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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247화 (247/266)

〈 247화 〉 바다의 밤은 뜨겁고 거칠다 #02

* * *

이번 던전실습을 위해, 아카데미에서 준비한 배는 20척이 넘는다.

어디 원정이라도 나가는 대함대 같지만, 사실 호위선과 기사들이 탄 배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함대.

실제로 학생들이 탄 배는 8척, 그 중 4척은 골드 클래스를 위해 할당된 배다.

‘이 빌어먹을 아카데미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철저하게 차별 대우를 하는 구나.’

거기서 남은 배 4척을 학생들이 골고루 나눠서 타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2척은 실버 클래스의 학생, 1척은 학생회의 임원들을 위한 배.

결국 1척에 1학년 브론즈 클래스 학생들이 전부 타고 있는 셈인데, 브론즈 학생은 1학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수다.

“2회차 때는 저 배에 탔다가 진짜 죽을 뻔 했었는데...”

이 풍요롭다 못해 과분할 정도로 쾌적한 골드 클래스 배에 반해, 브론즈 클래스 배는 노예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수라장이었다.

당장 잠자리만 해도 부드러운 킹사이즈 양모침대가 있는 이 골드 클래스에 반해, 브론즈는 3층 침대에 학생들을 우겨넣는 수준이었다.

그때의 내 안에 흐르는 붉은 것은 피가 아니라 계급투쟁을 향한 노동계급의 갈망이었다고.

“뭐, 지금은 내가 누리는 입장이니 별 상관은 없지만.”

나는 와인잔을 들어 올려 고급 포도주를 홀짝이며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브론즈 클래스 배를 느긋하게 감상했다.

지금 이 함대의 상황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

언제 마왕군이 나타나 습격을 할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나타나지 않은 지금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나는 그 평화를 만끽하기 위해, 취하지도 않는 포도주를 홀짝이며 릴렉스를 최대한 즐기고 있었다.

“역시, 가끔은 이런 고요함도 즐겨줘야 기분 전환이 된다니까.”

이번 항해에서 나는 일부러 묵어야 할 방을 독실로 받았다.

늘 연인들에 둘러싸여 있는 생활이 질린 건 아니지만, 시끌벅적하게 살다보면 가끔은 차분하게 혼자 있고 싶은 법.

다행히도 여인들은 내 컨디션의 유지라는 이유로 방 안에서는 혼자 지낼 수 있도록 해줬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이제 기분은 풀린 거야 아르틴?”

...물론 저렇게 내 의사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문을 열고 들어오기는 하지만, 아무튼 독실은 독실이다.

“어라, 좆밥하고는 안 싸우면서 대화는 해주는 거야?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에이, 왜 그래. 화 풀어 파트너. 응? 심심할 까봐 일부러 다른 얘들 모르게 놀러온 거란 말야.”

내가 삐진 티를 내자, 카르엔은 내가 앉아 있던 의자로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며 애교를 부렸다.

“너 버릇을 잘못 들였구나, 내가 애교만 부리면 용서해주는 그런 남자인 줄 알아?”

“..아, 안 되는 거야? 남자들은 예쁜 여자가 애교부리면 다 용서해주잖아?”

그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카르엔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카르엔 너는 여자들 애교에 마음이 흔들린 적 있어?”

“아.”

원작의 카이엔 실버소드는 애초에 애교 같은 것이 없어도 사람을 용서하는 고구마 인간.

그리고 내가 아는 카르엔도 별 다른 인간은 아니다. 나를 좋아해서 그런지 오히려 여자에게 좀 더 냉혹했다면 냉혹할까.

즉, 여자가 애교 좀 부렸다고 마음이 획획 변하는 그런 남자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여자지만.

그걸 카르엔도 깨달았는지 우물쭈물 거리는 게 등 뒤에서 느껴졌다.

“네가 뭘 해도 상관없어. 다시 도전을 받아줄 때 까지는 계속 삐져있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그럼...가슴 만질래?”

“...뭐?”

그 말과 동시에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풍만하고도 따스한 감촉. 내 목을 감싸는 카르엔의 팔.

“기분 풀릴 때 까지 내 몸 어디든 잔뜩 주물러도 좋아. 어때?”

카르엔은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이기 위해 육체적인 어필을 시작한 것이다.

참나, 내가 이런 수준 낮은 수에 당할 줄 알고?

“무릎에 앉아, 이 자세면 내가 주무르기 힘들잖아.”

“우후후, 마음껏 즐겨주세요. 주인님?”

하지만 내 생각과 정반대의 말을 내뱉는 이 망할 혓바닥.

나는 정말 몸으로나마 거부하려고 했지만, 내 말을 들은 카르엔이 내 무릎에 걸터앉아 그 요망한 눈웃음으로 나를 홀렸다.

──말캉! 말캉!

결국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카르엔의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탱글거리는 엉덩이의 감촉을 만끽하며, 부드러운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어때? 기분이 좀 풀렸어?”

“...이상하네, 그냥 지방덩어리일 뿐인데 왜 주무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걸까?”

“그렇게 좋아? 그러면...좀 더 진한 것도 해줄 수 있는데.”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고 유혹하는 카르엔.

생도복을 입고 있어서 그럴까, 오늘의 제안은 마치 현실에서 교복 플레이를 하자고 조르는 것 같은 묘한 배덕감이 느껴진다.

그 말은 당장이라도 이 바지를 찢어 벗긴 후 속옷을 제껴 거칠게 교배 프레스로 찍어 눌러버리고 싶다는 소리기도 하다.

어제 밤 대련에서는 졌어도, 침대 위에서의 대련은 절대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암컷 카르엔에게 주입시켜주고 싶다는 욕망도 있고.

“너, 실은 이거 하고 싶어서 찾아 온 거구나? 맞지?“

“...다른 사람들 앞에선 아직 비밀이잖아? 나도 사실 아르틴하고 대놓고 사랑을 나누고 싶은 걸...♡”

역시, 남들 몰래 놀러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눈치 채고 있었지.

뒤늦게 남자의 맛을 알아서 그런가, 카르엔은 나와 단 둘이 남기만 하면 스킨쉽을 하지 못해 죽은 여인처럼 내게 꼭 붙어 사랑을 갈구하곤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다. 평소라면 다른 사람들한테 바로 우리 관계를 알리고 이렇게 대놓고 붙어 다녔을 녀석이 비밀로 해준다니.

“카르엔, 괜찮아?”

“응? 뭐가? 피임? 피임은 아르틴 쪽에서 해줄 거잖아?”

“아니, 피임 말고...그, 우리 관계 숨기는 거 말이야.”

“아아. 그거 말야?”

그 말에 천천히 생도복의 외투를 벗으며 억눌려 있던 몸의 굴곡을 뽐내던 카르엔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르틴은 역시 밝히고 싶던 거야? 나는 밝혀도 상관없는데.”

“아, 아니 그건 아닌데...나는 네가 당연히 우리 관계를 밝히고 싶어 할 줄 알았거든. 이렇게 약속을 잘 지켜줄 거라고는 몰라서.”

“흐응, 나에 대한 파트너의 신뢰는 겨우 그 정도였구나?”

아니,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하냐. 그럼 내가 나쁜 놈 같잖아.

“후후후, 농담이니까 또 주눅 들지 마. 아르틴이 날 얼마나 생각하는 지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걸?”

내 볼을 쓰다듬으며,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는 카르엔의 모습은 마치 남자를 조련하는 여왕의 풍모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 신비하면서도 몽환적인 아름다운 외모, 남자의 눈을 잡아 이끄는 풍만한 육체, 그리고 색기까지.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다른 남자가 말 거니까, 눈빛으로 얼려 죽일 것처럼 차갑게 대했지 아마.’

절세미인으로 변한 카르엔에게 반해 다가오는 남자는 여럿 봤지만, 카르엔은 그런 남자들에게 정말 조금의 틈도 주기 싫다는 듯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오히려 좋다고 헉헉 거리던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말야.

만약 얘가 S끼가 있었다면, 그리고 처음부터 여자로 태어났다면 남자들을 여럿 울리고 다니지 않았을까?

“그냥...아르틴이 나를 위해 노력해줬으니까, 나도 아르틴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어. 이제는 짝사랑이 아니라 진짜 연인이잖아? 연인은 한쪽만 받으면 안 되는 거니까.”

“..내가 널 위해 딱히 뭔가를 해준 게 있던가?”

검은 대련에서 승리해서 가져갔고, 아직 반지는 주지도 않았다.

그 외에도 딱히 카르엔에게 뭔가를 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카르엔은 마치 분에 넘칠 정도로 많은 것을 받은 여인처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그런 점도 아르틴의 매력이니까 나는 좋아.”

“뭔데? 아니, 정말로 내가 뭘 해줬나?”

“됐어, 그냥 내 사랑을 받아 줬으니까 아르틴에게 맞춰준다고 생각해줘. 알겠지?”

그렇게 말하며 끌어안은 카르엔은 아까와는 다르게 내 품에 꼬옥 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흐응...아르틴의 냄새만 맡으면 왜 이렇게 기분이 편안해질까. 이게 가슴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느낌일까?”

“...글쎄, 나한테 물어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맞을 거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아르틴을 덮치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거든.”

“덮치게?”

“덮치면, 당해줄 거야?”

“까분다. 내가 침대 위에서도 봐줄 것 같아?”

“봐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 모든 건 전부 너를 위한 거니까.”

정말로 내 체취에 취하기라도 한 건지, 나를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와이셔츠를 벗어던지기 시작하는 카르엔.

나는 그런 카르엔을 번쩍 들어 올려 골드 클래스의 특권인 킹사이즈 양모 침대에 던지듯이 눕혔다.

“오늘은 마왕군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느긋하게 안 할 거야. 누가 수컷인지 제대로 알려줄게.”

“그러면 내기 하나 할래? 누가 침대 위에서 이길지.”

“내기? 어떤 내기?”

마찬가지로 외투를 벗어 던진 후 와이셔츠를 풀어 해치던 나는 의아한 눈으로 카르엔을 바라봤다.

“아르틴이 이기면...내가 아르틴의 부탁을 하나 들어줄 게. 대신 내가 이기면 소원을 하나 들어줘.”

“보상이 공평하지 않잖아. 나는 소원인데 카르엔 너는 부탁이야?”

“그야, 아르틴은 챔피언이고 나는 도전자니까 그렇지. 지옥의 대군주도 정복한 남자 중의 남자잖아?”

그렇게 말하니 뭐라고 할 말이 없긴 하네.

사실 나는 네 생각보다 정력이 좋지 않다고 말이라도 해야 하나? 그런 건 내 자존심이 절대 용납 못하지.

“...크흠, 뭐 좋아. 대신 소원이 뭔데? 불가능한 거면 무리라고.”

“아, 괜찮아. 이건 아르틴도 어렵지 않을 소원이거든.”

카르엔은 내가 내기를 받아들일 것 같은 뉘앙스로 입을 열자,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묘한 웃음을 지으며 바지를 천천히 벗었다.

엉덩이가 너무 커다란 탓에, 바지가 골반에서 꽉 낀 나머지 힘을 줘 내리는 모습이 내 자지를 잔뜩 화나게 한다는 것을 카르엔을 알고 있을까.

“아르틴, 마왕을 죽이면 가정을 꾸리겠다고 말했었지?”

“응? 어. 그랬지. 메피스토가 장난 칠 때 말했잖아?”

“그럼, 당연히 아기도 잔뜩 만들거고?”

“...아, 아마도, 그렇겠지?”

도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아기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나는 갑자기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얘가 이렇게 말하는 건 평범한 게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이기면, 나를 가장 먼저 임신 시켜줘.”

“...뭐?”

“내가 여인 중에선 가장 늦은 편이니까, 아르틴의 아이는 가장 먼저 가지고 싶어. 안 될까?”

그렇게 말하며, 카르엔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더니 엉덩이를 살랑이며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티팬티 사이로 보이는 예쁜 질구가 촉촉하게 젖어, 내 자지를 기다리는 을 아주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자세.

그 자세로, 카르엔이 나를 보며 요망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나...아르틴의 절륜한 자지로생리백신 주사를 맞고 싶어♡”

“오...”

그 말에, 나는 부끄럽게도 발기하고 말았다.

그것도 평소보다 훨씬 크게.

이건 못 참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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