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217화 (217/266)

〈 217화 〉 건방진 여자 길들이기 #02

* * *

누군가 골드 기숙사의 옥상에서 괴로운 표정으로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괴로운 표정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알‘미라즈였다. 그녀는 조금 전 바이올렛에게 아르틴의 메시지를 전해 듣고 나온 길이었다.

메피스토와의 우정, 계약의 포기, 감동적인 재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르틴을 찾아야 한다고 걱정에 차있던 여인들도 바이올렛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눈물을 훔치며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유니코르에 이르러서는 눈물을 질질 흘리며, 대악마인 메피스토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지금부터 본좌는 메피스토와의 지지관계를 선언하노라! 그 건방진 꼬맹이 악마에 대한 공격은 본좌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노라!”­

이는 하렘에 속한 다른 여인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1시간 전만 해도 아르틴을 망칠 수 있는 죄악처럼 여겨지던 지옥의 대군주의 여론이 뒤바뀌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야...아니라고...”

하지만 알‘미라즈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친구 계약을 맺어? 진정한 친구가 되기로 해? 우스운 소리다. 인간들이 좋아하는 소꿉놀이나 다름없다!

‘메피스토님은 악마 중의 악마라고...고작 친구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알‘미라즈는 지옥에서 몇 번이고 아르틴을 떠올리던 메피스토의 표정을 봤다.

그 표정은, 단순히 소중한 친구를 떠올리는 아련한 표정이 아니었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의 표정처럼 달콤한 연심이 들어간 것이었지.

그리고 악마의 사랑은 인간처럼 풋풋하지 않다.

‘악마에게 사랑이란 쟁취하는 것...필요하다면 그 상대방을 굴복시켜서라도!’

자신의 부모님만 해도, 상급 악마인 아버지를 쟁취하기 위해 중급 악마였던 어머니는 임신 공격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쟁취해냈다.

메피스토펠레스라고 해서 다르진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아르틴 스승님의 몸과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굴복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욕망에 충실한 악마의 본질이니까, 알‘미라즈 자신도 순간의 욕망에 악마의 본성이 굴복하지 않았는가.

“안 돼..! 스승님의 몸과 마음이 주군에게 타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어!”

스승님이자 남편인 아르틴은 분명 대단한 인간이지만, 위대한 대악마의 유혹과 간계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유혹에도 굴복했으니까.

싫다. 스승님이 타락하여 변하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다.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기다리세요 스승님!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승님을 구해드릴게요!”

결심은 빨랐고, 행동은 더욱 빨랐다. 알‘미라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옥으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조금만! 마음의 준비를 끝낼 때 까지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1시간을 포탈의 앞에서 진득하게 고민하고 나서야, 간신히 용기를 낸 알‘미라즈는 포탈에 자신의 몸을 투신했다.

분명 메피스토의 무서운 음모에 당해, 고통을 받고 있을 아르틴을 구하기 위해!

**

“히으으읏...흐에에♡”

메피스토의 입에서 나약한 신음이 흘렀다.

위대한 지옥의 지배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암컷의 신음이었다.

“뭐야, 아까 나를 놀리던 기세는 어디 갔어 메피스토? 나 같은 허접에게 굴복할 셈이야?”

“히극♡히극♡좀 더♡ 좀 더 강하게에♡ 꼭 안아줘♡”

누군가의 예상과는 다르게, 메피스토는 아르틴의 몸 밑에 깔려 주도권을 완전히 뺏긴 상태였다.

이미 앞서 한 발의 사정으로 살짝 부풀어 오른 아랫배가 아르틴의 복근에 눌릴 때마다, 음란한 소리를 흐느끼며 말이다.

“지금도 힘들어 하면서 꽉 안아 달라고? 자지찌르기 당하면서도 어리광을 부리는 거야?”

“그치마안♡ 아르틴 너무 좋은거얼♡ 히익♡ 흐극♡ 또 갈 것 같...♡”

‘아닌데에♡ 이게 내 계획이 아닌데엣...♡’

메피스토는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에 깊은 쾌감과 동시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메피스토의 첫 계획은 지금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계획은 알‘미라즈의 예상이 꽤 비슷했다.

많은 여인들이 시도까지는 갔지만 실패했던 아르틴의 소유, 그것도 몸과 마음 양쪽을 자신에게 푹 빠지게 만드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리고 계획의 1단계, 아르틴의 몸을 소유하는 것은 성공적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약한 모습을 잔뜩 보이고 말았지만 성공은 성공이 아닌가.

이제 정신만 소유하면, 아르틴은 자신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르틴을 노예로 만들면! 여태까지는 망상만 했던 해보고 싶던 일을 잔뜩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술도 잔뜩 먹였는 데엣♡ 분명 아르틴을 굴복시키기 직전까지 갔는데엣♡ 으극♡’

자궁을 쿵쿵 두드리는 아르틴의 단단한 귀두에, 메피스토의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다리는 자신의 위에 올라탄 아르틴의 허리를 꽈악 끌어안았다.

챱♡ 챱♡ 챱♡

자신의 왕궁에서 벌레보다 못한 미물인 인간에게 범해지고 있음에도, 메피스토의 몸은 흥분에 가득했다.

“으읏, 완전 꽉 조여...메피스토의 삼류 보지도 조임 만큼은 일류구나?”

“삼류♡ 아니야앗♡ 나는 위대한 지옥의 지배자인데엣♡”

“자지만 조금 박아댄 걸로 정신도 못 차리면서 무슨 헛소리야! 이래서는 완전히 허접보지잖아!”

평생을 살면서 이런 매도는 처음이었다. 감히 누가 메피스토 자신에게 이런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단언컨대 그 어떤 악마도 자신에게 이렇게 무례하지 못했다. 다른 군주인 바알제불과 아스모데우스조차 그녀의 강함은 존중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 손가락만 튕겨도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는 인간이 자신을 창녀처럼 매도하고 있다.

크고 단단한 자지로 자신의 보지를 무자비하게 범하며 수컷의 씨앗을 몇 번이고 토해내고 있다. 그런데도 그 행동에 기뻐하는 자신이 있었다.

“흐애앳♡ 이게 아닌데엣♡ 아르틴이 내 밑에 깔려서, 앙앙거려야 했는데엣♡”

사실 메피스토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는 매우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욕망에 충실한 악마에게 있어,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평범한 것이다. 메피스토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메피스토의 사랑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다. 그녀는 악마에게도 드물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서라도 붙잡고 싶은 사랑에 빠진 상태다.

동시에 계약의 악마인 메피스토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계약의 맹세를 걸고 말았다.

아르틴 루드비히에게 자신의 소중하거나 값진 모든 것을 내어주겠다는 맹세를 말이다.

그 맹세가, 메피스토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여인으로서의 피지배욕구를 깨웠다.

“앙앙거리게 해? 어떻게 그런 괘씸한 생각을! 벌로 이 암컷 보지는 내 전용 보지로 만들어 줄 테니까!”

“흐윽♡ 전용 보지가 되어버려♡ 아르틴의 자지에 굴복할 것 같앗♡”

아르틴이 허리의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자 메피스토의 쓸 때 없이 커다란 가슴이 위아래로 천박하게 출렁였다.

먼 옛날 어느 악마가 상상한 것으로 소멸을 피하지 못했던 그 가슴이, 감히 인간의 손에!

사실 메피스토의 가장 큰 문제는, 섹스를 수정구로만 보며 파악했다는 것이었다.

아르틴의 다른 여인들이 암컷의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저 정도라면 자신이라면 아르틴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 섹스란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건 줄 몰랐어어어♡’

고작해야 자위 따위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체온을 느끼며 정복당하는 것은, 수천 년을 살아온 메피스토의 삶을 부정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다.

“후우, 또 쌀 것 같은데, 메피스토 전부 받아 줄 수 있지?”

“잠깐♡ 안대에♡ 또 사정당하면 정말로 굴복ㅎ...흐읍♡ 츄웁♡”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아르틴의 암컷이 될 거란 생각에 다급하게 고개를 젓던 메피스토는, 자신의 입가에 아르틴의 입술이 다가오자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벌렸다.

그 직후 두 사람의 혀가 포옹을 나누듯이 뒤엉키며 서로의 타액을 음미하듯이 빨아댔다. 얄팍한 이성을 강렬한 욕망이 이기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이성이 무너지고 나자, 메피스토의 좁은 보지가 아르틴의 자지를 꼬옥 조여대며 사정을 조르기 시작했다.

아르틴의 육신은 보지의 어리광에 참을 수 없다는 듯 흥분을 토해냈다.

절정에 달한 허리의 움직임이 멈추며 자궁구를 귀두로 들어올려 더 이상 흔딜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즈륫! 즈류륫! 즈륫!

또 다시 자신의 몸에 정액이 쏟아지자, 메피스토는 숨도 쉬지 못한 채 그 절정과 쾌락에 심취했다.

만약 그녀가 인간이었다면 목숨이 위험한 나머지 기절할 정도의 강렬한 쾌락이었으나, 메피스토는 대악마였다.

덕분에 그녀는 다른 아르틴의 여인들처럼 기절로 도망치지 못한 채, 정액을 꿀렁꿀렁 토해내고도 자궁구를 문지르며 제 암컷임을 선포하는 자지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껴야만 했다.

“───♡♡♡”

메피스토는 직감했다. 이제 자신은 아르틴이 없는 삶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동시에, 자신의 마음 한 켠에 평생토록 비어있던 공허함이, 달콤하고 따뜻한 무언가로 차오르고 있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사랑해애♡ 아르틴♡”

메피스토는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정복당하는 것은 대악마인 그녀에게 매우 낯선 경험이지만, 그게 아르틴이라고 생각하니 즐겁게 느껴졌다.

──대악마의 육신과 정신, 그리고 영혼이 완전히 아르틴이라는 인간에게 타락한 순간이었다.

*

“후우...후우....”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내 밑에 깔린 메피스토의 얼굴을 바라봤다.

첫 섹스의 쾌감이 너무 강렬한 탓일까, 망가진 메피스토의 표정은 현실 세계의 가상 매체에서만 보던, 함락당한 여성의 표정과 비슷해 보였다.

‘메피스토랑도 이런 관계가 되다니...이건 정말 계획에 없었는데.’

친구 선언을 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지옥의 대군주이자 진정한 친구를 자지로 함락시킨 것에는 내 가슴이 쿵쿵 울릴 정도로 강렬한 배덕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거부감은 없었다.

메피스토가 원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녀가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 걸까?

아마 후자일 것이다. 이미 친구에게는 한 번 배신당했지만, 내 연인인 여인에게는 직접 배신을 당한 적은 없으니까.

메피스토가 내 여인이 되었다는 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친구이자 연인이 되었다는, 나름대로 의미가 깊은 일이었다.

‘...나도 정상은 아니네, 이러다가는 믿고 싶은 여자들을 전부 덮치고 다니는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떠오른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헛웃음이 터져 나올 무렵이었다.

─띠링!

─────────────────

대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호감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대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인간 아르틴의 여인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히로인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애초부터 메피스토를 내 히로인으로 취급하고 있던 것인지, 내게 공략 완료 보상을 내려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카이엔은 남자인데도 나를 좋아한단 이유로 히로인 취급인데, 나를 먼저 덮치려고 할 정도로 좋아한 메피스토는 당연히 히로인이겠지.

‘이번에는 뭘 주려나? 호칭? 보상?’

보상을 노리고 메피스토와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지만, 기왕 준다고 하니 기대감이 차오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전에 다른 여인들이 호감도 맥스로 받았던 보상을 생각하면, 유니코르의 특성과 비슷한 보상이 아닐까?

─────────────────

히로인 공략 보상으로 메피스토와의 계약이 변경됩니다!

계승특성 ­ 『대악마의 총애』를 획득합니다!

─────────────────

역시! 내 예상대로, 메피스토와 나의 유대를 강화시켜주는 특성이 보상이었다.

동시에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단순한 유니콘인 유니코르의 계승특성도 그렇게 좋았는데, 남부교단의 신들보다 강력한 대악마의 계승특성은 얼마나 좋을까?

─────────────────

오류 발생. 상태창 사용자의 영혼과 육신이 보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류 정정. 공략 완료 보상을 조정합니다!

─────────────────

“...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