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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회귀자-251화 (251/266)

〈 251화 〉 바다의 밤은 뜨겁고 거칠다 #06

* * *

“아르틴? 정말 괜찮은 거에요? 갑자기 호흡이 나빠졌는데?”

“아니, 정말, 정말 괜찮으니까...읏...”

“아니잖아요!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혹시 마족들의 비열한 저주?!”

아니, 그런 마족은 없다. 대신 내 자지와 불알을 정성껏 애무하는 투명화한 카르엔이 있을 뿐.

앞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그네스가 순수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뒤에는 투명+침묵 마법이 걸린 카르엔이 내 등을 가슴으로 누르고 있는 상황.

그야말로 진퇴양난, 누군가는 배가 부른 상황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카르엔! 이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그만! 그만해!]

다급하게 카르엔을 불러 이 행위를 멈추라고 했지만, 오히려 내 자지를 훑어대는 카르엔의 손길이 좀 더 농밀해졌다.

[왜? 아르틴도 꽤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어머...아까보다 더 단단해진 것 아니야?]

[미쳤어?! 아그네스 앞이잖아! 이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파트너가 연기를 잘~하면 되지. 예전에 귀족들 앞에서는 연기 잘했잖아? 응?]

그렇게 말하는 카르엔의 요염한 웃음소리가 텔레파시로 같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지금 상황을 즐기는 게 확실해 보인다.

이런 짓을 못하게 하려고 아까 그렇게 길들여 놨는데,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나를 가지고 놀다니.

[너, 계속 이러면 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된 벌을 준다?]

[어머, 나는 아르틴이 주는 벌이 좋더라...♡ 어떻게 할래? 엉덩이 때리기? 가슴 꼬집기? 아니면 목 조르기?]

그와 동시에 목에서 느껴지는 요상한 감각, 미지근하고 미끌거리는 무언가가 내 목을 타고 있다.

“흐잇?!”

동시에 나도 모르게 신음 비슷한 걸 터트리고 말았다.

이거 혀인가? 혀 같은데?

“역시 상태가 이상하잖아요! 역시 다른 사람을 불러올게요!”

“아, 아니야! 그, 그게 아니라...!!”

내 반응을 본 아그네스가 당황해서 달려나가려고 하자, 나는 그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대로 뒀다간 내 연인들을 다 데리고 올 텐데, 그랬다가는 정말 카르엔과 야한 짓을 한 게 바로 모든 애들 앞에서 들킬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어줍잖은 변명으로는 절대로 듣지 않을 것 같은 상황. 그렇다면...

“미안, 아그네스랑 껴안고 있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만.”

“네?! 그게 무슨 낯부끄러운 소리에요 아르틴!? 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쩌려고요!”

“들으면 뭐 어때. 황태자가 인정한 약혼자가 약혼녀에게 발기 했다는 게 뭐 어때서?”

과할 정도의 뻔뻔함, 이것 말고는 답이 없다.

너무도 당당하게 너 때문에 발기했어라고 말하자, 아그네스와 카르엔의 몸짓이 양쪽 다 멈췄다.

[어, 어떻게 그런 야한 말을 대놓고 뻔뻔하게...게다가 거짓말이잖아!]

[거짓말 아닌데? 네가 애무하기 전부터 나는 계속 발기된 상태였다고.]

카르엔이 질투심이 섞인 염사로 내게 따졌지만 나는 당당하다. 실제로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는 아그네스를 보니 발기가 풀리지 않던 걸 어떻게 하나.

“창, 창피하잖아요오오오...”

그런 내 수치심을 다 가져간 것 같은 아그네스는, 붉게 물든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창피함을 이겨내질 못했다.

그 대신 상황을 판단하려던 아그네스의 사고도 멈춘 것 같으니 일석이조.

아니, 카르엔도 당황해서 내 애무를 멈췄으니 일석삼조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뻔뻔하게 나가 상황을 내가 주도하는 것.

“아그네스는 내가 창피해? 아니면, 내가 너에게 발기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거야?”

“그으..그런건 아니지만요오오...”

“잘 봐, 아그네스 때문에 내 자지가 이렇게 터질 것 같아.”

“히, 히익...저, 전보다 더 커지지 않았나요?! 지, 짐승 같잖아요!”

아그네스의 시선을 하반신으로 움직이게 하자, 리틀 아르틴에서 빅 아르틴으로 성장한 자지의 크기를 보고 당황하는 아그네스가 귀엽다.

그러고 보니 아그네스는 내 자지가 변한 후 처음 보는 거였나.

마치 자지를 처음 보는 순결한 처녀 같은 반응이라 재밌는데.

“그래 맞아..나는 짐승이야..아그네스 때문에 흥분한 짐승...”

“다, 다가오지 마세요! 아르틴! 지금 이런 걸 할 때가 아니잖아요?!”

“아그네스가 흥분 시켰으니 아그네스가 책임 져야지? 자, 이리로...!”

“꺄, 꺄악!”

내가 너무 놀린 걸까, 아그네스는 결국 수치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 가슴을 강하게 밀쳐냈다.

[으앗?!]

─콰당! 문제는 그 힘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뒤로 밀려난 나와 카르엔이 다리가 뒤엉켜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물론 뒤에 카르엔이 있던 탓에 나는 다치기는커녕 여체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카르엔은 엉덩이를 찧은 건지 살짝 신음을 흘렸지만.

하지만 정작 밀친 아그네스는 넘어트릴 생각까지는 없었는지 이쪽을 보며 화들짝 놀란 상태.

“아야야...장난이 좀 과했나? 미안해 아그네스.”

“...”

“많이 놀랐어? 입이 떡하니 벌어진 것 좀 봐. 나 안 다쳤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그게 아니라...”

“응?”

아그네스가 떨리는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아니, 정확히는 내 밑쪽을 가리키며 시선을 파르르 떨었다.

“부, 분명 부딪히는 소리가 났는데...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건가요 아르틴?”

“아.”

지금 나는 카르엔의 위에 쓰러진 상태. 즉, 남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누워서 허우적거리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좆 됐네. 이걸 뭐라고 해명하지?

“그게, 그게 그러니까...”

“잠깐, 옆으로 나와 봐요 아르틴.”

“어? 어?”

내가 무어라 변명하려는 찰나, 눈매가 가늘어진 아그네스가 나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 직후 바닥을 향해 손바닥을 뻗는 아그네스. 안 돼!

─탁!

내가 말리려고 손을 뻗는 찰나, 아그네스의 손바닥이 카르엔의 몸이 아닌 딱딱한 나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어라?

[잡힐 뻔 했네...간신히 피했어.]

[자, 잘했어 카르엔! 붙잡혔으면 큰일 났을 거야!]

아마도 카르엔이 초인의 반사 신경으로 아그네스의 손짓을 피한 듯, 몇 번 바닥을 짚어보던 아그네스는 아무 것도 만져지지 않자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분명...밑에 뭐가 있지 않았나요?”

“이, 있긴 뭐가 있다고 그래? 아무것도 없잖아.”

“방금 허공에 떠있던 건 뭔가요? 공중 부양이라도 익혔다고 주장할 셈인가요?”

“...플라이 마법으로 날았다고 하면?”

“그 찰나에 마법으로 날았다고요? 진심인가요?”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영창도 없이 마법을 시전 하는 게 불가능 한건 아니지만, 아그네스의 눈에 뜨지 않고 마법을 쓰는 거?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뭐라 말 할 변명도 궁색한 상태. 내가 아무 말도 없자 아그네스가 입 꼬리를 올렸다.

“좋아요 아르틴. 그렇게 결백하면...제왕안을 써서 살펴봐도 되겠죠?”

“...아, 아그네스? 그건 좀...”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제왕안. 저 붉은 아그네스의 눈동자에 담긴 특별한 힘이다.

제왕의 눈이라는 거창한 이름답게 능력도 대단한 편인데, 온오프 능력이긴 하지만 만물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 그것이 제왕안의 정체다.

사용자에 따라 볼 수 있는 역량은 다르지만, 재능만 있다면 마나나 신성력, 마족들이 다루는 마력의 흐름부터 물리적인 힘의 흐름까지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리처드 황태자가 불세출의 천재라 불린 이유도, 하늘이 내린 습득능력과 재능에 저 제왕안의 힘이 더해져 어지간한 상대는 대적할 수가 없었기 때문.

‘...좆됐네. 아그네스의 제왕안이라면...’

하지만 현 시점에서 제왕안의 힘을 가장 잘 다루는 것은 리처드 황태자가 아니다.

제국에서 제왕안의 재능이 가장 뛰어난 황족은 다름이 아닌 아그네스.

소설에서 묘사되고 실제로도 보기를, 아그네스의 눈은 물리적인 힘은 물론 기류나 인간의 시선이 흐르는 것 까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그네스가 이토록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한테 있었다.

­[작가님, 아그네스가 그래도 명색이 제국의 황녀인데 이렇게 비중이 적은 거 실화인가요?]­

­[이럴 거면 차라리 황태자를 빼버리고 황녀의 비중을 살리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 아그네스에게 숨겨진 능력이 있다는 전개 좋네요! 최애캐가 살아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현실에서 전투능력도 적고 히로인도 아니었던 아그네스의 등장 비중이 낮아지자 작가에게 비중 늘려달라고 졸랐던 게 나였거든.

물론 그 덕에 중반부부터 아그네스가 다시 등장해 파워 밸런스를 따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제 무덤을 판 꼴이 아닌가.

“평소라면 아르틴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했겠지만, 이번에는 괜찮겠죠?”

“잠깐!! 아그네스 멈ㅊ──”

아그네스의 붉은 눈동자에 마나의 파동이 퍼지는 것을 본 내가 다급하게 몸을 던져 막으려는 그 순간.

──끼익!

“어라?”

“지금, 창문이──?”

밤바다를 잔잔하게 비추던 창문이 벌컥 열리자, 나와 아그네스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첨벙!

그리고 그 직후 들려오는 바다에 무언가 빠지는 소리.

“잠깐만요! 지금 누가 떨어지지 않았나요!?”

“어? 어라?! 어라라!?”

서둘러 내 옷가지가 있던 곳을 바라보자, 내 옷 밑에 깔려있던 카르엔의 옷이 사라진 상태.

그렇다. 카르엔이 아그네스에게 걸리기 전에 옷을 숨긴 후 바다에 투신한 것이다!

“미친 건가요?! 이런 밤바다에 뛰어들다니!? 아무리 강력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 투신하면 위험하다고요!?”

아그네스도 상황을 파악한 건지 기겁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봤다.

하지만 한번 물보라가 퍼진 밤바다에서 누군가 다시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이,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아무리 투명 마법이 걸려 있어도 헤엄치면 파장은 일어날 텐데?

[카르엔? 카르엔 괜찮은 거야?! 카르엔?]

나는 다급하게 텔레파시로 카르엔을 불렀다. 설마, 초인인데 죽은 건 아니겠지? 내가 구하러 뛰어 들어가야 하나?!

[괘...괜찮아 아르틴...건너편으로 헤엄쳐서 기어 올라가고 있거든...]

[다, 다행이다. 나는 사람이 안 떠오르길래 무슨 일이 벌어진 줄 알고...]

넋이 나간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들,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르틴! 도대체 누구 길래 이 밤바다에 뛰어든 건가요?! 아무리 정체를 숨기고 싶어도, 이건...!”

물론 그 직후 도대체 떨어진 게 누구냐며 아그네스에게 드잡이를 당해야 했지만 나는 나중에 전부 밝히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카르엔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그네스가 얼마나 무서운 눈초리로 바라볼지 상상조차 하기 무서웠으니까.

**

아르틴이 격렬한 심문에도 입을 열지 않자, 아그네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방을 나와야 했다.

“...이상하네요, 아르틴이 그렇게 여자를 숨기려고 할 사람은 아닌데.”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상황은 이상했다.

지난번에 다른 여인들과 몰래 섹스파티를 벌인 이후로 아르틴은 아그네스 본인에게 여인에 대한 일을 전부 토론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마리안느 왕녀나 세니아 선생님과 관계를 맺었던 것도 순순히 말했던 아르틴이 이제 와서 자신에게 여인에 대한 일을 숨길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배신감. 아르틴에게 여태까지 온전히 신뢰받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배신감이 아그네스의 가슴을 욱신거리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한동안 아그네스가 일부러 멀리 해왔던 어두운 감정이 다시 그녀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아르틴이, 아르틴이 나 모르게 다른 여인과 밀회를...그리고 그걸 숨기려고 내게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분명 슬프고 화나야 할 상황. 그런데 아그네스의 가슴을 자리 잡은 것은 그것들 보다 좀 더 농후하고 질척거리는 감정이었다.

──배덕감. 자신과의 첫 경험 직후 샤오메이와 뒹굴던 아르틴을 문 사이로 몰래 봤을 때 느꼈던 그 감정. 그 이후로 간간히 가슴을 묘하게 자극하던 그 어두운 쾌락이 이번에는 크게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나쁜 마음, 나쁜 마음인데...!’

진정하려고 쉼 호흡을 하던 아그네스는 문뜩 주머니로 손을 뻗어, 아르틴 몰래 가져온 그것을 꺼내들었다.

‘검은 머리카락...그것도 기다란 머리카락.’

아르틴의 방 아래에서 발견한 이 가느다란 단서는, 바닥을 두드리는 척 아그네스가 몰래 챙긴 유일한 단서였다.

‘검은 머리에 장발이라면...올가 비르투스? 아냐. 성녀라면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아르틴 품에 안겨 과시를 했겠지요. 그렇다고 샤오메이의 머리카락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 길고...“

바이콘 상태의 유니코르나 메피스토도 검은색에 가까운 편이지만 이 두 사람도 아그네스 몰래 도망칠 성격은 아니다.

그렇게 용의자를 좁혀나가던 아그네스는 요즘 아르틴과 같이 다니던 두 여인을 문뜩 떠올렸다.

‘...천마와 카르엔. 분명 둘 다 머리가 검고 장발이었죠?’

검은 머리, 그리고 아그네스에게 들켜선 안 될 사람. 그 조건에 두 사람은 확실히 충족되었다.

한 쪽은 죽은 자신의 남편을 잊지 못하는 과부이자 샤오메이의 증조모.

한 쪽은 남자인데 여자로 변한 변태 스토커가 아니던가.

‘그, 그럴 리는 없겠지만...그래도, 그래도 혹시나 그렇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아르틴이라고 해도 설마 저 두 사람을 건드리진 않을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찌릿, 아그네스의 심장이 파르르 떨렷다.

──썩 불쾌하진 않은 느낌으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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