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6)

 시온이 또 멋대로 지껄여 대고 있었다.

 “잠든 시온에게 키스하자 시온이 눈을 반짝 뜹니다.”

 "그만해."

 "하하, 정말 스토리 그대로잖아. 네가 이렇 게 날 안고 있으니까 정말로 동화 속 공주님이 라도 된 기분이야."

 얼굴에 피가 몰려 입술을 깨물었다.

 "입 틀어막기 전에 그만해. 난 네 과대망상 에 쿵짝 맞춰 줄 만큼 미치지 않았으니까."

 나는 내 방문을 발로 세게 차서 열었다. 그 리고 한 번도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욕실 원 형 월풀 욕조에 시온을 거칠게 내려놓은 후, 곧 바로 물을 틀었다. 욕조 안에 뚫린 구명들에서 금방 더운물이 소?아- 하는 소리를 내며 쏟아졌 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시온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지금, 한순간도 그를 혼 자 두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낮게 휘파람을 불

 며 웃었다.

 "내 불량 주치의가 이렇게 신경 써 줄 줄 알 았으면 처음부터 손목을 그을걸.M

 그의 눈빛이 묘한 흥분을 담고 반짝였다. 시 온이 밖에 나가서 약을 처먹고 돌아왔다는 사 실은 아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의 그의 눈동자는 딱, 마약에 취한 자의 그것이 다.

 "농담이야. 그렇게 무서운 표정 할 거 없잖 아."

 "삼십 분 동안 거기서 움직일 생각하지 마. 체온이 많이 떨어졌어.”

 "싫어.”

 시온이 내게 다가오자 찰랑, 하며 더운 물이 넘실거렸다. 그가 나를 구석으로 밀어붙인 채, 팔 안에 가두고 속삭였다.

 "키스해 봐. 아까처럼."

 "년...... 아까 내가 한 게 키스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것은 입맞춤이라고 표현하기도 부끄러운, 처절한 내 몸부림이었다. 나는 코앞으로 다가 온 시온의 조각상 같은 얼굴을 피하려 고개를 돌렸다.

 "하긴. 의사 선생, 키스하는 방법 좀 배워야 하겠던걸? 무심한 얼굴이랑 안 어울리게 그렇 게 밀어붙일 줄은 몰랐어. 하긴, 그래서 더 좋 긴 했었지만. 나, 그렇게 흥분한 거 굉장히 오 랜만이었어.”

 시온이 즐거운 듯 웃었다. 쿡쿡거리는 그의 숨결이 귓가에 닿았다.

 "얼굴 치워."

 "어쩌면 우리, 서로 굉장히 잘 맞을지도 모

 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 그런 건가?”

 “위“…. r

 시온의 혀가 부드럽게 내 입술을 할는 바람 에 말문이 막혔다. 동물적으로 그를 덮쳤던 아 까의 나를 나무라기라도 하는 것 같은 농밀한 키스였다. 나의 아랫입술이 그에게 빨렸고, 그 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와 천정을 훑었다. 훅, 하고 열기가 오르더니 온몸의 피가 한곳으 로 쓸렸다. 의식과는 정반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어쪄면 나는 진작 생각하기를 멈 추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마치 진짜 키스가 무 엇인지 내게 가르쳐 주는 것처럼 부드럽고 달 콤하게 나를 삼켰다. 나의 혀가 그의 혀에 얽 혔다. 시온의 목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흘렀 다.

 "흐음......."

 그의 손이 내 턱을 움켜쥐었다. 시온은 점점 더 강하게 나를 잠식해 오고 있었다. 온도가 40도로 맞춰진 따끈한 물이 수면을 높이 며 차 올랐다. 시온이 잠시 입술을 떨어뜨리더니 고 개를 돌려 다시 다른 각도로 콧날을 부딪쳐 왔 다. 그의 기다란 속눈썹, 날카로운 턱선, 쑥 들 어간 눈두덩, 그 안에서 빛나는 색이 열은 눈동 자까지. 빌어먹을, 어느 하나 내 심장을 뛰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삼십 분까지 못 기다리겠어."

 시온이 고개를 나에게서 떼고 느릿하게 중 얼거렸다. 나는 물에 잠길락 말락 한 상태로 그의 밑에 깔려 그의 목에 손을 감고 있는 채였 다. 숨이 가쁘고 목이 탔다. 나는 벌겋게 달아 오른 내 얼굴을 그에게 보이기가 싫어 고개를 돌렸다.

 "나랑 해, 의사 선생. 너, 지금 나랑 하고 싶 어."

 그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어 나는 그저 콧등을 찡그린 채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 었다. 시온이 자신의 셔츠를 양옆으로 찢어 내 듯 잡아당기자 단추들이 투둑, 하고 욕조 벽에 튕겼다. 그는 흠뻑 젖어 버린 옷을 욕실 바닥 에 아무렇게나 내면졌다. 철픽, 하는 소리가 났 다.

 "거절해도 상관은 없어."

 시온이 내 트레이닝 바지에 손을 뻗더니 살 짝 웃었다. 투명하리만큼 하얀 그의 나신이 눈 부시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시온은 오늘, 정원을 강제로 가질 거니까."

 시온이 젖은 내 검정색 트레이닝팬츠를 아 래로 내린 것고?, 내가 물속에 잠겨 있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욕조에서 나가려면 나는, 가랑이 사 이에 걸쳐진 채 아직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바 지에 다리가 걸려 순간 휘청했다. 제길, 욕조 모서리에 머리를 찧어 뇌진탕으로 실려 가는 것은 내 인생 계획에 없던 일이다. 그것도 바 지를 반쯤 벗고 덜렁거리는 중심을 공기 중에 내놓은 채로.

 "이런, 벌써부터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 거 야?"

 어느새 일어난 시온의 손이 내 허리를 낚아 채는 바람에 나는 겨우 넘어지는 수모를 면할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즐거움으로 반짝였 다. 성냥갑을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흥분으로 점철된 눈빛을 보고, 나는 위험을 직감했다. 나 는 이미 충분히 뜨거웠다. 더 이상 불길에 휩 싸이고 싶지 않았다.

 "놀이는 이제부터잖아."

 시온이 슬쩍 미는 바람에, 나는 뒷걸음질 치 다가 욕조 모서리에 철픽 주저앉았다. 발밑에 서 물이 정신없이 흔들리며 출렁이는 소리를 냈다. 몸속을 꽉 채운 두려움, 혹은 뭐라고 확 실히 정의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손이 떨 려서 나는 바지를 끌어 올릴 생각도 할 수 없었 다.

 "왜......왜이래."

 "이제부터 병원 놀이를 할 거야. 대신 시온 이의사, 정원은 환자.”

 시온이 재미없는 농담을 내뱉고선, 즐겁다 는 얼굴로 웃었다. 정신없이 젖은 채, 이마 위 로 갈라져 드리워진 금발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더니 매끈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런 상황에서도 그 모습이 미치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는 정말로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말을 잘 들으면 아프지 않게 주사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아주 아픈 주사를 놔 줄 거야.

 하하, 재밌겠지?"

 "그게 무슨 헛소리......."

 시온의 부드러운 입술이 내 이마에 내려앉 았다.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벗 은 상체가 눈앞에 있었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 작게 난 두 돌기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열이 좀 있는 것 같네요, 한정원 환자."

 제기랄, 그의 입에서 불리는 내 이름 석 자 가 다시 나를 미치게 한다.

 "맥박이 좀 너무 빨리 뛰는 것 같기도 하

 고.……"

 그의 입술이 귓바퀴 뒤에 감쳐진 살을 쓸자, 입에서 아아, 하는 낮은 신음이 절로 터졌다. 온몸의 세포들이 찌르르 들고 일어나는 것 같 은 생경한 느낌에 고개를 피하자 시온의 손이

 내 머리를 도망가지 못하게 단단히 붙잡았다.

 "조금 심각한 것같아."

 그의 속삭임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혀가 귓불을 물었다. 잘근거리며 씹히는 느낌에 숨 을 훅, 하고 들이마시자 그의 입술이 서서히 아 래로 향했다.

 "혹시 심장병인가?"

 시온이 내 가슴 위에 볼록 솟은 돌기를 혀로 희롱하며 물었다. 신체에서 가장 쓸모없이 달 려 있다고 생각했면 지점이 강하게 빨리자, 생 전 처음 느껴 보는 희열감이 온몸을 쓸었다. 피가 쓸려 단단히 일어서 버린 아랫도리를 감 출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신음했다.

 "아아......제발.......|#

 시온이 숨결을 밸어 내며 작게 웃었다.

 "응급 환자 발생. 환자가 시온에게 살려 달 라고 애원합니다.”

 젖혀진 머리 위로 그의 얼굴이 다시 다가왔 다. 시온의 붉은 입술이 또 한 번, 내 혀를 옭아 매고 타액을 빨아 댔다. 이번에는 그의 목에서 도 살짝 신음이 터졌다. 허스키한 그의 신음 소리는 마치 허밍을 하는 것 같았다.

 "시온은 그런 환자를 보고......."

 뜨겁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손 안에 그러쥐 고 그가 흐릿한 눈동자로 웃었다.

 "참을 수 없이 흥분합니다.”

 그리고 그가 내 아래로 무릎을 꿇었다. 욕조 바닥에 무릎이 닿자, 출령, 다시 물이 파동했 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우려 했다. 정말로, 정말로 그러 려고 했었다.

 그가 내 아랫도리에 고개를 묻고 페니스를 집어 삼키는 것을 기다렸면 것이 아니었다. 두 다리가 자동적으로 덜덜 떨려 왔다.

 블랙홀에 휩쓸려 들어가는 느낌이 이런 것 일까. 시온은 나의 보잘것없는 우주를 자비 없 이 빨아 당기고 있었다. 이런 식의 펠라치오는 처음이었다. 아니, 누군가가 내 선단을 혀로 돌 리고 음낭을 할는 경험 자체가 내게는 처음이 었다. 그의 수음을 간신히 참아 냈던 나의 초 라한 페니스는 이 엄청난 자극에 속절없이 무 너졌다. 처음부터 정해진 대로였다.

 "흐옥! 하아...... 아앗!"

 일주일에 두 번, 메마른 나의 손길에만 길들 여져 몇 방울의 정액을 떨궈 내던 나의 페니스 에서 몇 번이고 꿀렁이는 정액이 솟구쳤다. 나 는 시온의 머 리를 붙잡고 그 목구명 깊숙이 나 의 우주를 밀어 넣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대신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어야 했다. 육욕에 몸부 림치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처절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시온의 입술에서 주르륵, 허여멀건 한 액체 가 흘러내리는 것을 나는 허망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잘했어. 그런데 우는 건 반칙이잖아. 엄마 잃은 강아지 같이 그렇게 바라보면 시온이 미 쳐 버리잖아......."

 "이게......이게, 뭐야.......”

 년 이미 미친놈이라고 내밸는 대신, 내 성대 에서 울음 섞인 자조가 흘렀다. 시온이 입맛을 다시며 웃었다.

 "후후, 뭐긴 뭐야. 병원 놀이지. 년 처음부터 이러려고 내게 온 거거든. 시온이랑 이렇게 시 시덕거리려고 말이지."

 아니, 아니라고 대답하는 목소리가 튀어나 오지 않았다. 나는 대신 고개를 좌우로 세게 흔들었다. 사정 후의 붉어진 얼굴을 하고, 시온 의 앞에서 병신같이 무너져 있는 나의 모습이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이 공간에서 벗 어나야 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아직도 정강 이에 걸려 있는 바지를 발로 아무렇게나 벗어 내리고는 욕조 밖으로 엉거주춤 몸을 빼냈다. 도망쳐, 내 의식이 소리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선 순간, 뒤에서 시온 이 내 손을 낚아챘다. 나는 어느새 내 방 옆 그 의 침실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젖은 티셔츠 에서 물이 뚝뚝 흘러나왔다. 시온의 바짓단에 서도흥건한물이 떨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쾅, 하는 소리가 나고 그의 뒤에서 방문이 닫혔다. 시온의 손에 의해 내 몸이 푹신한 그의 침대에 풀썩 떨어졌다. 그가 벨트를 벗어 던지며 나를 보고 웃었다.

 "나, 보기보다 힘이세지?”

 "......도대체...... 나한테 오H 이래.”

 "아까 말했잖아. 주사 맞을 시간이잖아. 떼 쓰면 못 써."

 쉬이, 하는 소리를 내며 그가 입술로 내 눈 물을 할았다. 시온은 내 젖은 티셔츠를 끌어당 겨 벗겼고, 곧이어 자신의 바지도 벗어 내렸다. 나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이제부터 나와 그 가 할 일의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곧 깨 달았다. 나신이 된 채로 내 위에 을라탄 시온 은 전쟁에서 이긴 승자의 미소를 띠고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다비드상 같은 그의 몸에 어울 리지 않게 커다란 물건을 보며 나는 빌어먹을 시온이 대체 가지지 못한 것은 무얼까, 열등감 에 사로잡혔다. 시온이 내 벗은 몸 위에 길게 자신의 몸을 겹쳐 왔다.

 "처음 만났던 날 기억나? 나한테 프로포폴

 놔 주면서 네가 그랬어. 조금 아플 거라고."

 "놔줘. 흣...... 만지지...... 마.”

 "그런데 하나도 안 아팠어. 그래서 생각했 지. 아아, 새로운 시온의 주치의는 얼굴만 예쁘 게 생긴 줄 알았더니, 주사 꽂는 스킬도 대단하 구나."

 "아아...... 아흣......!”

 한참을 내 아랫도리에 머무르던 그의 손이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의 서랍을 열었다. 커다 란 통에 담긴 루브리칸트(윤활제). 의료용 루브 리칸트가 왜 그의 서랍에서 튀어나오는 것에 대한 궁금증보다, 그가 그것을 어떤 용도로 사 용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곧이어 차가 운 감각이 뒤를 쓸었다. 시온이 두 손가락을 찔러 넣자 온몸의 근육이 움찔하며 경직했다. 시온은 거침이 없었다. 윤활제를 잔뜩 뒤집어 쓴 그의 손가락은 정확하게 내 전립선을 압박

 해 오고 있었다.

 "옷!! 당장...... 빼...... 으홋......!"

 "어때, 내 스킬은? 이제 섹스하고 싶은 마음 이 좀 생겨?"

 시온의 손길에 흥분에 점점 고개를 빳빳이 드는 나의 페니스가 저주스러웠다. 나는 그의 어깨를 세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를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의 향기를 들이마 시고 그의 몸이 주는 쾌락에 흠뻑 취하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 다.

 시온이 쿡쿡거리며 내 위에서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말할 수가 없겠지. 여태껏 뜨거운 욕망을 차가운 이성 뒤에 감추고 살아왔을 테 니까. 특히나 년, 지금까지 날 대했면 의사들과 는 전혀 달라. 왜지? 나한테 박는 것도 거절. 반대로 널 안아 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지. 나와 키스할 때 네 표정은 시온과 하고 싶어 죽겠다 는 얼굴인데, 끝까지 밀어내려 버둥거리는 게 가여워.”

 나는 울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더러워서."

 간신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시온의 표정이 잠시 굳는가 싶더니 그가 서랍 안을 다 시 뒤적였다. 콘돔을 꺼내 이빨로 찢으며 그가 쓰게 웃었다.

 "아아, 의사 선생이라 결벽증이 더 심하네. 내가 그 생각을 못했어. 걱정 마. 아마 내 몸을 메스로 가르면 소독약 냄새밖에 안 날 테니까. 그 정도로 신경을 쓰는 몸이거든, 시온은. 그러 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네가 아니라, 내가, 이새끼야/

 시온이 잠시 동작을 멈추더니 내게 되물었 다. 그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아름 다운 예술품을 향해 한 글자, 한 글자 토해 내 듯 말을 곱씹어 뱉었다.

 "......나 같은 게 널 더럽히는 게 싫다고, 김시

 온,

 ??......뭐라고?"

 이번에는 시온이 인상을 썼다. 나는 고장 난 기계처럼 부질없는 의문을 반복하는 그에게 소리를 질렀다.

 "다 아는 거 아니었어? 내 이름 알았잖아. 내가 창녀의 아들이고, 거지같이 후지게 살았 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잘난 네 아버지가 말해 줬을 거 아냐......."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성녀와 같은 얼굴 을 하고 몸을 팔던 내 어머니. 나는 그녀를 사 랑했던 걸까, 아니면 증오했을까. 눈가로 뜨거 운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 다.

 "나는...... 나는...... 그 새끼들이랑 달라. 더러

 운 욕망을 너한테 토해 내면서 널 망가뜨리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시궁창을 구르 는 내 더러운 인생에 너 따위를 끌어들이고 싶 은 마음은 추호도 없...... 흡!!”

 시온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쳤다. 그는 콘돔 을 집어 면지곤, 내 한쪽 무릎을 붙잡아 다리 사이를 벌렸다. 그리고 그의 뜨거운 불기둥이 윤활제로 범벅이 되어 있는 내 몸을 단번에 뚫 었다. 나는 고통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내 애널은 커다란 침입자의 난입에 끔찍하게 수축하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단 에서 투명한 액체가 질질 새어 나오며 시온의 평평한 복부에 얼룩을 남겼다. 시온은 자신의 물건을 뿌리까지 집어넣고는 그제야 내 입술 을 놓아주었다. 작살에 꿰인 물고기가 된 느낌 이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이를 꽉 문 채 숨 을 몰아쉬는 나를 보며 천사가 중얼거 렸다.

 "년 하나도 안더러워.”

 시온이 느리게 빠져나갔다 다시 허리를 세 게 튕겨 내 몸 안에 자신의 굵은 페니스를 때려 박았다. 시온이 내 안에 있었다.

 "흐윽......!!!"

 아팠다. 눈물이 줄줄 흘러 멈추지 않을 만큼 아팠다. 그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 운 존재였다.

 "누가 그래, 더럽다고.”

 시온의 허리가 다시 세게 움직이자, 살과 살 이 퍽,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아마 항문이 파열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내가 다 혼내 줄게.”

 그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허리가 끊어 질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이 를 꽉 깨물었고 시온은 그런 나를 거침없이 치 받았다.

 "대신 오늘은 좀 울어, 의사 선생. 실컷 울 기회니까 날 붙잡고 소리를 지르고 평평 울라 고. 아프면 날 때려도 좋아. 여긴 네 말대로......

 내 성이잖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아. 여기라 면 안전해."

 다정한 목소리와는 백팔십도 다르게 시온 의 허리 놀림은 과격하고 거칠었다. 온몸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두드리고, 짧게 잘린 손톱을 그의 등에 박아 세웠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너에 대해서 들은 건 아무것도 없어. 네 이름도 오늘 처음 알았어. 그것도 내 가물어봐서.”

 "흐옷, 으옥! 하아...... 아옷!!"

 "하지만 미리 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거야."

 정신을 놓아 버리고 싶었다. 그에게 사정없 이 뚫려 대는 엉덩이 사이보다도, 가슴을 쿡쿡 쑤시는 그의 다정한 말들이 너무 아파서, 이대 로 기절했으면 싶었다.

 "한정원...... 너는 순수해. 이때까지 내가 겪

 은 쓰레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 해."

 귓가에 그가 혈떡이며 속삭이듯 내밸는 말 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소원대로 정신을 잃었 다.

 온몸을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 이었다. 감은 눈 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보니, 아침은 훨씬 지난 시각임 이 분명했다. 정신이 들자마자 새벽의 기억이 선명하게 머릿속을 잠식했다. 나는 무거운 눈 꺼풀을 들어올렸다.

 나의 옆에는 베개에 왼쪽 얼굴을 묻은 채로 엎어져 자고 있는 시온이 있었다. 결 좋은 금 발이 하얀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나는 마치 좋은 꿈을 꾸는 어린아이처럼 편안한 그 의 표정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쪽을 향해 돌려진 오른쪽 뺨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시온이 눈을 떠 버리면 그와 한 침대를 공유하고 있다는 지금의 상황보다 더욱 끔찍한, 지난밤의 기억이 더욱 명확한 팩 트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누군가와 처음으로 배를 맞대었다는 사실보다 더욱 나를 괴롭게 한 것은 그 상대가 시온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나의 이성이라는 것은, 꿈틀대는 욕망에 굴복 해 활활 타올라 재만 남기고 사라져 버릴 종잇 조각 같은 것이었다.

 밀물처럼 온몸을 덮치는 자괴감에 나는 마 른세수를 한 후,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어디, 도망가?”

 잠든 줄 알았던 시온이 입을 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쉬는 게 좋아, 의사 선생. 어제 무 리했잖아.”

 마치 남의 일을 말하듯 느릿느릿 내밸는 시 온이었다. 나는 애써 태연하게 쏘아붙였다. 목 소리가 떨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환자랑 같이 있으면 더 피곤해. 의사는 기 빨리는 직업이라. 나 오늘 월차 좀 쓰자. 내 방

 에서 혼자 쉴 테니까 귀찮게 하지 마."

 "아아, 다행이다."

 시온이 피식 웃으며 다시 베개에 코를 문질 렀다.

 "나, 의사 선생이 눈 뜨면 다시 가면 쓴 로봇 으로 돌아갈까 봐 굉장히 걱정했거든. 아침까 지 계속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인 게 효과가 있 었나 보?. 혹시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 들었어?"

 "기절했는데 네가 뭐라고 지껄이는지 기억 할 만큼 의식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혹시 화났어?”

 "손 놔,

 "거칠게 대해서 미안해. 지금 굉장히 반성하 고 있어. 오랜만에 흥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 어. 그래도, 기절한 의사 선생 붙잡고 한 번 더 해 버린 건 시온이 좀 심했지. 처음이었을 텐 데."

 “손...... 놓으라고 했어.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야?”

 "사과하는 거야,

 "됐어. 그 이야기 안 하고 싶으니까 입 닥쳐. 그리고 앞으로도 입에 올리지 마."

 ??......하지만 시온은 의사와 또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이 미친.......|#

 한계였다. 그에게 꽉 잡힌 손을 뿌리치고 일 어나려는데, 시온의 힘에 의해 다시 침대로 끌 어당겨졌다. 지난 밤, 비정상적으로 힘이 셌면 것은 비단 그가 약에 취했었기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게 지지 않으려 날카로 운 목소리로 말을 씹어 뱉었다.

 "착각하지 마. 난 네가 손만 내밀면 너와 같 이 뒹굴 수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잠자 리 상대를 찾는 거면 딴 데 가서 알아보?. 난 네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받아들일 만큼 너그럽 지 못하니까."

 "응, 알고 있어. 의사 선생은 다른 의사 선생 들이랑 달라, 여러 면에서. 하지만 시온을싫어 하지는 않잖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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