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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190화 (190/266)

〈 190화 〉 천사를 찾아라! #02

* * *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행복하게 학창생활을 즐기기만 하면 될까?

“아니, 뭔 놈의 일정이 파도파도 계속 튀어나오는 거야?!”

그건 달콤하지만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황태자하고 내기도 이겼겠다, 이제는 정말 내 연인들하고 느긋하고 로맨틱한 학창생활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해서 일정표를 작성해보니 말도 안 되는 스케쥴이 튀어나온다.

그래도 혹시 내 계산이 잘못 될 수도 있으니, 떨어트린 다이어리를 들고 다시 체크를 해보기로 했다.

“좋아, 일단 세니아 선생님을 보호하기,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이벤트야.”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의 던전 실습. 여기서 마족의 습격은 고정된 이벤트다. 세니아 선생님의 목숨이 처음으로 위험해지는 이벤트.

세르게이 담임선생님이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복귀한 만큼, 본래의 이벤트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세니아 선생님이 생각보다 악의적인 이벤트만 몰려있다는 게 문제지.’

분명 어디선가 또 위험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아니, 세르게이 담임선생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더 큰 위험이 같이 터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걸 위해서 내가 오명을 무릅쓰고 세니아 선생님을 연인으로 만든 거지만...’

이 말을 다른 연인의 앞에서 하면 무슨 헛소리냐고 따질지도 모르지만, 나는 떳떳하다.

내 멘토 같은 선생님이 죽는 것보단 내가 바람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게 낫지 않겠어?

“아무튼,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가 같이 따라가는 게 최선이지. 이게 0순위고...”

다음 항목을 본 나는 미간이 절로 찡그려졌다.

“와이즈 백작 만나기, 악의적인 소문 퍼트리는 뮤리스 막기, 루드비히 남작 상대하기...와 시발 거를 타선이 없네.”

욕이 절로 나오는 일정들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나만 일정에 껴있어도 체할 것 같은 일정들이 어떻게 한 번에 발생하지?

‘차라리 와이즈 백작하고 만나는 게 낫지, 그 썅년하고 간신배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건 죽어도 싫은데.’

사사건건 나를 방해했던 렉스턴과 그 딱까리였던 시온 때문에 그렇지, 와이즈 백작은 생각보다 개념인에 가깝다. 적어도 몇 번 만났을 때는 인류의 배신자가 된 아들 때문에 심적으로 고통을 앓던 걸 보면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두 새끼는 아니야! 아니, 얘네는 사람 취급도 과분해!”

나는 뮤리스와 루드비히 남작의 이름에 X표를 쳤다. 이 두 사람은 그 좆같은 루드비히 가문에서도 악질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1회차 당시 아카데미를 포기하고 가문으로 돌아갔다가 당했던 멸시와 고통을, 그 때 당시 두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은 가족이 아니라 벌레를 보는 눈이었다.

‘그래, 그 때였지, 가족이라고 해서 다 같은 가족이 아니란 걸 깨달은 게. 차라리 없는 게 더 나은 것들도 있을 줄이야.’

현실에서 고아로 나고 자라, 가족이라는 개념에 조금 동경을 품고 있던 나로서는 상처를 많이 받았었다. 이런 가족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뭐, 나를 출산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유일한 아들이라 장녀 누님의 계승권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말은 번드르르한데 개소리지.’

애초에 아르틴 루드비히는 본처의 자식도 아니다. 가문의 후계자인 장녀와 차녀인 뮤리스의 어머니가 죽고, 적적했던 루드비히 남작이 영지에 적당히 예쁜 여인을 첩으로 들였다가 태어난 현실로 치면 사생아에 가까운 자식.

물론 왕국은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나라인 만큼 정말 사생아는 아니지만, 그 때문에 지지해주는 외가도 없고 가솔들도 나랑 엮이지 않으려고 없는 사람 취급. 렉스턴과 사이가 안 좋다고 암덩이 소리까지. 겪지 말아야 할 안 좋은 취급은 다 겪었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벌레취급을 하지? 다시 생각해도 열 받네, 그냥 홧김에 짓밟아 버려?”

1회차 당시의 무력한 내가 아니다. 지금도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뮤리스의 꼬라지를 봐서는 잘근 잘근 씹어 먹는 게 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츄웁♡ 이 병신 같은 암캐를 용서해주세요...쪼옥...”

“아니, 너 보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 계속해.”

“알겠습니다...우움...츄우웁♡”

책상 밑에서 열심히 입으로 봉사 하던 시온은, 내 말에 무언가 찔리는 건지 봉사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사실 가장 주도해서 어린 시절부터 아르틴을 갈구고 괴롭힌 게 시온 이 녀석이긴 하지. 그래 찔릴 법도 했다.

‘이 두 사람은 조지면서 시온은 안 건드리기도 애매하고...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자니 좀 괘씸하고...’

사실 며칠 전에도 시온이 내 옷을 빤다며 가져가놓고 내 속옷의 냄새를 맡던 것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 변태 같은 집착성향은 그대로라는 소리지.

그런데도 시온이 대놓고 티를 내지 않는 건, 하렘의 인물들이 대부분 자신보다 강한 것도 있겠지만 내게 잘못을 했다는 자각은 있어서 눈치를 보는 게 클거다.

‘괜히 용서해줬다가 시온이 정신 차리고 어깨 펴고 다니면 귀찮아져. 그냥 내버려 두자...읏.’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시온의 혀가 내 남근의 기둥을 휘감으며 동시에 목구멍까지 써가며 내 자지를 깊숙이 받아들였다.

‘오, 오오...가끔씩은 눈치를 주는 것도 할만하네. 혀의 움직임은 역시 시온이 짱이라니까.’

느슨해진 시온의 봉사에 긴장감을 주면 이렇게 격렬한 펠라치오를 맛볼 수 있단 말인가. 그 아찔한 쾌락에 조금전까지 머리를 억누르던 스트레스가 사라진 나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친남매도 아닌 년이랑 아버지 같지도 않은 새끼는 신경 끄자, 더러운 건 피하는게 제격이지’

즈륫! 즈류륫!

대신 뮤리스와 루드비히 남작에 대한 악감정을 시온의 목구멍안에 전부 사정한 나는, 후련한 감정으로 두 사람에 대한 안건을 뒤로 미룰 수 있었다.

“후우...그 다음, 애들하고 데이트하고...빌런 이벤트 처리하고...아카데미 밖에 기연도 챙겨먹어야 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정이냐고.”

전부 적고 나니 역시 일정이 너무 맛이 갔다. 애초에 하루에 1명 씩 데이트 해줘도 일주일도 모자라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바쁜 일정이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자잘한 기연들은 지금 내 수준에서는 의미가 없어. 전부 쳐내자.”

연인들과의 데이트와 자잘한 기연, 어느 쪽이 중요한지 답은 바로 나왔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마리안느 누님하고 놀면 그게 기연이고, 샤오메이랑 같이 수련하면 그게 대단한 기연 아닌가? 어지간한 스승들은 그녀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터.

“일단 검술관련 쳐내고..마법관련 쳐내고, 올가가 있으니까 교단 관련 기연도 맡기고, 바이올렛이 있으니까 마녀 관련 기연도 쳐내고...”

“...정말로 이게 다 도련님이 겪었던 일이라고요? 너무 많지 않나요?”

사정을 끝낸 자지에 청소펠라까지 끝낸 시온은, 책상 밑에서 기어 올라와 입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내 다이어리를 엿봤다

그 표정을 무척이나 질린 표정이었다. 하긴 시온은 회귀를 겪어보지 않았으니 실감이 나지 않겠지.

“마왕 잡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했지. 이 재능도 없는 육체로 강해지려면 남들의 몇 배는 노력해야 했으니까.”

“...”

“그래도 덕분에 지금은 여유가 있으니까, 역시 헛된 시간은 아니였지. 시온 네가 똑똑히 체험했잖아?”

“읏, 그건...”

아무리 내가 회귀를 했다고는 해도, 제국의 기사단 출신의 여기사가 2레벨 마법사에게 패배한 건 꽤나 씻을 수 없는 굴욕이겠지.

도리어 그런 일이 있어서 일까, 시온은 회귀에 대해 말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납득한 사람중 한 명이었다.

­“어쩐지, 도련님이 가끔 혼잣말을 하면서 허공을 바라보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어라? 내가 네 앞에서 상태창을 관리한 적이 있었나?”

“...”­

그 비릿한 웃음은 뒤로 하고, 덕분에 시온은 이제 내가 혼잣말을 하거나 허공을 멍하니 바라봐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건 숨기는게 무척이나 피곤한데 잘 된거지.

“아무튼, 챙겨야 할 일정들은 정리했고. 이것들을 어떤 순서로 처리 하냐는 건데...”

──띠링!

그 순간,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알림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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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알림 : 지상에 강림한 천사

TIP : 이번 퀘스트는 아주 아주 중요합니다! 가장 최우선시하며 클리어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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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퀘스트가 문제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알림창을 닫았다.

“그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사르디엘이라는 천사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상태창이 이 정도로 격렬하게 알림을 띄우며 클리어를 종용한 적이 있었나? 장미관 사태 당시에 사람이 무려 3명이 붙잡혔을 때도 이토록 자주 알림을 띄우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세니아 선생님이 우선이지. 사르디엘 퀘스트는 2주 정도 남았고.”

나는 임명식 당시 봤었던, 가슴 크고 아름다운 파란 머리의 천사가 아른 거리는 것을 떨쳐내며 1순위에 세니아 선생님을 적었다.

어쩔 수 없다. 그 천사님이 얼마나 강하고 좋은 동료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내 연인이 된 사람을 챙기는 게 먼저 아닌가?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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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알림 : 지상에 강림한 천사

TIP : 천사 사르디엘은 마왕 토벌에 매우 큰 동료가 되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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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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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알림 : 지상에 강림한 천사

TIP : 이번 회차에만 특별히 부여된 퀘스트입니다. 이번 회차가 끝날 시 더 이상의 기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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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상태창은 그런 내 판단을 거부하듯이, 무자비하게 알림을 연타하며 내 시야를 상태창으로 가려버렸다.

“아니 시발! 누가 안 찾는데!? 세니아 선생님 먼저 지키고 찾는다고 하잖아! 왜 이렇게 시비야!”

“도, 도련님? 조금 진정하시는 게...”

나는 욱하는 마음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애초에 패널티도 없는 퀘스트. 조금 느긋하게 하면 어떻고 실패하면 또 어떤가.

‘아니, 애초에 사죄라면서 카이엔을 카르엔으로 만들어 놓고 천사 퀘스트는 매우 도움이 될 거라고? 이거 또 나 멕이는 거 아니야?’

지난번에는 강제로 명령을 내리고 어길 시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질 않나, 또 카이엔을 TS시켜놓고 내가 원한 거라고 거짓말을 하질 않나, 상태창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에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씨발! 이렇게 된 거 절대 안 찾아! 천사? 직접 나오라고 해! 내가 왜 직접 찾아가야 하는데!”

내가 허공을 향해 버럭 외치자, 내 눈앞을 마구 가리던 알림창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뭐지, 정말로 으름장이 먹힌 건가? 상태창도 사람의 눈치를 보는 인물이었나?

─띠링!

“아 시발, 또 뭔데?! 무슨 팁을 줘도 안...”

그새를 못 참고 또 시야을 가리는 상태창에 또 욕을 뱉으려던 나는, 잠시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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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파일 : 천사 사르디엘의 이미지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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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단순한 팁이 아니라, 몇 장의 이미지였다. 그것도 놀랍게도 그림 같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살던 현실에서 보던 사진을 메신저로 첨부하는 것처럼 또렷하게 여러 장의 사진이 상태창으로 보내진 것이다.

상태창에 이런 기능도 있었다니! 이것만으로도 놀랄 상황이었지만, 보내진 사진의 내용들은 더욱 정신 나간 사진들이었다.

무려, 지난번에 본 천사가 바다에서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 혹은 침대에서 알몸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늘어져 있는 사진들이 아닌가?

‘처, 천사가 수영복? 와이셔츠? 침대? 뭐야 이 사진들은...?’

게다가 지난 번 봤던 천사의 드레스로는 전부 보여지지 않던, 천사 사르디엘의 섹시한 모델 같은 몸매가 내 시선을 사진에 고정시켰다.

‘와, 확실히 이쁘긴...이쁜데...’

파란색이라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머리색만 빼면,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모델들도 천사 사르디엘의 외모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못 미쳤다. 군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몸매는 모델들에게도 넘치지만, 동시에 머리만한 크기를 자랑하면서도 쳐지지 않은 저 가슴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형태가 아닌가.

─띠링!

그 때, 또 한 통의 알림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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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100/6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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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이 숫자는?

나는 잠시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알림창을 빤히 들여다봤다.

“...어, 설마?”

상태창 너? 이 숫자 설마?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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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그녀를 서둘러 찾으십시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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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신나간 알림창들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태창의 상태가 아무리 봐도 이상했지만, 동시에 미친 듯이 진심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나는 세니아 선생님 보호하기 옆에 천사 사르디엘을 찾기를 적어 넣었다.

상태창이 저렇게 강력하게 요청하는 데, 일개 필멸자인 내가 뭐 어쩌겠는가?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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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 한 칸 왼쪽으로 옮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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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상태창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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