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카이엔의 50가지 그림자
* * *
몽마섹스빔에 맞은 직후, 내 몸이 천천히 떨림과 동시에 신체의 피가 급속도로 한 곳에 몰리기 시작했다.
몽마의 권능,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색욕의 죄를 깨우는 권능을 맞을 때 마다 몸이 보이는 반응과 동일하다.
서서히 내 뇌가 색욕에 사로잡힐 거고, 여자를 따먹으면 무조건 좋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들테지.
그럼 결국, 세니아 선생님 때 그랬던 것처럼 본의 아니게 질펀한 섹스를 시작할 것이다.
‘나쁜 건, 아니야,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안 돼...!’
문제는 지금 내 뒤에 카이엔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여자로 변한 카이엔이.
‘이대로 가면, 100% 지난번 4P 난교 때처럼 되고 만다. 그것만은 참아야 해...!’
지난 번 몽마섹스빔에 맞았을 때, 나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면서도 농밀한 난교파티를 즐겼다.
지금 만약 눈앞의 마리안느 누님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눈이 뒤집혀 색욕에 몸을 맡기고 말겠지.
어쩌면 교실에 돌아오신 세니아 선생님을 덮칠지도 모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여태까지 내게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할 때...
아마 여자가 된 카이엔과 교배섹스가 확정이겠지.
“누, 누님. 지금 내 상태가 이상해서 그런데,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까요?”
나는 일단 서둘러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몽마의 권능을 인내하는 것은 초인적인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 심지어 내 눈앞에 있는 게 매력적인 여성이라면 더더욱 강력한 인내심을 요구하게 된다.
지금도 가슴이 너무 풍만한 나머지, 단추를 잠그지 못해 드러난 마리안느의 부드러운 가슴골에 시선이 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자리를 피해서 어디 남자화장실에 틀어박힌 후에 시간을 벌면서 몸에 쌓인 마기를 가라앉히자.
“멈춰, 아르틴.”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가려던 내 손목을 마리안느가 강하게 움켜쥐었다.
“...누님?”
“가지 마. 어디 가지 말고...내 옆에 있어줘. 당장.”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그제야 누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색기 어린 홍조가 얼굴에 감돌기 시작한 누님은, 나를 애정이 가득 담긴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몰아붙이며 심문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 반응, 이건 설마...
‘아, 그러고 보니 누님도 시르카의 권능에 노출 됐었지..?’
방금 눈으로 보고도, 나는 그게 문제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몽마의 권능은 당사자의 정신력과 타고난 마나의 강대함에 따라 어느 정도 저항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전 회차에서는 누님이 몽마의 권능에 당하고도 떨쳐내며 무쌍을 찍는 것도 직접 봤었다. 그래서 당연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흐읏...♡ 아르틴, 너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섹시해? 단추 2개만 더 풀어봐...”
하지만 누님의 눈빛은 몽마의 권능에 푹 빠진 사람의 눈빛 그 자체였다.
나를 강제로 의자에 앉힌 후, 무릎 위에 올라타 허벅지에 허벅지를 비비며 요염한 목소리를 내는 누님.
이제 생각났다. 이건 얼마 전에 마리안느 누님하고 단둘이 ‘요가’를 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젠장, 누님이 나를 사랑하고 있어서 저항을 했는데도 효과가 발동하는 거구나!’
몽마의 권능은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호의적인 대상일수록 강력한 효과를 내기 마련, 때문에 몽마들도 상대방을 유혹할 때는 이상형이나 지인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런데 누님은 얼마 전에 나랑 그렇게 애정 깊은 행위를 잔뜩 즐긴 상황.
그 이후로 진한 데이트를 제대로 한 적도 없는 만큼, 시르카가 가볍게 등을 떠미는 것으로 내게 쉽게 발정이 날 정도로 푹 빠진 상태라는 뜻이다.
‘한 마디로 욕구불만이라 이렇다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당장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누님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움켜쥐고 당장 들박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욕구를 이기지 못할 거고, 그 결말은 분명 카이엔과의 섹스로 이어질게 분명하다!
“누님, 카, 카이엔도 있는데 여기서 이러는 건 좋지 않아요! 일단 진정해봐요!”
“쉿, 일단 섹스 먼저, 시시콜콜한 건 나중에 이야기해.”
틀렸다. 눈앞의 누님은 나를 잡아먹을 생각으로 가득 찬 것 같다.
벗어나려고 해도 워낙 누님과 나의 힘 차이가 심해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 심지어 누님의 엉덩이로 천천히 손이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누님이 이렇게 대놓고 유혹하는 데, 맨정신도 아니고 어떻게 참아..!’
마음을 놓은 내가 마리안느 누님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지.
─파지직!
“이극?!”
그 때, 내 나쁜 손을 느끼며 즐거운 표정을 짓던 누님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흐려졌다.
뒤이어 전기 튀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님의 몸이 내 위에 축 늘어지는 것이 아닌가?
“...파트너도 참, 내가 없으면 언제나 이런 일을 당했던 거야?”
“카, 카이엔? 너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별거 아니야, 파트너가 너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마리안느 왕녀가 잠깐 잠들 수 있도록 도와 준거지.”
카이엔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보란 듯이 손끝에서 전기를 튀겨보였다.
지금, 그러니까 누님이 나를 덮치려고 해서 전격마법으로 지져버렸다는 소리아닌가?
일단 황급히 누님의 상태를 살펴봤더니 몸에 이상은 없는 걸로 봐서는, 잠깐 잠들게 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조금 찝찝한데, 카이엔 녀석이 나를 왜 도와줬지?’
가만히 있었으면 반사이익을 얻었을 녀석이, 왜 굳이 나를 돕기 위해 누님을 기절시킨 걸까?
하지만 의아하다는 눈으로 카이엔을 살펴도, 뭔가 의심할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선의로 나를 도와준 건가?
“어, 일단 고마워 파트너. 덕분에 살았네.”
“괜찮아. 방금 그 분홍색 빛은 몽마 시르카의 짓이지?”
“맞아, 덕분에 하마터면 성욕에 미칠 뻔 했는데...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카이엔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우선 기절한 마리안느 누님을 책상 위에 눕혔다.
“고맙기는 아르틴, 내가 더 고마운 걸.”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고맙다니?”
갑자기 카이엔의 이상한 소리에, 내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파지직!
“어커걱.”
내 목 뒤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전격에 나는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으헥.”
이상한 단말마와 함께, 나는 눈을 뜨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는 어째서인지 어두운 공간에 누워있었는데, 묘하게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다.
“내 손발이 묶여 있잖아? 이거 꿈인가...?”
올가 때 이후로 다시 팔다리가 묶이게 될 줄이야. 게다가 묘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이 감각은 저번이랑 동일하게 무언가에 취한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왜 기절을 한 거지? 분명 내 등 뒤에서 누군가 전기로 감전을 시켰는데.’
이상한 것은, 내 등 뒤에 있던 것은 카이엔 뿐이었다. 그럼 카이엔이 나를 기절 시켰다는 소리인데.
‘카이엔이 왜 이런 짓을...? 내가 아무리 무방비해도 강제로 기절시키면서 까지 덮친 적은 없는 녀석이잖아.’
머리를 돌려 생각하려고 했지만, 머리가 술에 취한 것처럼 어지러웠다.
게다가 몽마섹스빔의 효과가 아직 그대로 남아 온몸을 감싼 흥분이 생각을 더욱 방해하고 있었다.
이런 순간에도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발기한 리틀 아르틴을 보고 있자니, 역시 비현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있고.
‘...잠깐, 내 바지. 내 바지 어디 갔어?’
왜 내 자지가 적나라하게 밖에 나와 있지? 누가 내 속옷과 바지를 벗긴 거지?
문뜩, 무서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덜컥.
“어라, 벌써 일어난 거야 파트너?”
“...카이엔?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진정해 아르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상황은 아니니까.”
그때, 방문이 열리며 램프의 잔잔한 불빛이 방안과 함께 카이엔을 비췄다.
...동시에 카이엔의 백옥 같은 피부가 드러났다.
내가 입혀줬던 하얀색 가운은 어디 갔는지 물방울 모양으로 예쁘게 출렁이는 커다란 가슴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으며, 나를 향해 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살랑살랑 유혹하듯 흔들리는 골반이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녀석은 한 손에는 램프를, 한 손에는 이상한 병을 들고 있었는데, 묘하게 표정은 무척 특이했다.
평상시에 알몸의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그 눈빛이 아니라...좀 더 음습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씨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를 기절시킨 것도 모자라 자신의 방에 데려와서는 바지를 벗기고 꽁꽁 묶어둔다고?
그것도 자신은 알몸인 상태로? 나한테 보란 듯이 가슴을 출렁이면서?
“카이엔? 일단 진정하고 들어봐. 이건 꽤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어.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으니까 진정하자. 응?”
“후후후, 아르틴도 참♡ 무슨 야한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엉큼한 파트너라니까♡”
“아니, 지금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상황이 맞거든? 일단 묶은 것 좀 풀어주고 말할래?”
내 다급한 외침에도 카이엔은 대답 없이 침대에 걸터앉아, 램프를 옆에 내려놓은 후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지금 아르틴은 무척 아픈 상태야. 몽마의 권능에 당했잖아? 그러니까 다른 여자에게 엄한 짓을 하기 전에 파트너인 내가 도와주려는 거고.”
“도와주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신성력으로 마기를 몰아내기라도 하려는 건가? 라고 생각한 순간.
──쭈우우욱♡
카이엔은 자신이 가지고 온 통에서 끈적한 액체를 자신의 손에 붓기 시작했다.
그 액체는...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표현해보자면...
‘러브젤이잖아, 저거.’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AV나 히토미에서 봤던 러브젤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꼿꼿하게 성..기를 세웠잖아? 그러니까, 마기가 전부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줄게♡”
“...카이엔? 그거 내가 생각하는 방법 아니지? 그, 그 액체는 왜 손에 부은 거야? 왜 양 손에 골고루 펴서 바르고 있는 건데?”
“후훗♡”
내 절박한 질문에도, 카이엔은 그저 기분 좋은 산뜻한 웃음만을 짓고 있었다.
이 미소,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유수유대딸을 강제로 할 때의 샤오메이가 저 표정이었지.
“시발! 텔레포...”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나는, 다급하게 비상시를 위해 준비해둔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하려고 했다.
허나 그 순간, 카이엔의 가늘고 새하얀 예쁜 손바닥이 내 입을 가리며, 귓가에 잔망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쉿, 착하게 있어야지.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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