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183. 성스러운 겨울
* * *
“으응.”
매끄럽지만 나보단 까칠까칠한 살결에 긁혀 잠에서 깨어났다.
반년이나 우리의 잠자리를 버텨준 침대 위.
앞섶이 다 풀린 파자마를 동여매고, 머리맡에 두는 가글을 입에 머금은 뒤 컵에 퉷, 하고 뱉어낸다.
“오빠 자네.”
평소엔 나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면서, 완전히 곯아떨어져 쿨쿨 잠든 오빠.
혹시 자는 척하나 확인해보려 볼살을 꾹꾹 눌러보니, 입만 다실 뿐 전혀 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튼, 어제 힘 너무 많이 썼다니까.
잠들기 전 저지른 짓을 되돌이켜 보니, 매일같이 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오빠와 몇백 번이나 섹, 관계를 가졌는데도 왜 부끄러움이 사라지질 않는 걸까.
막상 내가 덮칠 때나 오빠가 덮쳐줄 때는 흥분돼서 머리가 핑핑 도는데.
지금처럼 혼자 생각할 시간이 생기면 내가 저지른 짓이 퐁, 하고 구름처럼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내 뺨을 부여잡게 만든다.
대학교 1학년밖에 안 됐는데, 매일같이 친오빠한테 덮쳐지고 안에 잔뜩.
하아.
기쁘긴 하지만 조금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시간은, 9시네. 더 자도 되겠다.”
사실 9시든 10시든 12시든 푹 자도 아무 상관없는 방학.
평일엔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만 관계를 맺는다는 제약이 있지만, 사실 어기면 그만이니까.
오빠는 막상 침대에선 엄청 난폭하면서, 쓸데없이 약속 지키려는 고집이 있단 말이야.
물론 일상생활하다가 시도 때도 없이 덮치면 당연히 내가 지치고 힘들 거라는 건 안다.
지금이야 운동도 하고 체력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오빠한테 한 시간 두 시간씩 덮쳐지다 보면 헬스장에서보다도 숨이 헉헉 차오르니까.
“오빠오빠.”
“.”
“오, 빠.”
그치만 방학했는데 왜 주말처럼 안 덮쳐주는 거야, 바보.
일부러 종종 끈나시에 돌핀 팬츠 치켜 입고 언제 덮쳐주나 기다렸는데.
콧김만 씩씩 내쉬면서 자지만 툭 튀어나오게 잔뜩 크게 만들어놓고 있는 걸 보면 살짝 답답할 때도 있다.
흥분할수록 밤에 더 격해져서 야한 옷은 꼬박꼬박 입고 있지만.
“잘 때는 좀 잘생겼네, 그래도.”
여동생의 도를 넘은 귀여운 척이 보이지 않는 건지, 눈을 붙이고 쿨쿨 잠들어있는 오빠의 얼굴을 구경한다.
확실히 눈 감고 있으면 되게 잘 생기긴 했어.
눈뜨면 저 체격에 눈매가 합쳐져서 무서워 보이는 게 문제지.
특히 째려보기 시작하면 무섭다 못해 공포에 벌벌 떨 만큼 위험해 보인단 말이야.
특히 내 위에 올라타서, 막 날 껴안으면서 쳐다보면 난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그저 오빠가 날 범해주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아, 나 진짜 이상해졌다. 누구 때문에.”
상쾌해진 입맛을 다시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오빠의 품에 안긴다.
아니, 안긴다는 표현은 좀 이상하려나?
얌전히 쿨쿨 잠들어있는 오빠의 품에 매달렸다.
음, 이게 맞아.
이젠 오빠라는 나무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매미가 돼버렸으니까.
죽을 때까지 이 사람 옆에 붙어서 맴맴 대야지.
“오빠오빠.”
맴맴.
귀에 거슬릴법한 울음소리를 내봤지만 ‘음.’ 하는 소리만 낼뿐 전혀 일어나려 하질 않는다.
맘대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와 멀리 있는 팔을 끌어당겨 내 어깨 위에 올려놓는다.
좀 더 보호받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따뜻해진다.
“사, 랑, 해. 그러니까 일어나지 마. 나 잘 거야? 일어나면 나 덮칠 거잖아?”
요즘 들어선 생각보다 자주 해주지 않는 말을 꺼내주고, 오빠 팔에 목을 기댄 다음 눈꺼풀을 붙인다.
나도 아무 때나 막 해주고 싶은데, 너무 좋아해 주기만 하면 오빠가 나한테 질릴 거 아니야?
적당히 틱틱댈 때마다 되게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거 보면 안 봐도 뻔하지.
낮이든 밤이든 사랑해, 사랑해, 라고 말해주는 건 한 명밖에 만나본 적 없는 나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 연애 하수다.
낮에는 잘 챙겨주되, 이상한 소리 할 땐 요리조리 갈구고.
밤에는 뭘 하든 다 져주면서, 대신 내 요구도 전부 들어주게 만드는 것이 여동생으로서의 연애철칙.
“겨울방학에는 쭉 오빠랑 있고 싶다.”
이런 걸 누가 가르쳐줬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전부 오빠한테 배웠다.
낮에는 나 잘 챙겨주지만, 은근 놀릴 때도 많고.
밤에는 그냥 그, 있잖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저항하느니, 깔끔하게 항복을 인정하고 내 페티쉬도 채우는 게 현명한 법이니까.
물론 내 페티쉬는 친오빠한테 깔려서 마구,
아, 몰라.
이것도 다 오빠가 가르쳐 준 거니 내가 변태인 건 아니다.
그치만 어쩔 수 없는 거 알지?
남들에게 축복받고 살아갈 수 있던 사람이, 모든 걸 포기하고 오로지 친여동생을 위해 인생을 걸어줬다.
심지어 자기가 열심히 고뇌하고 노력한 끝에, 나조차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결말을 얻어내 나에게 건네줬다.
그런 오빠한테 매달리고 범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극히 일반적인 취향이라고 변명할 법하지.
아닌가?
아님, 뭐 어때.
난 변태여도 오빠가 좋으니까.
“으음, 아. 겨울아.”
“아, 일어났어?”
“응.”
내가 뺨을 비벼댄 게 간지러웠는지, 꿈나라에 빠져있던 오빠가 눈을 뜨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곤 물티슈를 한 장 꺼내 눈곱을 닦고, 텁텁한 입을 가글로 헹궈내곤 다시 이불 속으로 돌아온다.
“아홉 시 지났네, 미안.”
“뭐가?”
“7시까지 숙소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오늘 콘서트라면서.”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며 오빠가 짓궂은 표정을 짓는다.
무슨 소리 하나 했네.
어제 그렇게나 즐겼던 아이돌 플레이가 아직도 모자랐는지, 눈 뜨자마자 실실대면서 나한테 저런 소리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체력은 다 회복된 모양이다.
매일같이 오빠와 관계를 가지지만, 매일같이 신기하단 말이야.
나는 오빠 위에서 허리 조금만 흔들어도 힘들어서 죽을 거 같은데, 왜 저 사람은 맨날 한두 시간씩 날 범하면서 지친 기색을 보여주지 않는 걸까.
영양제가 그렇게 좋은 건가?
근육이 저 정도 있으면 잠자리 정도론 안 지치는 건가?
아니면 날 그만큼 사랑하는 건가?
나엘이한테 은근슬쩍 화제 꺼내 보니까, 자기 남친이 휴가 나올 때마다 밤에 두 세 번씩 해서 지친다던데.
동거하는 내내 매일 서너 번씩 하는 우리 오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해볼수록 사랑 때문이라는 답이 현실적인 것 같아서 짓궂게 굴기가 어려워진다.
“음,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까 콘서트 쨀래.”
“팬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심장 구석탱이에 숨겨져 있던 순수한 시절의 내가, 나에게 ‘아침부터 이런 야한 짓 하면 안 돼! 하더라도 정상적인 섹, 관계를 가져야지, 그런 플레이는!’ 하며 반발했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한참 전부터 날 지배해버린 내 본심.
오빠에게 타락 당한 내가, 찡찡대는 나에게 ‘친오빠랑 하는 정상적인 섹스따윈 없어.’라며 일침을 날려버렸으니까.
소녀 같은 감성이 쭈구리가 돼서 잉잉 울고 있는 걸 보면 좀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상관없어. 팬보다 오빠가 더 좋다고 하지, 뭐.”
“네가 그러고 싶으면 어쩔 수 없고.”
오빠가 하도 변태다 보니까, 나도 좀 옮은 거 같더라구.
밖에서 오빠한테 희롱당하는 게 은근 기분 좋았거든.
난 이 사람의 것이라는 걸 남들한테 자랑하는 거 같아서.
가끔 헬스장에서 자세 잡아주는 척 여기저기 만질 때 엿본 오빠의 독점욕이 마음에 들었다.
오빠도 자기보다 근육 많고 덩치 큰 사람들 근처에 있으니까 좀 질투심이 들었나 봐.
나 사실 근육 별로 안 좋아하는데.
굵고 크고, 탄탄하고 딱딱한 느낌이 드는 걸 좋아하는 거지 우락부락한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말이 긴데, 줄여 말하자면 오빠가 이상형이다.
이 사람이 내 이상형을 자기로 만들었다.
무서운 사람이야, 진짜.
“내가 도망치고 싶다고 하면, 오빠 따라와 줄 거야?”
“당연하지.”
“그럼 나 아이돌 그만둘래. 오빠 전용 아이돌 할래.”
“그럴 거면 핸드폰 줘봐. 사진 찍어서 올리게.”
이제 신입생 티도 벗었고.
오빠 앞에서 옷뿐만이 아니라 속옷까지 전부 벗어 던진 것만 세자릿수고.
내 옷장에 쌓여있는 야한 수영복이나 가터벨트, 메이드복, 교복, 오빠 군복.
오빠에게 다양하게 범해지면서 겪은 쾌락은 앞으로도 절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사실 잊어먹더라도 이미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서, 다시 복습할 수 있을 지경이다.
위험해, 위험해.
친오빠한테 내 모든 약점을 사로잡혀 버렸어.
“잘 찍혔어?”
“어. 이쁘게 찍혔네.”
“남한테 못 보여줄 거 같은데?”
“왜. 노출은 없잖아.”
“그치만 오빠가 내 가슴 주무르고 있잖아.”
“이 정도로는 수위 안 걸려.”
만약에 내가 진짜 아이돌이었고, 오빠한테 나쁜 면모가 있어서,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욕구가 있었다면,
아마 난 다 들어주고 오빠 품속에 파고들지 않았을까.
고등학생 딱지 떼는지도 얼마 안 된 인기 아이돌.
비쥬얼적으로도 모자라진 않고, 수상하리만치 큰 가슴 때문에 섹시 포지션을 자주 맡아 인기보다도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
심지어 성격은 매우 까칠. 사석이나 공석이나 대부분 단답.
그랬던 사람이 친오빠와 찍은 의미심장한 사진 올려놓고 잠적한다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콩닥대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래도 몇몇 팬들은 인정 못 하고 나를 믿어주겠지?
그럴 때 좀 더 야한 사진 한 장 더.
오빠랑 키스하고 있는 사진으로.
그다음엔 침대에서 같이 누워있는 사진으로.
실제로 할 생각 따윈 요만큼도 없지만, 상상하는 거는 자유니까.
“그거 올리면 내 인생 끝날걸?”
“끝나면 책임지지, 뭐.”
“진짜?”
“그 정도도 책임 못 지겠냐.”
“그럼 한 장만 더 올려줘.”
“어떤 거로?”
“오빠 민증이랑 내 민증이랑 겹쳐서 이렇게?”
카드를 드는 손동작을 취하며 오빠에게 웃어 보이자, 오빠가 보기 드물 만큼 행복한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자기 지갑과 내 지갑을 같이 가져왔다.
민증을 손에 들고 찍자니 뭔가 식상해져서, 오빠의 제안에 따라 각자 상대방의 민증을 입에 물고 이번엔 내가 셀카를 찍었다.
여동생 민증 물고, 자기 민증 물고 있는 파자마 차림의 여동생 가슴 맘껏 주물러대는 오빠.
너무 자극적인데, 이건.
아이돌을 떠나서 이런 사진 퍼지면 난 한국에선 못 살겠구나.
이런 건 상상으로만 남겨야겠다.
위험해, 진짜.
“올렸어?”
“어, 올렸어.”
“와~ 나 인생 망했어. 평생 오빠 노예야, 이제.”
“그럼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메이드복 입고 올까요, 주인님?”
“됐어. 앞치마만 입고 와.”
“그게 더 야하잖아, 오빠!”
“앞치마 입었다고 내가 너 덮치기라도 하겠냐? 평일엔 절대 안 덮쳐. 8시까지 기다려.”
“변태.”
“땡큐.”
평행세계의 아이돌 김겨울이, 악독하고 악랄한 친오빠 김가을 손에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한 다음 이불 속에 파고들어 마음껏 꽁냥댔다.
남들이 보면 미쳤냐고 부들부들 떨면서 식겁하겠지만 알 게 뭐야.
오빠가 내 주인은 아니고, 반려자라는 사실은 날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으니까.
평생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첫사랑이라는 게 이토록 행복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오빠.
“음, 오빠.”
“어.”
“오늘은 아침 내가 차려줄게.”
“웬일이냐?”
“오늘은 내가 좀 더 일찍 일어났잖아. 해줄게. 오늘은.”
도망치려고 생각하지 마?
난 네 꺼란 말이야.
평생 무겁게 짐 덩이처럼 달라붙어 있을 거니까, 오빠는 내 가슴이나 주무르면서 나한테만 허덕대면 돼.
바람피우면, 응.
엄마한테 이를 거야.
변태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