 할망구 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쉔 이 바보야! 대답 좀 하라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천마는 초상화가 담긴 액자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병 하나를 들고 공중에 붕붕 휘두르고 있다.
거기에 코를 찌르는 이 독한 술냄새. 이건...아무리 봐도 혼자서 술 마시다가 취해서 주정을 부리는 모습이 아닌가.
‘...천마라는 사람이 어쩜 저렇게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추하지?’
천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알콜 따위에 중독되어 고주망태가 됐는지도 이상하지만, 저렇게 고래고래 소지를 지르며 주정을 부리는 모습은 맨 정신으로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거기! 너 누구냐앗! 마왕이 보낸 첩자냐!!!”
그 한심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자, 천마는 그래도 명색이 천마라는 건지 그 작은 한숨소리가 들려온 내 쪽을 향해 노려오며 아득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니, 여기까지 접근할 때 까지 몰랐으니 그건 그거대로 추한가?
“접니다 천마님. 증손녀인 샤오메이의 사위인 아르틴 루드비히요.”
나는 괜히 일이 더 시끄러워 질 까봐, 천천히 문을 열며 양 손을 들어 올린 채 천마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암살자로 오해하고 전력으로 공격해오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기도 했고.
그런데, 묘하게 나를 바라보는 천마의 취기어린 눈이 많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쉔? 쉔 즈웨이 당신이야?”
...이게 무슨 소리야? 쉔 즈웨이? 그게 누구더라? 들어본 이름인데?
“쉔! 왜 이제야 온 거야! 늦어도 너무 늦었잖아! 100년이나 지났는데에!!!”
“무슨 착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천마님 저는 아르틴 루드비...”
일단 술에 취한 나머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 나는 천마를 달래며 상황을 설명해보려고 시도는 해봤다.
하지만, 천마는 그런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나를 향해 마치 호랑이처럼 날렵하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우악?!”
나는 그런 천마의 모습에 다급히 그녀를 받아내 보려고 했지만, 천마의 몸에 실린 힘이 내 상상을 뛰어넘는 지라 그대로 방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미친, 저번에 붙잡고 늘어질 때도 그렇고 힘이 무슨...?’
그 박력 넘치는 힘에 내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들자, 나는 천마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왜...왜 이렇게 늦었어. 보고 싶었단 말야...매일 밤마다 네가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기다렸다고오...”
...천마는 엄청 걸걸하게 취한 것인지, 나와 얼굴을 마주보고도 여전히 나를 쉔이라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당장 천마를 떼어낸 후 아르틴이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가 않았다.
“...천, 천마님...”
“바보...! 꼭 다시 돌아온다고 해놓고...!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고! 쉔은 정말 바보야...”
천마님의 눈을 마주한 순간, 나는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그 눈을 들여다보자, 나는 이내 그 눈을 어디서 봤는지 알 수 있었다.
장미관 사건 당시, 바이올렛의 기억을 떠돌던 중에 봤었던 그 눈빛.
내가 죽고 난 후의 기억 속에서 올가와 바이올렛의 표정에 깃들어 있던,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억누르는 사람들의 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 차마, 나는 바로 쉔이라는 남자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천마님은 나를 그 쉔이라는 남자와 겹쳐보고 있는 거겠지.’
중국식 이름과 천마의 순애보를 생각한다면, 그건 아마 죽은 샤오메이의 증조부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연인들은 이런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울적해졌다.
‘조금은 천마님이 술에 취해서라도 재회할 수 있게 내버려 둘까.’
나는 이 짧은 백일몽을 깨우고 싶지 않아, 내 품에 안겨서 울먹이는 천마님을 가볍게 안아 토닥이며 천천히 달래주었다.
“바보, 같이 죽을 때 까지 평생 사랑하기로 해놓고, 그렇게 먼저 죽어버리는 게 어디 있어...아나 혼자서 아들하고 딸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런 내 토닥임이 마음에 들었는지, 천마는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서러움이 담긴 목소리로 내 품에 안겨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어떤 순간에도 우리에게 약한 모습은 안 보여주려고 노력하던, 공화연방의 최강의 무술가라고 불리던 여인이, 내 품안에 안겨서 이리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왜 이리 안타까운지.
어찌 보면, 샤오메이의 그 어리광 많은 성격이 누구에게 물려받은 건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샤오메이가 이렇게 슬퍼한다는 생각이 들자 왠지 더 울적해졌다.
“괜찮아요. 마음 것 울어도 되니까, 천천히 하고 싶은 말을 전부...읍?!”
천마에게서 샤오메이를 보며 감정을 이입한 나는, 천마를 마주보며 상냥한 말을 해주었다. 그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허나 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술냄새와 낯선 감촉이 느껴지자, 달래던 목소리를 멈추고 매우 당황한 눈으로 천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츄웁...쪼옥...우움...”
이 여자, 울면서 자기 마음을 펑펑 쏟아내더니 갑자기 나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내가 놀라서 천마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그 거지같이 단단한 포옹을 풀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읍! 읍읍! 으브브!”
포옹을 풀지 못한 나는 일단 다급하게 고개라도 돌려서 키스를 막으려고 했지만, 천마는 그런 내 행동에 도리어 내 턱을 꽉 잡고 마치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키스하듯이 내 턱을 붙잡았다.
“읍! 으으읍!”
“츄웁...쪼오옥...♡”
물론 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것에 불과해 도저히 키스를 즐길 수가 없었다. 묘하게 샤오메이와 키스를 하는 방식까지 비슷해서 더더욱 묘한 이질감밖에 들지 않았다.
‘...어, 얼마나 독한 술을 마신 거야?! 키스만 하고 있는 데도 머리가 어지러워...!’
게다가 어떤 술을 마신 건지는 몰라도, 숨결을 들이 마시고 타액을 조금씩 삼키는 것만으로도 내 머리가 포도주를 들이킨 것처럼 어지러웠다.
술은 한 모급도 안했는데 점점 취한다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도 나는 무력하게 억눌린 채 키스를 당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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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미 독한 럼주를 잔뜩 들이킨 것 마냥 나는 완전히 취한 상태로 천마인 샹페이와 계속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우우움...쪼옥...”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천마의 혀의 움직임에 맞춰서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강제로 키스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까?
‘적당히, 적당히 해주면 놔주고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문제는 내가 키스를 맞춰주자, 천마는 오히려 교태있는 눈웃음을 지으며 내 몸 위에 올라탄 채로 몸을 비벼오기 시작했다.
샤오메이보다 가슴은 작긴 했지만, 오히려 밸런스는 더 좋은 천마의 탄력 있는 육체가 부드럽게 내 몸을 자극한다.
‘언제까지 하려는 거야...?! 사람을 강제로 붙잡아두고...!’
나는 이 억눌려서 강제로 당하는 상황이 계속 되자, 슬슬 불쾌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샤오메이도 그렇고, 샹페이도 그렇고, 이 가문의 여자들은 왜 좋아하는 남자를 붙잡고 강제로 애정행각을 해오는 걸까?
내가 피학성향이 있었다면 지금 이 상황을 즐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마조히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 연속된 야한 사건들 속에서 내 안의 가학심과 지배욕이 눈을 뜨고 있었다.
‘괘씸해, 감히 하렘의 주인이자 숫사자인 나를 강제로 덮쳐...?’
이게 첫 번째도 아니고 두 번째로 강제로 덮쳐지는 일이라는 게 더욱 괘씸했다. 양호실 때는 일부러 최대한 발기도 안하려고 억누르다가 당하기만 했다고, 나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닐까?
머리를 가득 채운 술기운 탓인지는 몰라도 이 버릇없는 천마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아니, 못 할게 뭐 있어? 나는 강제로 당하는 거니까 반격을 해도 무죄다.
“흐윽?! 흐으읏...♡ 자, 잠깐 거기는...♡”
나는 천마의 엉덩이를 손으로 잡고 강하게 주무르며, 샤오메이의 성감대였던 허벅지 안쪽을 엄지로 꾸욱 꾸욱 문지르며 애무하기 시작했다.
내 예상대로 샤오메이와 성감대가 비슷한 건지, 천마는 야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저릿하고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내 몸을 끌어안고 있는 힘은 강력해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나는 천마를 떼어내기 위해 애무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내 사적인 욕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조를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의 행사였다!
“흐읏, 하앙...♡”
그런 내 대처는 효과적이었는지, 방 안에 천마의 상스러운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약한 천마의 모습을 보자 내 안의 가학심이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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